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67)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67화(167/275)
눈앞의 사체를 보고 서리스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홍등귀는 대해에 서식하는 주인 중 하나였다.
대해 내 최상위권은 좀 무리지만, 중상위권에서는 노는 녀석이다.
그런 놈이 이 정도로 갈가리 찢겨 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대해에 들어오고 나서 수색을 한 지 이틀 차.
아직까지도 주인은 코빼기도 발견 못 했던 서리스와 학생들이었다.
그런 마당에 발견한 주인의 사체라니.
이건 누가 보아도 어느 누군가가 주인을 사냥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상황이 안 좋아.’
대해의 주인들이 상대라면 모를까, 주인 중 하나인 홍등귀를 이렇게 갈가리 찢어 버릴 수 있는 놈이라면 훨씬 위험한 놈이 분명했다.
그런 놈이 지금 대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상황이 잘못된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윈터 님.”
“그래, 우리도 이상하다 판단했다.”
서리스가 그 이름을 부르자마자 그의 뒤로 윈터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다른 분들은 어디에 계십니까?”
“자는 아이들 쪽에 있으니 걱정 말거라.”
그렇다면 안심이다.
그러는 사이 윈터는 긴 다리를 옮겨 홍등귀 시체 앞에 섰다.
그러곤 상흔을 구석구석 체크 하더니 검지로 자기 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거의 반항도 못 하고 찢겼구나. 이건 자기보다 훨씬 강한 포식자에게 공격당해야 나올 모습일 터인데.”
“……무언가 나타났군요.”
“그래, 그런 모양이야.”
그녀는 굳은 얼굴로 그리 말했다.
홍등귀보다 훨씬 강한 포식자, 놈이 지금 대해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결론.
스스스스스―
붉은 나뭇잎을 타고 불안한 바람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으윽?!”
그러는 순간 크라페가 자기 코를 우악스럽게 쥐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나 또한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그를 돌아봤다.
왜냐하면, 이 느낌을 우리 둘 다 어디선가 느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흑마녀.”
크라페와 내 입에서 동시에 그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래, 이 건 다름 아닌 흑마녀의 기척이었다.
하지만 기묘했다.
흑마녀의 기척이라고 하기에는 미묘하게 다른, 오로지 공포심만을 자극하던 그 존재에 비해 뭔가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다.
‘흑마녀가 부리는 세계 침식의 폭주.’
그날 워너힐 아카데미에 나타난 흑마녀는 여기저기에 세계 침식 폭주를 만들어냈었다.
만약 그녀의 경로에 여기가 포함되어 있었다면.
그리고 그 폭주의 여파가 대해에 영향을 끼쳐서 그 뭔가가 지금 날뛰고 있는 거라면.
지금 이 상황이 전부 설명이 되었다.
“흑마녀 짓이란 게냐?”
“그런 거 같습니다. 그녀는 세계 침식을 폭주시키니까요. 대해에 있던 주인 한 명이 그녀의 잔향에 영향받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서리스의 설명을 들은 윈터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어느 주인인지는 몰라도 최상위권 주인이 영향을 받은 거라면 지금 대해는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다.
“셋 다 지금 당장 아이들 쪽으로 돌아가거라.”
“윈터 님.”
“애들이 낄 자리가…….”
말을 하던 윈터는 곧 서리스와 스타리즈 그리고 크라페를 돌아보았다.
눈썰미 좋은 그녀인 만큼 윈터는 크라페와 서리스가 나름 숨겨둔 재간이 더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장공주를 상대로 도망치거나, 그 정도나마 맞설 수 있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
스타리즈는 말할 것도 없다.
올스타드 가문은 모두 별의 천칭을 제 마음대로 기울이는 자들이다.
이 세 사람은 따지고 보면 워너힐 아카데미에서도 상위권의 전력이었다.
남 눈치 볼 거 없이 싸울 수 있는 판만 깔린다면 웬만한 단원들보다 강하리라.
특히 크라페의 코만큼이나 이 상황에 유용한 것도 없었다.
“스타리즈는 텔레포트가 가능합니다. 상황이 위험해진다면 바로 돌아가는 게 가능하니. 저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어른으로서 세 사람을 돌아가게 하고 싶었지만, 단장으로서 그들의 전력이 유용함을 안다.
