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41)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41화(141/275)
미래의 마키나.
그 정체는 사실 망아꾼이라는 세계 침식자의 분신체였다.
그의 특기는 사람이 지닌 모든 악한 감정을 이용해 대상을 나락에 빠트리는 것.
무엇으로든 모습을 바꿀 수 있고, 상대의 기억을 엿볼 수 있는 능력으로 그는 세계 침식자 중 가장 많은 이를 조력자로 타락시킨 자였다.
“이게 뭔가요?”
그런 그는 지금 분신체로 본 광경에 굉장히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에게 불쾌감을 선사한 이는 다름 아닌 마키나 엑스널이었다.
워너힐 아카데미에는 인재가 많다.
그리고 그 말의 다른 의미는 조력자로 쓸 만한 말 또한 많다는 소리였다.
그런 그에게 엑스널은 훌륭한 인재였다.
마키나 가문의 직계로서 지닌 재능이 출중함은 물론이고.
펜타니엄 락스카라는 존재에게 비교당하고, 그를 시기하다가 결국 마음이 망가진 이.
자신이 요리하기 딱 알맞은 상대였다.
워너힐 아카데미를 내부에서부터 유린하기에 딱 좋은 인재.
그렇기에 그는 망설임 없이 마수를 뻗쳤다.
엑스널을 자신의 조력자로 만들기 위해서.
그러나 엑스널은 끝내 그가 건넨 힘을 거절했다.
망아꾼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모욕적인 상황은 없었다.
“내가 준비한 시나리오는 완벽했는데!”
쿠웅―
하늘을 날던 새 분신체로 상황을 보던 그가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의 팔걸이를 거세게 내려쳤다.
계획은 분명히 완벽했는데, 마지막에 가서 엑스널은 자신의 힘을 거부했다.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좋습니다. 좋아요.”
너무도 모욕적인 상황에 이를 간 그는 구십이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건 바로 몰살 명령이었다.
* * *
스산한 한기 속.
엑스널은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엑스널!”
“그만 불러. 귀 안 먹었어.”
알리즈의 외침을 들은 엑스널이 그리 대답했다.
얼음 수정 건은 잊는다.
그게 진짜 미래의 자신이 준 거든 세계 침식자의 농락이든 엑스널은 거기에 어울려 줄 마음이 없었다.
자신은 마키나 엑스널이다.
설령 세상이 자신을 쥐고 흔든다고 하더라도 흔들릴지언정 절대로 굽히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나다.
자기 객관화는 철저하게 할 수 있는 그이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었다.
엑스널은 숨을 한차례 가다듬으며 몸 전신으로 별을 보냈다.
그러면서 알리즈에게 말했다.
“알리즈, 삼 분이 필요해.”
엑스널은 그 말에 대한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미 마키나의 별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알리즈가 삼 분을 벌 것이란 걸 의심조차 안 하고 시작한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목을 베어도 죽지 않는 상대.
그 재생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만큼 엑스널은 그를 죽일 다른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알리즈는 그림자 검을 틀어쥐었다.
“나중에 시간 더 달라고 하지 마.”
처음으로 협력이란 걸 제대로 하게 된 두 사람이 서로를 신뢰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세계 침식자 구십이의 신체에서 뿌드득 소리가 나더니 그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구십이의 날개 뼈 부분에서 팔 한 쌍이 더 나타난 것이다.
네 개의 팔에는 각각 폴암이 하나씩 쥐어져 있었고, 그 모습은 거의 인간형 마수와도 같았다.
그 상황에서도 알리즈가 할 일은 똑같았다.
검을 쥐고, 엑스널이 말한 시간을 번다.
그 순간 은빛 실선이 그에게로 그어졌다.
두 개의 폴암이 동시에 알리즈를 죽이고자 쇄도한 것이었다.
양쪽으로 휘둘러진 폴암은 대기조차 찢어발길 듯한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었고.
알리즈는 조용히 검을 들어 올렸다.
채엥!
강한 충돌음과 함께 핏물이 튀어 올랐다.
그건 다름 아닌 구십이의 가슴팍에서 솟아난 핏물이었다.
새하얀 가면 너머로 하나만 보이는 눈동자가 일그러졌다.
구십이는 분명 확실하게 폴암을 휘둘렀었다.
