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23)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23화(123/275)
시험이 끝나고 다음 날.
워너힐 아카데미의 교관들 사이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설립 이래로, 99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 시험을 참관하는 건 대대로 조교들과 학생들의 몫이었다.
교관의 직위에 있는 자가 맡는 시험감독관을 제하면, 나머지는 조교로 참여하는 졸업생들과 학생들이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치러진 시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각 지부의 교관들은, 시험을 도운 이들에게서 그날의 이야기를 듣고는 하나같이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글라오스가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해?”
“일곱별이 오는 건 알았는데, 마왕화를 한 녀석이 있어?”
“맹인검사? 그건 또 뭐냐.”
“윌즈베르크인가. 갈증 관리를 못 하면 또 소란이 일어나겠는데.”
“뇌성! 걔는 좋지. 그놈은 잘하면 일렉시즘을 더 키울 수 있을 거야.”
“염성도 왔나. 바르크도 신경 많이 쓰겠구만.”
“귀왕령, 이걸 다루는 사람이 진짜로 나올 줄이야.”
“신왕의 아들도 있군. 이거 원, 이번 해에는 뭐가 있나? 네임드가 왜 이리 많아.”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것은 다름 아닌 펜타니엄 직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뒤늦게 월석이 부서졌던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떨어트리거나 해서가 아니라, 별이 너무 과도하게 주입되어 견디지 못하고 깨진 사실이 말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월석이 부서져?”
“게다가 이 사람 펜타니엄 직계잖아. 그 글라오스를 마성이랑 함께 상대했다는.”
“염성을 쓰러트렸다는 말도 있던데.”
그리고 그러한 사실들은 당연히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워너힐 아카데미의 각 단끼리는 언제나 경쟁이 요구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대가문의 지원은 필수적이었고, 이를 쉽게 받는 방법은 역시 대가문 직계를 단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득과 더불어, 그 직계란 존재가 실력까지 출중하다면?
당연히 눈독 들일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침식이 최우선이긴 하나 새로운 장비 구매, 연구, 그리고 훈련소 정비, 새 훈련 시스템 적용 등.
전부 다 돈이 있어야 해결할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인재는 항상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재를 보다 뛰어나게 키운다면, 그 명성을 통해 각 단의 이름 또한 알릴 수 있기에 인재 경쟁은 항상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담으로 이러한 경쟁은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 최고의 커리큘럼을 제공할 수 있기에.
영웅을 키워 내고자 하는 워너힐 아카데미의 목적과도 일맥상통했다.
그리고 올해.
그 경쟁은 앞서 말한 이유로 인해 어느 때보다 심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정작 서리스 본인은 그러한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이 워너힐 아카데미에 합격했다는 사실에 한창 감격하는 중이었다.
‘내가 워너힐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날도 다 오는구나.’
과거로 돌아오기 전.
소드란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라서일까.
서리스는 별을 사용할 수 있게 된 후, 두 번째로 이번 인생을 감사하고 있었다.
삶에 찌든 어른일수록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을 동경하는 법.
시험을 칠 때는 몰랐으나, 막상 합격자 명단에 자신이 있음을 깨닫고 나니 내심 기뻤던 것이다.
그 증거로 서리스는 평소 같지 않게 거울 앞에 서서 워너힐 아카데미 전용 제복을 입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검은색을 바탕으로, 여기저기 그어진 흰색과 푸른색의 선과 은색의 줄로 장식된 제복은 서리스가 나름 큰 체격임에도 불구하고 딱 맞았다.
다만, 청랑단 때보다 좀 더 무거운 느낌이랄까.
최근 조금 길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진 서리스는 밖으로 걸어 나왔다.
“직계님, 조은아치이임.”
“도로시, 거기 서 봐.”
서리스가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기다랗게 하품을 내뱉으며 걸어가는 도로시였다.
그런 도로시를 멈춰 세운 까닭은.
늦게까지 잠을 잔 모양인지 붉은색 머리카락은 땋다 만 데다가.
제복 치마가 말려 올라감은 물론, 옷깃도 엉망진창이라 도저히 봐줄 수 없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어제 마왕화를 쓰고 조교를 쓰러트릴 때만 해도 조금은 어른스러워졌다고 생각했더니.
하루아침에 평소의 도로시로 돌아와 버렸다.
결국 서리스가 도로시의 옷과 머리를 전부 고쳐 주자 그녀는 조금 잠이 깬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직계님, 내 아빠 같아.”
“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
“너무해!”
너무한 건 그쪽이고.
도로시를 보며 딱밤을 한 대 먹인 서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로시는 대체 언제쯤 철들 건지 모르겠다.
“서리스, 도로시, 좋은 아침.”
그렇게 도로시를 끌고 저택 밖으로 나오자 거기에는 서발광이 서 있었다.
서리스보다도 일찍 일어난 듯 정원에 갖춰진 낡은 의자에 앉아 있던 서발광은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복을 차려입은 서발광의 모습은 그야말로 귀공자였다.
