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3)
“시상식?”
(어, 너 이번에는 갈 거지?)
이태겸이 말하는 시상식이란 연기자 시상식에서 수상자 후보로 가는 것을 의미했다.
“내가 원래 시상식 잘 안 갔어?”
(데뷔 때 빼고 거의 안 갔지. 네가 가기 싫어해서.)
원래의 유연서는 가수 시상식에서 시상자로는 많이 참여했지만, 배우 시상식에서는 후보에 올랐는데도 불참했다.
-유연서는 왜 시상식에 안나옴?
└우리도 몰라
└전에 인텁 보니까 그냥 가기 싫었다는데
└└헐 진짜? 그래도 됨?
└└└유연서는 가능
-근데 좀 웃기긴함ㅋㅋ 상 못받을거같으니까 안나오는거
후보라도 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ㄹㅇ
└근데 걔가 고른 작품이 다 좋긴 했어 연기력 빼고 보면ㅇㅇ
└└진짜 다른의미로 악마의 재능임
연기력은 심해에 처박았지만, 하필 작품 보는 눈은 좋아서 꾸준히 시상식 후보에 올랐었다.
-시상식 프로불참러 유연서 올해는 참여하나?
└안할듯 상 못받을거 같으면 안나오잖아ㅋㅋ
└와 조연상 대진운 개쩜;;
└그래도 작년 들마 영화 반응 좋았는데 이번에는 나올듯
└맞아 평판도 좋아졌던데
하지만 사고 이후 달라진 모습에 사람들의 기대감도 상승했다. 유연서가 시상식에 참여하냐 마냐로 진지한 토론까지 할 정도였다.
유연서는 몇 번 가보지도 않은 서재로 향했다. 진열장 안에는 트로피가 몇 개 있었는데, 신인상과 인기상이 전부였다. 그중에서도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받은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당연하지. 진수호랑 붙었는데.’
유연서의 소속사 헤일로 미디어가 신인 방패를 내세워 연차가 쌓이면 더 잘할 거라는 변명 섞인 언플을 하고 있을 때, 진수호는 데뷔작부터 연기력 하나로 사람들의 관심을 휩쓸었으니까.
“상 받을 일도 없는데 왜 가?”
유연서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는 ‘드리밍’으로 드라마 부문, ‘백호함’으로 영화부문 조연상에 후보로 올랐다. 하지만 작년에는 워낙 흥한 드라마와 영화가 쏟아져 나와서 수상할 가능성은 적었다.
이태겸이 한숨을 쉬었다. 저 얘기는 12번째 매니저였던 때에 들었던 소리였다.
(야 받을 일이 왜 없어. ‘백호함’은 몰라도 ‘드리밍’에서는 가능성 있는데.)
“수호 형이 받겠지. 한 드라마에 주조연상 몰아주진 않을 거 아냐.”
(그건 그런데······.)
“왜, 박 실장이 이번엔 꼭 내보내래?”
(······어. 너도 이제 받을 일 많이 생길 텐데 미리 가서 현장 익혀두는 게 좋지 않겠냐?)
‘드리밍’은 공중파가 아닌 JSTV에서 방영했고, JSTV는 공중파처럼 연말 연기대상이 없었다. 그러니 이번이 유연서의 몸으로 들어와 경험해보는 첫 연기 시상식이었다.
‘가요 시상식과 별반 차이는 없을 거 같은데······.’
그래도 집에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유연서가 이태겸에게 가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진열장에 놓인 트로피를 흘끔 바라보고는 서재 밖으로 나왔다.
‘시상식, 시상식이라······.’
본체가 상 욕심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유연서도 상은 중요치 않았다.
상을 받는 것 보다는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하면서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더 좋은 작품 속에서.
‘요즘은 그게 퇴색된 것 같지만······.’
어느새 강진후 시절의 꿈보다는 유연서의 생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미 타인의 몸에 들어와 타인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강진후 시절의 꿈을 충족하고 있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고······.
“윽······.”
아마 저기 둥둥 떠 있는 이희서의 환영이 큰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유연서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 다음 날 아침 기억 동기화에서는 공교롭게도 본체가 배우로 데뷔해 첫 시상식에 참석하는 기억을 동기화했다.
‘본체의 정신이 아직 남아있나?’
이쯤되면 자동 기억 동기화에서도 본체의 영혼이 관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끼워 맞춘 듯 알맞은 기억을 떠올릴 리가······.
