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2)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2화(12/275)
펜타니엄으로 돌아오고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거 들었어? 서리스 님 일.”
“아, 들었지.”
사망자 한 명, 부상자 조금.
서리스의 주도권 아래 이번 3성급 세계 침식을 훌륭하게 마쳤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그렇기에 가장 최신 정보에 예민한 하녀들이 청소는 하지 않고 서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분명 첫 출전인데도 대활약을 펼쳤데.”
“이제는 사실상 몰락한 게으른 삼남이라는 말은 붙이면 안 될 거 같지.”
“정말 무슨 바람이 부신 걸까. 술 마시고 나한테 치근덕거리시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녀는 이제 와서 아쉬운 듯 볼을 손으로 눌렀다.
“바보, 그때 낚아채지 그랬어. 혹시나 알아. 가주까지 오르셔서 안주인이 될 줄.”
“정말 나 그러면 피눈물 흘릴 거 같아.”
“둘 다 청소나 똑바로 하렴.”
하녀들이 키득거리며 한창 이야기를 늘어놓던 순간 일침이 들어왔다.
거기에는 청송관 하녀장이 있었다.
깜짝 놀란 하녀 두 명은 등을 곧추세우며 재빨리 청소 구역으로 돌아갔다.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던 하녀 장은 창가 너머 서리스를 바라보았다.
‘참, 몇 달 만에 많이 변하셨지.’
서리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청송관 하녀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서리스를 가장 오랫동안 보아 온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기저귀를 못 떼시던 시절이 엊그제 같으신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변한 서리스를 보던 그녀는 오늘 펜타니엄 본관에서 있는 소가문 회의를 떠올렸다.
분명 이번에 서리스가 참여한 세계 침식이 문제가 되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불려 가시는 게 아니려나 걱정되네.’
하지만 자신은 기껏해야 하녀장, 서리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녀는 걱정 섞인 한숨과 함께 풀 죽어 돌아오시면 좋아하는 음식이나 만들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 * *
채엥!
검이 휘둘러지는 소리가 한 차례 울려 퍼졌다.
소리의 주인은 천랑후와 서리스였다.
청운귀명으로 검을 일으킨 서리스는 매섭게 천랑후를 몰아쳤고.
서리스의 검을 받아치는 천랑후는 미소 짓고 있었다.
“이제는 거의 3성 끝자락에 도달하신 듯합니다. 별의 힘이 전보다 더 성장했군요.”
3성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벌써 3성 끝자락에 다다른 서리스를 보며 천랑후는 감탄하고 있었다.
3성인 이류(二流) 수준만 되어도 청림단에서 지역 단장 자리 정도는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대부분 일반 사람들이 3성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서리스의 지금 성장 속도는 재능의 영역을 아득히 넘어선 것이었다.
‘만약 이대로 4성에 오르신다면.’
경지만 따진다면 검의 샛별인 검성(劍城)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샬롯과도 동급.
‘아니, 이 속도라면 샬롯 님조차 넘어설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절정의 고수가 될 서리스를 떠올리며 천랑후는 흐뭇한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성위가 말해 준 예언이 최근 들어 그 효력을 톡톡히 이루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천랑후와 달리 서리스는 정작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금강잔월도 차근하게 3성에 오른 마당, 본래라면 성과에 기뻐해야 할 테지만.
‘육체는 무겁고 검은 무뎌. 그때와 비교하면 너무 모자라.’
흑마녀에 의해 각성한 세계 침식의 주인을 상대로 휘둘렀던 그 일 검의 기억.
그 기억 때문에 서리스는 도저히 성취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지금 현재 수준에 격한 갈증을 느끼는 서리스였다.
너무 높은 영역을 보고 말았기에 지금의 자신이 한참 모자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강잔월 쪽도 슬슬 막히는 느낌이야.’
소드란의 비기인 금강잔월이 적힌 책을 어린 시절 동화책처럼 매일 읽었던 서리스다.
하지만 이론과 실전은 엄연히 다르다.
금강잔월의 대가 끊겨 있었던 만큼 직접 배우지 못했던 서리스는 슬슬 이론만으로는 한계점에 봉착한 것이다.
