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26)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26화(126/275)
그 게걸스러운 탐욕에 서리스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는 순간, 녹색 늪이 폭발하듯 솟구친 탓에.
서리스는 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그렇게 그가 계단 위로 뛰어 올라오자, 아이랑과 크라페는 이미 전투 준비를 마친 듯 솟구친 늪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으로 뚝뚝 흐르는 점액질을 본 서리스는 그제야 저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점균 마수.”
크라페가 서리스의 생각을 대변해 주었다.
그러자 아이랑의 두 눈이 황당함으로 일그러졌다.
“저렇게 큰 게 점균 마수라고요? 본래라면 기껏해야 벽에나 붙어 다니는 놈들일 텐데.”
지하와 땅 위 전부를 채우고 있던 녹색 늪지가 다름 아닌 하나의 마수였던 것이다.
“세계 침식 속이니, 상식은 무의미하니까요.”
끝없는 초롱에서 살다시피 했던 서리스도 저 정도로 큰 점균 마수는 처음 봤다.
점액질로 이루어진 놈들은 언뜻 보면 웅덩이 같으나, 그건 점균 마수들이 하나씩 모여 군체를 이룬 것이다.
그 말인즉, 저기 있는 커다란 놈도 결국 점균 마수들이 엄청 많이 모여서 만들어진 놈이란 것이다.
왜 지상에 마수가 전혀 없나 했더니 저놈이 다 잡아먹은 모양이다.
“어쩔까.”
크라페는 물으면서도 이미 검지를 점균 마수에게 겨누고 있었다.
말만 하면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듯한 그를 보고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쥐었다.
“점균 마수에는 군집체를 이끄는 대장이 있어. 그놈을 죽이면 나머지는 흩어질 거야.”
“저런 큰놈 안에 있는 녀석을 어떻게 찾죠.”
상상만 해도 막막한 건지 질린 표정을 짓는 아이랑을 보고 서리스는 쓰게 웃었다.
“제 썩을 검이 그건 이미 찾은 듯하더라고요.”
점균 마수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조금 전 악스판시온은 잠들어 있던 점균 마수의 대장을 건드린 것이라고.
‘이놈 성격상 제일 맛있어 보이는 놈을 무턱대고 건드려 일부 삼킨 거겠지.’
서리스 본인이 허락했던 만큼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지하로 내려가려면 점균 마수를 해치울 수밖에 없는 노릇.
“크라페, 마음껏 쏴!”
서리스가 외친 순간, 크라페의 손아귀에서 흰색의 빛줄기가 쏘아졌다.
직선으로 쏘아진 빛줄기는 점균 마수에게 도달했고, 그 순간 빛줄기를 중심으로 점균 마수가 폭발하듯 터졌다.
그러자 이들의 존재를 알아챈 듯, 건물 여기저기에서 점균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해일처럼 쏟아지는 듯한 그 광경은, 꿈에 나올까 두려운 악몽 같았다.
“아아, 어쩔 수 없네요! 빨리 해치우죠!”
아이랑은 이 끔찍한 광경을 더 보기 싫다는 듯 양손을 펼쳤다.
그 순간 그녀의 주위로 수십 개의 핏방울이 맺혔고.
그 핏방울들이 쏘아지며 점균 마수를 터트려 가기 시작했다.
크라페 또한 그녀를 따라 빛을 연발로 쏘기 시작했고, 서리스는 그들이 뚫어 낸 길을 내달렸다.
자신의 발아래 그림자를 만든 서리스는, 그 군체의 늪에 빠지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지금 그가 향하는 방향은 다름 아닌 점균 마수 군체의 대장.
“악스판시온, 삼킬 거면 한 번에 삼켜라.”
서리스가 경고하듯 외치자 악스판시온은 자신감 넘치게 진동하였다.
그렇게 검을 믿고 점균 마수 위를 내달리자, 뒤에서 날아온 빛의 탄환이 앞길을 터 주었다.
이윽고 서리스는 눈앞에 자기 혼자만 번들거리는 붉은색 점액질을 발견했다.
