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92)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92화(192/275)
최흉, 영원히 그치지 않는 밤.
서리스와 아이랑은 오직 어둠밖에 없는 그곳을 걷고 있었다.
2층 구역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하는 이곳인 만큼 벌써 며칠을 걸은 두 사람의 눈에는 옅은 피로감이 느껴졌다.
아무리 어둠에 익숙한 두 사람이라곤 하지만 며칠을 빛없이 어둠 속만 거니니 피로가 생기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던 것이다.
거기다가 이곳은 최흉.
한시도 방심하지 못하는 주변 환경에 별도 상시로 써야 하니.
그 피로는 배가 되었다.
“다 왔네요. 이제부터 4층 구역이에요.”
그런 순간 서리스는 아이랑의 설명에 고개를 들었다.
그 앞에는 밤에 안개가 낀 듯 어둠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곳을 바라보며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쥐었다.
“어서 빨리 돌아가서 따뜻한 수프 한입 하고 싶네요.”
“돌아가면 소녀가 직접 만들어 드릴게요.”
기분 전환 삼아 농담을 던진 둘은 한차례 숨을 몰아쉬었다.
“가죠.”
“네.”
발을 내뻗은 두 사람은 그렇게 4층에 입장했다.
바깥에서 본 것처럼 그곳은 밤안개처럼 뿌연 뭔가가 자욱하게 껴 있었다.
그렇기에 그 속에서 아이랑의 두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잘 따라와 주세요. 발견하는 즉시 알릴 테니까요.”
“예.”
서리스와 달리 노스페라투를 익힌 아이랑은 이 안개를 꿰뚫어 볼 수 있다.
서리스에게도 다른 감각이 있긴 하나 이곳에서 아이랑의 시력보다 효과적인 건 없기에 그녀를 믿고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긴장 상태로 나아 가기를 몇 분.
아이랑의 동공이 한순간 수축함과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리스 님! 400m 앞!”
그 말이 들렸을 때, 서리스는 이미 달리고 있었다.
아이랑처럼 눈으로 상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안갯속에 퍼진 그림자가 정보를 어느 정도 가르쳐 주고 있었다.
후욱!
그 순간 안개를 헤치고 뛰어가던 서리스의 두 눈에 한 마수가 포착되었다.
들었던 대로 등이 굽고 피부가 없는 기괴한 모습의 마수가 그곳에 있었다.
밤피르다.
놈은 서리스를 발견하자마자 그 동공을 커다랗게 뜨더니 즉시 그림자 속으로 몸을 던져 넣었다.
“어디를!”
미안하지만 그림자는 이쪽 영역이다.
서리스의 발아래에서 청운귀명으로 일어난 그림자가 순식간에 밤피르의 그림자를 집어삼켰다.
그러자가 막혀 땅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며 한차례 뒹군 밤피르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림자로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응전을 택한 것이었다.
근육으로만 이루어진 놈의 육체는 맹수를 떠올리게 할 만큼 거대했다.
“현명해서 좋네.”
씨익하고 웃음 지어 보인 서리스가 자세를 잡았다.
드디어 찾은 밤피르다.
아이랑에게도 더 이상 민폐 끼치고 싶지 않은 만큼 얼른 잡아 돌아갈 속셈이었다.
그 순간 밤피르가 바닥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선공을 택한 놈의 몸 위에는 서리스와 비슷하게 그림자가 둘려 있었다.
밤피르는 순식간에 강철 같은 그림자 갑옷을 만들며 육탄돌격을 택한 것이었다.
‘피부가 없는 이유는 이거 때문이었나!’
달려든 밤피르를 향해 서리스는 검을 휘둘렀다.
콰앙!
영원히 그치지 않는 밤에서 사는 놈답게 밤피르는 서리스와 부딪쳤음에도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
곧이어 놈은 몸을 둥글게 말더니 그림자 송곳을 전신에 두른 채 구르기 시작했다.
“쯧.”
혀를 찬 서리스는 송곳들을 쳐내곤 한차례 뒤로 물러났다.
생각보다 밤피르의 저항이 거세다.
서리스는 조용히 별과 검은별을 동시에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한방으로 깔끔하게 끝낸다.’
밤피르의 그림자가 상상 이상으로 단단함을 좀 전의 충돌로 알게 됐다.
그렇기에 서리스는 그동안 수련해온 용인화로 놈을 끝장낼 생각이었다.
쿠구구구궁!
밤피르가 바닥을 구르며 서리스를 향해 다시금 날아들었다.
