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46)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46화(146/275)
검은별.
그것은 세계 침식자들이 지닌 것.
그들은 세계 침식을 일으키거나 각종 범죄를 저지르며 인류를 위협하는 적이다.
그리고 검은별은 그런 그들의 근원.
‘그리고 나는.’
서리스는 그러한 검은별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이 지닌 검은별이 어떤 의미인지 자기 자신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과거로 돌아왔을 때부터 자신에게 있었고,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그 힘을 빌렸다.
실제로 검은별 덕분에 헤쳐나간 위기가 얼마나 많은지 서리스는 샐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일까.
서리스는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에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에게 새겨진 검은별이 대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거기에 답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면 깊숙한 곳의 어둠.
거기서 본 것은 아주 짧은 기억이었다.
‘처음부터, 처음부터였어.’
10대로 보이는 한 소년이 있었고.
그 소년은 누군가에게 목덜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어서 흐릿한 인영의 누군가가 손을 들더니 이내 검지로 소년의 목 뒷부분을 그었고.
곧이어 거기에 새겨진 것은 새까만 검은별이었다.
「저도 된 건가요?」
이윽고 소년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얼굴은 서리스가 무척이나 잘 아는.
펜타니엄 서리스의 얼굴이었다.
“개같은.”
서리스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어둠 속에서 본 광경은 서리스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둠 속에는 과거의 단편적인 기억들이 제멋대로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서리스가 알아낸 것은 자신이 과거로 오면서 검은별이 새겨진 거나 하는 희망찬 이야기가 아니었다.
펜타니엄 서리스는 처음부터 세계 침식자였다.
그는 인류를 배반하고 세계 침식자가 되기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
소드란 울드렌이 과거로 돌아와 그의 몸에 빙의 되기 전부터.
그는 애초에 세계 침식자인 상태였다.
“썩을, 이게, 하아.”
대체 뭐라 말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검은별에 대해 서리스는 지금까지 꽤나 여러 방향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게 진실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설마 자신이 빙의 되기 전부터 이미 세계 침식자였을 줄이야.
“그럼 나는 대체 뭔데?”
서리스는 마른세수를 반복했다.
지금까지 서리스는 검은별의 힘을 빌리며 나름 이걸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것 또한 검은별이 의도한 거라면?
세계 침식자로서 해야 할 일을 은연중에 계속하고 있었던 거라면?
오싹함이 뇌리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아찔한 감각으로 이성적인 사고가 멈추더니 계속해서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아니야.”
그러나 서리스는 이를 악 깨물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선택해 온 것은 전부 다 스스로 결정해서 내린…… 내 의지였다.
스스로 나아온 길을 부정하는 것만큼 멍청한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다는 단서는 확실하게 있어.’
서리스는 최근에 겪은 일련의 사건은 떠올렸다.
그건 바로 흑마녀의 존재였다.
천구가 말하기를 그녀는 세계를 일반적인 이들과 다르게 본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본 흑마녀가 보인 반응.
그것은 명백히 이질적인 뭔가를 본 듯한 모습이었다.
흑마녀가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서리스는 알지 못한다.
단지, 그녀가 보인 반응은 서리스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을 짐작하게 해줬다.
‘내가 들어오면서 바뀐 거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펜타니엄 서리스는 본래 칼릭스에게 암살당했었다.
그 당시의 그가 세계 침식자였음을 감안하고 생각해 보면 과연 정말로 죽은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를 죽인 독이 독왕의 독이라는 걸 떠올려 보면 세계 침식자라 한들 충분히 죽을 법했다.
‘내가 이 몸에 들어왔을 때도 아직 검은별의 힘이 그리 강한 게 아니었으니까.’
세계 침식자라 한들 처음부터 강한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본래 펜타니엄 서리스는 독왕의 독에 의해 사망했다.
그러나 자신이 그의 몸에 들어오게 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서리스는 이제 다른 방향으로 사고의 흐름을 틀었다.
세계 침식자가 잠식자와 조력자를 만들어내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서리스가 지닌 검은별은 조력자의 힘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다.
그건 광견보다도 더 강한 검은별의 힘이 증명하고 있었다.
자신은 세계 침식자.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본 기억 속 서리스에게 검은별을 새겨 주는 이는 누구란 말인가?
‘세계 침식자가 세계 침식자를 만들 수 있다고?’
그것은 과거로 돌아온 서리스조차 몰랐던 사실이다.
세계 침식자는 세계 침식에서 나타나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었으니까.
“다른 기억은.”
서리스는 어둠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흐릿한 인영.
그자가 누군지 알려면 그의 얼굴을 확인해야만 했다.
놈에게서 이 상황에 대한 작은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다면…….
“쓸데없는 기억이 왜 이리 많아.”
투정 부리듯 서리스는 인상을 팍 찌푸린 채 어둠 속을 헤쳐나갔다.
하지만 좀처럼 그자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초조함이 살짝 고개를 드는 순간 서리스는 한 기억의 파편을 발견했다.
자신이 서리스의 몸에 빙의되기 전의 기억이었다.
달빛이 밝은 어느 날 한 흐릿한 인영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황금색 눈을 마주 한순간.