“후우.”
숨을 들이켠 순간, 서리스를 중심으로 별이 빨려들듯 모여들었다.
동시에 그의 근육이 미칠 듯이 부풀어 오름과 함께 서리스의 그림자가 악스판시온을 휘감았다.
일격에 끝낸다.
망설임 없이 검은별의 어둠까지 끌어 올린 서리스가 그 즉시 검을 내리그었다.
흑월귀명도(黑月鬼銘刀)
삼식(三式)
흑월귀참(黑月歸斬)
점균 마수가 제 의지를 잃는 순간이었다.
* * *
대장을 잃고 나서 제 의지를 잃고 바닥에 늘어져 있는 점균 마수를 뒤로하고 돌아온 서리스는 곧장 둘과 함께 지하로 향했다.
점균 마수 대부분이 지상으로 올라왔던 만큼 지하로 가는 길은 휑하니 뚫려 있었고.
큰 문제 없이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가는 도중 서리스가 검은별을 쓴 탓인지, 감각이 예민한 크라페가 그의 주변에서 킁킁거리긴 했으나.
그 근원지가 서리스인지 눈치채지 못한 듯,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만두었다.
“뭐랄까, 마치 거대한 용이 살 법한 곳이네요.”
지하에 내려온 아이랑이 뻥 뚫린 공간을 보며 말하자 서리스도 동의했다.
못 보던 건물 양식인 만큼 이곳이 얼마나 이질적인 곳인지 체감하게 해 주었다.
“최흉 말고는 이 정도로 공간이 뒤바뀌는 곳은 처음 보는 것 같네요.”
“미개척 지역에서 나오는 세계 침식은 위험도가 훨씬 높으니까요.”
아이랑의 말에 답하며 서리스는 안쪽으로 계속해서 발을 옮겼다.
그 순간 드디어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마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장을 타고 기어 다니는 벌레 마수부터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들개 마수까지.
각양각색의 놈들이 이 지하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평생 살아온 지하의 어둠, 그걸 지배할 수 있는 진정한 주인이 서리스의 곁에 있다는 것은.
“하아.”
조용하게 속삭이듯.
얼어붙을 듯한 숨결이 흘러나왔다.
그 숨을 내뱉은 이는 새까만 어둠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백옥의 피부를 지닌 여인.
너무도 새하얀 피부를 지닌 그녀는 창백하다 느껴질 정도였고.
면사포 아래 가려졌었던 붉은색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윌즈베르크 아이랑.
암성이라 불릴 만큼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야말로 제왕이었다.
면사포 아래 숨겨져 있던 그 외모는 너무나 고왔지만, 입술 사이로 보이는 송곳니는 그런 아름다움을 스산한 공포로 만들기 충분했다.
“드디어 제 마음대로 움직이는 느낌이네요.”
뚜벅뚜벅.
그녀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수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녀의 몸 주위를 가득 메운 박쥐들은 마치 마수를 비웃듯 지저귀었고, 그녀는 그런 박쥐들을 사랑스러운 듯 어루만졌다.
최흉 영원히 그치지 않는 밤.
오직 어둠만이 있는 그곳과 맞서는 어둠의 사자가 도래한 것이었다.
“괜찮나?”
“그저 스트레스 푸는 것 같으니, 괜찮을 거야. 아이랑 님도 조절 중이고.”
펜타니엄도 어둠에서 그림자의 힘이 훨씬 강해지지만, 윌즈베르크는 그 폭이 더 심하다.
지금의 그녀라면 마성과도 꽤 좋은 승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초연한 듯 행동하긴 했지만, 그래도 훈련으로 스트레스가 꽤 쌓인 모양이군.’
영원히 그치지 않는 밤을 상대하고자 만들어진 가문비기를 몸에 익혀 온 만큼.
매일 낮에 진행되던 디다트의 훈련은 그녀로서는 고문과도 같았을 것이다.
조금씩 툴툴거리긴 해도 대놓고 불만을 내지 않았던 건, 그녀가 지닌 인품이라 봐도 좋았다.
