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43)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43화(143/275)
생각 이상으로 손쉽게 십칠 번을 꺾어낸 서리스는 몸 전체에서 저릿하게 울려 오는 감각에 입술을 짓씹었다.
갑작스럽게 사용한 힘의 여파로 검을 쥔 팔은 너무 강한 힘이 들어간 탓에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져 있었다.
“후우, 후.”
기술의 반동이 상상 이상이라 서리스는 숨을 고르며 통증이 완화될 때까지 기다렸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거였어.’
한순간의 기재로 육체를 이루는 금강잔월에 검은별을 담았으나.
이 힘을 직접 사용한 순간 서리스는 이게 얼마나 위험한 도박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동안 수많은 세계 침식을 잡아먹은 검은별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것도 가까운 시일에 잡아먹은 광견의 힘이 검은별의 힘을 이전보다 훨씬 끌어 올려놓은 모양이었다.
그림자로 검은별을 다루는 것은 괜찮았다.
그림자는 서리스의 별빛을 받아 주었듯 검은별조차 받아들이는 큰 포용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 부분에서 펜타니엄의 가문비기인 청운귀명도가 얼마나 완성도 높고, 뛰어난 비기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금강잔월은 서리스의 육체를 이루는 근간이다.
그림자와 같은 포용력 없이, 그저 우직한 바위와도 같은.
그런 바위에다가 검은별이라는 강물을 쏟아 보냈으니 당연히 그 반발이 클 수밖에.
덕분에 서리스는 그 후유증으로 몸 전체가 삐걱거리는 듯했다.
‘만약 조금만 삐끗했다면.’
서리스는 광견처럼 자신 또한 외형과 정신이 뒤틀렸을 것이란 걸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 폭발적인 힘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었지만 이렇게 무턱대고 운에 맡기듯 쓸만한 기술은 아니었다.
적어도 정밀한 조율과 사용 방식을 연구한 뒤에 시도했어야 할 기술이었던 것이다.
‘하나 배웠어.’
그리고 숙제가 생겼다.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연구해야 했다.
만약 이 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보다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서리스는 확신했다.
“서리스!”
그러는 순간 서리스는 뒤늦게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너무 예민해졌던 감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이라 그 목소리에 머리가 울렸지만.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놀란 표정의 알리즈가 보였다.
세계 침식자의 분신체들과 목숨을 걸고 싸웠던 알리즈다.
그의 꼴은 말이 아니었으나 사지가 다 붙어 있는 걸 보니 큰 문제는 없을듯싶었다.
반면 엑스널은 상처가 꽤 심해 보였다.
저대로 둔다면 크게 후유증이 남을 수준.
어서 빨리 돌아가 상처를 치료하는 게 맞았다.
그러는 순간 서리스는 왜인지 엑스널이 자신을 넋 놓고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의아함을 느낀 그가 그를 부르려는 순간 서리스는 배 속에서 끓어오르는 오싹함에 본능적으로 손을 검으로 가져갔다.
이윽고 반사적으로 악스판시온이 뽑혀 나온 그 순간.
섬광이 숲을 뒤덮었다.
* * *
모락모락 피어난 흙먼지가 뒤덮은 공간.
알리즈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연기를 내뱉고자 연신 기침을 내뱉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졌단 말인가.
귀에는 제멋대로 이명이 울리고 있었고, 그의 몸은 충격의 여파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었다.
흔들리는 시야를 그가 몇 번이고 고개를 털어 겨우 되돌린 순간.
그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곳에는 황량한 대지가 있었다.
본래라면 절벽 위 바위와 숲이 자리하고 있어야 할 장소는 급변하여 흙먼지만이 휘날리고 있었다.
곧이어 알리즈는 자신이 한참 뒹굴었음을 깨달았다.
몸에서 느껴지는 이 통증은 그때의 충격인 모양이었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겨우겨우 상체를 들어 올렸을 때, 자신의 등 뒤에서 옅은 숨소리가 들려왔음을 깨달았다.
화들짝 놀란 그가 뒤를 돌아본 순간 알리즈는 넋을 놓았다.
거기에는 다 부서진 얼음의 잔해와 양쪽 팔이 뒤틀린 채, 각혈을 쏟아내고 있는 남성이 있었다.
무릎을 꿇고 있는 그의 옆구리는 뜯겨나가 거기에서 내장 찌꺼기가 일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알리즈의 뇌리를 타고 섬광이 터지기 직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전투를 끝낸 서리스에게 웃으며 다가가던 중 갑자기 생겨난 사이로 엑스널이 자신을 붙잡고 얼음벽을 세우던 모습이.
어째서.
