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66)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66화(166/275)
하늘 위는 바다.
아래는 새빨간 독초로 이루어진 숲.
이곳이 바로 대해라고 불리는 마굴이었다.
본래라면 마수들의 세상일 터인 대해이지만.
오늘은 다수의 사람이 그 중심을 활보하고 있었다.
“전방, 중형 마수 5마리 포착했어요.”
대해의 숲 여기저기에 퍼진 박쥐를 통해서 아이랑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쥐며 입을 열었다.
“먼저 친다. 원거리 조.”
서리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스타리즈를 중심으로 한 2명의 마법사가 손을 들었다.
세 사람이 기울인 천칭을 따라 쏟아진 것은 얼음의 폭우.
“키이이이익!”
거미와 게를 뒤섞어 놓은 듯한 특이한 생김새의 마수는 비명과 함께 분노한 듯 포효했다.
“흡.”
그런 녀석이 집게발을 든 순간을 노린 서리스가 순식간에 그 틈으로 쇄도했다.
서리스는 금강잔월 박살에 별을 끌어모은 힘을 담아 그대로 놈의 집게발을 내려쳤다.
콰직!
“끼이익?!”
집게발과 함께 머리가 우그러진 마수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 틈을 타 새빨간 독을 묻힌 유리 조각들이 비명을 지르는 마수의 입속으로 파고들며 목과 내장 기관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바로, 발렌타인의 귀왕령이었다.
순식간에 내부가 갈려 나간 마수는 더 이상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 사이, 다른 쪽에서도 전투가 벌어졌다.
이바드라와 호라이즌과 같이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쪽도 있었고, 도로시나 아이랑처럼 육탄 계로 맞서는 이들도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전부 다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두 달간 해 온 훈련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듯 모두가 대해의 마수를 상대로 능숙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이대로면.’
곧 어렵지 않게 주인을 잡을 수 있을 듯싶었다.
“서발광, 지금이 며칠째지?”
“이틀째. 해가 진 지도 1시간 정도 된 거 같아.”
남들과는 다른 감으로 사는 서발광은 하늘로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대해는 밤과 낮이 거의 구분되지 않았다.
수면 아래, 빛이 닿지 않는 지점까지 내려왔기도 하고.
붉은색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빛이 대해 전역을 상시로 밝히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조차도 잘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 감각이 무너진 듯한 기분을 느끼며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집어넣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슬슬 쉬도록 하자.”
그리 말한 서리스는 마수 사체를 정리해 두곤 쉴만한 곳을 찾아 자리를 폈다.
바깥에서 해가 진다고 한들 대해는 항상 밝으니 딱히 상관없긴 했지만, 규칙적인 휴식은 필요했기 때문이다.
“수면 주기가 엉망진창이 되는 기분이에요.”
“그래도 햇빛이 없는 덕분에 편하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요.”
투덜거리는 아이랑에게 적당히 답해준 서리스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직접 만든 특제 전투식량 덕분에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씹을 거리가 없어서인지 심리적 허기가 찾아온 것 같았다.
“하나 드실래요?”
그러는 순간 아이랑이 손수건에서 꺼낸 쿠키 하나를 건네왔다.
전투식량을 챙기기에도 바빴을 텐데 쿠키라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이랑의 선견지명에 감탄을 보이며 서리스는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입안에 하나 넣으니 달콤함이 온몸에 퍼져 가는 게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단맛이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하다 하는 것 같았다.
“어떤가요?”
“달고, 맛있네요.”
그 말을 듣고 아이랑은 싱글벙글 웃었다.
그 웃음을 보고 서리스는 의아한 표정을 보이다가 이내 무언가 눈치챈 듯 질문을 던졌다.
“직접 만드셨던 거군요.”
“네, 서리스 님 드리려고요.”
빈말이라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러는 사이 이바드라와 학생들 몇 명이 돌아왔다.
오늘은 이바드라가 주변을 수색할 차례였다.
“어때? 이바드라.”