아이랑의 성격은 살짝 비틀린 감이 있지만. 서리스가 보기엔 그녀는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사람과의 관계도, 집단에서의 생활도 전부 노력하고 있는 거겠지.’
어둠을 몸에 품은 만큼 낮에 활동하기 힘들 텐데도, 면사포를 쓰면서 최선을 다하는 아이랑은 꽤나 괜찮은 사람이었다.
“전부 조아리도록 하세요. 제가 나아가는 길을 막으면 먹이가 될 뿐이니까요!”
스트레스 풀이가 조금 과해 보이는 것만 빼면.
“슬슬 다 왔어.”
그러는 중 크라페가 악취가 강해진 듯 코를 막자, 서리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랑 님.”
서리스가 아이랑을 부르자 그녀는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곤 이쪽을 돌아보자, 면사포 아래 항상 가려져 있던 루비 같은 눈동자가 보였다.
발렌타인 못지않게 뛰어난 외모를 지닌 그녀는 서리스를 보곤 슬쩍 입을 닦았다.
“서리스 님, 그렇게 대놓고 유혹하시면 안 돼요.”
“……제가 뭘 했습니까?”
“자꾸 살랑살랑 유혹하지 말아 주세요.”
서리스의 마음속에서 조금 높아졌던 아이랑의 평가가 한순간에 다시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윌즈베르크의 갈증이겠지.’
윌즈베르크는 과거 소드란과 같이 가문별이 저주받은 곳 중 하나다.
소드란이 별가루 평원의 주인 월사자 때문이라면, 윌즈베르크는 영원히 그치지 않는 밤의 저주사들에 의해서였다.
그것도 오래전의 과거라 지금은 저주가 해주가 되고, 방비책도 생겼지만.
그 과정에서 그 가문 사람들에게는 갈증이라는 특유의 특성이 생겨났다.
마음에 드는 이의 별문신에 송곳니를 꽂아 버리고 싶은 욕망이 드는 것이다.
‘이걸 아이랑의 마음에 들었다고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일단 송곳니의 표적이 안 되게 주의는 해야겠네.’
예전에는 송곳니를 통해 저주를 옮겨, 다른 이도 자신들과 똑같게 만드는 식으로 저주를 전이했다고는 하나.
지금은 그런 걸 옮기지는 않고, 어둠이 강해지면 갈증이 드러나는 정도에 그쳤다고 하니.
물려도 문제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물릴 생각은 없었다.
“주인이 근처에 있습니다. 소란은 이쯤 하죠.”
아이랑도 어느 정도 장난이었다는 듯 순순히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서리스는 자신의 목덜미에 맺히는 시선 탓에 그쪽 부근이 따가웠지만, 애써 무시했다.
“크라페, 거리는 어느 정도야.”
“500미터, 저쪽도 우리 확인했어.”
500미터 밖의 거리에서도 코로 정확하게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주인을 처리하는 거였고, 무엇보다 상대가 알아차렸다는 시점에서 딴 데 정신을 팔 틈은 없었다.
“우리가 먼저 친다.”
서리스의 발아래 솟구친 그림자가 그의 몸을 감싸며 망토와 같은 형태로 변했다.
그 즉시 서리스는 다리 근육을 거칠게 부풀렸고, 뒤에 두 사람에게 외쳤다.
“뒤따라와!”
그 순간 서리스가 발을 내뻗으며 도약했다.
고작해야 500미터 거리.
그 정도 거리를 한순간에 주파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투쾅!
뒤따라 들려온 소리가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달한 서리스는, 이내 검을 쥔 채 앞에 자리한 마수와 마주했다.
그러자 입은 있으나 눈은 존재하지 않는 머리가 서리스를 인식한 듯 돌아갔다.
문제는 그 머리는 수십 개나 되어, 한 번에 돌아가는 모습이 징그럽기 짝이 없다는 점이었다.
마수는 머리만큼이나 많은 팔에 비해 다리 아래는 텅 빈 듯, 일렁이는 검은색 천에 쌓여 있었다.