하지만 그의 폴암은 알리즈에게 닿지 못했다.
그건 그의 옆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네 자루의 그림자 검 때문이었다.
두 자루씩 폴암 하나를 맡아 공격을 막고.
그 중간에 선 알리즈는 그의 가슴팍을 갈라 버린 것이었다.
원래는 목을 노린 일격이었으나 구십이가 몸을 뒤로 뺀 덕에 이 정도로 끝난 것이었다.
폴암을 회수하고 몸을 뺀 구십이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떠졌다.
마치 제 의지를 갖추기라도 한 양 공중에 떠올라 있는 그림자 검들.
그것은 알리즈가 만들어낸 노력의 산물이었다.
알리즈의 재능으로는 제왕월영도라는 터무니없는 검술을 배우는 건 무리였다.
그 사실을 알기에 알리즈가 요치아에게 배운 것은 제왕월영도의 한참 열화판이라 할 수 있는 도법이었다.
제왕이라 칭할 수 없는 월영도.
그게 바로 제 의지를 지닌 평범한 길이의 그림자 검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한 자루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했었다.
손에 쥔 검을 휘두르며 다른 검도 같이 조종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고.
오히려 하나의 검을 휘두르는 것만도 못한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리스를 만나고.’
알리즈는 자신의 검을 찾았다.
하나의 검에 집중하는 것을 포기한 대신 다수의 검으로 상대를 몰아친다.
알리즈는 알지 못했으나 그에게는 복수의 검을 다루는 재능이 있었다.
하나의 검을 최강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복수의 검으로 최강을 목표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리고 지금 알리즈의 그 재능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가 다룰 수 있는 검은 자신의 검을 포함해서 총 다섯 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네 개의 검과 손에 쥔 한 자루의 검은 팔이 네 개나 달린 구십이를 상대로도 충분히 버틸 만했다.
‘공격은 포기한다.’
강력한 힘을 지닌 구십이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알리즈는 수비 일변도로 나갈 생각이었다.
엑스널이 말한 삼 분을 벌어내기 위해 알리즈는 오직 방어에만 집중했고.
그 결과 분신체 구십이를 상대로도 버텨 낼 수 있었다.
채엥, 채엥, 채엥!
또다시 상처를 재생함과 동시에 구십이가 폴암을 폭풍처럼 휘둘러댔다.
힘과 기술이 조합된 연격은 그야말로 폭풍과도 같았다.
그러나 공격을 포기한 알리즈는 다섯 개의 검을 적절히 이용하여 외줄 타기를 하듯 모든 공격을 받아 내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구십이에게도 초조함이 깃들었다.
처음 엑스널이 외친 삼분이라는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본체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그리 판단하자마자 구십이의 다리 근육이 마치 말과 같이 부풀어 올랐다.
동시에 구십이는 두 개의 폴암을 옆구리에 고정하듯 끼웠다.
그 모습은 마치 달리기 직전 투레질하는 전투마를 떠올리게 했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귀기어린 살기는 알리즈의 숨을 턱하니 막히게 할 정도였다.
저걸 정면에서 막는 순간 자신이 산산조각 날 거란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알리즈는 네 개의 검을 부유시킨 채 한 자루의 검을 조용히 틀어쥐었다.
아주 잠깐의 정적.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것은 구십이였다.
돌진을 하는 그는 정말로 전투마가 된 것 같았다.
후욱, 대기가 압착 되는 기분이 들었다.
산만 한 덩치의 괴물이 전장을 모조리 휘저어 버릴 듯 달려오는 모습은 마치 태산이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 거대한 압박감 속에서 알리즈는 다섯 자루의 검을 동시에 움직였다.
이윽고 그가 만들어낸 첫 검술의 식이 펼쳐졌다.
청운월영도(淸雲月影刀)
일식(一式)
오연월영섬(五燕月影殲)
네 개의 검이 마치 제비가 비행하듯 제각기 날개를 펼치며 구십이를 향해 쇄도했다.
촤악, 촤악, 촤악, 촤악!
네 개의 검은 구십이의 몸에 깊은 자상을 남겼지만, 재생력을 믿고 육탄 돌격을 택한 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알리즈가 쥔 검이 쾌속하게 그어졌다.