‘무언가 딱 넘어가는 시점이 있을 거 같은데.’
좀처럼 그 부분을 잡을 수가 없으니 더욱 안달 났다.
채엥!
그 순간 서리스가 검을 놓쳤다.
그런 서리스를 보고 천랑후가 말했다.
“조금 휴식하시죠.”
“응.”
조금 딱딱하게 대답한 서리스는 옷깃으로 땀을 훔쳤다.
지금은 대련 후 만족스럽게 흘리던 땀이 아니어서 그런지 더더욱 끈적하게 느껴졌다.
“서리스 님.”
그런 순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리스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릴리스의 심부름꾼이 있었다.
또 어머니 호출인가?
서리스가 의아함을 품었을 때 심부름꾼의 말이 이어졌다.
“오늘 있을 소가문 회의에서 이번 세계 침식 건을 겪으신 서리스 님의 의견이 필요하니,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 내려왔습니다.”
“아, 그런가.”
흑마녀가 아직 세간에 퍼지기 전인 상황.
이번 세계 침식 건은 소가문 회의에 충분히 나올만한 의제였다.
“알았어. 옷을 갈아입고 바로 가지.”
훈련 후 땀에 젖은 이 꼴로 갈 수는 없으니.
서리스는 곧장 수련장을 나와 깔끔히 세안 후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심부름꾼을 따라 본관으로 향했다.
가문의 안주인인 릴리스의 취향인지, 최근 복도에 늘어난 도자기들이 보였다.
이윽고 서리스는 복도 한편에 장식된 거대한 용 석상을 지나쳐 소가문 회의장 문 앞에 섰다.
‘오랜만이네.’
이래 보여도 한때는 소드란 가주였던 서리스다.
발언권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회의에는 종종 참여했었다.
그렇기에 서리스는 익숙하게 심부름꾼이 열어 준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섰고.
“그래서 이 건은 칸빌레 쪽에 맡기지 않았습니까? 다음부터는 제대로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너무 하네요. 저희 쪽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었지 곧장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을 텐데. 오를레는 여전히 융통성이 없으시네요.”
날이 선 대화가 귀를 강렬히 때렸다.
‘오를레는 예나 지금이나 같고. 칸빌레는 분명 사라진 소드란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는 소가문이었지.’
당연하지만 이곳에 소드란은 없다.
‘소드란이 없는 회의는 이런 분위기인가.’
서리스는 고개를 들어 회의 참여자들을 바라보았다.
“서리스, 왔니?”
회의 참여자들은 제일 중심에 있는 펜타니엄 수뇌부 청선로의 수장이자 서리스 고모인.
펜타니엄 라리나부터.
“흐음.”
서리스의 외할아버지라 할 수 있는 듬직한 체격의 하체펠 가주.
하체펠 드웨이진.
“지금 융통성 없는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잖습니까.”
까칠하게 보이는 작은 눈에 안경을 쓴 오를레의 직계 첫째.
오를레 바비앙.
“소가문끼리 이해 좀 해 달라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능청스럽게 구는 여성은 칸빌레 차기 가주.
칸빌레 이지스였다.
서리스는 칸빌레 쪽에 관심이 갔지만, 소가문 회의인 만큼 관심을 껐다.
칸빌레에 대해 알아보는 건 나중 일이다.
“애초에 차기 가주도 아니신 분께서 하는 제안은 오를레의 정식 제안이라고 보기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녀는 청록빛 긴 머리를 귓가로 넘기며 바비앙을 도발했다.
바비앙이 아무 말 못 하고 입술을 깨물자 그녀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자식이 많아 차기 가주를 제대로 정하지 못한 오를레는 여전히 저 건으로 시비가 붙는 모양이다.
“여기로 와서 앉으렴. 이제부터 이번 세계 침식 건에 관해 이야기할 참이니.”
라리나의 친절한 부름에 서리스는 곧장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둘 다 그쯤 하지.”
그러는 사이 이지스와 바비앙이 아직도 다툴 기색을 보이자 드웨이진이 둘을 제지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입김이 센 것은 하체펠 가주인 드웨이진이다.