그렇기에 짧게 망설였던 윈터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워너힐 아카데미 학생이다.
세계 침식에 맞서기 위해 수련하고 있는 셋을 전력이 됨에도 위험하다 해서 돌려보내는 것은 옳지 못했다.
영웅에게는 늘 위험이 도사리는 법이니까.
“알겠다. 크라페, 냄새를 좇을 수 있겠느냐.”
“예, 해볼게요.”
윈터의 부탁을 받은 크라페는 곧장 숲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악취가 너무 강해 한 번 맡은 냄새를 떨쳐내는 것도 쉽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상황이 골 때리게 됐네.”
그러는 사이 평소에 보이던 후줄근한 모습은 사라지고, 날이 선 스타리즈의 표정이 드러났다.
그러던 순간 크라페를 쫓아가던 서리스와 윈터 그리고 스타리즈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지고 있었다.
크라페는 냄새를 집중하느라 알아차리지 못한 듯하였지만 세 사람은 동시에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윈터 님.”
“……스타리즈, 텔레포트가 가능하겠느냐?”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크라페가 향하는 방향이 그들이 왔던 방향과 같았으니까.
남아있던 학생들이 위험해졌다.
* * *
아이들의 잠자는 소리가 미약하게 울리는 대해 숲 캠프.
호라이즌은 같은 반 1학년생인 로터스와 함께 모닥불 앞에 앉아 있었다.
본래 세계 침식 속이라면 모닥불 같은 걸 피우는 건 오히려 마수의 시선을 끄는지라 불가능했을 테지만.
대해의 숲은 나무들이 스스로 빛을 내기에 체온 유지를 위해서라도 불을 피우는 게 나았다.
“호라이즌, 서리스 어떻게 생각해?”
로터스가 불침번 도중 심심했는지 말을 걸어왔다.
그 말을 듣고 잠시동안 침묵하던 호라이즌은 짧은 머리카락을 긁적였다.
“이바드라 말대로라면 괴물이라더군.”
“괴물, 맞지. 맞긴 해. 소문으로만 은연중에 들려서 잘 몰랐는데. 나랑 살아가는 시간이 좀 다른 거 같더라.”
로터스는 서리스가 대해의 마수들과 싸우던 모습을 떠올리는 듯하였다.
정말 괴물 같았지.
자신은 한 마리를 쓰러트리는데도 갖은 고생을 다 했는데, 혼자서 서너 마리를 뚫고 가는 모습이란.
차라리 자신보다 약간 강한 정도라면 기가 조금 죽고 말겠는데 이건 애초에 비교 자체가 안되니, 그냥 완전히 다른 존재로만 보였다.
“직계는 다 그런 걸까.”
로터스는 자신과 같은 소가문이다.
그것도 방계 쪽.
박탈감을 느낄 만도 했다.
“아니, 그놈이 이상한 거다.”
검성 샬롯을 상대로도 자신을 굽히지 않던 이바드라가 인정한 남자다.
그걸 보면 그가 특별하다 봐야겠지.
그러던 순간이었다.
붉은색 나무 위로 뭔가가 움직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함을 느낀 호라이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로터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호라이즌?”
“로터스, 뭔가 있다.”
“있다니 뭐가…….”
그가 의문을 보이기 직전, 두 사람 앞에 교관 밀리오레가 갑자기 나타났다.
“호라이즌, 로터스 군. 당장 모두를 깨워서 대피하도록 하세요. 최대한 조용히.”
밀리오레의 말에 호라이즌과 로터스가 주춤거렸다.
밀리오레의 눈만 보아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학생 단장인 두 사람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로터스, 애들을 깨운다.”
“……알았어.”
호라이즌과 로터스가 빠르게 아이들 사이를 누비기 시작했다.
자는 도중이라도 대해 안임을 아는 상태기에 아이들 중 깊게 잠든 이는 드물었고.
호라이즌이 깨우자마자 바로 준비하고 전원 일어났다.
“모두 잘 들으세요. 대해의 주인 중 한 명인 도올이 나타났습니다. 원래라면 교전 때까지 상황을 지켜봤겠지만, 현재 도올의 상태가 이상하여 후퇴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올(檮杌).
하늘과 땅을 이은 밤이라 착각할 정도의 거체.
