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3)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3화(13/275)
“별다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럼 그렇죠.”
서리스가 회의장에서 첫 말을 내뱉은 순간 이지스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런 건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고 반응하는 이지스였다.
처음부터 그녀는 서리스의 이야기를 딱히 귀담아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아뇨. 기다립시오. 기억을 안 난다고 치부하기에는 몇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서리스도 이렇게 쉽게 넘어 가주나 했지만, 그의 말을 물고 늘어진 사람이 있었다.
오를레 바비앙.
그가 날카로운 눈매로 서리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보고에 의하면 서리스 님께서는 당시에 가슴이 절반 이상 날아갔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서리스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극심한 별의 운용으로 인한 체력 저하가 확인될 뿐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죠.”
역시 그는 예나 지금이나 까다롭고 피곤한 인간이었다.
“이를 통해 서리스 님이 세계 침식 내부에서 분명 무언가 했다는 것이 명백할진대, 기억이 안 난다니.”
바비앙의 눈동자가 더더욱 날이 섰고.
“그거야말로 의심스러운 상황 아닙니까?”
이내는 추궁하듯 서리스를 내몰았다.
“그렇군요. 그 말대로입니다.”
본래라면 누구나 움츠러들 상황이었지만, 바비앙의 말을 듣고 서리스는 웃음을 지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바비앙이 눈썹을 꿈틀거렸을 때.
곧바로 서리스의 목소리가 회장 안에 울려 퍼졌다.
“우선 앞서 한 말은 제가 정정하겠습니다. 제가 기억이 안 난다는 부분은 방금 바비앙이 말했듯 제 가슴에 있었던 상처 때문입니다.”
이지스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서리스는 그녀가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렇기에 사실대로 말한다 한들 어린애 이야기라며 그냥 넘겨짚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바비앙이 내 말에 먼저 태클을 걸면.’
서리스가 바비앙의 말을 반박해야 하니, 자연스레 이목이 끌리는 건 당연.
서리스는 이 점을 일부러 유도한 것이었다.
‘흑마녀 건은 빨리 해결해 둘 수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그렇기에 서리스는 기왕 이야기하는 겸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기로 하였다.
자신의 검은별은 숨기되 이들에게 흑마녀의 존재를 확실히 알릴 수 있도록.
“모두가 세계 침식 내부의 정신장악으로 인해 정지했을 때 저는 정신장악을 견디고, 검은색 번개 줄기를 맞은 주인과 맞섰습니다.”
“혼자서 그게 가능하다고요?”
이지스가 무슨 헛소리냐는 듯 말을 지적하자 서리스는 한걸음 물러섰다.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으로.’
사아아.
스산한 기운이 회의실을 감돌았다.
경지가 모자란 바비앙이 무심코 자신의 팔을 감쌌을 때.
서리스의 발아래 그림자가 파앗 하고 천장까지 치솟았다.
“무, 무슨!?”
당황한 이지스가 소리쳤을 때 서리스의 손아귀에 칠흑의 그림자 검 하나가 쥐어졌다.
흉흉한 먹물 같은 별빛을 토해 내는 그 검은 보는 것만으로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들었다.
서리스의 검은색 눈동자가 조용히 회의장 좌중을 바라보았다.
바비앙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저게 무슨.’
이지스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뭐야. 나보다도 별 출력이 높을 거 같은데.’
라리나는 꽤나 재미있는 걸 보았다며 눈웃음을 그렸다.
‘어머, 청선로 보고 보다 훨씬 더 뛰어나네. 차기 가주 순위가 바뀔지도 모르겠는걸.’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웨이진이 거구인 상체를 앞으로 쭈욱 빼었다.
‘호오, 이것 봐라?’
드웨이진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림자 검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별의 출력!
지난 검은별 사건 이후 서리스의 내부에 쌓인 별의 힘은 이전보다도 훨씬 더 높아졌다.
금강잔월을 통해 본래도 쌓은 힘이 많았던 서리스다.
단순 별의 출력만큼은 이제는 재능이라는 영역조차도 아득히 뛰어넘었다.
드웨이진이 눈을 번뜩였다.
‘지금 당장 내는 별의 출력으로만 5성, 아니, 더 올라갈 수도 있겠어!’
쓸 만하다.
이놈, 생각 이상으로 쓸 만하다!
체격도 그렇고 잘 다듬기만 할 수 있다면 원석으로서 최고지 않는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원석이 이토록 저 스스로 여기까지 개화할 줄이야.
게다가 소가문의 회의에서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 저 패도적인 모습.
군침이 돈다.
체격도 성향도 펜타니엄보다는 하체펠에 더 어울려 보이지 않는가.
드웨이진은 더더욱 서리스가 탐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라리나가 상황을 정리해 줄 겸 서리스의 그림자 검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이제 이해되네요.”
비록 경지와 숙련도는 모자랄지라도 세계 침식화는 별의 출력량에 따라 정해진다.
이지스는 별말 하지 않았지만 찜찜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서리스 님이 직접 주인과 맞섰다는 겁니까?”
서리스가 그림자 검을 지우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바비앙이 물음을 던지자 서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했습니다. 운이 좋아서였는지 주인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서리스는 자신의 가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주인의 손에 가슴이 관통당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뒤로 기억이 없습니다.”
이건 실제로 사실이었다.
그 과정에서 검은별만 빠졌을 뿐 서리스는 대부분 진실을 고한 것이다.
“눈 떠보니 엘리자의 관리분 집이었고, 가슴 상처는 회복되어 있었죠. 이 부분은 저도 정확히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서리스도 검은별 때문일 거라 추측할 뿐, 실제로도 아리송한 부분이었다.