본래라면 소가문 회의라고 해도 가주 보다는 직계 쪽이 오지만 하체펠에는 직계가 없었다.
‘펜타니엄 가주인 락로드에게 시집와 버렸으니.’
그렇기에 드웨이진 입장으로서는 차기 가주를 뽑고자 한다면 펜타니엄 직계 중에 골라야 할 판.
결국 본인이 직접 소가문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나도 엇비슷하긴 했지만.’
나이가 차도록 아내를 맞이하지 못했기에 회의에 직접 참여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서리스는 씁쓸히 웃었다.
그러는 사이 드웨이진은 아닌 척하면서도 서리스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체격이 상당히 좋군. 10년 전에 봤을 때는 조그맣고 여리여리했었는데.’
서리스가 몰락한 게으른 삼남이라는 소식은 드웨이진에게도 줄곧 들려오던 사실이다.
그렇기에 본래는 서리스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던 드웨이진이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침식을 그의 주도하에 훌륭히 정화했다는 소식이 그의 귀에 들어왔고.
오늘 이렇게 직접 보고 나니 살짝 관심 동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개과천선했다는 말은 사실일는지.’
하체펠은 소드란의 금강잔월과 비슷한 강기수식(强氣守式)이라는 비기를 가지고 있다.
육체 단련이 주된 가문이라서일까.
‘그래도 체격 하나는 마음에 드는군.’
유달리 체격이 좋은 서리스에게 계속 눈길이 가는 드웨이진이었다.
‘이 양반 오늘따라 부담스럽게 왜 이리 쳐다본담.’
그리고 그런 그의 시선의 의미를 해석 못 한 서리스가 평소와 다른 그를 부담스레 느꼈다.
“그럼 세계 침식 경험을 한 서리스가 왔으니 이번 건을 이야기해 보죠.”
라리나는 주름살 진 미소를 그린 채 이번 세계 침식 건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별의 등급이 상승하는 ‘세계 침식 각성’ 현상이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조사관들을 통해 세계 침식의 본래보다도 별의 등급이 훨씬 더 상승한 유례없는 사건.
“이번에 저희 펜타니엄 영지에서도 일어난 이상 ‘로렐라이’쪽에만 맡길 수는 없게 되어 소가문과 의제를 논하고자 합니다.”
세계 침식 전문 조사 협회 로렐라이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계 침식 각성 현상에 관한 마땅한 결론이 안 나온 마당.
그렇기에 이번 건으로 펜타니엄도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라리나 님, 우선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무정귀 또한 세계 침식에 당했다는 것은 사실입니까?”
안경을 치켜세운 바비앙의 질문의 라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6성인 천랑후가 당했다라. 이래서는 소가문 정도는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데요.”
이지스도 이번 건은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한 듯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청랑단을 각지에 추가 배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네, 안 그래도 수뇌부 쪽에서도 청랑단 운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바비앙의 추가 질문에 잘 말했다는 듯 라리나가 말을 받았다.
펜타니엄에는 청림단 말고도 또 다른 군사 집단이 존재한다.
청랑단주 하다크를 중심으로 최소 4성급 이상의 뛰어난 병사들로 이루어진 500명의 정예 집단.
청랑단(靑狼團).
그들이 주 활동지는 있는 것은 당연히 끝없는 초롱과 가장 가까운 레일로였다.
“하지만 레일로에 배치된 청랑단이 줄어들면 끝없는 초롱을 막을 병력이 부족해질 텐데요.”
“추가 대책은 모색 중이에요. 이 부분은 차차 더 이야기해 드리겠어요.”
이지스의 말에도 답변한 라리나는 그대로 서리스를 돌아보았다.
앞서 이야기할 건 다했으니, 이제 경험자인 서리스의 이야기를 들어 볼 차례라는 듯.
“서리스, 이번 세계 침식 건에서 겪은 것과 생각을 말해 보렴.”
서리스는 망설였다.
의제가 의제인 만큼 모두 중요시 하고 있는 상황.
과연 이들 앞에서 어디까지 얼버무릴 수 있을까.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