쉽게 말해 놈은 허공을 부유하고 있었다.
암형창귀(暗形倀鬼)
어둠 속에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이 등장했음을 깨닫고 서리스는 검을 휘둘렀다.
퍼걱!
휘두른 검에 닿은 것은 암형창귀의 몸이 아닌, 새까만 어둠으로 된 벽이었다.
놈은 자기 머리 중 하나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어둠을 일으킨다.
그 어둠은 능력을 쓰는 머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강한 힘을 지닌다.
그러한 머리 수십 개가 오로지 서리스에게 향했던 만큼, 어둠은 서리스의 검마저 막아 버린 것이다.
뒤이어 암형창귀의 여러 개의 손이 서리스를 찢어 버릴 듯이 날아들었다.
혀를 찬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의 힘을 끌어내 어둠의 벽을 향해 내려쳤다.
그러자 일순간 어둠을 집어삼켜 버린 악스판시온에 의해 구멍이 뚫렸고.
서리스는 그 구멍으로 발을 뻗어 암형창귀를 걷어찬 뒤, 바닥에 착지했다.
“지하라고 짜증 나는 놈이 튀어나오기는.”
악스판시온 쪽을 힐끔 보니, 서리스는 녀석이 오늘 양을 거의 다 채웠음을 눈치챘다.
악스판시온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건 앞으로 좋게 봐야 한 번.
더 이상 악스판시온에만 기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암형창귀네요. 까다로운 마수인데.”
때마침 뒤따라온 아이랑이 박쥐를 부려 암형창귀의 시선을 어지럽혔다.
그러나 박쥐들로는 어둠을 쓸 것도 없다는 양 암형창귀는 몇 차례 손을 휘둘러 박쥐들을 쫓아냈다.
그사이 크라페의 빛의 탄환 몇 발이 놈에게 적중했지만, 어둠의 벽에 번번이 막힐 뿐이었다.
“어쩔 거야.”
이 상황에서도 나른한 표정을 짓는 크라페를 보며 서리스는 검을 들어 올렸다.
“크라페, 지금보다 강하게 빛을 쏟아 낼 수 있어? 여기 지하가 완전 빛에 휩싸이도록.”
암(暗)성향인 암형창귀를 상대로 우리 중 성(聖)성향인 그라말테의 가문비기가 효과가 가장 좋다.
쉽게 말해 암형창귀는 어둠에 사는 녀석.
빛이 있으면 당연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가능, 대신 시간이 필요해.”
그건 우리가 벌면 된다.
“서리스 님, 크라페 님의 빛이 있으면 저는 힘을 거의 쓰지 못할 거예요.”
앞선 이유로 암성향인 아이랑과 성성향인 크라페는 상극.
하지만 방법은 있다.
“괜찮습니다. 빛이 있는 곳에 가장 강한 어둠이 있는 법이니까요.”
크라페의 말을 듣고 아이랑은 무언가 알아차린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짓궂으신 분이네요.”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써야죠.”
“그 말 대로네요.”
아이랑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전의를 불태웠다.
“진짜 어둠의 제왕이 누구인지 가르쳐 주자고요.”
* * *
암형창귀.
머리 하나당 심연 같은 어둠이 깃들어져 있는 놈의 머리는 모든 각도로 돌아간다.
그 증거로 놈은 지금 사방팔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모조리 어둠으로 막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암형창귀라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 내몰린 듯, 지금 상당히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수십 개의 머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자신조차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꾸 공격했기 때문이다.
암형창귀를 공격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아이랑.
허공에 맺힌 그림자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주먹이 암형창귀의 어둠의 벽에 막혀 사라졌다.
곧이어 그의 하체에 달린 천 아래에서 날아든 공격이 또 한 번 어둠의 벽과 부딪친 뒤 사라졌다.
그러한 상황이 끝도 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노스페라투
솜브라 모멘토
윌즈베르크가 지닌 그림자 속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 가문비기이자, 지금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었다.
