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9)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9화(19/275)
그 날 청랑단에게 묘한 소식이 퍼졌다.
바로 50기 청랑단 엑포드가 시험생에게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를 접한 같은 청랑단원들은 거짓말하지 말라는 양 비웃었다.
엑포드는 완숙한 4성의 경지다.
그런 그가 시험생에게 당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었다.
청랑단원이 찾은 엑포드는 병실에 있었고, 그는 스스로 패배를 인정했다.
그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는 다름 아닌 펜타니엄 직계.
모두가 직계라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던 찰나, 그 상대가 문제였다.
그 상대는 다름 아닌 몰락한 게으른 삼남이었으니까.
“삼남한테 졌다고? 그런 망나니 같은 놈에게?”
“최근 다른 소문이 들려오긴 했었는데.”
그러했던 삼남이 진짜로 바뀌었단 소린가.
그것도 엑포드를 꺾을 수준으로.
그렇게 청랑단원 사이 묘한 바람이 불던 다음 날.
서리스는 청랑단 입단 시험의 마지막인 3차 시험을 치르기 위해 시험장을 방문했다.
어제 강당은 엑포드와 서리스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탓에 시험장 장소가 바뀌었고, 그곳은 다름 아닌 청랑단의 훈련장이었다.
훈련장은 상당히 투자한 듯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이루어진 벽과 바닥이 있었고.
여기저기 놓인 잘 관리된 병장기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 훈련장을 보며 서리스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소드란보다도 더 지원받은 모양이구만.’
몰락한 소가문보다도 더 좋은 취급을 받는 청랑단이었다.
‘그건 그렇고 꽤 많이 줄었군.’
주위를 둘러보자 인원수가 꽤 많이 준 것이 실감이 되었다.
1차 때 절반 가까이 떨어지고.
2차 때부터는 청랑단원을 쓰러트리거나 인정받아야 했던 만큼.
사실상 거의 다 떨어져 없어진 것이다.
‘잠깐 저 녀석.’
그런 순간 서리스는 어디선가 본 얼굴을 발견했다.
회색빛의 짧은 머리카락.
잠자고 있지도 않은데 감긴 눈.
기억 속에서보다는 훨씬 더 왜소하고 작은 체구.
그를 본 것은 서리스가 울드렌이던 당시의 일이었다.
‘맹인검사 서발광.’
7성의 경지까지 어떠한 곳에도 위탁하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오른 방랑 검사.
비록 30살이 되기 전에 세계 침식자와 맞서다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리긴 했지만.
그는 죽은 뒤 새로운 별을 남길 정도로 강인한 자였다.
‘나도 신문에서 나온 사진을 봤을 뿐이지만.’
그가 사람들을 구하고자 세계 침식자와 맞선 일화는 마치 영웅담처럼 퍼져 있었기에 알고 있다.
음유시인 녀석들이 매일같이 그의 노래를 불렀었을 정도니까.
‘그런 서발광이.’
여기 있다.
그때 비하면 아직 한참 어려 십대 초반으로 오해할 만큼 왜소한 체격이긴 하나.
저 감긴 눈과 얼굴은 서발광이 맞았다.
‘서발광이 청랑단 입단 시험을 쳤었나?’
하긴, 생각해 보면 그의 영웅담을 조금 알 뿐이다.
서리스는 과거의 그가 입단 시험을 쳤을 수도 있겠다며 납득했다.
‘뜻밖의 상대가 나타났는데.’
드웨이진에게 1등을 약속했던 서리스는 볼을 긁적였다.
지금의 서발광이 어느 수준일지 모르는 만큼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강자는 많고.’
서리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시험관 하나 쓰러뜨렸다고 기고만장해지지 말자.’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치며 서리스는 정신을 되잡았다.
끼익.
그런 순간 문을 열고 누군가 한 명이 들어왔다.
그자는 다름 아닌 아카펠이었다.
그는 청랑단원과의 전투가 꽤나 험했는지 볼 위에 상처가 남아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서리스와 눈을 마주친 아카펠은 입술을 깨물었다.