‘그래?’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지.
‘그러든가.’
유연서는 그 당시 본체가 되어서 시상식 내부를 슬쩍 훑었다.
(백산예술대상, 남자 신인 연기상 후보)
큰 화면에 후보 연기자가 했던 연기가 짤막하게 나왔다.
‘와······ 못 봐주겠다.’
처음은 유연서였다. 나무토막처럼 뻣뻣한 몸과 어설프다 못해 파괴적인 국어책 연기까지 아주 가관이었다. 근처에 앉은 사람들이 웃음을 참는 게 느껴졌다.
마지막은 역시 진수호였다. 짧은 장면에서도 범상치 않은 장면인 게 피부로 와 닿았다. 앞선 후보들의 연기가 빛바랠 정도로.
‘이건 안 되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몰입했다. 아마 당시 본체가 느낀 감각일 것이다.
시상자가 마이크 앞에 서고, 5 분할로 나누어진 화면에는 유연서와 진수호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네, 백산예술대상 남자 신인 연기상은······.”
솔직히 예전의 연기력으로 감히 수상을 바란다는 건 양심이 없는 거다. 설마 본체도 기대하고 있나? 에이, 설마······.
“축하합니다. 진수호씨.”
진수호의 이름이 불리자, 팽팽한 실이 끊어진 것처럼 맥이 풀렸다.
‘설마 진짜로 기대한 거야?’
본체, 너무 헛된 희망을 품고 있었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진짜 유연서는 애써 표정 관리하며 무대를 향해 가는 진수호의 뒷모습을 보며 대충 손뼉을 치고 있었다.
‘아······.’
트로피가 익숙하다. 그러고 보니······.
‘이희서가 여기서 신인상을 받았구나.’
백산예술대상은 1960년대부터 시작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시상식이었다. 이희서는 신인상 그리고 최우수연기상을 받았었다.
어머니가 받았던 상을 내심 욕심내고 있었구나.
‘상대가 너무 나빴어.’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 진수호 말고도 다른 후보 배우도 지금까지 쭉 활동하면서 자리를 잡았으니까. 상념에 잠긴 유연서는 옆 좌석 사람이 제 팔뚝을 치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연서 씨, 안타깝네.”
“네?”
“너무 낙담하지 마. 내년엔 좋은 결과 있겠지.”
본체의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니, 친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친한척하는 걸까.
가식적인 웃음을 입에 걸고 있는 사람은 꽤 익숙한 배우다. 하지만 최근에는 본 적 없는 사람이다. 2020년 현재에는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로 은퇴한 사람이었다.
‘하얀 드레스······.’
유연서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허공에 하얀 실루엣이 잔상처럼 남아 있어서 저절로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몸이 순식간에 경직되고 심장이 기분 나쁘게 뛰었다. 유연서는 아직 시상식이 한창인데도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상을 못 받아 화가 나서 뛰쳐나가는 거로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고스란히 기사 사진으로 박제됐다.
기억 동기화의 후유증으로 피를 쏟은 뒤 당시 기사를 찾아보던 유연서가 허허 웃었다.
돌연 뛰쳐나가는 유연서, 수상을 못 받은 것에 대한 불만일까?
백산예술대상, 갑자기 자리를 비우는 유연서···“예의가 없다” 누리꾼 ‘싸늘’
유연서, 시상식 매너 논란에 소속사 ‘묵묵부답’
└아 이건 좀;;;
└예의 밥말아먹었네ㅋㅋ
└하필 선배 배우 수상소감 도중에 나가냐
└설마 상받을거라고 기대했나?
하긴, 옆자리 여배우 옷에서 목매단 엄마의 환영이 보였다고는 말 못 하지. 유연서는 화면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본체는 상을 못 받을 걸 아니 시상식에 빠진 게 아니었다. 이희서를 연상시키는 게 있으면 몸이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이었다.
‘괜히 간다고 했나.’
이번 시상식에서도 하얀 드레스 입은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텐데. 그가 한숨을 쉬었다.
***
유연서는 자꾸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넘겼다.
“아, 걸리적거려.”
“헤어 실장님한테 조금 묶어달라고 할까?”
“그래.”
유연서는 시상식에 참여하기 하루 전날, 붙임 머리를 했다. ‘결핍된 사람들’ 원작 속 이태오는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는 장발이었기 때문인데, 역시 본판이 잘생겨서 그런지 어느 머리를 하든 제 머리처럼 잘 어울렸다.