곱게 감긴 그의 눈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기에 딱 보아도 수많은 여성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아침에 검 휘둘렀지.”
“아, 봤었어?”
서발광은 살짝 쑥스러워하며 옅게 웃었다.
어제 사구룡과 함께 팀이 된 서발광은 졸업생 조교를 상대로도 그 실력을 여실히 발휘했다.
그 모습은 과거 서리스가 기억하는 맹인검사 서발광의 모습과 똑 닮았기에, 그의 성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참, 수하로 받길 잘했지.’
역시 옆에 있는 사람 중 언제나 믿음직스럽고 가장 든든한 서발광다웠다.
“그러고 보니 크라페는 봤어?”
“아침에 먼저 갔어. 같이 가자고 했는데, ‘의문’이라고 한마디 남기고 가 버리더라고.”
참, 크라페도 자기 뜻 가는 대로 사는 녀석다웠다.
분명 마음속으로 ‘어차피 학교에서 볼 텐데, 왜 굳이 같이 가야 하지.’라고 생각했겠지.
‘이전에 나를 따라온 건 나한테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였는 듯하긴 했는데.’
며칠 사이 그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해결됐는지 몰라도 본래 마이페이스로 돌아간 크라페였다.
“우리도 가자.”
먼저 갔다면 기다릴 이유도 없었기에 서리스는 모두를 데리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마왕의 거처로 쓰이던 숙소와 워너힐 아카데미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지라 도착하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어제의 소란이 가짜 같네.’
여기저기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이긴 하나, 어제 시험생으로 가득 찼었던 것에 비하면 사람이 정말 많이 줄었다.
“서리스, 우리 셋 다 A반이네. 다행이다. 그치.”
반은 조교들이 평가에 따른 점수로 배정된다고 했다.
각자 점수가 몇 점인지는 말해 주지 않았으나, A반이 고득점자 반이란 건 확실했다.
서발광의 말마따나 셋 다 같은 반이라고 생각하며 서리스는 A반으로 향했다.
‘드디어 입학인가.’
서리스가 처음 워너힐 아카데미에 입학하길 결심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교장인 성위 때문이었다.
노망난 영감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진 그다.
게다가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실력은 진짜고, 그라면 지금 자신의 상황을 뭔가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만.’
밑져야 본전이다.
성위라면 당장 서리스에게 검은별이 있다 해서 무턱대고 세계 침식자로 몰지는 않을 테니까.
‘학생 신분으로 바로 만나는 건 쉽지 않을 거 같긴 한데.’
워너힐 아카데미의 교육 과정은 1학년 때 지옥같이 굴린다는 것 말곤 잘 모르기에 서리스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드르륵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품는 사이 서리스는 A반 앞에 도착해 있었다.
신나서 문을 먼저 연 도로시를 따라 반으로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얼굴이 다 보였다.
교탁을 중심으로 빙 두르듯 이어진 기다란 계단식 책상들이 눈에 익었다.
“서리스 님, 어서 오세요.”
제일 먼저 서리스를 반겨 준 것은 발렌타인이었다.
몸에 타이트하게 딱 맞는 제복은 그녀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제복 차림임에도 면사포를 쓴 아이랑이 있었는데, 어제 일로 가까워진 듯 두 사람은 자리를 같이하고 있었다.
이내 아이랑이 발렌타인의 귀에 대고 몇 마디 쑥덕이자, 그녀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었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발렌타인을 저렇게 만들 만한 말을 귓가에 스스럼없이 속삭이는 걸 보니, 정말 친해지긴 한 모양이다.
‘나머지는.’
저 멀리 셀링과 앉아 있던 이바드라가 손들어 인사하고, 호라이즌이 잠깐 이쪽을 힐끔 보다 말았다.
크라페는 화장실이라도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오, 니도 방금 왔나?”
그런 순간 때마침 뒤에서 스타리즈나 나타났다.
넥타이도 반쯤 풀고 제복 단추도 전부 다 잠그지 않은 그는 서리스를 보고 반가운 듯 웃었다.
이걸로 올해 입학한 일곱별은 전원 A반 소속임을 알 수 있었다.
‘A반 인원은 15명이라고 했던가.’
다른 반에 비해 15명이나 적은 A반은 그야말로 특별 취급인 모양이었다.
물론 반년간의 성과를 기준으로 반이 또 바뀔 수 있다곤 하긴 하는데.
특출난 A반은 사실상 이렇게 유지되리라.
“서리스 님, 소녀 쪽으로 오세요.”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마침 아이랑이 불러 줬기에 서리스는 순순히 그쪽 자리로 갔다.
딱히 자리를 정한 바도 없고, 친구인 발렌타인이 바로 옆에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서리스가 자리에 앉자, 스타리즈도 그의 근처에 앉았다.
서발광과 도로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바드라와 셀링 쪽도 슬그머니 이쪽으로 왔다.
