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47)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47화(147/275)
내려치는 낙뢰 속.
무장공주가 쏟아지는 낙뢰를 피하며 바닥에 박힌 창 한 자루를 쥐더니 그대로 내달리던 힘을 담아 하늘로 던졌다.
그런데 그 창은 이내 허공에 녹아 사라지듯 없어졌고.
그 창이 나타난 곳은 다름 아닌 하늘에 떠있던 마제 스타린의 뒤쪽이었다.
공간을 뚫으며 급습하듯 나타난 창이었지만 그 공격은 스타린에게 채 닿기도 전에 흑색의 기사에게 막혔다.
또다.
저 기사 녀석들에게 막힌 공격만 벌써 수십 번이다.
분명, 한 놈씩이라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놈들은 오로지 스타린을 지키기 위해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한 놈씩 처리할 수도 없었다.
뿌드득―
무장공주가 이를 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래서 마법사들이 싫다.
“개새끼가! 싸울 가면 똑바로 싸워!”
“목청 한 번 크기는.”
무장공주의 비난에도 스타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하늘 위에서 다음 번개를 손에 쥘 뿐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를 철저히 고수하며 일말의 방심조차 하지 않았다.
세계 침식자를 상대로 그는 절대로 방심하지 않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무장공주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스타린의 번개에 당할 때마다 그녀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는지 왼쪽 다리 근육이 서서히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고, 검은별을 아무리 공급해도 점차 호흡이 가빠오는 것 같았다.
‘머리 식히자. 식혀.’
내려치는 낙뢰를 바닥을 구르며 피한 그녀는 검 한 자루를 쑤욱 뽑았다.
앞으로 가져야 할 예쁜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쓸 수 있는 수단은 전부 써야 한다는 소리다.
무장공주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 순간, 그녀가 검을 쥐지 않은 손을 입안에 불쑥 넣었다.
지이이익―
그녀가 입속에서 꺼낸 것은 꺼림칙한 색의 단도였다.
사용 횟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아껴뒀던 다섯 무장 중 하나.
아르판테라.
그녀는 아르판테라를 빙글 돌리더니 그대로 자기 팔에 박아 넣었다.
“으익.”
그녀가 한차례 신음을 내뱉자마자 아르판테라는 상처 난 팔 위로 흡수되듯 사라졌다.
곧이어 그녀의 피부가 검게 물들더니 이내 새까만 동물의 꼬리와 귀가 돋아났다.
거기까지는 봐 줄 만했으나 이내 그녀의 피부 위로 검은 덩어리들이 생겨나더니 기이한 기운을 내뿜으며 꿈틀거렸다.
그 이질적인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였고, 그것은 스타린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짓을 하려고.’
스타린이 눈살을 찌푸린 순간 무장공주가 슬그머니 발을 들어 올렸다.
“넌 뒤졌어.”
쿠웅!
욕설과 함께 무장공주가 들어 올린 발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양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 진동이 대지를 한차례 떨게 했고.
곧이어 그녀가 바닥에 내다 버린 모든 무기가 그 진동을 따라 땅에서 뽑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이 공격의 시작이었다.
무장공주의 인영이 사라진 순간 모든 무기가 일제히 하늘로 치솟아 오른 것이다.
“쓸데없는 짓을.”
그 모습을 보자마자 스타린은 자기 주변으로 방어마법을 겹겹이 만들었다.
땅에 떨어져 있던 모든 무기가 자신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흑, 백. 싹 다 날려 버려.”
동시에 두 기사에게 그가 명령을 내린 순간 둘은 날아드는 무기를 쳐내고자 각자의 무장을 들어 올렸다.
퍼억!
그러나 그 순간 흑기사가 갑자기 지상으로 추락했다.
무언가 움직였다고 생각한 순간 흑기사의 가슴팍은 이미 우그러져 있었다.
“허어?”
스타린의 입에서 황당한 음색이 흘러나왔다.
이곳은 공중.
흑기사의 곁에는 아무것도 존재치 않았었다.
그런 흑기사의 가슴팍이 갑자기 우그러진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간단했다.
무장공주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도 자신의 동체 시력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설마 하늘로 던진 무기들 전부…….’
분명 동시에 이쪽으로 향한 것 같지만, 무기들은 미세하게 체공 시간이 달랐다.
그것은 즉 무장공주가 저 무기들을 제힘으로 던졌다는 소리였다.
‘마지막에 사용했던 그 단검.’
