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15)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15화(215/275)
‘시선이 모여도 너무 모이는군.’
제로와 합류한 이후 서리스는 오늘따라 더 심하게 자신을 알아보는 대중에 난처함을 느꼈다.
워너힐 아카데미 안에서야 다들 서리스를 이미 알고 있으니.
이 정도로 돌아다니기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학시험을 위해 외부 인물들이 잔뜩 들어와서 그런지.
그를 지켜보는 시선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다닐 때, 조금 주의하도록 할까.’
시선을 모으는 건 딱히 취향이 아니기에 그렇게 생각하던 서리스와 뮤리널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그 즉시 눈을 피했다.
‘저쪽도 귀찮게 됐네.’
엑스널에게 부탁받았을 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지만.
아무래도 뮤리널은 그때 일을 계속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꽤 심하게 혼냈었으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거겠지.
‘그래도 엑스널한테 좀 잘 지내달라고 부탁받았으니까.’
샬롯만큼은 아니어도 천재인 그녀는 마키나 안에서 사랑만 받고 자라다 보니 좀 안하무인 격의 성격이 된 모양이었다.
그렇다 보니 또래 친구가 사실상 없는 수준이고, 엑스널은 워너힐 아카데미에서도 저럴까 싶어 걱정이라 했다.
‘하긴, 엑스널 본인은 이런 걸 빨리 깨우쳐서 주변과 두루두루 잘 지냈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여동생이 천방지축으로 보였겠지.
본인도 문제가 있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드페리널의 부탁이라 했던가.’
서리스는 영황을 떠올리곤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예전에 펜타니엄과도 이제 잘 지낼 때가 됐다고 하던 말이 꽤나 마음을 심란케 했다.
“뮤리널.”
어찌 되었든 이제는 악연보다 선후배 관계로 굳어진 엑스널의 부탁이다.
“흣, 어? 응?”
서리스가 자신을 부르자 화들짝 놀란 뮤리널이 대답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서리스는 말했다.
“저택에서나 학교 일로 문제 생기면 말해. 도와줄 테니까.”
형식상 하는 말이긴 하나 나름 진심이었다.
또래도 동생들처럼 여기는 서리스다.
그런 만큼 서리스에게 한 살 아래인 제로나 뮤리널은 더더욱 어리게 느껴지고 있었다.
“어, 어, 알았어.”
“서리스 형, 나는?”
“너도 포함해서.”
중간에 끼어드는 제로에게 대답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그들은 저택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러곤 두 사람을 안으로 들이려던 순간 서리스는 저택 문이 열려 있음을 깨달았다.
허용된 사람이 아니라면 안에서 누군가 열어주기 전까지는 열리지 않는 문이다.
그런데 열려 있다?
서리스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천천히 반쯤 열려 있는 문을 마저 열었다.
타닥타닥―
아직은 봄이라 쌀쌀한 날씨인 만큼 벽난로가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인 서리스는 기감을 높이다가 멈칫하였다.
왜냐하면, 아는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샬롯?”
서리스가 중얼거리자 제로와 뮤리널이 동시에 그를 돌아보았다.
서리스는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1층에 있는 휴식 공간으로 걸어갔다.
거기엔 쇼파에 몸을 기댄 채 나른한 하품을 내뱉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나이는 올해로 제로와 같이 스무 살.
흑발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미인인 그녀는 다름 아닌 펜타니엄 샬롯이었다.
그녀는 이미 서리스네가 오는 걸 알고 있었던 듯 눈을 이쪽으로 돌리더니 곧 눈매를 휘어 보였다.
“오랜만이네?”
눈웃음 지은 그녀를 보고 서리스는 기감을 지웠다.
“누가 들여보냈냐?”
“금발 머리에 졸린 표정인 사람.”
“크라슈인가.”
샬롯은 능청스러운 면이 있으니 자기 동생이라고 설명했을 테지.
크라슈는 별 의심 없이 그녀를 들여보냈을 테고.