“야, 슬슬 우리 차례다.”
워낙 쟁쟁한 선배 배우도 많아서 이번에는 레드 카펫 순서에 고집부리지 않았다.
‘눈 따가워.’
포토 존에 선 유연서는 온 힘으로 눈을 찡그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며 이쪽을 봐 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속보] 유연서 장발
-ㄹㅇ장발? 차기작임?
-헐 진짜 결사 들어가나?
-ㅁㅊ 이태오 확정인가보다
-근데 눈이 왜저러지ㅠㅠ? 금방 눈물흘릴거같은데ㅠㅠ
배우판의 사고방식은 단순하다. 덕질하는 배우가 머리를 자르든 기르든 살이 찌고 빠지든 활동을 많이 하든 공백기를 가지든 뭐든지 차기작인가?로 연결된다.
백산예술대상 유연서의 장발, 차기작 암시하나
[공식] 유연서, ‘결핍된 사람들 시즌 2’ 이태오 역 캐스팅그리고 이건 드라마 제작사 측과 이미 협의가 된 상태였다. 아무리 원작이 유명하다고 해도 홍보를 아예 안할 수는 없었다.
마침 화제성이 미친 수준인 유연서가 오랜만에 연기 시상식에 참여하고, 이태오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링을 하니 자연스레 ‘결핍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몰렸다.
‘내 자리가 어디야······.’
유연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가수 시상식에서는 따로 대기실을 빼 주던데, 이런 곳에 와 봤어야 알지. 그가 두리번거리며 제자리를 찾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연서야!”
“여기!”
‘게스트 하우스에 어서 오세요’에서 같이 섬에 갔었던 박승환과 이윤정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쪽으로 다가간 유연서는 의자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뭐죠? 내 자리 여기 맞아요?”
“맞아. 신기하지? 잘 지냈어?”
“네, 뭐.”
우연히도 박승환과 이윤정, 진수호와 나란히 앉게 되었다.
유연서는 자리에 앉으면서 정장 상의의 단추를 풀었다. 섬에서 보던 추레한 모습이 아닌 박승환과 이윤정은 고급 정장과 드레스를 입고 메이크업과 헤어까지 신경 써서 만진 티가 났다. 진짜 톱 배우의 느낌이 풍겼다.
“여기서 보니까 낯설다.”
“저도요.”
“그래? 나 어때? 역시 꾸민 게 낫지?”
“누나는 꾸미든 안 꾸미든 아름다우세요.”
“너 그런 소리도 할 줄 아니?”
이윤정은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라고 해야 할까.
그의 기억 속 시상식에서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역시 아는 사람이 있으니 기분이 꽤 좋았다.
“수호야! 여기!”
이윤정이 진수호를 발견하고 크게 외쳤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트리플 천만 대배우 박승환과 대한민국 톱 여배우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이윤정, 그리고 젊은 연기자 중에서도 특출난 진수호 사이에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아직 이지만, ‘주성 3세’ 한 마디로 게임 끝난 유연서가 끼어 있었다.
‘와 뭐야······.’
‘예능 찍었다더니 친해졌나 보네.’
‘유연서한테 저렇게 웃어?’
특히 박승환은 이런 친목을 티 내는 사람이 아닌데, 입 찢어지라 웃으며 반기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후배 배우들이 마음에 든 게 분명했다.
당사자들은 전혀 생각도 안 했는데, 지켜보는 사람들은 최강 인맥과 최강 재력을 자랑하는 친목회가 탄생했다고 생각했다.
“우리 막내, 상 받아야지.”
“제가 무슨 상을 받아요, 수호 형이 받겠죠. 그래도 승환 형 봐서 좋네요.”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유연서는 상보다는 전처럼 갑자기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을 경계했다.
진수호는 인상을 찌푸린 유연서에게 작게 속삭였다.
“또 몸 상태 안 좋아지면 나한테 말해.”
“왜요?”
“혼자 빠져나가는 것보다는 낫겠지.”
설마 첫 시상식 때의 모습을 진수호도 기억하고 있었나. 그리고 그때 뛰쳐나간 게 상을 못 받아서가 아닌 피를 토할 정도로 심각한 불치병이라고 확신이라도 한 게 분명했다.
“······봐서요.”
나쁜 제안은 아니라서 그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