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21)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21화(121/275)
한창 지속되던 싸움 속.
이전까지 여유로웠던 오웬의 눈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아까 전까지 한 방울도 맺히지 않았던 식은땀은 그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숨소리 또한 상당히 가빴다.
‘이놈들.’
조언하지 말 걸 그랬나.
한순간 그런 생각이 스칠 정도로 오웬은 두 사람의 합공에 꽤나 고전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연격으로 찔러 들어온 번개의 창이 오웬의 머리와 가슴을 노렸다.
일렉시즘의 가문비기 뇌뢰천성(雷壨天星)은 체내에 흐르는 번개를 기반으로 한 신속의 찌르기를 주로 삼는다.
직선적인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그 빠르기는 오웬조차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뿐이라면 상대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뇌뢰천성의 특성상 신속의 찌르기는 한순간에 많은 별과 체력을 잡아먹는다.
그 탓에 뇌뢰천성을 한계까지 휘두른 호라이즌에게는 특유의 반동이 찾아오게 되고.
그 반동이 오는 타이밍까지만 공격을 막거나 피하면 되었는데.
화륵!
호라이즌이 창을 회수하자마자, 치솟은 불길과 함께 이바드라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전신에 화염을 두른 이바드라의 공격은 호라이즌에 비해 속도는 느리나.
그 한 번, 한 번의 충격이 상쇄하기 힘들 정도였다.
한쪽은 극한의 속도.
다른 한쪽은 극한의 파괴력.
그 때문에 오웬은 호라이즌과 이바드라를 상대할 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대항해야만 했다.
덕분에 몸의 피로감은 배가 되었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두 사람을 상대해야 했다.
체력 싸움에는 자신 있었으나, 이런 식의 전투를 호흡조차 돌릴 시간 없이 하다 보니.
베테랑인 오웬조차 버겁기 그지없었다.
‘이래서는.’
또 한 번 이바드라 대신 호라이즌의 창이 교체되듯 찔러 오자 그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끊어 내지 못하면 끝장이다.
그 사실을 자각한 오웬이 일순 여태까지 불러들였던 별보다 두 배나 많은 출력을 끌어모았다.
그러자 그의 사슬이 별을 머금음과 함께 사람 팔 두께만큼이나 부풀었고.
오웬은 양쪽에 쥔 거대한 사슬로 난무를 펼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사슬들이 의지를 가진 듯 미친 듯이 휘둘러지자, 이바드라와 호라이즌은 그걸 뚫지 못하고 물러나야만 했다.
자욱한 흙먼지 속 두 사람이 긴장한 듯 숨을 몰아쉬자, 절그럭 소리와 함께 오웬이 걸어 나왔다.
“놀랐어. 내가 조언하긴 했지만, 둘 다 그렇게 빨리 호흡이 맞출 줄은 몰랐거든.”
오웬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렇게까지 몰릴 거라곤 상상조차 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말과 달리 호라이즌은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그럴 리가.
호라이즌은 호흡을 맞추고 있지 않다.
정확히는 이바드라가 일방적으로 그에게 맞춰 주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자신의 공격이 끝나는 타이밍을 정확히 알고 지원하고.
그리고 자신의 호흡이 돌아오는 순간에 맞춰 타이밍 맞게 빼 준다.
말로 하면 쉽지만, 전투 중 모든 걸 의식하고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묘기였다.
‘염성이 이 정도였나?’
기억 속 이바드라와 너무도 달라진 모습의 호라이즌은 왠지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독불장군 같았던 이바드라의 변화는 호라이즌에게 있어서도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호라이즌, 온다.”
이바드라를 의식한 호라이즌이 잠시 딴생각을 한순간,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호라이즌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오웬을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바닥에 꽂힌 사슬을 손으로 쥐고 있었다.
“이건 대련장이 엉망이 될 게 뻔해서 쓰지 않으려 했는데.”
오웬의 얼굴에는 살기등등한 웃음이 진득하게 묻어 나오고 있었다.
“제대로 안 하면 나도 힘들 것 같아!”
그 순간 오웬의 팔이 부풀어 오름과 함께 땅속에 박힌 사슬을 들어 올렸다.
드드드득!
뒤이어 울린 굉음은, 대련장 바닥 전체의 붕괴를 의미했고.
한때 바닥으로써 쓰이던 부서진 암석 덩어리는 전부 오웬의 사슬에 묶여 있었다.
이내 사슬에 묶인 암석 덩어리가 이바드라와 호라이즌에게 날아들었다.
