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48)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48화(148/275)
망아꾼과 무장공주의 습격이 일어난 뒤 워너힐 아카데미 쪽에는 비상이 걸렸다.
흑마녀 이후 벌써 두 번째 세계 침식자의 습격이었다.
당연히 이 일로 소란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한 각지의 가문들로부터 직계 귀환 요청이 쇄도했고.
실제로 몇몇 마음 급한 가문은 직접 사람을 보내 직계들을 데려가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흉이라는 짐을 지지 않은 평범한 가문들뿐.
정작 대가문과 그 휘하에 소가문들은 이 사태를 오히려 다른 관점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가문은 직계들에게 좋은 경험의 기회가 되었을 거라며 환영하는 눈치였고.
또 어떤 가문은 공적을 쌓을 기회라며 자식을 닦달하는 곳도 있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또 한 번 병원을 찾게 된 서리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몸은 어떠냐? 검사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던데.”
“예, 근육통 빼면 멀쩡합니다.”
무장공주와 망아꾼의 도주 이후 서리스는 윈터가 말한 대로 신의를 찾아왔다.
잠깐이었지만 무장공주와 일대일로 싸웠던 서리스다.
당연히 죽었거나 혹은 죽을만한 상처를 입었거나 둘 중 하나여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서리스는 몸에 피로감과 근육통만 제외한다면 멀쩡하기 그지없었다.
그건 실로 기적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마 간단하게 추측해 보면.’
무장공주는 악스판시온을 원하고 있었다.
스타린과의 싸움에서 보여준 화력을 본다면 악스판시온을 부수고 서리스를 죽이는 것도 그녀에게는 손쉬운 일이었을 터.
그러나 악스판시온을 가지고 싶었던 그녀는 일부러 힘을 조절한 채 서리스를 상대했을 것이다.
그 결과 서리스는 큰 부상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세계 침식자를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이나 만났지만, 살아남았지. 이걸 행운이라 봐야 할지 불행이라 봐야 할지 모르겠구나.”
흑마녀 당시에도 서리스 일행을 살폈던 신의다.
그렇기에 서리스의 상황을 알고 있는 그는 그리 말하며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을 의료술로 살려낸 그의 선인 같은 미소에 서리스는 멋쩍어할 뿐이었다.
무장공주나 망아꾼은 아니어도 흑마녀는 자신 때문에 아카데미를 습격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저기, 신의님, 엑스널은 어떻게 됐습니까?”
서리스는 자신보다는 엑스널의 상태가 더 궁금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마지막 순간에 알리즈를 지킨 그는 큰 부상을 입었었다.
포션을 썼다고는 해도 그의 상태는 충분히 죽을만한 수준이었다.
“별 탈 없을 거다. 한동안은 요양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오대가의 직계이니 육체가 팔팔해서 금방 회복할 거다.”
그리 말하며 신의는 수염이 있는 자기 턱을 매만졌다.
“단지, 깨어나기까지는 조금 걸릴 게다.”
“그렇군요.”
그 말을 듣고 서리스는 알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크흠.”
진찰을 마친 서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신의가 갑자기 헛기침을 했다.
그런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자 신의는 그를 힐끔힐끔 보며 입을 열었다.
“그…… 자네는 다음에 들어갈 단을 정했나?”
“아뇨. 아직입니다.”
“귀수단은 어떤가.”
플레미아 말인가?
하지만 플레미아는 부상자 구호 및 치료를 위주로 움직이는 단이다.
배워두면 유용한 건 사실이나 전문적인 지식까지 배우기에는 다른 것에 신경 쓸 게 더 많았다.
“그것이.”
“뭐, 생각만 해두게. 생각만!”
어느샌가 손에 쥔 부채 하나를 펼친 채 그리 말하자 서리스는 쓴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능력이 생기니 여기저기서 오라는 곳이 많아졌다.
그건 고맙지만, 고민할 게 산더미 같은 서리스에게는 또 다른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신의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온 서리스는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윈터와 마주쳤다.
그녀가 신의에게로 바로 데려다줬던 만큼 상태를 보고 가려 한 듯하였다.
“신의가 뭐라더냐?”