놈을 앞에 두고 서리스의 전신이 그림자에 휘감기더니 이내 그를 중심으로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림자가 서서히 형태를 잡아가던 순간이었다.
콰앙!
갑작스레 날아든 충격파가 밤피르와 서리스를 동시에 강타했다.
“서리스 님!”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랑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하늘을 날던 서리스는 공중에서 가까스로 자세를 잡곤 착지했다.
그러나 상당한 충격이었음을 증명하듯 그의 몸이 후들거리고 있었다.
“뭐가.”
용인화를 통해 그림자 갑옷을 두르지 않았으면 위험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이에 서리스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안개 때문에 자신의 눈에는 상대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단지, 왼쪽 부근에 흐릿한 뭔가가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
“서리스 님! 후퇴해야 해요!”
그러는 순간 서리스의 그림자로 이동한 아이랑이 다급하게 말했다.
여기서 영원히 그치지 않는 밤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건 아이랑이다.
서리스는 그녀의 말에 토조차 달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며 물러났다.
“뭐가 있던 겁니까?”
은밀하게 발을 옮기던 서리스가 아이랑에게 조용히 묻자 그녀는 주위에 박쥐를 만들어 내며 입을 열었다.
“야왕이라는 네임드 마수에요. 본래라면 6층 구역에서 안 벗어나는 거로 아는데, 어째서 여기에…….”
그녀도 이 상황이 당혹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6층 구역의 마수라니.
과연, 왜 아이랑이 바로 후퇴하자고 말한 건지 이해했다.
“야왕은 네임드 마수 중에서 가장 밝혀진 게 적은 마수예요. 겉모습은 거대한 산양처럼 생겼는데 아무런 공격도 통하지를 않아요.”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마수였다.
“그럼 다른 본체가 있는 게 아닙니까?”
“저희 쪽에서도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하지만 본체가 아니라 해도, 보셨다시피 위험하긴 마찬가지예요.”
그 말대로 서리스의 몸에는 아직도 그 공격의 여파가 남아 있었다.
‘놈이 지척에 다가올 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이유도 그런 거였나.’
서리스는 공격에 당할 때까지도 자신이 무엇에 당했는지 알지 못했다.
마수인 이상 놈도 검은별의 힘을 지니고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거리만 멀어지면 따라오지 않으니까. 괜찮을…….”
아이랑이 그 말을 말하는 순간 서리스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잡곤 옆으로 굴렀다.
콰앙!
그와 동시에 그들이 좀 전에 서 있던 곳으로 충격파가 날아들었다.
땅이 움푹 파인 흔적.
만약 저거에 직격 했다면 서리스는 몰라도 아이랑은 십중팔구 크게 다치었을 게 분명했다.
“계속 따라오는 모양인데요?”
“어째서…….”
아이랑은 지금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본래라면 6층 구역에 있어야 할 야왕이 4층 구역에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끈질기게 자신들을 쫓아오는 것까지, 이해 못 할 일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리스는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수들은 원래 별에 예민하다.
그리고 검은별에는 그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서리스가 지금까지 상대한 마수들은 전부 서리스의 검은별을 상대로 격렬한 반응을 보였었다.
‘6층 구역에서 내 검은별을 느끼고 여기까지 올라온 건가.’
대체 어떻게 되먹은 감지 능력인지는 몰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콰앙!
그 순간 서리스는 또 한 번 아이랑과 함께 그 자리를 피했다.
무려 2 층계를 넘으며 자신을 찾아온 녀석이다.
절대로 쉽게 놔줄 생각이 없다는 거겠지.
“아이랑 님, 놈과 싸워야겠습니다.”
“네? 서리스 님 하지만 야왕은…….”
“본체를 찾죠.”
이대로 공격만 당하다가는 체력만 깎일 것이다.
그러느니 역으로 놈의 본체를 노리는 게 낫다.
그렇게 판단한 서리스의 말에 아이랑은 숨을 삼켰다.
그러곤 곧 두 눈을 붉게 물들임과 함께 양 주먹을 꽉 쥐었다.
“다치지 말아 주세요.”
“하하, 죽지 말라고는 안 하시네요.”
“이런 곳에서 돌아가실 분이 아니니까요.”
믿어줘서 고맙다고 생각한 서리스와 아이랑이 그 순간 동시에 바닥을 박찼다.
양쪽으로 벌어지며 공격을 분산시킬 속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제일 먼저 충격파가 날아든 건 서리스 쪽이었다.