마치 운석이 추락하는 듯 날아오는 암석 덩어리를 보고 둘은 동시에 바닥을 박찼다.
화염이 일렁이고.
번개가 튀었다.
멸천화륜을 담은 이바드라는 암석 덩어리를 정면에서 부숴 내고.
뇌뢰천성을 담은 호라이즌은 암석 덩어리를 조각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슬에 묶인 암석들은 하늘에서 끝없이 쏟아지고 있었고.
“잡았다.”
그 사이로 새로운 사슬이 튀어나와 두 사람의 팔목을 감쌌다.
“윽!”
“큭!”
동시에 침음성을 내뱉은 이바드라와 호라이즌의 머리 위에 암석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팔목이 각자 한 쪽씩 붙잡힌 만큼 그들에게는 피할 방도가 없었기에, 둘은 남은 한 손으로 필사적으로 암석을 부숴 나갔다.
콰과광!
쏟아진 암석의 잔해 속 엉망이 되어 버린 두 사람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한쪽 손목이 사슬에 붙잡힌 두 사람은 오웬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자, 끝내 보자고.”
그런 둘을 보며 오웬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팔목에 휘감긴 새로운 사슬을 바닥으로 늘어뜨렸다.
딱 보아도 다음 공격으로 끝낼 작정이었다.
얼굴 가득 먼지가 묻은 호라이즌의 눈동자가 오웬을 노려보았다.
숨이 가쁘다.
폐부가 찌르듯 아프다.
창을 휘두른 팔이 미친 듯이 떨렸다.
이길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순간 답은 간단했다.
그 또한 패배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집스러운 성격이라곤 하나, 그것은 패배 앞에서는 전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영성에게 처참하게 당한 그날 맹세하지 않았던가.
앞으로 다시는 패배를 새기지 않겠다고.
“이바드라!”
피를 토하듯 호라이즌이 이바드라의 이름을 외쳤다.
“왜 이놈아.”
이바드라는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그는 이미 그 부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난 방법 없다. 그렇지만 넌 있겠지! 대가문 직계씩이나 되니까!”
“좀생이 같은 놈. 그래.”
이바드라는 호라이즌만큼이나 먼지 가득한 얼굴로 핫 하고 소리 내었다.
“이제 네 차례다. 맞춰 주마.”
자존심을 꺾었다.
그걸 보자마자 이바드라가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그 순간 이바드라의 기색이 바뀌었다.
멸천화륜을 전신에서 토해 낸 이바드라의 육체가 한계치까지 부풀고, 그의 눈동자가 맹수와 같이 빛났다.
무언가 사태가 이상해졌음을 깨달은 오웬이 경계하는 순간.
그는 자기 몸이 공중으로 부웅 떴음을 깨달았다.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바드라는 자신을 묶었던 사슬을 오히려 당겨 그의 몸을 띄운 것이었다.
“허튼 수를!”
하지만 오웬도 그냥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이바드라와 이어진 사슬을 끊어냄과 함께 그는 바닥에 사슬을 날려 자기 몸을 고정했다.
덕분에 이바드라에게 전부 끌려가지 않고 그는 허공에 우뚝 정지했고.
이바드라의 수를 파훼했다고 여기며 웃음 지었던 찰나.
그의 눈동자에는 거대한 창을 쥔 호라이즌이 들어왔다.
“잘해라!”
파직.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는 창을 쥔 호라이즌이 별을 한계까지 끌어모았다.
목표는 오웬.
그의 푸른 눈동자 속 일렁인 번개 줄기가 머릿속에 스파크를 내려친 그 순간.
뇌뢰천성(雷壨天星)
오식(五式)
뇌천투뢰(雷天投壨)
그의 육체는 전력을 담아 번개의 창을 내던졌다.
쿠르르르르릉!
번개의 창이 대기를 찢는 특유의 천둥소리와 함께 오웬을 향해 정확히 날아들었다.
저걸 정면으로 맞으면 오웬도 무사하지 못하다.
거대한 푸른색 번개 줄기를 휘감은 창을 눈앞에서 목격한 오웬은 전신을 그 즉시 사슬로 휘감았다.
이 순간 오직 방어를 위해 모든 힘을 집중한 것이다.
창을 받아 내기보다 흘린다.
그 일념 하나로 사슬에 감긴 그의 육체가 창을 흘러 내려는 순간.
그는 튀어 오르는 번개 사이로 보았다.
창끝을 손으로 붙잡은 채 전신을 불길로 뒤덮은 화염의 수라를.
‘하.’
그걸 본 순간 오웬은 포기하고 모든 것 받아들이듯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햇병아리들한테 크게 한 방 먹었구만.