서리스는 의아해했지만. 아카펠은 여전히 그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느끼고 있었다.
“다들 온 모양이군.”
그러는 찰나 문을 열고 한 명의 남성이 더 들어왔다.
그는 수염이 덥수룩한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제복도 거의 다 풀어 헤쳐 엉망진창으로 입은 모습인 그는 도저히 청랑단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어제 시험관을 맡긴 엑포드가 부상이라 내가 대신 왔다.”
서리스가 엑포드와 싸운 것을 아는 아카펠은 흠칫하고 그를 돌아보았다.
아카펠은 서리스의 싸움을 끝까지 보지 않았다.
그가 여기 있는 시점에서 승리했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부상으로 못 나올 정도라니.
‘나는 이기지 못했는데.’
아카펠은 청랑단원을 꺾지 못했다.
비록 쓰러트리지는 못했지만, 청랑단원에게 인정을 받아 통과한 것이다.
그는 어제 청랑단원과의 격차를 느끼고 수련에 정진해야 함을 느꼈었는데.
‘서리스, 저 자식은.’
그런 청랑단원을 꺾었다.
그것도 자신이 상대한 청랑단원보다 기수도 실력도 높은 상대를.
“어제 청랑단원을 꺾은 녀석들은 두 명이군.”
그리고 새로 등장한 남자의 연이은 말에 아카펠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서리스 말고도 청랑단원을 꺾은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던 아카펠은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가 고개를 떨어뜨리는 순간 시험관은 귀찮은 듯 하품을 기다랗게 했다.
“일단 내 소개를 하지. 나는 청랑호법 고든 윌리엄이다. 시험을 통과하면 너희 상관이 되겠지.”
청랑호법이라는 말이 울린 순간 모두의 표정이 바뀌었다.
청랑단주 바로 아래 계급이자, 4명으로 이루어진 청랑호법이었다.
“3차 시험은 간단하다. 토너먼트는 많이들 들어 봤겠지. 상위 4명만 뽑겠다.”
그리 말한 그는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종이 다발을 꺼냈다.
“한 놈씩 와서 뽑아가라. 종이 끝에 번호가 적혀 있으니 같은 번호끼리 싸울 거다.”
그 말의 다들 눈치 보면서 윌리엄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종이 다발을 내밀었고, 하나둘씩 번호를 뽑아 가기 시작했다.
몇 분 후, 16명 모두가 번호를 뽑고 서리스는 자신의 번호를 확인했다.
‘1번.’
제일 첫 번째.
서리스가 머리를 긁적이고 있자 윌리엄이 입을 열었다.
“그럼 1번 번호 뽑은 녀석들 모여라.”
걸음을 옮긴 서리스의 앞으로 한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왔다.
서리스보다도 커다란 체구인 그는 마치 고릴라 같았다.
“킁, 조그맣구만.”
웬일로 꼬맹이 취급을 다 당해 본다.
하긴, 서리스는 성인보다 체격이 좋은 정도지 마주한 고릴라에 비하면 작은 게 맞았다.
“그럼 적당히 중간에 서라 나머지는 벽 쪽으로 붙고.”
휙휙 손을 저으며 귀찮다는 듯 윌리엄이 말하자 다들 자리로 갔다.
“그럼 둘 다 적당히 싸워라.”
시작종도 없이 윌리엄이 벽 쪽으로 물러나자 서리스는 헛웃음을 흘렸다.
‘참 분위기 없이 진행되는구만.’
무슨 동네 싸움도 아니고, 약식이라 하기도 뭐한 진행 방식이다.
속으로 혀를 찬 서리스가 훈련장 중앙에 서자 상대도 어깨 위에 대검을 올렸다.
“이거 참, 어차피 1등은 정해져 있는데 말이야. 꼬마, 이름은?”
20대 중반은 되어 보이는 고릴라를 보고 서리스는 볼을 긁적였다.
“너, 내 이름을 알면 까무러칠 텐데.”
“하하, 왜 네가 펜타니엄이라도 되나?”
고릴라는 웃기지 말라는 양 비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 비웃음에 맞춰 같이 웃어 주던 서리스는 사실을 고해 주었다.