그녀가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도록 그림자를 열어 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서리스였다.
게다가 어둠 속에서 더욱 육체 능력이 강해지는 윌즈베르크 특성상 공격력도 절대 무시 못 한다.
주먹 한 번, 한 번이 머리를 터트릴 정도의 위력이었으니.
“기리리리리릭!”
요리조리 움직이는 아이랑 때문에 화가 난 듯, 암형창귀의 팔이 마치 날개처럼 펼쳐졌다.
동시에 사방으로 뻗어진 팔에서 마구잡이로 새까만 탄환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아이랑도 공격을 멈추고 물러섰다.
“마수 아니랄까 봐.”
그리고 쏟아지는 탄환 앞에는 서리스가 있었다.
그의 검은 천천히 원을 그리며 움직였고, 날아든 모든 탄환이 그의 검을 타고 새로운 흐름을 얻었다.
금강잔월(金强虥狘)
월반(月反)
쏘아 낸 검은 탄환이 다시금 암형창귀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졸지에 자신의 탄환을 맞게 된 암형창귀는 서리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저놈이다.
아까부터 그림자도 그렇고, 틈을 잡으려 할 때마다 흐름을 끊어 버리는 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암형창귀의 목표가 뒤바뀌었다.
아까부터 하루살이처럼 귀찮게 자신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아이랑 대신 서리스를 먼저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기기기긱―
수십 개의 머리 사이로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놈의 머리 사이로 나타난 것은 유일하게 눈이 있는 개체였고, 그 눈은 서리스에게 정확히 시선을 맞추었다.
투쾅!
그러자 일직선상으로 새까만 빛줄기가 서리스에게 쏘아졌다.
거친 소음과 함께 준비 동작도 없이 쏘아진 빛줄기를 보며 서리스는 짧게 웃었다.
열이 받은 놈의 유일한 눈이 나오기를 일부러 기다렸기 때문이다.
“크라페!”
서리스가 소리를 내지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거대하고 새하얀 별이 떠오른 것이.
그리고 섬광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기이이이이익!”
별에서 쏟아져 나온 빛은 지하 공간 일대를 그 빛은 주변 모든 어둠을 집어삼킬 만큼 너무 강렬했다.
그리고 그 빛을 정면으로 본 암형창귀는 눈이 불타 없어지는 느낌과 함께 비명을 내질렀다.
암형창귀의 눈은 사람과 같이 시야를 보기보다는, 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별을 본다.
그렇기에 방금전 별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빚덩어리는 그의 눈에 타들어 가는 고통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타닥!
그러는 와중 무언가 달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자신이 내지른 회심의 일격이 어떻게 막혔는지도 모르는 암형창귀가 할 수 있는 건.
평소와 같이 어둠 속에서 청각에 모든 걸 의존하고 어둠의 벽을 부리는 것.
주위가 온통 빛으로 둘러싸인 탓에 그의 힘도 약화되었지만, 지금은 수가 없었다.
자신이 가장 잘 다루고 아끼는 어둠의 벽이라면, 어떤 공격이라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리 믿은 암형창귀가 모든 머리를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돌리고는, 어둠의 벽을 세운 순간.
푸욱!
등을 선명하게 꿰뚫은 새하얀 손과 붉은색의 손톱.
그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아이랑이였다.
“빛이 있는 곳에는 어둠이 있다. 딱 맞는 말이네요.”
크라페가 만들어 낸 강렬한 빛에 의해 생긴 암형창귀의 그림자.
그 그림자에서 나온 아이랑의 새빨간 눈이 번들거렸다.
그리고 바로 앞.
불쾌한 감각을 들게 만드는 새까만 검을 쥐고 있는 서리스가 그곳에 서 있었다.
암형창귀의 어둠을 악스판시온으로 삼키고 그의 바로 앞까지 당도한 그가 말이다.
“끝났어.”
암형창귀에게 끝을 고함과 함께 서리스의 검은 그 강렬한 빛 속에서도 어둠을 내리그었다.
그것이 암형창귀가 본 마지막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