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4)
유연서와 같은 작품에 들어가지 않았던 작가와 감독, 배우들 사이에서 유연서는 미지의 인물이었다. 워낙 더러운 성격에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살이 붙었다.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유연서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연예계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할 거라는 괴소문도 돌고 있었다.
“형!”
“효준아.”
마침 박승환과 친한 배우가 다가와 반갑게 인사했다. 박승환과 두 살 아래인 고효준은 작년에 첫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름값도 세고 대중성도 좋은 톱 배우 중 하나였다.
“형, 살 진짜 많이 탔네.”
“오랜만에 휴가 잘 갔다 왔지.”
“맞아. 예능도 잘 보고 있어.”
박승환이 ‘게스트 하우스에 어서 오세요’를 찍게 된 계기는 오랜만에 휴가가 가고 싶었는데 마침 이 피디의 제안을 받고 즉흥적으로 승낙했다고 한다. 이 피디는 마침 잘 얻어걸린 것이다.
고효준과 웃으며 근황 얘기를 하던 박승환이 고개를 돌렸다.
“여기는, 알지?”
“알죠. 안녕하세요 연서 씨.”
보는 눈도 많아서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느낀 유연서가 일어나 고효준이 내민 손을 잡았다.
“네, 안녕하세요. 선배님.”
“드라마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영화 재밌게 봤습니다.”
유연서의 싸가지 없는 행동은 선후배를 가리지 않는다는데······ 그가 소문과는 다르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자, 고효준이 눈을 빛냈다.
“그나저나 이 형이 후배 배우를 이렇게 챙기기도 하네? 윤정이랑 수호 빼고.”
“그래요?”
“저 형 별명이 귀신이에요.”
원래 친근한 형 아니었나? 유연서는 고개를 기우뚱했다. 박승환이 예능 출연진 미팅에서 탐탁지 않게 쳐다본 적은 있어도 그 뒤에는 태도를 달리했었다.
“진짜에요, 형?”
“에이, 과장이야 과장.”
한달을 함께 사는 가족이니 몇 번 만나서 밥이나 먹자고 적극 행동했는데, 아마 박승환이 먼저 다가오지 않았으면 다들 이렇게 친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가 보면 내가 애들 잡는 줄 알겠어.”
고효준이 도끼눈을 뜨고 박승환을 쳐다봤다. 연극배우 출신인 박승환은 후배를 갈구기로 유명했다. 그리고 주로 갈굼 당한 사람은 고효준이었다.
박승환은 작게 웃으면서 유연서의 등을 두드렸다.
“얘가 안 그런척하면서 참 착해.”
“제가요?”
주위에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 눈을 크게 떴다. 세상에, 연예계 개싸가지한테 착하다고 하다니. 당사자인 유연서조차 이게 무슨 개소리야? 하고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박승환은 어리둥절한 유연서를 보고 작게 웃었다. 사실 처음에는 소문이 안 좋다고 선입견을 품은 게 부끄러워서 잘 해주려 했는데, 볼수록 진국이었다.
섬에서 있을 때의 유연서는 소문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예의 바르고 안 그런척 하면서 신경 많이 썼다. 심심하다고 자기 일도 아닌 것에 나서기도 했는데, 심지어 잘했다.
‘이 형이 상류층에 끼려고 이러는 성격은 아닌데······ 진짜 맘에 들었나?’
눈 앞에서 듣고 있던 고효준마저 박승환의 태도가 다른 후배를 대할 때와 다르자 유연서가 달리 보였다.
“그러면 더 좋네. 나 사실 소문 듣고 쫄았잖아요.”
유연서는 당황하지 않고 작게 웃었다. 고효준의 말에서 악의는 없었다. 차라리 이렇게 대놓고 말해주는 게 가식 없고 좋았다.
“이제 보니 머리 긴 것도 잘 어울리네, 우리는 리딩 때 봅시다.”
“네.”
고효준이 그냥 온 게 아니었다. 그는 ‘결핍된 사람들’에서 유연서와 함께 촬영할 예정이었다. 고효준이 그렇게 가고, 근처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다른 배우들이 하나둘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왔어?”
박승환이 여유롭게 후배들을 맞이했다. 유독 그들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승환이 형 때문인가?’
대배우 박승환은 배우가 지녀야 할 능력과 필모도 좋았고 그만큼 인맥도 넓으니 알아두면 좋은 사람이긴 했다.
‘다른 게 더 있군.’
