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79)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79화(179/275)
용제 제롬.
그가 살아온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세 명의 형제가 있는 가난한 평민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무척이나 약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늘 병을 달고 살았고, 깡마른 몸은 가난한 집 안에서 나오는 음식으로는 도저히 커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세계 침식과 세계 침식자들에게 맞서는 수많은 이들의 영웅담을 들으며 꿈을 꾸고 자랐다.
언젠가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꿈을 꾸는 이는 언제나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던가.
15살이 되는 해, 그는 집을 나서며 그 혼란스러운 세상에 몸을 던졌다.
세상의 격류 속에서 그는 한가지 비기를 창안해내는데, 그것이 바로 금강잔월의 시작이었다.
‘금강잔월이 육체 단련에 중점을 둔 건 이런 이유였나.’
다른 가문비기와 다르게 금강잔월은 일정한 초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용제는 식의 개념 없이 그때그때 금강잔월의 비기를 탄생시켰고.
그렇기에 정형화된 초식을 만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금강잔월은 오로지 실전으로 만들어진 비기에 가까웠다.
금강잔월을 창안해낸 이후 용제는 마르고 약한 몸을 탈피하고 순식간에 강해져 갔다.
그는 타고난 몸이 약했을 뿐 재능이 떨어지는 이가 아니었다.
여러 세계 침식을 호령하던 그는 당시 가장 뛰어난 무인이라 평가받는 올스타드 스타린과 펜타니엄 요치아와 함께 삼무제라 불리며 인간 승리의 끝을 보여주었다.
끝내는 당대 최고의 미인이라 소문난 마키나 오웬리널과 약혼까지 하며 그의 인생에는 빛만 있을 것만 같았지만.
용제의 인생은 거기서 또 한 번 커다란 굴곡을 맞이한다.
‘동생 제파림이 용신의 수하가 됐었어.’
흑마녀가 말하는 열쇠 중 한 명이 되어버린 제파림.
그는 온갖 악행을 일삼았고, 그건 용제의 귀에도 들어가고 말았다.
당연히 제파림을 막기 위해 용제가 나섰고, 그 과정에서 그의 형 또한 함께했는데.
서리스는 이 부분을 읽으며 몸이 굳었다.
왜냐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형이 일인전승 무투신의 후계자……?”
일인전승 무투신(武鬪身).
현재는 천상사성 중 한 명인 무황 강혼이 지닌 비기였다.
한순간 자기 눈이 잘못됐나 싶어 그 부분을 다시 확인한 서리스는 그 내용이 진짜임을 깨닫곤 헛웃음을 흘렸다.
“뭔 집안이야. 이거.”
가난했던 평민 집안에서 난 놈이 두 명이나 태어났으니 그야말로 기적의 확률이었다.
한편으로는 동생이 왜 용제의 꼬드김에 넘어갔는지도 알 것 같았다.
뛰어난 형들에 비해 자신이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 시기와 질투심이 그를 망가트려 놓았겠지.
형들이 뛰어날수록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만을 느껴야 했을 테니까.
용신은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을 것이다.
서리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 뒤는…….’
제파림을 쫓던 용제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동생의 뒤에 용신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있고, 그가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로 매우 위험한 녀석이라는 걸.
그리고 제파림과의 치열한 혈전 끝에 친동생을 제 손으로 죽인 날.
그는 결심했다.
용신을 자신이 죽이겠다고.
그것이 그가 오웬리널을 떠나 자취를 감춘 이유였다.
「제롬, 이 이상은 위험하다. 넌 지금 복수심에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야. 난 제파림을 그렇게 떠나보내고 나서 다짐했다. 더 이상 가족을 이렇게 보내지 않겠다고…… 너마저 이렇게 잃을 수는 없다.」
그의 형은 이 이상은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용제는 멈추지 않았다.
복수의 화신이 되어버린 그는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끝내 용신에게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만악의 근원.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괴물.
그에게 맞선 용제는 현실을 마주했다.
그의 어떠한 공격도 용신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용제가 무슨 짓을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용신은 그야말로 다른 차원의 존재였다.
