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54)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54화(154/275)
콰앙!
대련장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벽에서 누군가 굴러떨어졌다.
그런 그를 보며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그림자에 넣곤 고개를 숙여 보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서리스가 인사를 올리자 여기저기서 탄식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3학년도 안 되나.”
“A반 녀석들이 있었어야 했는데.”
방금 서리스가 날려버린 것은 3학년 C반 출신의 남학생이었다.
그래도 2년이나 차이가 나는 만큼 나름 선방하던 그였지만,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하고 저렇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진짜 1학년 맞아?”
“아무리 C반 출신이라도 3학년이 저렇게까지 밀릴 정도라니.”
가면 갈수록 더더욱 수군거리는 소리가 커지는 와중 서리스는 대련장에서 내려왔다.
‘쓸쓸하네.’
아이랑과 크라페 둘 다 전력을 다 쏟고 병원으로 가버려서일까.
오랜만에 혼자 남게 된 서리스는 외로운 기분을 느꼈다.
평소에 오가며 인사를 나누던 선배들이 있긴 하나, 어디까지나 위 학년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의 행동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편하게 대화를 나눌만한 상대는 이곳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면 내게 다가오는 것 자체가 좀 그렇지…….’
모두가 서리스를 주목하는 지금, 그런 과감한 행동을 보일 이는 없으리라.
“이봐, 후배! 선배 몇 명 이겼다고 기고만장해지지 마!”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바로 대련마다 엉망진창으로 구르며 겨우 승리를 챙겨가고 있는 빅토르였다.
어떤 의미로는 정말로 강심장인 그였다.
“왜냐하면, 이제 다음 상대가 나일 테니까!”
그 말을 듣고 서리스는 다음 시합 상대를 차근히 떠올렸다.
벌써 4강전까지 왔었나.
그러면서 서리스는 의외라는 듯 빅토르를 돌아보았다.
강혼에게 덤비던 그의 성격이야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금의 그는 분명 별 볼 일 없는 실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강전까지 올라왔어.’
서리스가 너무 쉽게 이기고 있을 뿐이지 워너힐 아카데미 일원은 전부가 자기 고향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전투에 최적화되어 있다 봐도 무방한 테르넬에 단원이라면 당연히 전투력 또한 무척이나 높았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빅토르는 아득바득 이기고, 4강까지 올라온 것이었다.
‘끈기.’
그는 독종이었다.
사람들이 미친개라고 부를 만큼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계속해서 일어났다.
바퀴벌레보다 더한 생명력을 지닌 그는 마치 아무리 밀어도 일어나는 오뚜기 같았다.
그렇기에 단원들도 그와 싸우다 지쳐 결국 항복 선언을 하거나 체력이 달려 빈틈을 내주었다.
대련이지만 절대로 패배하지 않겠다는 듯 처절하게 싸우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독종 중의 독종인 벌꿀오소리 같았다.
‘저러니까.’
무황인 강혼에게도 겁 없이 덤빈 거겠지.
“서리스, 숨은 돌렸나?”
8강전을 막 치른 서리스에게 교관이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3학년 선배가 나름 선방했다곤 해도 서리스의 상대로는 한참 부족했기 때문에 아직 체력은 많이 남았다.
이것만 보아도 서리스가 얼마나 괴물 같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 알았다. 바로 다음으로 들어가지. 카론 빅토르, 펜타니엄 서리스, 위로 올라가라.”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빅토르가 날아들 듯 대련장 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탁하고 착지하더니 서리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올라와! 진짜를 보여주지!”
“제발, 빅토르 이 머저리야! 너 그러다 죽어!”
“이번에 저놈 진짜로 죽겠다.”
그러자마자 대련장 주위에서 온갖 야유가 그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빅토르는 아랑곳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당당히 허리를 폈다.
“시끄러워! 패배자 놈들아!”
“그래, 내가 저놈을 팼어야 했어.”
“서리스! 차례 좀 바꿔주라!”
당당한 빅토르와 그를 야유하는 단원들을 보며 서리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분위기 좋네.
처음에는 미움받고 있다고 생각했더니 미운 정도 정이라고, 빅토르는 학생 단원들 사이에서 꽤 재미있는 위치에 있었다.
모두와 싸우고 투덕거리면서도 어째서인지 그 중심에 있고 마는 인물.