알리즈의 입안에 의문이 맴돌았다.
엑스널과 알리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악연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는 알리즈를 싫어했고, 알리즈 또한 엑스널을 미워했다.
둘의 사이는 이미 뒤틀릴 대로 뒤틀려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가까웠다.
그런데 엑스널은 알리즈를 구했다.
만약 무방비했던 알리즈가 그 공격에 노출됐더라면 그대로 즉사했을 것이다.
알리즈의 눈동자에 당혹감이 서렸다.
그는 서둘러 가지고 다니는 포션을 뒤졌지만 조금 전 충격으로 전부 깨진 듯 유리 조각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
그 순간 엑스널의 입에서 한숨 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엑스널!”
알리즈가 제복 소매라도 뜯으며 당장의 출혈이 있는 곳을 막으려 했지만, 그것은 무의미했다.
엑스널은 흐릿한 초점으로 알리즈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알리즈를 왜 구했을까?
혹시…… 죄책감 때문일까?
모르겠다.
그냥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래야겠다고 생각해서 움직였을 뿐이었다.
흐릿해져 가는 시야 사이로 알리즈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아마 자신이 이대로 정신을 잃는다면 그대로 죽을 것이란 걸 짐작하고 일부러 정신을 일깨우려는 모양이었다.
“뭘 멋대로 먼저 죽으려는 겁니까.”
그러는 순간 그의 귀를 타고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서리스였다.
생각해보면 그가 나타나고부터 엑스널은 여러 일을 겪으며 혼란에 빠졌었다.
그런 그를 이제 마지막인 만큼 원망하듯 바라보며 고개를 돌린 순간, 엑스널은 갑자기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작렬하는 듯한 통증에 비명을 내질렀다.
“크흐으으으윽!”
“제가 가장 신뢰하는 녀석이 만든 포션입니다. 효과 하나는 탁월하니까 좀 참으세요.”
서리스는 그 말을 하며 오를레 셀리앙 표 물약을 그에게 쏟아부었다.
비록 응급처치밖에 안 되겠지만 적어도 치료소까지 목숨은 유지할 수 있을 터였다.
엑스널은 통증 속에서 서리스를 올려다봤다.
자신은 그 섬광 속에서 살아남고자 모든 힘을 다 끌어 썼는데 서리스는 꽤나 멀쩡한 모양새였다.
어째서 그와 이렇게나 차이가 벌어진 걸까.
엑스널은 흐려져 가는 시야 사이로 들려온 서리스의 목소리를 들었다.
“저희 형님 목숨을 살려 줬으니까 이번에는 제 차례겠죠.”
짜증 나지만 믿음직하네.
그렇게 말하는 서리스의 말을 듣고 엑스널은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은 엑스널을 두고 서리스는 텅 빈 포션 병을 뒤로 던진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알리즈에게 엑스널을 맡긴 채 서리스는 흙먼지가 휘날리는 한 곳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크라페, 괜찮냐.”
“……죽는 줄.”
서리스는 마지막 순간 그나마 가까이 있던 크라페를 잡고 악스판시온을 휘둘렀다.
악스판시온이 지닌 특성은 별의 힘을 잡아먹는 것.
그런 만큼 서리스는 그 섬광의 일부만을 지워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섬광, 그것은 분명 누군가 날린 검격이었다.
지금까지 겪었던 경험을 송두리째 날려 버릴 만큼 차원이 다른 일격.
마치 흑마녀를 연상시키는 그 일격을 떠올리며 서리스는 소름 끼치는 감각을 느꼈다.
만약 악스판시온이 없었다면 서리스는 분명 그 일격에서 엑스널과 같이 빈사 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악스판시온.”
서리스가 이름을 부르자 악스판시온이 낮은 소리로 진동했다.
그건 배가 잔뜩 불러 움직일 수 없다는 투정이었다.
검격 한 번에 악스판시온이 전부 차버리다니 대체 어떻게 되먹은 일격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서리스는 그 일격을 떠올릴 틈이 없었다.
흙먼지 사이로 걸어오고 있는 한 존재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노을빛과도 같은 머리 색이었다.
분명 밤인데도 그 머리카락은 노을빛을 흘리며 바람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다음 보인 것은 그녀의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수백 개의 무기였다.
무기 종류는 가지각색이었다.
가장 보편적인 검부터 시작해 창, 도끼 등.
본적 없는 오만가지 무기들이 전부 그녀의 몸에 매달려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무기들이 보기만 해도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가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만한 것들이었다는 것이다.
“뭘까? 분명 죽일 생각으로 휘둘렀는데. 살아 있네?”