가뜩이나 시야가 안 좋은 밤안개 속에서 소리 없이 날아드는 무형의 충격파는 정말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흑마녀.”
아이랑과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기자마자 서리스는 흑마녀를 불렀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그의 주머니에서 검은색 개구리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야왕의 본체 위치를 특정할 수 있겠냐?”
“응, 어렵지 않아.”
서리스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그녀다.
그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는 그 모습에 서리스는 별을 끌어 올렸다.
“위치는.”
“총 다섯 마리.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어.”
“거참 까다롭게 구네.”
분신의 정확한 위치도 알기 힘든데, 본체가 다섯 마리나 있다니.
이러니 윌즈베르크에서도 놈을 그동안 소탕 못 했을 거로 생각하며 서리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씩. 가장 가까운 곳부터 불러봐!”
“왼쪽으로 40도 방향. 거리는 400미터. 작은 바위 뒤야.”
마수를 잡는데, 세계 침식자의 도움을 서슴없이 받으며 서리스가 내달렸다.
그 순간 그의 움직임에서 뭔가를 느꼈는지, 그를 향한 폭격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날아드는 충격파를 받아치거나 뒹굴면서 피한 서리스는 악착같이 내달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눈에 바위 뒤로 몸을 숨기고 있는 자그마한 난쟁이 한 명이 보였다.
머리에 이상한 털모자를 쓴 녀석은 자신을 보자마자 소리를 내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짧은 다리에 비해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녀석이었지만, 서리스는 한 번 더 가속하며 순식간에 놈의 앞에 도착했다.
“우선 한 놈.”
서리스는 그 즉시 난쟁이를 향해 검을 내려쳤다.
쩌엉!
그 순간이었다.
그의 검이 도리어 튕겨 나감과 함께 서리스의 몸이 공중으로 부웅 떠버린 것이.
“무슨?!”
깜짝 놀란 서리스는 자신이 공중에 뜨자마자 날아든 충격파에 급히 몸을 방어했다.
콰앙!
허공에서 당한 충격에 바닥을 나뒹군 서리스는 으득 하고 이를 갈았다.
뼈가 아릴 만큼 상당한 충격이었다.
‘안 베였어?’
서리스는 자신을 비웃고 있는 난쟁이를 노려보곤, 입안을 깨문 탓에 생긴 핏물을 퉤 하고 뱉었다.
그렇군.
공격력은 영체 쪽에 전부 맡기고 방어력은 본체에 모두 몰아놨다 이건가.
상당히 짜증 나는 녀석들이다.
“아이랑 님! 난쟁이처럼 생긴 녀석들이 본체인 것 같습니다!”
서리스는 다시금 자세를 잡으며 저 멀리 있을 아이랑을 향해 외쳤다.
“난쟁이, 알겠어요!”
“놈들에게 방어막 같은 게 쳐져 있습니다! 강도가 상당하니 주의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서리스는 후우하고 숨을 내쉬곤 재차 바닥을 박찼다.
그를 향해 재차 충격파가 날아들었지만, 서리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난쟁이의 코앞까지 도약했다.
“내가 이렇게 당황한 것도 오랜만이라서 말이야.”
아무래도 힘 조절은 못 해주겠다.
그리 생각한 서리스가 다시금 검을 내려쳤고, 그의 검은 또다시 난쟁이의 방어막에 막혔다.
“크히히.”
마치 벨 테면 베어 보라는 듯, 난쟁이 놈의 비웃음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 웃음을 마주한 서리스 또한 한줄기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놈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이런 순간에 딱 맞는 기술을 익히고 있던 그이다.
‘아직 제대로는 못 다루지만.’
이 거리라면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 순간, 악스판시온에 새로운 기운이 스며들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새까맣던 악스판시온 위로 투명한 뭔가가 맺히더니 날 주위의 대기가 서서히 일그러졌다.
그걸 본 난쟁이가 불길한 운명을 감지했는지 웃음을 멈추며 서서히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서리스는 이미 검 위에 실린 기운과 함께 검을 내려긋고 있었다.
서걱!
“끼이아아악!”
몸이 두 동강 난 난쟁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무슨 공격이든 다 막아 낼 것만 같았던 난쟁이의 방어막이 무형의 기운이 닿자 종잇장처럼 잘려나간 것이다.
용신을 죽이기 위해 만든 용제의 최강 비기.
별조차 자르는 신룡월단.
서리스가 그 비기를 처음으로 실전에서 선보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