거기에 용신이 자신을 대적하는 용제를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그 결과 용신과의 혈투에서 용제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었고, 서서히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용제가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흑마녀.’
서리스를 찾아와 진실을 알려준 그녀였다.
흑마녀는 용신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건, 용신이 자신의 힘인 검은별을 심어준 열쇠들뿐이라고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용제로서는 용신을 절대 쓰러트릴 수 없다는 뜻과도 같았다.
용신이 미치지 않은 이상 그에게 검은별을 주지 않을 것이고.
동시에 용신이 거는 세뇌 또한 이겨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었다.
실제로 제파림이 열쇠 중 한 명이 된 후, 그는 180도 다른 성격이 되고 말았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흑마녀와 함께 그를 잡을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흑마녀 또한 용신에게 복수심이 있었고, 용신을 아는 세계 침식자의 도움은 용제에게도 절실했으니까.
‘흑마녀의 말은 사실이었나.’
서리스는 그녀에게 품고 있던 의심을 조금 더 거두며 책을 마저 읽어 나갔다.
용제는 자신이 검은별을 얻을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했다.
자신이 안 된다면 후손이…… 혹은 금강잔월을 이어받은 전인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그의 복수심은 서서히 용신을 쓰러트려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었다.
그는 그 사명감을 바탕으로 용신에게 받은 상처가 몸을 좀 먹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 끝에 그는 이곳에 별자리 판을 만들었다.
전 시간대의 별을 볼 수 있는, 미래 예지에 가까운 별자리 판을 말이다.
책을 읽던 서리스의 시선이 천장에 닿았다.
대체 용제의 능력은 어느 정도였던 걸까.
그런 그조차 어찌하지 못한 용신은 어떤 괴물인 거고.
‘현실감이 안들 정도잖아.’
하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서리스는 지금 이곳에 있었고, 용제는 성공적으로 그를 과거로 불러들였다.
책의 내용은 계속되었다.
용제는 모든 별자리를 뒤져 자신이 죽고 난 뒤에야 하늘에 닿았을 별 소드란이 가장 빛나는 순간을 찾았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소드란 올드렌이 태악룡에게 죽는 그날이었다.
‘그는 그걸 나에게 심었다.’
그가 자신의 별을 요치아에게 부탁했던 이유는 소드란이 펜타니엄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연인인 오웬리널의 곁에서 눈을 감지 못했다.
개인의 감정보다 세계의 안위를 우선시한 것이다.
자신은 그런 그의 비기를 이어받았다.
소드란의 핏줄이 그와 이어진 건지 아니면 그저 선조 중 누군가 그의 비기를 배워 가문을 세운 건지.
지금의 서리스는 알 수 없었다.
이 세계에서 소드란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니까.
‘하지만.’
용제의 뜻은 이렇게 이어졌다.
“제가 선조께 받은 것 중 쓸모있는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서리스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천장에 만들어진 소드란의 별을 올려다보았다.
“원망도 많이 했고,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냐고 소리치기도 했었습니다.”
지독한 삶이었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책임만 있는 그런 삶.
하지만 그런 삶을 살았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다.
“우습게도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여전히 원망하고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감사하고 있습니다.”
서리스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 나의 뜻을 이어가게 될 머나먼 후대의 아이야. 나는 용신을 이대로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내 마지막 삶을 버리고 용신과 맞서고자 모든 걸 불태웠다. ]아이라 칭해지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를 먹었지만, 서리스는 씁쓸히 웃었다.
[ 이것은 순전히 내 욕심이며 과거의 존재가 남긴 잔불일 뿐이다. 나는 네 인생이 나의 연장선이길 바라는 게 아니다. 네가 용신과 맞서길 원하지 않는다면 그걸로도 좋다. ]자기 삶을 연인조차 알아주지 못하였지만, 그는 자신의 목숨을 태워서야 간신히 피워 올릴 수 있었던 불씨가 꺼져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하고, 너에게 있어 주어진 두 번째 삶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혹여나 자기 삶을 이어야 할 자가 그 중압감에 어깨가 짓눌릴까 걱정하여 그는 이 말을 남겼다.