‘아니, 의심할 필요도 없나.’
검성 펜타니엄 샬롯은 일곱별 중에서도 가장 유명인이었다.
누구보다 장래가 촉망되는 인물이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서리스는 샬롯의 별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자신에게는 못 미칠지언정 그녀는 입학생 중에서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입학 당시의 스타리즈보다도 높을지 모르겠는데.’
작년 스타리즈의 수준을 잘 알고 있는 서리스는 속으로 짧게 감탄했다.
역시 천재는 천재였다.
“그래서 네가 여기 있는 이유는?”
서리스가 질문하자 샬롯은 자기 손등에 턱을 괴고는 웃음을 흘렸다.
“그야 여기서 지내려고 온 건데. 제로도 사는 모양이니 괜찮지?”
그녀가 그를 돌아보자 제로가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거렸다.
제로와 샬롯의 사이는 서리스가 잘 알고 있다.
그런 둘을 보던 서리스는 머리를 긁적이다 이내 대답했다.
“그래, 상관은 없다.”
제로는 되고, 샬롯은 안된다고 차별할 속셈은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둘 다 자기 동생이었으니 말이다.
제로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그가 이겨낼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샬롯이, 샬롯이랑 같이 산다고?”
그러는 순간 갑자기 뮤리널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다른 이들의 눈에는 마치 ‘어떻게 샬롯이랑 내가 같이 살아.’라는 분위기였지만.
서리스는 그녀가 샬롯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지금 저 반응은 기쁨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그런 뮤리널을 한 번 힐끗 본 샬롯이 눈웃음을 지어주자 그녀는 흠칫하고 놀랐다.
이번에 같이 살게 된 세 녀석은 참 묘하게 엮인 모습이었다.
“셋 다 주목.”
서리스의 부름에 셋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렸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서리스는 양손을 허리에 올렸다.
“여기서 지낼 때, 이거 한 가지만 명심해라.”
주의 사항 공지였다.
“안에서 싸우면 내가 직접 방문해서 볼기짝을 때려줄 거니까. 싸우지 마라.”
도로시의 경우에는 호전적인 면이 은근히 있긴 하나.
서발광과 크라페가 유순한 편이라 저택 내에서 문제를 일으킬 일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서리스가 보기에 이 셋은 언제든 서로 부딪칠 수 있는 성격들이었다.
그런 만큼 서리스가 일부러 이를 강조하자 샬롯이 작게 웃었다.
“몰래 싸우면?”
“저택 내에서 나 몰래 그런 게 가능할 거 같냐.”
서리스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던 샬롯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오빠 말인데 내가 잘 들어야지.”
“아, 그리고 샬롯, 제로 너희 둘 다 알리즈 형님이랑 락스카 형님한테도 한 번 인사드리러 가.”
펜타니엄 직계는 워낙 서로를 물고 뜯으니 어쩔 수 없긴 하나.
자신이 직계가 된 만큼 서리스는 더 이상 그렇게 두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두 사람에게 이를 말해두자 서리스를 잘 따르는 제로도 살짝 주저하는 눈치였다.
“어차피 가주는 자기 자리이니 밑에 것들끼리 잘 지내라는 거야?”
그러는 순간 샬롯의 목소리에 분위기가 싸해지기 시작했다.
서발광과 도로시도 그 분위기 속에 서리스 쪽을 신경 쓰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너희 형이고 오빠니까 그러는 거야. 그런 생각은 한 적도 없다.”
“어떠려나. 제로만큼은 아니어도 오빠도 꽤 우리 가족들이랑 문제가 있었는걸.”
그런 샬롯을 보고 서리스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샬롯은 꽤 성격이 나빴지.
지금 행동은 누가 봐도 일부러 자신을 도발하는 거였다.
저 녀석, 내 실력을 확인하고 싶은 게 분명했다.
“샬롯, 아무래도 오랜만에 보니 좀이 쑤시는 모양인데.”
그리고 그런 샬롯과 어울려 줄 생각이 없는 서리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주변을 장악했다.
