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45)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45화(145/275)
5년.
소드란 울드렌이 과거로 돌아와 펜타니엄 서리스에게 빙의하고 보낸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서리스의 검은별은 계속해서 세계 침식을 먹어 치웠으며 그 힘을 계속 축적해 왔다.
그리고 지금.
서리스는 검은별의 제어를 위해 사용하던 그림자를 거뒀다.
그 결과.
새까만 어둠만이 가득 찬 공간은 숲을 잡아먹었음은 물론 서리스와 무장공주조차 뒤덮으며 심연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다행히 일반적인 세계 침식과 같이 마수가 나타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딴 것 보다.’
그러나 서리스는 알 수 있었다.
이 어둠은 마수 따위보다 훨씬 위험한 거라고.
뇌리가 차가워졌다.
‘죽지는 않았어.’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박동을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 서리스는 손발을 움직여 보았다.
어둠 속이라 보이지는 않았지만, 허우적거리는 팔다리가 느껴졌다.
사지는 무사하다.
어둠은 폭발하며 서리스를 삼켰을 뿐, 그를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감이 마비되어 버릴 정도로 깜깜한 주변은 또 다른 오싹함을 낳았다.
마치 이 세계에 혼자 남겨진 듯한 감각.
그 감각은 마음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이제 어쩐다.’
어둠 속, 무장공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그런 괴물이 이렇게 쉽게 죽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서리스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서리스는 눈에 의존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소드란에서의 삶에 비하면 짧지만, 서리스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펜타니엄과 함께했다.
그렇기에 펜타니엄의 청운귀명이 지닌 그림자의 힘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림자란 빛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러니 사실 어둠이 깃든 이곳 전부가 그림자라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밤이란 행성의 반이 태양을 등져서 생긴 그림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어둠 속.
서리스는 자신에게 깃든 그림자를 일깨우는 데 집중했다.
그것은 청운귀명도를 수련하는 이라면 꼭 넘어야 하는 단계 중 하나였다.
자신이 지닌 내면의 그림자를 깨우칠 것.
이 과정에서 그림자는 또 한 번 성장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서리스는 이 상황을 탈출하고자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발을 들이고 있었다.
‘잠깐, 이게 설마.’
그것은 그림자 세계였다.
검성 펜타니엄 샬롯이 재능으로 발을 디뎠던 그 세계.
그림자 속 세계에서 서리스는 어째서인지 이 세계가 지닌 어둠이 검은별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느꼈다.
‘아니, 유사한 게 아니다.’
서리스는 자신의 그림자 속 세계가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음을 깨달았다.
허리까지 잠길 정도로 가득 담겨 있는 먹물 같은 어둠.
자신의 그림자 세계는 검은별에게서 흘러나온 어둠으로 채워져 있었다.
무한한 포용력을 지닌 그림자였기에 검은별이 지닌 어둠 또한 전부 받아들여 이렇게 된 것이었다.
찰팍.
그림자 세계를 채우고 있는 어둠의 표면으로 손을 뻗은 서리스는 그 손이 그대로 어둠으로 잠겨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차가움도 따스함도 없었다.
처음부터 그저 거기에 어둠은 존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너는 왜 나한테 있는 거냐.’
서리스는 언제나 그 사실이 궁금했다.
과거로 돌아오자마자 새겨진 검은별.
자신은 과거로 돌아올 생각도 없었고, 서리스의 몸에 빙의 될 생각조차 없었다.
그렇기에 항상 의문이었다.
그러던 순간 어둠 속 깊은 곳에서 서리스는 인기척을 느꼈다.
분명 이곳은 자신의 그림자 속 세계인데 서리스는 인기척을 느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그가 서둘러 어둠 안으로 손을 내뻗으려는 순간 서리스는 갑자기 머리 위가 무척이나 밝아짐을 깨달았다.
그것은 두 개의 별이었다.
마치 아직 그 안으로 손을 뻗으면 안 된다는 양.
거세게 빛나고 있는 두 별은 서리스를 악착같이 말리는 듯했다.
서리스는 허리까지 채워진 어둠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경고해준 두 별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쪽은 참을성이 없는 성격이라.
서리스는 두 별의 빛에도 불구하고 어둠을 향해 얼굴을 쑤욱 내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서리스는 자신이 목격한 것에 얼어붙었다.
자신에게 깃들어 있던 검은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야 깨닫고 말았기 때문에.
* * *
“하아아, 이게 뭐람.”
같은 어둠 속.
무장공주는 어둠을 유영하고 있었다.
새로운 예쁜이를 발견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설마 거기에 한 눈이 팔려 이런 꼴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물론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이런 어둠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기에 딱히 두려울 것도 없었다.
단지, 그 조막만 한 놈에게 한 방 먹었다는 사실이 그녀는 못내 불쾌했다.
개미한테 물리면 한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처럼.
그녀 또한 그러한 감정이었다.
동시에 검제가 사용하던 검술에 무조건 반사적으로 행동하던 자신에게도 짜증이 났다.
검제에게 한참 못 미치는 검술임에도 불구하고 한쪽 눈에 각인된 상처는 그녀의 행동을 수비적으로 만들었다.
“망할 자식, 역시 죽여놔야 했었는데.”
검제를 떠올리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던 무장공주는 어느샌가 어둠이 옅어져 감을 느꼈다.
아무래도 검제를 씹어대는 동안 시간이 꽤 흐른 모양이었다.
이 정도라면 깨부술 수 있다.