하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와 유연서가 인사를 받아주네.’
‘나도 가서 눈도장이나 찍을까?’
다들 박승환에게 인사를 한 뒤에 옆자리에 앉은 유연서에게 노골적으로 말을 붙이려 애쓰고 있었다.
‘내 배경 때문이구나.’
그는 시상식에 참여하기 전, ‘유연서 파일’에서 6번 매니저가 기록했던 것을 기억했다.
(벌레들이 너무 많다고 시상식 불참 선언함)
(그래 봤자 몇 군데 가지도 않으면서)
여기서 적힌 벌레들은 아마 자신의 배경을 보고 다가오는 불나방들을 말하는 것일 거다. 그래서 기억 동기화 때 봤던 하얀 드레스의 배우도 그에게 과하게 친절하게 굴었었고······.
‘형을 소개해 달라는 얘기도 들었었지.’
작은 고모부의 부탁으로 주성의 자회사에서 새로 론칭하는 브랜드의 광고를 찍었을 때, 상대 모델에게 들었던 말이었다. 물론 그걸 내가 왜 해주냐며 신 나게 지옥불 주둥이를 털어댔지만.
사실 안 그런 배우도 있었다. 그와 작품에서 만나봐서 그의 더러운 성격을 알고 있는 배우들은 이쪽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유연서가 가진 배경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진짜였다. 정상의 위치에 있으면서 갖춘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
“연서야, 여긴 나랑 영화 찍었던 감독님.”
“안녕하세요 감독님.”
몇몇 감독들 사이에서도 유연서는 기피 대상이었다. 더러운 성격도 그렇지만 파괴적인 연기력으로 상대까지 몰입을 깨게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보니 성격도 괜찮아진 것 같고, ‘드리밍’과 ‘백호함’으로 달라진 연기력을 입증했으니 안 친해질 이유가 없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사실 이 몸에 들어와서 몇 작품 해보지도 않았지만, 그가 만난 배우들은 다 그에게 친절했고 살가웠다.
연예계에서 유연서만큼은 아니지만, 성격이 모난 사람도 있지 않겠는가. 실제로 ‘드리밍’의 조유미도 성격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유연서에게는 친한 누나처럼 행동하려고 했었다. 그게 다 유연서의 배경 때문이었다.
‘상관없어.’
유연서는 작게 웃었다. 가식과 진심을 구분 못 할 만큼 눈치 없지는 않다. 앞에서 살갑게 대하고 뒤에서 뭐라 욕하든 말든 그는 이 배경을 즐겁게 이용할 생각이었다.
잠시 기다림의 끝에 백산예술대상이 시작됐다. 박승환의 도움으로 나름의 인맥을 얻은 유연서는 제발 목석처럼 앉아있지 말고 박수라도 치라는 이태겸의 말을 수용해 훌륭한 박수 로봇이 되었다.
(백산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상······.)
신인상은 ‘백호함’으로 첫 영화 주연을 맡은 박민우가 받았다. 유연서는 일어나서 손뼉을 쳤다. 무대로 나가기 전, 배우 석을 살피던 박민우가 그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네, 어······ 우선 저의 길을 늘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소속사 식구들······.”
작은 꽃다발과 트로피를 든 박민우가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백호함’ 박호진 감독님, 한결이 형. 그리고 박지원을 연기할 때 제게 많은 도움을 준 연서 형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카메라가 자리에 앉아있는 유연서를 비췄다.
‘쟤가 왜 나를 불러.’
내가 뭐 도움을 줘, 자기가 잘해서 탄 건데. 유연서가 멋쩍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백산예술대상] 신인 남우상, 박민우‘백호함’ 박민우 영화부문 신인 남우상, 기립 박수 치는 유연서
축하 공연은 원세븐이 나왔다. 마침 ‘백호함’의 이한결도 신인상 후보여서 시상식에 참석했었다.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은 여섯 명의 남자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했다. 아마 본체가 탈퇴하지 않았더라면 저기서 같이 춤추고 노래했을 것이다.
“우리 막내 잘하네.”
박승환의 말에 유연서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기계를 망가뜨려 빙구처럼 웃는 김이준을 보다가, 무대 위에서 강렬한 눈빛으로 춤을 추는 게 새삼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나름 톱 아이돌의 축하공연임에도 손뼉을 치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오히려 축하 공연에 따라 손뼉 치고 노래를 부르는 게스트 하우스 멤버들이 더 튀어 보일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전 미팅했을 때 영상 짤렸더라?”