분명 그게 그녀의 신체 능력을 대폭 상승시킨 무구인 게 분명했다.
하늘 위, 무장공주가 지녔던 모든 무기가 허공에서 돌고 있었다.
무장공주가 노리는 것은 무기를 던져 공격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노린 것은 바로 하늘을 자신의 무대로 만드는 것이었다.
“백.”
그 순간 덮쳐온 섬광의 검격 앞을 백기사가 막아섰다.
그러나 흑기사 때와 같이 고속으로 이동한 무장공주가 어느새 백기사의 머리 위로 송곳을 들고 나타났다.
그녀는 스타린을 보곤 히죽 웃더니 눈으로 좇아갈 수 없는 속도로 백기사의 투구를 연달아 내려찍었다.
수백 개의 구멍이 뻥뻥 뚫린 백기사가 비틀거리자 그녀는 이어서 갑옷 목 이음새 사이로 송곳을 박아 넣고는.
그대로 돌려 백기사의 투구를 날려 버렸다.
뒤이어 그녀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을 빙글 돌리더니 백기사를 발판 삼아 뛰어올랐다.
그런 그녀의 손아귀에는 어느새 낫과 손도끼가 각각 한 자루씩 들려져 있었다.
거기까지 행동하는 데 소모한 시간은 고작해야 몇 초 남짓.
마법으로 육체 능력을 올린 스타린의 눈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터무니없는 속도였다.
빠르다.
과연 그녀가 비장의 카드로 숨겨두고 있었던 만큼 강력했다.
쾅! 쾅! 쾅! 쾅!
자신을 감싸고 있는 방어 마법 여기저기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무장공주는 하늘을 마치 제집처럼 뛰어다니며 스타린의 방어 마법을 미친 듯이 두드리고 있었다.
“시끄럽게.”
스타린은 그 즉시 한쪽 손은 주먹을 쥐고, 반대편 손은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아귀 속에서 천칭이 생겨났다.
마법사란 천칭을 기울여 별의 힘을 쏟아내는 것.
그는 기울인 천칭을 통해 별과의 거래를 끝내자마자 손에서 붉은색 스파크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네가 아무리 빨리 움직여 봤자.”
뒤이어 스타린의 방어 마법이 사라지더니 그의 손아귀 속 스파크가 전방위로 퍼져 나갔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을 하면 그만이잖아.”
새빨간 번개가 하늘 위에서 터져 나왔다.
대기를 후끈하게 달굴 만큼 강렬한 열기를 지닌 번개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터져 나왔고.
달빛을 가리고 있던 구름조차 번개에 집어삼켜 져 하늘 위 새하얀 달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워낙 강한 빛이 터졌기 때문일까.
이전보다 더욱 새까맣게 느껴지는 밤의 어둠 속.
스타린은 자욱한 연기 사이로 양손을 교차하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호흡을 고르며 밤하늘 위에 그렇게 떠 있었다.
“뒤이져어어어!”
이윽고 무언가 길게 늘어진 듯한 목소리가 스타린의 귓가에 들려왔다.
사방으로 퍼진 붉은 번개를 어떻게 피한 것인지 무장공주가 그를 향해 검 한 자루를 쥔 채 날아들고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런 그녀의 움직임은 아까와 달리 평범한 속도에 불과했다.
마법사인 스타린조차 그녀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 안에서도 그 속도로 움직이다니, 대체 얼마나 빠른 거냐?”
사고의 흐름을 극한으로 늦추며 몸의 움직임도 그에 따라 늦춰 버리는 시간의 감옥.
지금 스타린의 주위에는 그 감옥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법 속에서도 그녀는 평소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통해 무장공주가 현재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 또한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린 것인지 눈동자가 커다랗게 변했다.
“안 놓쳐.”
일부러 방어 마법까지 푸는 미끼를 던지며 대규모 마법까지 사용했다.
시간 감옥은 스타린에게도 부담이 되는 마법.
그 증거로 그의 이마에도 어느새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런 그의 등 뒤에는 거대한 마법 진 하나가 그려져 있었고.
그곳에서 나타난 것은 물푸레나무로 대를 만든 창 한 자루였다.
“최흉 속에서 몇 년이고 잠들어 있던 걸 가공해서 만든 거야. 덕분에 세계 침식이 듬뿍 묻혀 있지.”
스타린은 꽉 찬 달을 뒤로한 채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러나 그 눈동자를 마주한 무장공주는 어느 때보다 짙은 살기가 목을 조여오는 듯했다.