곧이어 검은색의 안대를 낀 여성은 이쪽을 보고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그녀는 자기 턱을 쓰다듬으며 이쪽을 바라보았고, 곧 서리스의 검을 발견하더니 그 눈이 점차 휘어지기 시작했다.
“아, 그 예쁜이구나! 내 일격을 막다니 너 훌륭한 애를 가지고 있는걸!”
마치 보석이라도 발견한 양.
그녀의 눈동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 눈동자가 탐욕으로 뒤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거 나 주라.”
그리고 서리스는 그녀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세상에 있는 모든 무기를 모으는 지독한 수집 병을 지닌 미친 여자.
세계 침식자
무장공주(武裝公主)
흑마녀에 이어 또 다른 세계 침식자의 등장이었다.
“워너힐 아카데미에 좋은 애들이 많을 거로 생각했는데, 바로 만날 줄은 몰랐어.”
그녀는 그 말을 하며 등에서 철퇴 하나를 뽑았다.
뽑자마자 화륵하고 철퇴에 달린 쇠구에 불이 붙었고, 이윽고 그 쇠구는 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해골 모양으로 바뀌어 갔다.
보기만 해도 특이한 이능을 지니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무기였다.
“망아꾼의 분신체들을 학살한 것도 너지?”
서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그녀는 망아꾼의 분신체와는 차원이 다르다.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재해.
그녀가 들고 있는 저 값어치를 추정할 수 없는 무기들은 수없이 많은 이들을 죽이고 빼앗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무기들은 대부분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가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녀는 그런 이들을 전부 죽이고 그 무기들을 훈장처럼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힘도, 실력도, 경험도, 별도.’
모든 게 상대보다 부족하다.
차라리 여기서 악스판시온을 넘기고 다음을 기약해야 할까?
그러나 그녀는 처음부터 이쪽을 죽이려 들었다.
애초에 그의 생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위기다.
엑스널에게 자신이 살려주겠다고 호언장담해놓기는 했지만, 눈앞에서 무장공주를 목도하니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순간 서리스의 뒤편으로 크라페가 붙었다.
그의 존재를 느낀 서리스는 크라페가 지닌 힘을 떠올렸다.
세계 자체에서 기척을 지워 버리는 터무니 없는 능력.
흑마녀조차 자신들을 인식 못 했던 것을 감안하면 분명 무장공주에게도 통할 것이 분명했다.
크라페가 다가온 시점에서 그는 그 힘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는 뜻.
식은땀이 한차례 턱 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서리스는 지금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그거밖에 없다는 걸 인정했다.
해야 한다.
해야만 한다.
“크라페!”
서리스가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무장공주가 철퇴를 휘둘렀다.
불타는 해골은 쇠사슬 소리를 내며 이쪽을 향해 날아들었고, 크라페의 양팔이 대기를 주욱 찢었다.
퍼걱!
무장공주는 허공을 가른 자신의 철퇴를 보곤 눈을 깜빡이었다.
방금까지 있었던 두 명이 마치 세상에서 지워지듯 사라진 거였다.
‘이거?’
이 느낌이 무엇인지 아는 그녀는 또 다른 세계 침식자인 은신사를 떠올렸다.
어떻게 그놈의 능력과 유사한 걸 일개 학생이 쓰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이 은신 능력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란 건 잘 안다.
하지만 그 뛰어난 능력에도 약점은 있다.
세계 자체를 속이는 것이니만큼 그 부하가 터무니없이 크다는 것.
그리고 조금 전 본 두 녀석은 솔직히 별 볼 일 없는 수준이었다.
그녀가 방금 관심을 가진 악스판시온이 아니라면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세상에서 지워질 녀석들.
그렇기에 무장공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방심하고 있었다.
개미를 보고 위협을 느낄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치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 아주 짧은 방심은.
적어도 개미가 사람의 손을 물어 뜯어볼 기회 한 번 정도는 만들어 주었다.
분명 이미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 위로 갑자기 음영이 드리워졌다.
무장공주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을 때, 거기에는 하늘을 가득 메운 거대한 검 한 자루가 있었다.
하늘조차 가를 듯 그 압도적인 검의 크기를 목도하고 무장공주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저런 검의 형상을 무장공주가 예전에 본 적 있었기 때문이다.
“검제, 그 개새끼가!”
욕설을 내뱉으며 무장공주가 허리춤에 찬 검을 발검했다.
검은색 안대를 찬 눈이 오랜만에 거친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억 속, 그 당시를 회상하듯.
무장공주의 하나 남은 눈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콰가가가가가가각!
이윽고 그 거대한 검이 낙하했고.
무장공주로 헐벗은 대지는 또 한 번 거친 흙먼지 속에서 뒤집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