대해에 사는 주인 중 가장 큰 초대형 마수.
이곳에 서식하는 네 마리의 최상위 주인 중 한 놈이었다.
원래라도 1학년 A반 수준으로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놈이 현재 뭔가 이상하다고 하니 대피하려는 것이었다.
“저쪽은 아직 저희를 눈치 못 챈 모양이니 그 틈에…….”
학생들이 다 일어난 것을 확인하고, 후퇴를 명하려던 밀리오레의 몸이 굳었다.
새까만 밤처럼 느껴졌던 어둠 속에서 생겨난 새빨간 눈동자가 이쪽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앙!
그 순간 폭발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번개를 손에 쥔 벨리키가 도올의 시선을 끌고자 허공에서 놈에게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동시에 바닥에서 치솟은 수정 폭풍이 도올의 눈 앞을 가렸다.
“모두 지금입니다!”
휘몰아치고 있는 수정 폭풍이 시야를 가린 틈을 타 밀리오레가 학생들에게 외쳤다.
그 말을 듣자마자 모든 학생이 달리려는 그 순간이었다.
쿠웅!
그저 단 한 번의 발길질.
그것은 광풍이 되어 먼지구름과 함께 모든 것을 날려버렸고, 학생들은 거기에 휘말려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이윽고 추락한 이들이 사방에서 신음을 내뱉는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은 당장 일어나라! 부상자가 보이면 도와서 옮겨!”
혼란스러운 와중 자룡서진의 목소리가 이들을 깨웠다.
그러나 먼지구름에 가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도올의 눈은 여전히 학생들에게 닿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수는 본능적으로 약한 자를 가장 먼저 노린다.
그렇기에 학생 단장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학생들은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곧 도올의 뜀박질이 시작됨을 알렸다.
쿵쿵쿵쿵!
지축이 뒤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도올이 달리기 시작했다.
벨리키와 자룡서진이 맹공을 퍼부었지만, 상대는 산 하나만 한 초대형 마수였다.
자잘한 생채기는 낼지언정 놈의 돌진을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호라이즌, 아이랑!”
전신을 화염으로 두른 이바드라가 호통치듯 소리를 내질렀다.
아이랑은 이미 혈귀를 풀며 붉은색 기운을 쏟아내고 있었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호라이즌은 뒤늦게 번개로 된 창을 쥐었다.
A반 학생 중에서도 격차는 있었다.
자신과 같은 별이라면 모를까, 도올의 돌진이 시작되면 그대로 거기에 휘말려 죽을만한 이도 있는 것이다.
놈의 발길질과 뜀박질로 인해 발생한 지진 같은 진동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이들도 있었다.
이건 그들이 도올의 돌진을 어떡해서든 늦춰야 했다.
“도로시!”
“알아!”
그리고 서리스와 늘 함께 다니던 두 사람 또한 도올의 돌진 경로로 뛰어들었다.
검 한 자루를 쥔 서발광과 입에 문 비늘 한 조각과 뿔을 통해 마왕화를 한 도로시는 거침없이 별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곁에 귀왕령을 두른 발렌타인까지 나타났다.
“다 쏟아부어!”
그 외침을 시작으로 6명이 도올을 향해 전력을 다한 공격을 일제히 쏟아부었다.
불꽃과 검격, 번개와 주먹, 비늘로 덮인 가시, 독이 묻은 유리 조각.
수많은 공격이 오로지 도올의 돌진을 막고자 쏟아졌다.
폭발음이 연이어 울리고, 모두가 고개를 들었을 때 자욱한 연기 사이로 도올의 멧돼지 같은 얼굴이 드러났다.
연기를 고개를 젖혀 날려 버리며 놈은 조금도 멈추지 않은 채 계속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전력을 쏟아부었었다.
그런데도 도올은 멈추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여섯 명이 허망한 표정과 함께 그들의 얼굴 위로 도올의 그림자가 진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달리던 도올의 머리가 바닥으로 내려꽂히며 폭풍과 함께 그 거체가 멈춰 섰다.
자신들의 코앞에서 멈춘 도올을 보고 모두가 숨을 죽였을 때, 그 머리 위에는 한 남자가 두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멧돼지 같은 게 뒤지려고.”
새까맣고 거대한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 선 남자.
그는 다름 아닌 서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