“딱히 별거 없다. 중간에 한 놈 마주쳐서 싸우긴 했다만, 부상자도 없고. 그것보다는 주인이군.”
“그러게. 생각보다 찾기 어려워.”
이바드라의 말에 서리스도 동의했다.
벌써 이틀.
이쪽은 아이랑과 같이 광역 수색이 가능한 사람도 있는데, 어째서인지 주인의 발끝조차 아직 찾을 수가 없었다.
대해는 분명 넓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틀을 수색에만 투자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건 좀 이상했다.
‘주인들이 다 땅으로 꺼지기라도 한 건가?’
사전에 대해를 그린 지도를 통해 주인들의 행동반경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움직이고 있건만.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가 없으니.
서리스는 팔짱을 낀 채 잠깐 생각에 잠겼다.
‘좀 더 수색에 집중해봐야 할까?’
이대로 막연하게 대해만 돌아다녀서는 정해진 일정 안에 주인 토벌을 못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크라페, 스타리즈.”
그렇기에 서리스는 좀 더 강수를 두기로 했다.
이곳이 마굴인 만큼 개인행동은 금하고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으면 이야기가 다르다.
“불렀나?”
“응.”
두 사람이 서리스 쪽으로 다가오자 그는 둘을 보며 말했다.
“야간 수색 조를 운영할까 해.”
이틀 차까지는 낮에 움직이고 밤에는 취침에 초점을 맞춰 두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인이 발견되지 않은 걸 보면 낮에만 움직이는 걸로는 안될 듯싶었다.
“그래서 우리 둘이 가?”
“스타리즈는 분명 텔레포트를 쓸 수 있었지.”
텔레포트, 마법사 중에서도 축복받은 이들만 쓸 수 있다는 공간계 마법 중 하나.
그런 텔레포트를 스타리즈가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을 얼마 전에 들었다.
“좌표만 미리 찍어두면 쓸 수는 있다.”
과연 마황의 아들답다.
같은 마법사이자 학생 단장인 벨리키도 못 사용하는 걸, 스타리즈는 쓸 수 있다니.
“위험하거나 주인을 발견하면 그 즉시 이곳으로 귀환하는 방향으로…… 가능할까?”
“어렵진 않을 기다. 대신에 텔레포트를 하고 나면 그 부작용이 좀 있는데 괜찮나?”
“그 정도야 감수해야겠지.”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매리트였다.
“크라페, 코는 좀 어때?”
“적응했어.”
세계 침식을 맡을 수 있는 크라페는 대해의 악취에 처음에는 큰 곤혹을 치렀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한 듯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그의 코에 기대를 걸어 봐도 괜찮다는 소리였다.
검은별을 통한 서리스의 감각보다도 뛰어난 게 그의 코였으니까.
“알았어. 그럼 오늘은 나, 크라페, 스타리즈 이렇게 세 명이 야간 수색을 나가보자. 다들 나가기 전에 미리 좀 자둬.”
그렇게 일정을 나눈 서리스는 두 사람에게 오침을 권하곤 나무에 기대었다.
다른 이들에게도 수색 일정 분리에 대해 알려놨고, 참여 의사도 확인했으니 불침번도 문제없으리라.
‘나도 좀 자두도록 할까.’
자기는 아직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밤에 움직여야 하니 말이다.
이바드라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깨워달라고 말한 서리스는 챙겨온 침낭을 펼친 뒤, 털썩 드러누웠다.
그러곤 아주 잠깐 그 눈을 감은 그를 누군가 툭툭 치며 건드렸다.
“서리스.”
자신을 깨운 것은 크라페였다.
안자고 왜 그러냐고 물으려던 서리스는 주위 모두가 자고 있음을 깨닫곤 헛웃음을 지었다.
저 멀리 불침번인 듯, 호라이즌과 같은 반 학생 한 명이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 얼마나 잤어?”
“2시간 정도?”
잠깐 눈만 감았다고 생각했더니 그렇게 오래 잤나…….
