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0)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0화(20/275)
서리스의 경기가 끝나고 나머지 경기가 곧장 치러졌다.
서리스의 첫 경기 임팩트가 너무 커서일까.
시험 생들을 마치 불이라도 붙은 듯 필사적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카펠도 있었다.
칸빌레 가문의 비기 선록화우(仙鹿花雨)를 바탕으로 쏟아 내는 화살 비는 엄청난 화력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원거리에만 특화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 상대가 안으로 파고든 순간.
아카펠의 활은 기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방금까지 활로 보였던 것이 어느샌가 형태가 바뀌어 봉과 같이 변했고.
이어진 봉술에 얻어맞은 상대는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서리스는 그런 아카펠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소드란 대신 생긴 가문이라더니.’
왜 소드란 대신 생겼는지 확실히 알겠다.
하체펠은 철벽으로 앞을 지키고.
칸빌레는 원거리부터 근거리까지 부족한 화력을 채워 주며.
오를레는 뒤에서 끝없는 지원을 해 준다.
‘밸런스만 따진다면.’
소드란 시절보다 이쪽이 훨씬 더 잘 맞다.
‘씁쓸하긴 한데.’
서리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차피 자신이 울드렌으로 살던 전생에서 소드란은 이미 재기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금강잔월을 터득한 것도 서리스가 되고 난 후의 이야기.
‘소드란에 대한 단서를 찾는 건.’
이제는 의미 없는 걸지도 모르겠지.
그런 생각을 품는 사이 시합을 마친 아카펠과 눈이 마주쳤다.
그래도 이번 입단 시험 동안 친근하게 굴었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수고했다며 서리스가 먼저 한마디 건네려 하자 아카펠 쪽에서 눈을 휙 돌렸다.
약간 떨떠름해진 서리스가 들던 손을 내렸다.
‘어제 나이를 빨리 안 말해 준 게 좀 그랬나.’
그러는 사이에도 시험은 계속해서 치러졌다.
16명이었던 인원은 계속해서 줄어 8명이 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두 번째 경기.
서리스의 상대는 두 개의 단도를 사용하는 남성이었다.
암살 교단에 몸을 담았던 듯 속사와 같은 공격으로 서리스를 몰아붙이는 듯했으나.
“암살 교단은 질리거든.”
고릴라와 같이 서리스의 일격에 날아가 버렸다.
또다시 단 한 대로 끝나 버린 경기.
모두가 서리스와의 싸움은 피하고 싶은 기분이 되었을 때.
두 번째 경기가 끝마쳤다.
“합격자 녀석들은 다시 모여라. 번호 뽑을 시간이다.”
윌리엄이 모두를 다시 모았다.
8명에서 추려진 인원은 4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뽑는 인원이 4명인 만큼 지금 4명은 사실상 합격생이었다.
“저, 저기요.”
그런 순간 한 명이 말을 떨며 손을 슬쩍 들었다.
눈을 감고 왜소한 체구인 그는 다름 아닌 서발광이었다.
“저희는 이미 4명인데 더 해야 하는 건가요?”
“내가 합격자들 모이라고 했지 않았나.”
“어, 그, 그렇죠.”
생각 이상으로 많이 소심한 듯 그는 움츠러들며 대답했다.
“실력 높은 바보들이 많아서인지 청랑단원 사이에서는 매일같이 분란이 있다.”
윌리엄은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다 곧 대답을 시작했다.
“청랑단은 세계 침식 속에 들어 가야 하는 만큼 분란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그걸 위해 기수에 맞춰 매년 대표를 뽑고 있지.”
즉, 남은 경기는 사실상 기수의 대표를 뽑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험을 치를 때 뽑으려는 거다. 대표에 관심 없는 놈들은 대충해라.”
그러면서도 윌리엄의 눈동자는 반달 형태로 휘었다.
“그럴 놈은 없을 거라 보지만.”
그의 말대로 어느 누구도 쉽게 포기할 표정이 아니었다.
소심해 보이는 서발광마저도 말이다.