그 생각을 끝으로 오웬은 번개와 화염 속에서 눈을 감았다.
* * *
마지막 일격을 성공한 후, 오웬의 마구가 파괴된 것이 확인되었다.
당연히 승리자는 이바드라와 호라이즌으로, 승리한 호라이즌은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바드라에게 마지막을 맡기긴 했지만, 설마 정말로 이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오웬은 강했기에, 만약 그가 처음부터 전력으로 했다면 애초에 승리는 불가능했을 것임을 잘 알지만.
새삼 승리란 달콤한 것이었다.
“뇌성, 뭐 하냐. 안가고.”
자기 손을 멍하니 보고 있는 호라이즌을 향해 이바드라가 내려가자는 듯 고갯짓하자, 호라이즌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이바드라의 손바닥이 자신의 창을 쥐느라 찢겨 화상과 함께 진물이 나오고 있음을 보았다.
막무가내 같은 합이었지만.
어쩐지 대가문을 향하던 막연한 혐오감은 이 순간만큼은 줄어든 기분이 들었다.
“그래.”
대답하고 이바드라의 뒤를 따라가는 호라이즌의 표정은 어딘가 홀가분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런 둘을 멀리서 지켜보던 서리스는 가볍게 웃음 지었다.
고작해야 몇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바드라의 성장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14번째 시험, 펜타니엄 서리스, 올스타드 스타리즈.”
두 이름이 거론된 순간 또다시 수군거림이 시작되었다.
일곱별에 연이어 또 다른 일곱별의 호명.
거기다가 펜타니엄까지 끼어 있으니 당연히 사람들이 수군거릴 수밖에 없었다.
“서리스, 잘하고 와!”
“직계님 부럽다. 나도 빨리 하구 싶은데.”
서발광과 도로시를 두고 서리스가 대련장 위에 오르자, 스타리즈도 그 뒤를 따랐다.
한쪽은 검정, 한쪽은 흰색.
정반대되는 색감을 가진듯한 두 사람은 어딘가 어우러지기 매우 까다로울 것만 같았다.
묘한 둘의 분위기 속 그들의 앞에 걸어온 것은 꽤나 큰 키의 남성이었다.
그는 기다랗고 새하얀 장검을 허리춤에 끼고 있었는데 서리스와 스타리즈를 보더니 경쾌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펜타니엄에다가 올스타드라 오대가끼리 묶어 놓다니 시험감독들도 참 너무한다. 그렇지 않냐?”
이카루나 글라오스.
4대 가문 연합 소속 이카루나의 직계.
신성검이라는 특이한 검을 다루는 그는 둘을 보며 비아냥거리듯 웃었다.
“내가 성격이 모나서 말이야. 대가문 직계들만 보면 시비를 걸거든.”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수문장.
그를 넘어서지 못하면 가문으로 돌아간다 한들 가주 자리를 얻지 못할 거라는 소문을 지닌 남자다.
거기에 성격도 이러니, 수많은 대가문과 소가문 직계들을 상대로 그는 손수 재능을 시험하곤 했다.
‘시험 감독관님도 악질이지.’
아무리 재능 있는 놈들이라 한들 결국 이제야 20살이 된 경험 적은 병아리들인데.
‘그래도 현실을 미리 알려 주는 것도 괜찮긴 하지.’
오랜만에 또다시 수문장으로서의 역할을 해 줘야겠다며 그는 씨익 하니 웃었다.
“14번째 시험 시작.”
그 순간 때마침 앙켈니우스의 시험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디 얼마나 하는지 볼……”
글라오스가 느긋하게 말을 내뱉는 순간, 그는 자신의 눈앞에 무언가 새까만 게 덧씌워졌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자신의 턱 아래에서 솟구쳐 오는 검격에 반사적으로 빠지려는 순간.
중력이 배가 된 듯 바닥이 자신을 거칠게 끌어당겼다.
덕분에 빠지려는 동작이 늦은 그는 가까스로 고개를 틀었고.
그의 볼 바로 옆을 쇄도하듯 검이 지나갔다.
겨우 그의 시야 앞 암막이 거치며 회복된 순간, 글리오스는 자기 볼에 핏물이 흐르는 걸 느끼며.
눈앞에서 다음 검을 내지르려는 서리스와 이미 다음 마법을 준비한 스타리즈가 보았다.
그들의 눈동자는 전의를 가득 담아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 모습은 글라오스조차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 이것들 처음부터 왜 이리 진심인데?!’
그 생각대로 너무나 진지한 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