“그거 연서 네가 했지?”
유연서는 양옆에 앉은 박승환과 이윤정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게스트 하우스에 어서 오세요’의 1회는 출연진 미팅에서부터 시작했다. 서로 어색하게 첫 대면을 하는 것과 역할을 나누는 게 나왔는데
-93즈ㅠㅠㅠㅠㅠ
-숙소 썰 귀엽네ㅋㅋ
-유연서 원세븐이었어? 처음알았네
-근데 유연서랑 원세븐이랑 사이 나쁜거 아니었어?
유연서가 원세븐을 남몰래 투자했다는 장면만 쏙 빠져 있었다.
“밝혀져서 쟤네한테 좋을 건 없잖아요.”
그는 한국에 오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이 피디에게 그 장면을 편집해달라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이 피디는 정말 안 되겠냐고 질척거렸지만, 유연서는 단호했다.
“그래도 되겠어?”
옆에서 엿듣고 있던 진수호마저 고개를 숙인 채 유연서를 바라봤다.
어차피 그가 말 안 했어도 원세븐의 소속사, AST 엔터에서 편집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을 것이다.
“누가 알아달라고 했나요. 이미 다 끝난 일인데.”
유연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침 카메라가 유연서와 박승환을 비췄다. 그들은 표정을 싹 바꾸고서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뭐 대단한 일 했다고 방송에 나가는가, 당사자가 알면 됐다.
[도련님, 오범수는 AST엔터에서 나갔다고 합니다.] [제 발로 나갔대요?] [말은 그렇게 하는데, 짤린 거겠죠.]뒤로 빼돌린 돈도 받았고, 대표에게 직접 사과도 받았다. 밝혀봤자 아직 원세븐은 AST엔터 소속이었다.
[꼬리 자르기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유연서가 투자했다는 게 밝혀지면 원세븐의 기적 같은 역주행 성공 스토리가 퇴색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뒷돈을 빼돌렸다고 논란이 된다고 해도 오범수에게 뒤집어씌우고 문제 직원은 퇴사했다로 무마했을 것이다.
[임승현 씨, 수고했어요.] [더 안 해도 되겠습니까?] [탈탈 털었으니 됐지.] [그럼 적당히 약점 잡아놓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임승현이 생각하는 ‘적당히’가 얼마나 클지 짐작도 안 간다. 어쨌든, 호구 잡힌 것을 바로잡았으니 더는 관여 안 하기로 했다.
‘드리밍’의 정다희 작가는 극본 상에 후보로 올랐지만, 워낙 쟁쟁한 선배 작가에게 밀려 수상은 실패했다. 그래도 후보에 든 게 감격스러워서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백산예술대상 TV 드라마 부문 조연상 후보······.)
스크린 화면이 바뀌면서 후보에 오른 다섯 명의 짤막한 연기 장면이 나왔다.
(디버깅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나가. 내가 강제로 내보내기 전에.)
드리밍, 유연서
총을 겨누는 춘백의 장면이 끝나고 5 분할로 된 화면에 수트를 입은 유연서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어차피 안 되겠지.’
자신 없는 게 아니라, 대진운이 나빴다. 작년은 유독 좋은 작품이 쏟아져나오는 해였다.
시상자가 봉투를 열어 수상자를 호명했다. 유연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쉽다.”
“다음에 또 기회 있겠지.”
오히려 옆에 있는 이윤정과 박승환이 과할 정도로 그를 위로했다.
‘난 진짜 괜찮은데.’
아니, 안 괜찮은가? 유연서는 약간 답답해지는 기분에 미간을 찌푸렸다. 본체가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백산예술대상 TV 드라마 부문 최우수상······.)
(진수호 씨 축하합니다.)
최우수상은 역시 진수호였다. 근처에 있던 배우들이 일어나 축하했다. 유연서도 그 틈에 있었다.
“축하해요.”
“그래.”
진수호가 웃으며 무대 위로 걸어갔다. 그 뒷모습에서 유연서는 신인상 수상 후보로 올랐던 과거를 생각해냈다.
‘괜찮은 게 아니구나.’
조금 씁쓸해진 감정을 느낀 유연서가 내심 놀랐다. 나도 상 욕심이라는 게 있었네?
‘다음에는 수상을 목표로 해볼까.’
이제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기는 싫다. 유연서는 수상소감을 마친 진수호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속으로 의욕을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