월하십인에 오른 서리스는 이제는 또래와 어울리기에는 아득한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서리스는 경고하듯 샬롯을 쏘아 보았다.
“저택 안에서 싸우지 말라는 건 나도 포함이다.”
앞에서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어기게 하려고 샬롯이 도발한 게, 뻔했기에 그리 말하자 샬롯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이었다.
“알았어. 제로, 쌍둥이끼리 다시 잘 지내보자.”
그런 샬롯을 보고 제로는 호승심을 느낀 듯 양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뭐든 곧 터지겠네.
그렇게 생각하던 서리스는 문득 시선을 구석으로 향했다.
그러자 거기에는 마치 작은 동물처럼 바짝 쫄아 벽에 붙어 달달 떨고 있는 뮤리널이 있었다.
자신과 눈도 못 마주치는 뮤리널을 잠시 보던 서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 1학년 세 녀석이 벌써부터 골치를 썩인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 * *
다음 날 아침, 워너힐 아카데미 입학식 당일.
뮤리널은 머리를 정돈하며 피곤한 기색을 잔뜩 담아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다 서리스 쪽 저택에서 지내게 된 그녀의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처음 서리스와 한 저택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크게 낙담했던 그녀였지만.
얼마 후 그녀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샬롯과도 같이 지낸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두려움과 기쁨이라는 두 가지 감정에 심력을 워낙 많이 소모했고.
그녀는 덕분에 지금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샬롯을 보는 건 좋은데. 서리스도 자주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또 무서워.’
어제 하루만 해도 얼마나 감정이 들쭉날쭉하였는가.
서리스와 샬롯의 은근한 기 싸움은 괜히 옆에 있는 자신만 피곤하게 만들었다.
똑똑―
그러던 순간 뮤리널은 노크 소리를 들었다.
이 저택 내에 자신의 방을 찾아올만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던 그녀는 의아함을 느꼈다.
그렇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고, 그녀는 앞에 있는 검은색 머리를 보곤 반사적으로 흠칫했다.
순간 서리스인 줄 알았지만, 곧 키를 통해 상대가 제로라는 것을 알고 그녀는 안도했다.
“네가 왜?”
자기 방문을 왜 두드리냐며 그를 쏘아보자 제로는 뮤리널을 보다 헛기침했다.
그러곤 주저하는 듯이 망설이고 있자 뮤리널은 눈살을 찌푸렸다.
“뭔데. 용건이 있으면 빨리 말해.?”
“……쯧, 야, 너도 샬롯 싫어하지.”
이어진 말을 듣고 뮤리널은 무슨 개소리인가 싶어 제로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샬롯을 싫어하기는커녕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말이다.
그런 뮤리널의 생각을 전혀 읽지 못한 듯 제로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 나랑 동맹하자.”
뮤리널은 이게 또 무슨 개구리 소리인가 싶었다.
“이번 입학시험 때, 샬롯을 꺾고 싶으니까.”
그 말을 듣고 잠시 가만히 있던 뮤리널은 바보를 보는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 바보야? 워너힐 아카데미 입학시험이 무슨 투기 대회인 줄 아니?”
“뭐??”
“워너힐 아카데미 입학시험에 학생들끼리 대련 같은 건 애초에 없다고.”
워너힐 아카데미는 담당 선생들이 학생들을 평가하며 점수를 매겨 채점한다.
그런 것도 모르는 제로를 한심하게 보던 그녀는 방문을 닫았다.
“샬롯을 꺾고 싶으면 네 스스로 노력해서 이겨.”
멍해 있는 제로를 바라보며 문을 닫은 그녀는 혀를 찼다.
아침 시간만 괜히 낭비해 버렸지 않는가.
그러나 그녀는 추호도 몰랐다.
매년 입학시험 내용이 바뀌는 워너힐 아카데미에서…… 그녀가 말했던 학생 간의 대련이라는 게.
이번 연도에 첫 시행 될 거라고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