“문제없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흐음, 그럼 다행이구나. 동료를 아끼는 건 좋다만 그래도 목숨은 소중히 여기거라.”
윈터는 서리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곤 몸을 돌려 사라졌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녀는 정말로 자기 몸 상태를 걱정해 줬던 모양이다.
‘독후님에게는 두 번이나 폐를 좀 끼쳤지.’
다음에 사례라도 해야 할듯싶었다.
발렌타인에게 그녀가 즐겨 먹는 간식이라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서리스는 병실 하나를 찾았다.
거긴 바로 알리즈의 병실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방은 비어 있었고, 서리스는 머리를 긁적이다 그가 있을 만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문에 달린 창문 너머 알리즈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잠든 엑스널을 가만히 지켜 보고 있었다.
이리저리 붕대를 감고 색색거리며 자고 있는 엑스널은 분명 회복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런 엑스널을 보며 알리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엑스널과 알리즈 사이에는 깊은 감정의 골이 있었다.
그것은 분명 한순간에 채워질 만한 것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채워지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오늘 있었던 일은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변화를 만들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엑스널이 알리즈를 구한 것은 죄책감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관계에 서리스는 더이상 자신이 개입할 필요성은 없다고 느꼈다.
“잘하겠지.”
이제부터는 두 사람의 몫.
서리스는 벽에 기대고 있던 등을 떼고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의 앞을 누군가가 막아섰다.
이쪽도 붕대를 여기저기 묶고, 약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크라페.”
복도에서 갑자기 나타난 그를 부르자 크라페는 잠시동안 서리스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곤 코끝을 킁하고 움직이더니 몸을 돌렸다.
“나도 될 거야.”
뭔 소리지?
서리스는 그대로 뒤돌아 가버리는 크라페를 보고 의아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밖을 보니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걱정을 끼친 다른 사람들도 찾아가 볼까 했지만 아무래도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난 모양이었다.
‘그때 본 그 녀석은…….’
서리스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 이 몸을 세계 침식자로 만든 자.
눈에서 흘러나오는 금빛의 안광 말고는 알 수 없는 그 흐릿한 인영을 떠올리며 서리스는 아침 해를 바라보았다.
분명 검은별 내부에 그 기억이 담겨 있을 것이다.
‘지금은 무리여도.’
찾아낼 수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야만 했다.
세계 침식자를 만들어 내는 존재라니…… 위험해도 너무 위험한 놈인 것이다.
‘그리고 놈이라면 알지도 모른다.’
자신이 왜 과거로, 그것도 서리스의 몸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
머릿속을 채운 여러 가지 의문 속에서 서리스는 하품이 입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우선 잠부터 자야겠네.”
이쪽도 피로가 잔뜩 쌓였다.
무장공주 일 덕분에 내일은 훈련을 하루 쉬라며 신의가 일부러 휴식증까지 끊어준 만큼.
적어도 낮까지는 잠을 자둬야겠다고 생각하며 서리스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가 예상 못 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연이은 세계 침식자 침입 사건의 주역이 됐다는 것이.
그의 생각보다 훨씬 더 워너힐 아카데미에서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 * *
해가 중천에 떠오른 점심 무렵.
서리스는 부스스한 꼴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쩐지 잠을 자도 몸이 뭔가 무거웠다.
그 이유를 확인하고자 고개를 든 서리스는 자신의 몸 위에 고양이 마냥 웅크리고 자는 도로시를 발견했다.
그리고 서리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도로시를 바닥에 던져주었다.
“으냐악!”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뒹군 도로시는 하품을 하며 눈을 떴다.
그러곤 서리스와 눈을 마주치더니 그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직계님 살아 있네!”
“그럼 죽은 줄 알았냐?”
“세계 침식자를 또 만났다길래. 그런 줄 알았어.”
“시체 위에서 자는 녀석이 어디 있냐.”
그리 말한 서리스는 뭉친 머리카락을 매만지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도로시가 있다면 같이 있어야 할 녀석이 안 보였기 때문이다.
“서발광은?”
“밥 가지러!”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꽤 오래 잤다고 생각하며 서리스는 가볍게 몸을 풀다가 문뜩 의아한 점이 보여 도로시를 돌아보았다.