“이야기 감사합니다. 그 건은 저희가 더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리스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곤 생각 안 했기 때문인지.
따지기를 좋아하는 바비앙도 납득했다.
세계 침식의 경우 아직 해결 못 한 문제가 너무도 많으니 말이다.
“서리스 님의 이야기로 알게 된 건 결국 검은 번개 줄기에 관한 것 정도겠군요. 음?”
바비앙이 이야기를 정리했을 때 서리스가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지금 말하려는 건 저도 기억이 끊기기 전이라 확신하기 힘들지만.”
“괜찮습니다. 말씀하시죠. 저희가 알아서 해석하겠습니다.”
서리스가 살짝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바비앙은 걱정 말라는 양 이야기를 부탁했다.
“주인과 싸우기 직전 세계 침식 내부에서 한 여자를 봤습니다.”
“여자요?”
이번 건은 이지스도 흥미가 동했는지 반응했다.
“예,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긴 검은색 머리카락과 양팔, 다리에 각각 족쇄를 채운 이상한 모습이었습니다.”
“세계 침식자군.”
그리고 그런 서리스의 말을 바로 받은 것이 드웨이진이었다.
“이상하다 생각했다. 몇 년간 이런 건이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전국 각지에서 터져 나가는 게 의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으니.”
드웨이진은 그제야 납득이 간다는 표정이었다.
“새로운 녀석인지는 몰라도 세계 침식자 한 놈이 세계 침식에 관여하는 힘을 지닌 거다. 바비앙.”
“예, 이거, 귀중한 정보군요. 게다가 인상착의까지. 바로 정리해서 다른 쪽에도 보고 올리겠습니다.”
바비앙이 주먹을 불끈 쥐고 빠르게 공문을 작성하고 있자 서리스는 안도했다.
다행히 연기가 잘 먹힌 모양이다.
“덕분에 이번 침식 현상을 아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고맙구나. 서리스.”
“저야말로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그는 끝까지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는 라리나에게 예의 바르게 답한 후.
뒤이어 소가문 회의에서 빠져나왔다.
세계 침식에 관한 증언은 더 들을 게 없으니, 그만 돌아가도 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진땀 뺐군.’
회의 내내 자신을 바라보던 드웨이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서리스는 땀을 스윽 닦았다.
끝까지 왜 부담스럽게 그리 쳐다보는지 몰랐던 서리스는 괜히 찔렸던 것이다.
‘평소에는 나를 신경도 안 쓰던 양반이.’
별일이라고 생각하며 서리스는 본관을 나와 그대로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천랑후가 없네.’
위에서 무슨 일이라도 내려왔나.
잠깐, 자리를 뜬 듯한 그를 보고 서리스는 바닥에 털썩 앉았다.
기다리는 동안 금강잔월이라도 더 연마할 속셈이었다.
‘아까 청운귀명을 쓰고 나니 괜히 더 찝찝해졌단 말이지.’
별의 출력은 분명히 되는데 몸이 그것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느낌이랄까.
또다시 갈증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서리스는 운성조식 자세를 취했다.
운성조식을 시작한 순간 별의 흐름이 느껴졌다.
하늘 위 거세게 빛나고 있는 두 개의 별.
하나는 펜타니엄, 또 다른 하나는 이제는 사라진 소드란.
둘의 별은 서리스의 운성조식을 따라 서서히 그의 별문신에 깃들어 내부를 채워 나갔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하늘 가장 아래 새까만 검은별.
서리스의 운성조식은 그 검은별의 힘마저 강렬히 끌어들이고 있었다.
‘으윽.’
식은땀이 흘렀다.
다른 두 개의 별보다도 훨씬 더 강한 검은별은 서리스의 운성조식을 방해할 정도로 너무도 거대한 힘이었다.
마치 언젠가 그 검은별에게 끌려가 자신이 잡아먹힐 것처럼.
너무도 강렬한 별의 힘이 그의 육체를 두드린 순간.
서리스는 숨을 토해 내며 운성조식을 멈췄다.
운 몸이 땀으로 진득하게 흘러 물들어 있었다.
“젠장.”
서리스의 입술이 깨물어졌다.
이럴 때마다 절실히 느낀다.
자신의 지금 수준으로는 별의 힘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서리스를 더더욱 애타게 했다.
“무언가 막히는 모양이로구나.”
그런 순간 서리스는 들려온 목소리의 흠칫하고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있었다.
하체펠 드웨이진.
과거 ‘철벽’으로 소드란과 맞수를 이루었던 하체펠 가문의 가주인 그가 그곳에 있었다.
“드, 드웨이진 님.”
그러면서 동시에 서리스의 외할아버지인 그의 등장에 서리스는 당황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양반이 왜 여기에.’
펜타니엄의 저택은 방대한 만큼 본관과 서리스가 살고 있는 거처와는 거리가 꽤 있다.
우연히라도 들릴 수 없는 거리.
즉, 드웨이진은 직접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는 소리였다.
그런 서리스를 보며 드웨이진은 격식 차릴 것 없다는 양, 손짓하곤 빠르게 그를 훑고 있었다.
그 시선이 움직일 때마다 서리스는 긴장했다.
그를 서리스의 모습을 한 채 정식으로 만난 것은 이번 회의가 처음이다.
‘혹시.’
무언가 눈치채기라도 한 걸까.
7성 절정의 영역에 도달해 있는 그라면.
세계 침식자의 증거인 검은별의 존재를 눈치챈 걸지도 모른다.
서리스의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는 순간, 드웨이진은 무언가 결심한 듯 호탕한 미소를 지었다.
“펜타니엄 서리스, 하체펠의 뒤를 이어보지 않겠나?”
서리스가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