“뽑는 방식은 아까랑 같다. 뽑아라.”
또다시 나타난 종이 다발.
세 번째 경기를 위해 남은 이들이 종이를 뽑은 순간.
아카펠과 서리스의 눈이 동시에 마주쳤다.
서로가 쥔 것은 1번.
서리스의 다음 상대는 바로 아카펠이었다.
“……서리스.”
한 마리의 이리가 으르릉거리듯 아카펠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눈동자 속 진한 투기를 보며 서리스는 훈련장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나를 우롱하며 바보 취급하니 재밌었어?”
“우롱하며 바보 취급이라니?”
“모른 척하지 마. 왜, 이제 내 얼굴도 기억 안 난다 말할 속셈이냐?”
이런, 아카펠 쪽과는 원래 인연이었나.
서리스는 처음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던 아카펠이었기에 모르는 사이라고 단정 지었었다.
“어, 뭐, 그, 미안하다.”
서리스에게 과거 서리스의 기억은 없다.
그렇기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무심코 사과하자 아카펠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나를, 어디까지, 무시해야!”
말을 끊어가며 분노한 아카펠의 활이 부러질 듯 쥐었다.
“그만 떠들고 시작해라.”
그리고 윌리엄이 한마디 던진 순간. 그 즉시 아카펠은 활을 들어 올렸다.
활에는 한 발의 화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활을 든 시점부터 모인 칸빌레의 별의 힘은 이미 화살의 형태가 되어 있었다.
선록화우의 비기인 별의 힘으로 만들어 낸 청록색 화살이 화려하게 빛났다.
선록화우(仙鹿花雨)
삼식(三式)
만천우(萬天雨)
아카펠이 화살을 놓은 순간 하늘에서 만 개의 화살 비가 쏟아져 내렸다.
분명 쏜 화살은 한 발 뿐이었으나, 마치 장대비처럼 수많은 화살이 쏟아졌고, 그 속에서 서리스는 검을 쥐었다.
촤악!
그 순간 휘두른 그의 검격 한 번에 화살 비가 모조리 깨져 가기 시작했다.
힘들이지도 않고 박살 낸 화살 비 속에서 서리스의 두 눈이 아카펠을 쫓았다.
‘화살 비는 페이크였나.’
바람 소리가 조용히 멎었다.
서리스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카펠의 숨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더욱이 아카펠의 모습 또한.
칸빌레 가문의 비기 선록화였다.
주변 경치의 동화되어 자취를 감춰 버리는 비기다.
사용자의 별을 극심하게 소모하기 때문에 아카펠도 자주 사용하는 비기는 아니다.
그러나 서리스 상대로 전심전력을 다해야 함을 느낀 아카펠은 선록화를 사용했다.
쉬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대가 보이지 않음에도 오로지 감만으로 화살을 쳐 낸 서리스가 조용히 숨소리를 줄여 나갔다.
아카펠의 화살은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거기에 더해 화살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마치 탄력을 받은 듯 화살은 서리스의 움직임을 교묘히 노렸다.
채엥!
화살을 튕겨 내는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서리스의 팔 위로 얇은 상처가 생겨났다.
핏물이 살짝 베어 나와 의복을 적셨다.
화살 하나가 어느샌가 서리스의 팔을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
움직임이 조금만 늦었다면 가슴팍을 맞았을 것이다.
대련 중 처음으로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리스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서리스 녀석.’
아카펠의 두 눈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아카펠은 선록화를 발동 후 줄곧 서리스의 큰 동작을 노렸다.
그러나 몇 번이고 급소를 노린 화살이 날아들었음에도 서리스의 움직임은 정적이었다.
마치 아카펠의 속셈을 전부 깨닫고 있다는 양 서리스는 너무도 냉정하게 이성을 유지했다.
까다롭다.
망나니 같은 모습은 전부 사라지고 진지하게 전투에 임하는 서리스는 괴물 같은 놈이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를 화살을 오로지 감만으로 쳐 내고 있었으니까.