[ 나에게 얽매이지 말거라. ]영웅은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그것을 끝으로 서리스는 책을 덮었다.
“아쉽지만 저도 영웅 이야기를 좋아해서 말입니다.”
소드란의 가주로 태어났기에 서리스는 누구보다 영웅들이 부러웠다.
그들을 닮고 싶었고.
별호를 가지고 싶었으며.
천상사성이라는 자리에 오르고 싶었다.
용제는 그런 기회를 자신에게 쥐여주었다.
사람이 어떻게 받기만 하겠는가.
“당신이 남긴 불씨는…….”
서리스의 손아귀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제가 반드시 화려하게 피워올리겠습니다.”
이 말이 용제에게 닿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천장을 넘어 저 멀리 하늘 위.
서리스가 소드란이라 불렀던 용제의 별이 잠깐이지만 더 환하게 빛난 느낌이다.
짝―
양손으로 자기 볼을 한차례 두드려 용제의 일대기 속에서 빠져나온 서리스는 고개를 들고 다음 책에 시선을 돌렸다.
결심은 했다.
남은 건 그 결심을 이어줄 발판이었다.
그리고 그 발판을 만들어줄 중요한 실마리는 바로 이 책에 있었다.
신룡월단(神龍狘斷)
아주 확실하게 타오르라고 밀어주는 느낌이다.
용신을 처치하고자 하는 의지가 팍팍 느껴진다며 실소를 내뱉은 서리스는 그 책을 아주 잠시 펼쳐 보았다.
그러고 곧 그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이건.”
이걸 쓰면 정말로 용신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며 책에 빠져들 뻔했던 서리스는 이내 정신을 차리곤 고개를 들었다.
워너힐 아카데미에서 칼릭스를 통해 낸 휴가는 두 달 뿐이다.
여기서 비기에 빠져들었다간 제시간 안에 복귀하기 힘들 게 뻔했다.
‘퇴학당할라.’
기껏 들어간 워너힐 아카데미다.
퇴학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던 서리스는 신룡월단에 쏠리는 관심을 애써 외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용제의 거처를 잘 정리하고 나온 서리스는 정문을 닫았다.
그런 순간 문고리에서 서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것이 마키나의 빙천괴령임을 눈치챈 서리스는 문고리에서 급히 손을 떼야 했다.
“나오자마자 이렇게 되나.”
자칫하면 얼음 동상이 될 뻔했다고 생각하며 서리스가 밖으로 걸어 나갔고, 이에 맞춰 수풀 사이에서 검은 개구리가 튀어 나왔다.
“왔어?”
“그래.”
흑마녀는 용제의 조력자가 맞았다.
그 사실을 알았기에 그녀를 좀 더 신뢰하게 된 서리스는 입을 열었다.
“용제에 관한 과거를 봤다. 완전히는 아니어도 네 말을 좀 더 신뢰할 수는 있겠어.”
“다행이네.”
내가 자신을 믿어 주든 말든 그다지 신경을 안 쓰는지 개구리는 폴짝 뛰어올라 서리스의 어깨 위에 자리를 잡았다.
“용제는 결국 용신의 손에 죽은 건가.”
그에게 검은별이 있었다면 그 끝이 달랐을 텐데.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자신에게 이어진 것이기에 서리스는 납득했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아니야.”
갑자기 흑마녀가 그의 말을 부정했다.
서리스의 시선이 개구리의 새까만 눈으로 향한 순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용제, 제롬은 용신에게 죽은 게 아니야.”
“그게 무슨…….”
“제파림.”
그리고 그 이름이 나오자 서리스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그의 동생 제파림에게 죽었어.”
“잠깐, 용신의 책에서 제파림은 분명 죽었다고…….”
“살아 있어. 지금도 그는 용제의 시체를 뒤집어쓴 채 열쇠로서 세계 침식을 모으고 있으니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흑마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잘 들어. 변절자.”
그리고 흑마녀는 조언을 건넸다.
“제파림이 최흉을 삼키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자신이 겪어 보았다는 듯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멸망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된 거야.”
세계의 끝을 본 자는 그렇게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