서리스가 특유의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휘어잡아 중심이 되는 타입이라면.
그는 모두와 함께 뒹굴며 어느샌가 중심이 되어버리는 타입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두 사람은 대련장 위에서 마주했다.
솔직하게 말해 승패는 누가 봐도 뻔했다.
지금도 조금 전에 치료한 상처들로 붕대를 잔뜩 감고 있는 빅토르와 상처는커녕 체력도 거의 소모 안 한 서리스.
아무리 보아도 빅토르에게는 승산이 없는 대련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단원들은 이 경기를 유심히 지켜 보고 있었다.
짜증 나는 녀석이지만 광기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승리에 집착하는 빅토르라면 혹시…… 라는 생각을 다들 조금씩이나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
그렇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교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
타악!
선수를 친 것은 빅토르였다.
검은색 반장갑을 낀 손을 내뻗으며 재빠르게 서리스의 품 안으로 파고든 것이었다.
토끼 같은 기묘한 움직임을 하는 그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서리스는 검을 휘둘렀다.
모두가 이 첫 일격을 받아 내려다 그대로 나가떨어졌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빅토르는 타이밍에 맞춰 허리를 꺾으며 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동시에 엄청난 탄력으로 몸을 튕겨 쇄도하며 서리스의 옷깃을 틀어잡았다.
성인 평균 키보다 큰 서리스이기에 신장 차이가 꽤 많이 났지만, 빅토르는 별을 이용해 손가락 끝을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허리를 뒤틀며 그를 넘어트리고자 다리를 앞으로 쭈욱 내뻗었다.
‘됐어! 기술이 완벽하게 들어갔다!’
이대로 마운트 자세로 끌어내려 타격기를 먹이려던 빅토르는 갑자기 자기 몸이 뒤로 당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기술을 건 것은 자신이었는데 왜 뒤로 당겨지고 있을까.
그 해답은 간단했다.
서리스를 넘어트리고자 했던 기술이 그에게 조금도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그는 도리어 자기가 쓴 힘에 끌려 오히려 넘어질 처지에 처한 것이었다.
“이게, 뭔…… 네놈이 무슨 암석이냐!”
몸이 대체 어떻게 이루어져 있길래 자기 기술에 꿈쩍도 하지 않는단 말인가.
화를 내는 빅토르를 보고 서리스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힘 조절…… 괜찮으려나.’
3학년 선배를 상대하면서 이제야 너무 커진 별의 총량에 적응하기 시작한 서리스지만 아직 위태로운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빅토르는 이전 대련으로 이미 상처투성이다.
그런 그를 상대로 힘 조절에 실패한다면,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그 순간 빅토르가 다시금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잡기 기술이 안 통하자 타격기로 방향을 전환한 속셈인지 주먹을 내질러 왔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서리스는 그 즉시 그의 주먹을 검으로 비껴내며 악스판시온을 틀어잡았다.
‘흐름을 태운다.’
거대한 힘을 다루는 건, 이미 수없이 해왔던 일이다.
총량이 늘어났을 뿐, 막상 사용하는 별 양은 같다.
그 생각에 도달한 서리스의 검이 흐름을 타듯 이어지기 시작했다.
금강귀명도(金强晷銘刀)
일식(一式)
금강귀검로(金强晷劍路)
몰아치는 검격 속에서 빅토르는 자기 신체를 돌같이 만들곤 급히 서리스의 검과 맞서기 시작했다.
테르넬 소속이라는 게 허울이 아닌듯, 그는 서리스의 파도 같은 검로에도 악착같이 버텼다.
하지만 그의 검은 흐름을 타며 점차 강해졌다.
마치 자신을 시험하기라도 하듯 서리스의 끊임없이 강해지는 검로를 보며 빅토르는 이를 아득 깨물었다.
‘나 보다 두 살이나 어린 녀석이.’
대체 어떻게 이 정도에 힘과 경지를 지닌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오늘 패배한다면 그는 또 후회할 것이란 것이다.
‘이긴다! 나는 반드시 이긴다!’
집념 하나만으로 워너힐 아카데미에 들어와 최하위권이지만 B반까지 올라온 그다.
‘그런 내가 2년 후배에게 질까 보냐.’
“으랴아아아아아아!”