하긴, 이상이 있었으면 본능적으로 일어났을 거다.
그만큼 주변에 위험이 없고, 고요한 상태였다는 거겠지.
“스타리즈는?”
“서리스부터 깨우고 오라고.”
“몇 분이라도 더 자고 싶다 이건가…….”
야간 수색은 일단 잠과의 싸움이 먼저이니.
그런 그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기에 쓴웃음을 지은 서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타리즈를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일어나기 직전 모습 그대로 침낭에 다시 머리만 박고 자는 스타리즈를 서리스는 다시 깨웠다.
“그새 일 났나.”
기다랗게 하품을 내뱉으며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 스타리즈는 피곤한 듯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래서 어디로 갈 거고?”
“대해의 중심 숲 근처까지 갈 거야. 가는 도중에 크라페가 주인의 냄새를 맡으면 좋고, 아니라면 거기까지 수색 범위를 넓혔다는 데 의의를 둬야겠지.”
“멀리 가겠구만. 갔다 오면 아들 완전 날밤 새우는 거 아이가?”
“하루 정도 안 자도 문제는 없잖아.”
“본인 기준을 남들한테도 적용하면 안 되는데.”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도 스타리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렇게 세 사람과 함께 숲 쪽으로 걸어가자 불침번을 서고 있던 호라이즌이 이쪽을 바라봤다.
“가는 건가.”
“그래, 고생해.”
“너희야말로.”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짧은 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가 된 듯싶었다.
자는 이들을 배려해 어느 정도 멀어진 서리스는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쳤다.
“속도 좀 높여서 달릴 거야. 윈터 님을 따라갈 때보다 더 빠르게. 둘 다 괜찮겠어?”
“문제 없다잉.”
“나도.”
그 말을 들으니 안심된다.
“크라페, 달리는 동안 뭔가 다른 냄새가 나면 바로 말해줘.”
“응.”
그 대답을 끝으로 서리스가 선두에서 뛰기 시작하자 뒤에 두 사람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일행은 대해의 붉은 숲을 빠른 속도로 관통하며 종종 마수와 조우하긴 했지만 대부분 전투를 피하며 수색에 집중했다.
15명이 같이 이동하는 만큼 주위 마수들의 시선을 자주 끈 탓에 실질적 이동 거리는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움직이는 인원을 3명으로 줄이고, 오로지 수색에만 집중하며 움직이자 그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뭔가 하나 발견하면 좋겠는데.’
밤낮을 바꿔가며 진행한 수색인 만큼 서리스가 뭔가를 기대하며 움직이던 순간이었다.
우뚝.
뒤에서 잘 쫓아오던 크라페가 갑자기 정지했다.
그를 보고 스타리즈와 서리스도 동시에 멈췄고, 크라페는 코끝을 씰룩이더니 곧 어딘가로 시선을 보냈다.
“크라페.”
“뭔가.”
서리스가 부르자 크라페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 미묘한 표정은 자신이 뭔가를 발견하기는 했으나, 그걸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일단 가보자.”
뭔지는 몰라도 그런 걸 확인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크라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안내를 시작하자 서리스와 스타리즈도 그 뒤를 바로 따랐다.
“스타리즈, 혹시 모르니까.”
“알았다. 텔레포트 준비하면 되제.”
그는 눈치 좋게 척척 마법을 준비해 주었다.
크라페가 대해의 주인을 찾은 거라면 당연히 이 세 명으로 싸울 생각은 없었다.
모두에게로 돌아가 정비하고, 그 뒤에 다시 주인을 찾아 쓰러트리면 그만.
오늘은 수색이 목적일 뿐이기에 돌아갈 준비를 마친 세 사람이 숲을 빠져나온 순간이었다.
“……이건.”
서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마수의 사체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인 마수의 사체가 아니었다.
대해의 주인인 마수 중 하나.
홍등귀.
놈의 시체가 갈가리 찢겨 숲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걸 본 순간 서리스는 깨달았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대해 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