자신을 우롱한 놈이 저토록 전투에 진지하게 임할 수 있다는 것에 아카펠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을 속셈이라면 아카펠도 똑같이 노리는 것이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표적.’
그건 활잡이에게 있어서 최대치의 화살을 쏠 수 있는 기회.
아카펠이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발아래 초목들이 오르며 그의 두 다리를 감쌌다.
마치 고정 포대와 같이 아카펠은 뼈마디가 욱신거릴 정도로 활시위를 당겼다.
“그윽!”
선록화에 의해 보이지 않는 그의 화살에 전력으로 별이 담겼다.
오직 서리스를 쓰러트리겠다는 일념으로 코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아카펠은 악착같이 활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사람보다도 거대해진 화살이 완전한 녹색으로 물든 그 순간.
아카펠은 화살을 놓았다.
선록화우(仙鹿花雨)
오식(五式)
극폭시(極爆矢)
화살은 폭풍이 되었다.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날아든 화살이 서리스를 덮쳤다.
짧은 순간.
서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이미 준비된 자세.
검 위로 모아둔 별.
처음부터 이 일격을 받아칠 준비를 했다는 듯 서리스는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콰가가가가각!
극폭시와 서리스의 검이 거칠게 부딪쳤다.
서로를 잡아먹고자 하는 강렬한 힘겨루기 속.
서리스의 별이 우세하다는 듯 극폭시의 화력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에 아카펠은 이 상황을 예상했다.
‘내 별의 힘보다 서리스의 별이 강한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아카펠이 노린 것은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었다.
서리스가 자신의 필살기를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
아카펠이 활을 놓았다.
그 순간 그의 손아귀에는 별로 이루어진 활 하나가 쥐어졌다.
‘극폭시의.’
본래 공성전을 위해 만들어진 공성추와 같은 비기이다.
그렇기에 첫 화살은 성문을 부수고 두 번째 화살은 성을 부순다.
‘진짜 일격은.’
당겨진 활시위 위로 걸린 두 번째 화살은 첫 번째보다 가늘었지만, 담긴 별은 전혀 모자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두 번째 화살이 훨씬 더 많은 별을 끌어들였다.
극폭시의 진짜 화살.
아카펠은 망설임 없이 활시위를 놓았다.
이미 첫 번째 화살을 막고자 전력으로 검을 휘두른 서리스가 막을 수 있을 리 없는 일격이었다.
그러나 서리스의 입가에 걸린 웃음을 아카펠은 미처 보지 못했다.
금강잔월(金强虥狘)
반류(反流)
막힌 둑을 뚫고 흐르는 물과 같이.
서리스의 동작이 유연하게 이어졌다.
그 순간 파괴적인 첫 번째 화살의 흐름이 기묘하게 바뀌었다.
화살이 비스듬히 돌린 검날을 탄 순간 힘의 방향은 어느샌가 아카펠을 겨누고 있었다.
모든 것을 되돌리는 금강잔월의 비기가 아카펠의 첫 번째 화살마저 되돌리고 만 것이다.
콰가각!
그 순간 되돌려진 첫 번째 화살과 두 번째 화살이 공중에서 맞부딪쳤다.
설마 자신의 화살이 되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 못 한 아카펠이 입을 쩌억 벌리며 경악을 보이고.
서리스는 그사이 한 마리의 표범처럼 바닥을 박차고 있었다.
폭발적인 도약.
화살을 뚫고 나타난 서리스의 검이 아카펠을 향해 휘몰아쳤다.
정신을 번뜩 차린 아카펠이 급히 놓았던 활로 봉을 만들었을 때.
서리스의 검은 이미 그가 막기에는 너무 늦고 말았다.
서리스의 팔 근육이 거칠게 부풀어 올랐다.
금강잔월(金强虥狘)
박살(撲殺)
빠각!
마치 얇은 나뭇가지를 꺾듯.
봉이 두 동강 나는 소리와 함께 아카펠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내기는 내가 이겼어.”
짧은 숨소리 사이로 서리스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