“맞아. 펜타니엄 서리스다.”
“어.”
기세등등하던 고릴라가 금세 침묵했다.
“직계가 있다더니.”
“저 사람이었어?”
다른 이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소문으로만 이번 입단 시험에 직계가 직접 참가했다 들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서리스면 그 삼남?”
“맞지? 삼남.”
그리고 서리스하면 때 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고릴라도 눈치를 보며 눈알을 한 차례 굴리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곧 씩 웃었다.
“까무러칠 일 없겠는데.”
펜타니엄 상대로도 겁을 안 먹는 녀석이라 이건가.
“너 삼남이잖아. 그 삼남.”
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몰락한 게으른 삼남.
최근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야 서리스가 변했다고 겨우 퍼졌지 일반인들에게 소문은 그대로다.
이건 그동안 서리스가 쌓아 온 것들.
‘드웨이진, 그 인간 말대로.’
이건 떨쳐 내려면 확실한 계기가 필요할 듯싶었다.
‘딱히 가주가 목표는 아니었어도.’
이런 소문이 있어 봤자 좋을 건 없겠지.
“한 대.”
서리스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의 발아래에서 그림자가 솟구쳤다.
청운귀명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검.
그것을 쥔 서리스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한 대로 네놈을 못 쓰러트리면 내 패배로 하지.”
고릴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서리스의 도발에 기가 찬 듯 그는 킁 하고 콧소리를 내더니 대검을 우악스럽게 쥐었다.
“가문별 하나 믿고 설치는 귀족 놈들 답구만.”
그 순간 고릴라의 목 뒤에서 별의 후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대표적으로 펜타니엄, 소드란과 같이 가문들이 쌓아 온 별이 있고.
가문이 아닌 집단에 의해 쌓인 별이 있다.
용병왕 제록.
그가 쌓아 온 명성 앞에 모인 수많은 용병이 쌓아 올린 용병의 별.
고릴라가 새긴 별은 다름 아닌 용병의 별이었다.
“한 대라고 했지.”
고릴라의 별이 깃든 대검이 붉은색의 기운을 넘실넘실 흘려대기 시작했다.
“그거 똑같이 돌려주마.”
용병 생활 탓에 세계 침식 속을 뒹군 지도 5년.
귀족 놈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며 고릴라가 바닥을 박찼다.
동물과도 같은 움직임.
대검을 든 그의 팔 근육이 거대하게 부풀더니, 몸이 정말로 고릴라만큼 커졌다.
“뒈져라!”
순식간에 서리스의 코앞까지 도약한 고릴라의 대검이 하늘 높이 들어 올려졌다.
쩌엉!
그러나 들려온 소리는 다른 것이었다.
마치 철판을 내려찍은 듯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날아가 훈련장 벽에 부딪쳤다.
이후, 자욱한 연기가 가라앉았을 때.
모두의 시선이 천천히 그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고릴라였다.
배는 마치 쇠몽둥이에 맞기라도 한 듯 움푹 들어가 있었고, 고릴라의 눈은 이미 풀려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서리스에게 닿았다.
정말로 한 대로 끝내 버린 서리스는 그림자 검을 지우고 따분하다며 하품까지 했다.
압도적인 결과.
그 결과를 본 이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들 중 대다수는 2차 시험 때 청랑단원을 찾으려고 급히 강당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와, 역시 직계.”
“뭐야. 몰락한 게으른 삼남, 어디 갔어.”
“쯧.”
아카펠의 마지막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대련장.
그 속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윌리엄이 살짝 눈을 치켜떴다.
‘엑포드 녀석이 당했다더니.’
꼴을 보니 왜 당했는지 알겠다.
‘그것보다 펜타니엄 직계라.’
그가 지금까지 봐 온 펜타니엄 직계와는 어딘가 많이 달랐다.
‘변종이구만.’
살짝 흥미가 돌기 시작했다.
윌리엄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가볍게 선언 해주었다.
“서리스 승.”
첫 경기부터 압도적인 결과를 낸 서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