서걱!
구십이의 다리 하나가 양단 나며 검이 빠져나왔다.
그러나 구십이는 날개 뼈에서 솟아난 팔 하나로 무너지려는 몸을 지탱하고는 다시 쇄도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괴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풍압에 알리즈는 뒤로 튕겨 나갔다.
그 정도만으로도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거 같은 충격에 그는 바닥에 누워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구십이는 한쪽 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엑스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대로 그의 몸에 전력으로 부딪쳐 뼈째로 으스러트려 버릴 계획 같았다.
그러나 그는 끝내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언제 일어난 건지 엑스널은 새하얀 빛이 담긴 얼음꽃을 손에 만든 채 코앞까지 다가온 구십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늦었어.”
전력을 집중한 그의 얼음꽃이 서늘한 기운을 흘리며 깨져 나갔다.
빙천괴령(氷天怪令)
십식(十式)
절대영도(絶對零度)
모든 것을 얼어 붙일 냉기가 숲 전체로 퍼져 나갔다.
구십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엑스널은 얼어붙은 자기 머리카락을 손으로 투욱 건드리며 몸에서 깊은 탈력감을 느꼈다.
절대영도는 마키나에서 쓸 수 있는 최고의 수.
사용하게 되면 당분간 몸 상태가 엉망이 되긴 하나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여 사용했다.
‘아버지였다면.’
절대영도를 사용함은 물론 냉기를 뿜어내며 아무렇지 않게 싸웠겠지.
마키나에서 가주 후보로 인정받는 방법은 절대영도를 얼마나 자유자재로 사용하느냐 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까지 이 정도.’
파르르 떨리는 손끝을 바라보며 엑스널이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알리즈가 서 있었다.
그는 새하얗게 얼어붙은 식물을 피하며 엑스널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행히 범위 조절에 성공해 알리즈까지 휘말리지는 않은 모양이다.
“잘 버텨줘서 고마워.”
엑스널이 알리즈를 보며 감사를 표하자 그는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살면서 엑스널에게 감사 인사를 받을 날이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어딘가 많이 어색해진 두 사람은 서로를 보다 몸을 돌렸다.
“돌아가자.”
“아, 응.”
엑스널이 그렇게 먼저 돌아가고자 발을 뗀 순간이었다.
“돌아간다니 어딜?”
절대영도 속.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는 알리즈와 엑스널을 바짝 긴장시켰다.
“정말, 구십이가 죽었잖아?”
“단장들을 상대할 때 말고는 백 위 내의 분신체가 죽을 일은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얕봤어.”
왜냐하면 들려온 목소리가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숲속 여기저기에서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엑스널과 알리즈는 그들 하나하나가 전부 조금 전 상대한 구십이와 동급임을 알아차렸다.
“대체 몇 명이나.”
알리즈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아카데미 전역에 세계 침식자의 분신체가 퍼졌다는 말을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많을 줄은 예상도 못 했었기 때문이다.
“본체가 죽이래. 얼른 하고 다음 걸로 넘어가자.”
분신체 한 명이 그리 말한 순간 엑스널과 알리즈는 그들 전원에게서 쏟아지는 살기에 위축되었다.
이쪽은 이미 전력을 다 썼는데 상대는 아직도 이리 많이 남아 있으니 전의가 생겨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응?”
그러던 순간 분신체 한 명이 이상함을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이봐, 분신체 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지 않아?”
“뭔가 이쪽으로 오는데.”
망아꾼의 분신체들이 갑자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군거림과 함께 분신체의 모든 시선이 한쪽으로 향한 순간.
거대한 그림자의 참격이 숲을 갈랐다.
콰앙!
마치 공간을 절삭시키기라도 하듯.
참격은 절대영도로 하얗게 질린 숲을 반 토막 내고 말았다.
새까만 참격의 덩어리에 휘말린 분신체 몇 명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당혹스러운 광경 앞에 알리즈와 엑스널이 굳어 있던 순간.
숲 안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말로 이쪽에 잔뜩 모였네.”
“코 아파.”
그 당당한 발걸음을 보게 된 엑스널은 허망한 듯한 한숨을 내쉬었고.
알리즈는 눈을 반짝이며 기뻐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숲에서 나타난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서리스와 크라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