기합성과 함께 빅토르의 주먹이 검로 속을 헤치며 폭풍 같이 휘둘러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속, 빅토르와 서리스의 공방이 한참 이어지던 순간.
빅토르는 어느새 무거워진 팔에서 느껴지는 저릿함에 깜짝 놀랐다.
금강귀검로에 담긴 반류가 그의 팔에 어느새 반동을 축적 시킨 것이었다.
그 때문에 뻗어져 나가던 팔의 움직임이 일순간 느릿해졌다.
빅토르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서리스의 검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깔끔하게 이어지는 연계 동작을 보고 빅토르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왜인지 휘두르던 검의 힘이 부하가 걸린 듯 멈칫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멈칫거림도 순간이었고, 검은 이내 빅토르의 배에 닿았다.
쩌엉!
그 순간 빅토르가 하늘을 날았다.
바닥에 부딪힌 그가 데굴데굴 굴러가자 서리스는 윽 소리를 내며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빅토르가 생각 이상으로 잘 버티는 걸 보고, 자신도 모르게 힘이 더 들어가 버린 것이다.
휘두르던 도중에 그것을 알아차리고, 강제로 팔에 힘을 주어 검로를 흩트리고자 했지만, 그걸로도 모자랐던 모양이었다.
“빅토르 선배, 괜……!”
“야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바닥을 뒹굴던 빅토르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내질렀다.
놀란 서리스가 그를 바라보자 빅토르는 입안을 씹었는지 퉤 하고 살점을 내뱉곤 두 눈을 부릅떴다.
“지금 뭐 하는 짓거리냐! 나 빅토르야! 대련 똑바로 안 하냐?! 어디서 중간에 힘을 빼!”
거칠게 성을 낸 그의 외침을 듣고 서리스는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만약 제대로 했으면 그는 방금 공격으로 내상을 크게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빅토르는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두 주먹을 꽉 쥔 채 자세를 잡았다.
“똑바로 해라.”
부릅뜬 그의 두 눈이 투지로 활활 불타올랐다.
똑바로 하라니.
그 말을 듣고 멍하니 서 있던 서리스는 그 순간 무언가 깨달은 듯 자기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지금 내가 뭘 한 거지?’
진심으로 부딪쳐 오는 상대를 얕보고, 상대가 너무 다치지 않게 배려해준다니.
이런 건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오만한 천재들이 하는 짓거리가 아니었던가.
서리스는 누가 머리를 강하게 내려친 듯, 멍한 느낌을 받았다.
오만한 천재들을 보며 오만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큰 방심을 불러일으키는지 수없이 속으로 새겼었건만.
지금 자신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니.
‘힘에 취한 거냐.’
두 배 이상 늘어난 별의 출력.
그걸로 인해 고조된 기분과 테르넬 학생 단원들을 상대로도 손쉽게 이기는 상황까지 더해져 힘에 취하고 말았다.
이런 실수나 저지르고 있다니.
빅토르에게 있어서 조금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자신을 떠올리며 서리스는 한심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틀어쥐었다.
‘내가 한심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지.’
과거의 자신은 매번 한심했었고 또 그런 한심한 짓거리를 반복해 왔었다.
물론,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그걸 자각한 순간부터 다시는 하지 않으면 그만이니.
그것을 일깨워준 빅토르를 보며 서리스는 그에게 검을 겨누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
“하, 그래, 좋아!”
빅토르가 쥔 주먹을 따라 그의 팔이 파르르 떨렸다.
그것만으로 그가 얼마나 무리하고 있는지 엿보였지만, 서리스는 그를 이미 자신의 상대로 인정했다.
이긴다.
그가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이긴다.
그 생각을 품은 서리스는 어째서인지 너무 거대하고 다루기 까다롭게만 느껴졌던 별이 점차 안정화되어감을 느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리스는 이전보다 더한 활력이 육체를 따라 도는 게 느껴졌다.
그때의 그는 알아차릴 수 없었다.
오만을 버리고 스스로를 아는 것이야말로 7성 초입에 들어서기 위해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며.
이미 무르익을 때로 무르익은 그의 육체와 별이 그 마음가짐을 통해 벽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지금은 오직 빅토르만을 상대하고자 정신을 곤두세운 서리스가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은 이미 대회가 끝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