죽음이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거면 너희가 지닌 검은별도 한 방에 깨트릴 거다.”
그 말과 함께 스타린이 손가락을 튕겼다.
“궁니르(Gungnir)”
그 이름을 외친 순간 창이 득달같이 그녀에게 쇄도했다.
세계 침식자라도 적중하는 순간 그 목숨을 끊어 버리는 신의 창.
그것이 무장공주의 코앞까지 도달했을 때, 그녀의 옆구리에서 사람 하나가 갑자기 솟아올랐다.
그 정체는 새하얀 가면을 쓴 망아꾼의 분신체였다.
놈은 나타나자마자 무장공주를 밀어내었고.
뒤늦게 이를 알아챈 스타린이 궁니르의 방향을 바꾸려 했지만, 창은 이미 놈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콰앙!
폭발음과 함께 섬광이 하늘 위를 퍼져 나갔다.
강렬한 빛이 지나간 후 뒤늦게 날아든 후폭풍은 스타린마저 멀리 날려 버릴 정도로 거셌다.
“아아아아악!”
곧이어 스타린이 사태 파악을 위해 시선을 옮겼을 때,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왼쪽 팔 하나가 날아 가버린 무장공주가 망아꾼 분신체에게 둘러싸인 채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죽일 거야! 개새끼! 죽일 거라고!”
“무장공주, 멍청하게 굴 때가 아닙니다. 냉정하게 판단하세요.”
“닥쳐! 내 팔이, 팔이 날아 갔잖아악!”
“오냐. 네 머리도 날려 줄 테니 거기 딱 서 있어라.”
스타린은 시끄럽게 소리 질러대는 무장공주를 보며 다시금 천칭을 기울이려 했다.
그러나 시간 감옥에 이어 궁니르까지 꺼내서인지 스타린은 천칭의 움직임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쯧, 확실히 죽이기 위해 무리를 좀 하긴 했으니.’
오랜만에 손끝이 떨려올 정도로 지쳤음에 스타린은 주먹을 콱하고 쥐었다.
상관없다.
평생 무리하는 삶을 살아온 자신이다.
좀 평화로운 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이까짓 무리도 못 할쏘냐.
“궁니르.”
다시금 궁니르가 그의 등 뒤에서 마법 진을 타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죽인다.
그 순간 망아꾼들이 제멋대로 분열하며 하늘을 가득 메울 만큼 늘어났다.
“허튼 수를.”
시야라도 가릴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부 날려 버리면 그만.
스타린은 궁니르를 뒤에 둔 채 다른 마법 하나를 더 사용했다.
그 순간 불어닥친 바람이 분신체들을 모조리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망아꾼의 분신체 하나는 날뛰는 무장공주의 목덜미를 당기며 설득하고 있었다.
“무장공주, 당신이 원하던 그 검을 줄 테니까 가죠.”
“어? 그 멋쟁이? 진짜지?”
“예, 진짜니까. 말 좀 들어 처먹으세요.”
휘몰아치는 바람이 분신체를 쓸어 가는 통에 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곧 있으면 이쪽을 발견한 스타린이 또 궁니르를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새끼가 무슨 짓을 해서 공간 이동이 안 되는데.”
“그건 해결했습니다.”
그 말을 하자마자 두 사람의 앞에 새까만 타원형 공간이 열렸다.
“미친년이 웬일이래!”
그걸 보자마자 이게 흑마녀 작품임을 깨달은 그녀는 화색을 띄웠다.
그러면서 망아꾼의 분신체들 사이로 자신을 쫓고 있는 스타린을 노려보다 몸을 홱 하니 돌렸다.
“저 새낀 내가 나중에 반드시 죽일 거야.”
“어련하시겠습니까.”
무장공주가 공간을 넘어가는 걸 보고 망아꾼의 분신체도 뒤따라가려 했다.
그러나 그는 곧 스타린의 부릅뜬 눈이 이쪽을 향했음을 깨닫곤 그 발을 멈췄다.
스타린이 쏘아낸 궁그닐이 열린 공간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참, 화풀이 선물이라도 되어 드려야겠네요.”
그는 생을 포기하듯 모든 분신체와 함께 한꺼번에 몸을 부풀렸다.
곧이어 하나같이 풍선 같은 꼴이 된 그들은 열이 잔뜩 받은 스타린을 향해 웃어 보였다.
“다음에 만나요.”
“썩을 것들이.”
스타린의 욕설을 시작으로, 밤하늘은 때아닌 폭발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