‘왠지 이 주위만 북적거리기 시작한 거 같은데?’
서리스가 그런 의문을 품는 사이 드륵 하고 문을 연 크라페가 걸어와 빈자리에 앉았다.
어디서 뭘 하고 왔는지는 몰라도 그의 머리에는 나뭇잎이 붙어 있었다.
크라페를 마지막으로 반 인원수는 딱 15명.
서리스는 아는 얼굴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들을 슥 훑었다.
아무래도 일곱별의 명성이 대단한 덕분인지 서리스가 잘 모르는 6명은 조금 의기소침해 보였다.
‘분위기를 망칠 생각은 없다마는.’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할 거다.
‘이쪽도 매일 주눅 들고 살아 봐서 알거든.’
결국 난 놈들 사이에서 버티려면 자기들도 난 놈이 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딱딱딱.
그러던 순간 복도 밖에서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점점 교실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확신한 모두가 하나둘 말을 줄였고.
곧 덜컹 하고 교실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안경을 낀 선한 얼굴의 남성이 서 있었다.
특이한 모양의 워커를 신고 있는 그는, 그대로 교탁 앞까지 다가가 서더니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좌중을 돌아봤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A반 담당 교관 가이든 밀리오레라고 합니다.”
호랑이 같은 교관이 올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선해 보이는 인상의 교관이 왔다.
“입학시험 기준 가장 뛰어난 15인이 배정된 반인 A반을 맡게 되어 개인적으로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이름과 얼굴을 확인할 겸 출석을 부를 테니 대답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 밀리오레는 한 명씩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얼굴을 기억하기 위함인지 출석을 부르는 동안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하며 꼼꼼히 확인하였다.
“좋은 분 같으시다.”
“일단은 그래 보이긴 하네.”
서발광의 말에 동의하던 서리스는 자기 차례가 오자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서리스와 눈을 마주치더니, 곧 턱을 매만지며 짧게 생각하다 싱긋 웃곤 다음 사람을 불렀다.
그 모습을 보고 서리스가 의아함을 품는 사이, 밀리오레는 출석을 마치고 단상을 손으로 잡았다.
“워너힐 아카데미에서 첫 1년간의 과정은 아마 여러분도 한 번쯤 들었을 거로 생각하지만, 단련과 훈련이 주된 목표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손으로 등 뒤에 있는 칠판에다가 그 기간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1년간 여러분은 다음 해에 들어가게 될 다섯 개의 단에서 여러분의 성과를 증명해야 합니다.”
“성과라면 어떤 거죠?”
아이랑이 질문을 던지자 밀리오네는 친절한 웃음을 띠었다.
“어떤 거긴요. 세계 침식이죠. 여러분은 앞으로 1년간 죽어라 세계 침식 속에서 굴러야 합니다. 인류를 지킬 병기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와 동시에 점차 방금까지 친절했던 그의 웃음이 서서히 비틀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모두의 머릿속을 관통하는 게 있었다.
아, 저 인간. 정상은 아니구나.
첫인상은 친절했지만, 그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의 웃음은 그야말로 악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
“철저하게 구르고 굴러 병기가 되어 인류를 수호하십시오. 그게 여러분이 나아가고 지향해야 할 길. 워너힐 아카데미에 들어온 시점부터 여러분은 자신을 인간이라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미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밀리오레는 칠판에다 5개의 단을 각각 적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5개월간 여러분은 임의로 짜인 3명의 조원과 함께 각 단을 돌면서 단에 배치된 교관에게 훈련받을 겁니다.”
임의라는 건, 학생들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다는 소리였다.
시험 때와 같이 또다시 제멋대로 조원이 짜지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A반은 모두 다 천재라고 봐도 무방해서 누구와 조가 짜이든 문제가 없을 거란 것.
“그 성과는 고스란히 저한테 전해지니, 부디 최선을 다해 주시길. 이상.”
그 말을 마치고 그는 곧장 자신이 짜 둔 조원의 이름을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어느 단으로 가야 할지도 전부 정해 놓았는지 척척 써 갔고.
잠시 후, 서리스는 자신의 조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리스으.”
“직계님, 혼자 도망쳤어.”
서발광의 비통함 음성과 도로시의 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 좋게도 서발광과 도로시는 같은 조가 되었지만, 서리스 대신 그 자리에는 스타리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뭐고, 서리스랑 같은 팀 아이네.”
스타리즈 쪽도 아쉽긴 마찬가지인 듯하였다.
“후후, 서리스 님, 잘 부탁해요.”
“같은 조.”
그리고 서리스의 조원은 바로 이 두 사람.
아이랑과 크라페였다.
면사포 아래로 흥미가 가득 담긴 웃음을 짓고 있는 아이랑과.
여전히 나른한 표정을 짓고 묵묵부답인 크라페를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앞으로의 5개월이 꽤나 험난할 것 같은 기분이 왜 드는 걸지, 잘 모르겠다.
……아니, 알 거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