“찾았…….”
후욱!
갑자기 시간이 역행하듯 흐르며 서리스의 몸이 뒤로 당겨졌다.
강제로 당겨진 몸은 순식간에 어둠 속에서 튕겨 나왔고, 어둠의 수면 위로 서리스가 솟구쳤다.
“커흑, 컥!”
서리스가 번쩍 눈을 뜬 순간 그는 배 속을 가득 채운 이물감에 반사적으로 입을 벌렸다.
그러곤 이내 새까만 무언가를 연신 토해내기 시작했다.
먹물 같은 것이 입에서 계속 흘러내렸는데 위장과 목이 전부 그것들로 가득 차 있었던 양 끔찍하기 그지없는 느낌이었다.
“괜찮느냐?”
그러는 순간 서리스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독, 후님?”
입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새까만 것을 뱉어내며 그녀의 이름을 부른 서리스는 그제야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자신을 삼키고 있었던 듯한 어둠.
그리고 그 위에 두 발로 선 채 자신을 끄집어낸 듯한 윈터의 모습이 말이다.
‘이게.’
저 어둠은 분명 서리스가 터트린 세계 침식이었다.
“상황이 위험해 보여서 말이다. 본녀가 조금 과하게 손을 쓰긴 했는데. 어디 아픈 곳은 없느냐? 그대로 있었다가는 세계 침식에게 그대로 먹혔을 게다.”
“네, 다, 친 곳은 켈록,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거다.
자신에게 검은별을 새긴 녀석의 얼굴을 확인 못 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걸 확인하자고 목숨을 내던질 수는 없었다.
단지, 흐릿한 기억 속 황금의 안광만큼은 뇌리에 똑똑히 남아 있었다.
기회가 한 번만 더 있다면, 그 인영의 얼굴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이 짓을 한 번 더했다가는.’
또 어둠인지 뭔지를 토해내는 경험은 이쪽도 이제 사양이었다.
차라리 다른 방법을 알아보면 모를까.
콰아아아앙!
그 순간 갑작스러운 폭발음이 서리스의 귓가를 때렸다.
그제야 자신이 무장공주와 전투 중이었음을 깨달은 서리스는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걱정 말거라.”
그런 서리스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윈터가 그에게 말해주었다.
그녀가 여기에 있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지금 무장공주를 상대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게 누군지 확인하고자 서리스가 고개를 든 순간 그의 눈이 절로 커다랗게 커졌다.
새까만 먹구름이 드리운 하늘에 번개를 쥔 뇌신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모든 무기를 던져 놓은 무장공주가 쏟아지는 번개의 포화 속을 미친 듯이 내달리고 있었다.
마제, 올스타드 스타린.
그가 무장공주와 싸우고 있었다.
쏟아지는 번개는 그야말로 자연재해 그 자체였다.
한 방이라도 맞는 순간 세상을 하직할 수준.
하지만 그런 번개의 포화 속에서도 무장공주는 스타린에게 도달하고자 땅을 박차며 도약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자랑하던 수많은 무기는 스타린에게 닿을 수가 없었다.
그의 앞을 지키는 두 명의 기사가 그녀를 몇 번이고 막아섰기 때문이다.
‘저게 대체.’
저들은 분명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둘에게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별의 힘은 서리스를 아득히 상회할 수준이었다.
저게 바로 마제 올스타드 스타린.
삼무제의 전설을 써 올린 장본인이었다.
이곳에서 서리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둘의 싸움은 너무도 아득한 경지에 도달해있었기 때문이다.
“돌아가자꾸나. 신의에게 네 상태를 봐달라고 할 테니.”
“잠시만요. 독후 님.”
서리스는 윈터를 멈춰 세웠다.
그러곤 뭔가에 홀린 듯한 눈으로 둘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이 싸움의 끝을 보고 갈 수는 없겠습니까.”
그런 서리스를 보고 윈터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웃음을 흘렸다.
과연 자신이 점 찍어둔 사내였다.
자신조차도 위축되기 마련인 저 전투에서 배울 점을 찾으려 눈을 빛내는 모습이라니.
저런 눈을 윈터는 예전에 본 기억이 있었다.
저 눈을 지닌 이들은 모두 천상사성과 천하오장성이라는 천외천의 경지에 도달했으니까.
단장으로서는 그가 대견하고.
한 가문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매우 탐이 났다.
그가 미래에 얼마나 세계를 호령할지 한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다시 보아도 불터렉스로 너무나 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저기 하늘 위에 있는 능구렁이 또한 그에게 눈독 들인 듯하였다는 거다.
‘선수 칠 수 있을까?’
윈터는 얼마 전에 만났던 발렌타인을 떠올렸다.
그녀를 살짝 떠봤을 때, 돌아왔던 그 반응은 삶의 산전수전을 이미 다 겪어본 자신에게 있어 속내를 털어놓는 수준이었다.
발렌타인은 서리스에게 연심을 품고 있다.
그러니 문제는 그 애가 이 사내의 마음을 훔치는 거겠지만.
그건 발렌타인을 바꾸면 될 일이니…….
‘좋아. 가능성이 보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