서리스가 어떻게 검은별이 지닌 세계 침식의 힘을 이용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그녀에게 있어서 그건 관심 밖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어서 어둠을 부수고 나가 서리스를 죽인 뒤, 악스판시온을 빼앗을 생각밖에 없었다.
“나가볼까.”
허리춤에 채워진 새빨간 검신이 특색인 검을 뽑은 무장공주는 호흡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러더니 이내 그녀의 검이 어둠을 절삭 하듯 휘둘러졌고, 주변의 공간이 찢어지듯 벌어졌다.
일개 학생이 자신을 이렇게나 묶어두다니.
그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할 성과였다.
그러니 그 답례로 어서 빨리 목을 잘라줘야지.
성큼.
내뻗은 발과 함께 무장공주가 밖으로 나온 순간 그녀는 갑작스레 들이친 낙뢰를 맞아야만 했다.
“끄이아야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른 그녀가 서둘러 망치 하나를 뽑아 마구잡이로 휘두르자 몸을 침식하던 뇌기가 망치를 따라 흘러갔다.
그런데 그렇게 뇌기를 처리한 순간에 맞춰 보랏빛 불꽃이 발끝부터 일어나더니 그녀의 전신을 불태웠다.
“이야아아아아아악!”
무장공주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차고 있던 건틀릿으로 바닥을 세게 내려찍었다.
그제야 사라진 불길 속에서 그녀는 검게 그을린 자기 몸에서 나는 지독한 탄내를 맡으며 이를 갈았다.
“누구야! 누가 감히익!”
“나다.”
그녀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른 순간 대답이 돌아왔다.
무장공주가 세차게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돌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있는 조그마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을 보고 무장공주의 눈동자 속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네가 누군데 이 미친 애새끼야!”
“하여튼, 세계 침식자는 이래서 안 돼. 외형이 조금 어려졌다고 상대를 알아보지도 못해?”
그리 말한 백발의 소년은 의자에서 가볍게 일어났다.
그러곤 한쪽 손으로 자기 턱을 매만지며 불쾌한 듯 무장공주를 바라보았다.
“쯧쯧, 우리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녀석이 이렇게나 눈치가 없어서야.”
“누구든지 상관없어! 넌 나한테 죽은 목숨이니까!”
무장공주가 소리를 내지르는 동안에도 소년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가세합니까?”
그 순간 어느새 그의 옆에 나타난 중년 여성이 물었다.
현무 모양의 귀걸이를 끼고 있는 그녀는 바로 독후 불터렉스 윈터였다.
“아니, 넌 저 안에 있는 꼬마나 구하거라. 천구 꼬마가 별을 이용해 경고해 줬거늘, 저 스스로 더 안으로 파고들고 있어. 강제로라도 끌고 나와.”
“그러죠.”
그 말을 마친 윈터는 등장했을 때처럼 어느새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무장공주는 그런 윈터 쪽을 보다가 곧 백발 소년을 바라보곤 서서히 그 얼굴을 일그러트리기 시작했다.
“너, 너, 설마.”
“그래, 이제 좀 알아보겠어?”
소년은 그 말을 하면서 양손을 허공으로 뻗고 있었다.
그 순간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새까만 기사와 흰색의 기사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그 기사를 잘 알고 있는 무장공주의 얼굴에 처음으로 짙은 경계심이 서렸다.
“마제.”
올스타드 스타린.
“검제놈에게 당한 눈은 아직도 아프냐?”
그가 히죽 웃으며 질문을 던졌을 때, 무장공주는 이미 바닥을 박차며 물러나고 있었다.
그와 부딪치는 건 어떤 의미로든 손해였다.
천칭을 자유자재로 기울이며 마법을 다루는 스타린은 하늘이 낳은 괴물이다.
그와의 상성이 좋지 않은 걸 지난 경험을 통해 잘 아는 그녀는 그와 싸울 마음이 전혀 없었다.
‘예쁜이는 아깝지만.’
그건 나중에 다시 가지러 오면 될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한 그녀는 품에서 우주가 새겨진 단도 하나를 들더니 허공을 내리그었다.
그 순간 그 궤적을 따라 반투명한 공간이 생겨났다.
공간 도약의 능력이 담긴 힘이었다.
그녀는 이를 이용해 이곳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 시도는 시도와 동시에 몸이 튕겨 나오며 실패하고 말았다.
“뭣?!”
“네가 저 안에 갇혀 있을 동안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을 것 같냐?”
들려온 스타린의 목소리에 무장공주는 얼굴을 와락 구겼다.
그가 자신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뭔가 술수를 부려 놓은 것이었다.
“기껏 우리 꼬마들이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하면서 만든 기회인데.”
스타린의 두 기사가 각각 대검과 랜스를 쥐고 무장공주를 향해 겨누었다.
“워너힐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단장씩이나 돼서 그 기회를 놓쳐서 쓰나.”
그리고 두 기사가 바닥을 박찬 순간 무장공주는 즉시 모든 무기를 내던졌다.
서리스를 상대할 때와는 달리 진중한 표정의 그녀로부터 새까만 검은별의 기운이 야수처럼 치솟았다.
전심전력.
그녀의 새까만 기운과 스타린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기운이 맞부딪치며 주변 대기가 요동쳤다.
무장공주는 떨어지는 무기들 사이에서 한쪽 눈을 부라렸다.
“그럼 네놈 새끼를 죽이면 그만이야!”
“못 배워 먹은 것이 제멋대로 짖기는.”
곧이어 두 재해가 맞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