“그것보다 도로시 너 왜 여기 있냐? 수업은?”
“오늘은 조기 종료래. 세계 침식자 건으로 워너힐 아카데미 내부에 숨어든 게 있을 수도 있다면서 그걸 찾는다나 봐.”
굳이 말하자면 알리즈와 비슷한 사례인 건가.
‘잘은 몰라도.’
알리즈는 이제 정말로 폭주의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봐도 되겠지.
그것만으로 한시름 놓은 서리스는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도로시를 보았다.
“그래서 네가 내 방에서 자고 있던 이유는?”
“착쁜놈이 자꾸 엉엉 울려고 해서 내가 보고 있을 테니 밥 가져오라 했어!”
아무래도 서발광에게는 어지간히 걱정을 끼친 모양이다.
서발광에게 있어서 서리스는 평생을 다해 섬겨야 할 주군이자 은인이었다.
그런 만큼 서리스의 행동에 가장 예민한 것도 그였기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돌아오면 걱정 안 해도 괜찮다고 말이라도 해줘야 할듯싶었다.
“일어났느냐?”
아니다.
그 말을 취소해야 할듯싶었다.
서발광이 오기도 전에 열린 방문 앞에는 뜻밖의 인물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직계님, 이 꼬마 누구야?”
“도로시.”
“됐어. 이 모습이 되고 나서는 익숙한 일이니까.”
서리스가 도로시를 혼내려 하자 스타린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반응했다.
그런 서리스의 반응에 도로시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았고, 스타린은 안으로 걸어 들어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이런, 이 정도의 경지에 올라도 어제 정도로 고생하면 피곤하단 말이지.”
그는 겉모습에 걸맞지 않게 어깨를 주먹 쥔 손으로 툭툭 두드렸다.
서리스는 그 사이에 도로시에게 잠깐 나가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스타린이 신기한 듯,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던 도로시였지만 서리스의 성화에 하는 수 없이 방 밖으로 나갔다.
스타린은 그사이 서리스 쪽을 힐끔 보더니 방 내부로 시선을 옮겼다.
“묘한 곳에 사는군. 여기…… 마왕 놈이 살던 집이지?”
“아시나요?”
“그야 마왕 녀석이 아카데미 다닐 적에도, 나는 여기 있었으니 말이다. 너네 아버지인 검황 녀석도 말이지.”
나이가 나이인 그다.
살아 있는 전설 그 자체인 마제 스타린이었기에 서리스는 이상한 게 아님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마당에 마왕 놈 딸내미로 보이는 애가 여기서 산다라.”
그는 도로시를 보곤 살짝 호기심 섞인 표정을 지었다.
“여자친구냐?”
“아닙니다.”
“아니면 말고.”
농담이었다는 양 말한 스타린은 다리를 꼬곤 이제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펜타니엄 꼬마, 내가 무장공주와 일을 끝내고 바로 찾아온 이유를 알겠어?”
그의 물음의 서리스는 침묵했다.
왜냐하면 그 이유가 많아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첫 번째. 이건 순전히 우연일 수도 있지만 네가 세계 침식자와의 조우가 두 번이나 연속으로 있었다는 것.”
흑마녀는 필연이었지만 망아꾼과 무장공주는 우연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남들 눈에는 그렇게 비치지 않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펜타니엄 꼬마에게 뭔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지금까지 세계 침식자가 워너힐 아카데미를 습격한 적은 거의 없었다.
마제 올스타드 스타린부터 시작해서 쟁쟁한 인물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성위가 쳐놓은 결계는 세계 침식자들에게도 까다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세계 침식자가 고작 이번 연도 1학기 동안 두 번이나 습격을 해왔다.
당연히 내부에서도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신경 안 써. 내가 살던 때는 세계 침식자 놈들이 어딜 가도 튀어나왔었으니까. 사실 지금이 비이상적으로 평화로운 거지.”
“세계 침식자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겁니까?”
“그래, 네 말대로 놈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 말을 듣자마자 서리스의 낯빛도 살짝 어두워졌다.
왜냐하면 이 또한 예정된 미래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침식자와 인류 간의 대전쟁.
그 시기가 점차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별이 스러졌던, 그 악몽 같은 순간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