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18)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18화(218/275)
샬롯이 나타나자마자 조용해진 상황.
그녀는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기다란 그림자 검 한 자루를 쥔 채 모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지나온 쪽에는 남은 생존자가 없었다.
왜냐하면, 뮤리널과 제로처럼 다른 이들도 힘을 합쳐 샬롯에게 맞섰기 때문이었다.
검성 펜타니엄 샬롯이라 하면 모르는 이가 없었으니까.
그러는 순간 제로와 뮤리널의 눈이 한 번 마주쳤다.
아무리 샬롯을 좋아하는 뮤리널이라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녀를 환영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개인전.
저쪽이 편을 먹고 덤비길래 어쩔 수 없이 잠깐 힘을 합쳤던 것이지.
샬롯 한 명을 상대로 팀을 이뤄 싸울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내가 먼저 한다.”
그러는 순간 제로가 먼저 앞으로 나왔다.
전투의 열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는 그림자 단검과 검을 쥔 채 샬롯의 앞에 섰다.
그 모습을 보고 뮤리널은 바로 탈락당하고 싶은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로의 눈에는 포기한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그는 정말로 이길 생각이다.
“제로, 혼자서 되겠어?”
샬롯이 묻자 제로는 한차례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를 몇 년 만에 보는 건데도 여전히 샬롯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제로였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고 샬롯의 그림자에 짓눌려 있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그리고 이미 그 그늘에서 벗어나 하늘을 날고 있는 서리스도 있지 않은가.
제로 또한 그리되고 싶었다.
“개인전이니까 혼자서 하는 게 당연한 거지.”
“지금 내 말은 네 주제를 알라는 건데 말이야.”
샬롯은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그녀에게서 별빛이 쏟아져 나왔다.
강렬한 별빛은 한순간 이 일대를 밝힐 정도로 강했고.
그건 눈앞의 제로를 굳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많이 쫓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샬롯 앞에서는 자신의 별빛이 무척이나 옅게 느껴져, 제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동안 그렇게 노력해도 결국 이런 차이가 벌어져 있는 건가.
그 사실이 제로를 무척이나 괴롭게 했다.
“야, 뭔가 있는 척이란 척은 다 했으면, 그 값은 해.”
그러는 순간 뒤에서 뮤리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은 딱히 응원도 아니었다.
오히려 조롱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러나 왜인지 모르게 제로는 다시 기운을 되찾았다.
“샬롯, 질긴 악연을 끝낼 시간이다.”
“악연이라니. 너랑 나는 쌍둥이야. 제로.”
“그래서 악연인 거야!”
제로가 돌진하기 시작했다.
샬롯은 그런 그를 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린 뒤, 제로에게 맞서주었다.
검과 검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동시에 펼친 것은 청운귀명도 이식 청운귀검로였다.
펜타니엄 비기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검술식.
둘이 충돌한 지점에서 그림자들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샬롯은 자신의 검로에 맞서는 제로의 그림자 단검을 보았다.
하나의 검만으로는 자신을 쫓아 올 수가 없으니 이도류를 연습하여 그 부족한 점을 채운 모양이었다.
지금도 샬롯의 검을 쫓아 올 수 있는 건, 저 단검의 보조 덕이었다.
‘하지만 이러면.’
샬롯은 제로의 검을 받아치자마자 검을 가속 시켰다.
그러자 제로가 급히 단검으로 샬롯의 검을 빗겨 치려 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 샬롯의 그림자 검에 별이 깃들었다.
아까 전과는 훨씬 더 강도도, 그 세기도 강해진 검이 내려쳐 진 순간.
거기에 맞선 제로의 단검이 우두둑 소리가 나며 부서짐과 함께 그의 손목이 잘릴 위기에 처했다.
“큭!”
급하게 제로가 몸을 빼자 그의 손목 위로 핏물이 튀어 올랐다.
샬롯은 단검을 쥔 손을 집요하게 노렸다.
게다가 그녀는 진심으로 손목을 잘라 버리려 했다.
그 무자비함에 제로는 입술을 깨물며 그림자로 급하게 팔목을 지혈했다.
“제로, 그동안 내가 어디서 수련했는지 알아?”
제로를 바라보며 샬롯이 질문을 던져왔다.
청랑단 일 이후, 샬롯은 종적을 감췄었다.
그 일에 관해서는 제로도 줄곧 의문을 품고 있었다.
“마굴이야.”
그러는 순간 샬롯이 꺼낸 말을 듣고 제로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마굴, 최흉만큼은 아니어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그곳을 샬롯이 말하고 있었다.
“거기는 오로지 마수들이 서로를 잡아먹으려고만 하는 곳이라서 말이야. 나 역시 생존 자체에만 모든 신경을 쏟게 되더라고.”
그리 말하는 샬롯의 검 위로 흉흉한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내가 간 곳은 빛이 없는 지하였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내 그림자를 확실히 볼 수 있었어.”
그리고 샬롯의 발아래에서 그림자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제로가 뒤늦게 대응하려 했으나 샬롯의 그림자는 그조차 집어삼키며 숲 전체를 뒤덮었다.
금방 하늘조차 어두워지며 이 일대는 순식간에 새까만 그림자로 가득찼다.
그 중앙에 우뚝 선 샬롯은 마치 그림자의 여제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지.”
그림자로 가득 찬 공간.
어느새 샬롯이 입은 옷 또한 그림자와 같은 새까만 색으로 변했다.
“내 안에 깃든 그림자 세계를 꺼내 오는 법을 말이야.”
이 순간부터 이 일대는 오직 샬롯의 별만이 허용케 된다.
그 증거로 제로는 자신이 쥐고 있던 그림자 검이 무너져 가는 것을 보았다.
별로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그녀의 소유 하에 들어간 것이다.
“그림자 선포, 일단 대충 이렇게 이름 붙여 봤어.”
그녀는 이 상황이 재미난다는 듯 웃음과 함께 검을 쥐지 않은 왼손을 가로로 스윽 그었다.
“크학!”
그 순간 제로의 가슴팍에서 핏물이 튀어 올랐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 자국이 나 있었다.
세상 어디에 서든 그림자는 생겨난다.
그렇기에 제로의 몸 위에 생긴 그림자가 그를 베어 버린 것이었다.
그의 두 눈이 당혹감으로 파르르 떨렸다.
괴물.
거기에는 정말로 괴물이 눈앞에 있었다.
그렇게나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샬롯은 더한 노력으로 괴물이 되어 돌아왔다.
압도적인 차이에 제로는 크나큰 무력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제로는 무너져 가는 자신의 그림자 검을 으스러질 듯 쥐었다.
그러자 미약하게나마 그의 검이 형체를 유지했다.
샬롯은 그런 제로를 보며 묘한 눈빛을 보냈다.
본래라면 이 시점에서 제로는 완전히 무너져 내려야 했을 텐데.
그의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
“변했구나. 너.”
“변한 건 없어.”
제로는 검을 쥔 채 자세를 잡았다.
그의 가슴팍에는 여전히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겨우 원래의 내가 됐을 뿐이야.”
나는 펜타니엄 제로.
샬롯이 빛이라면 그 빛 아래로 생기는 그림자가 바로 자신이다.
어쩌면 그림자 비기를 다루는 펜타니엄에 가장 적합한 이가 바로 그일지도 모른다.
비록 평생 빛을 집어삼킬 수 없을지라도.
그림자는 그렇기에 존재한다.
제로가 바닥을 박찼다.
오로지 자신에게 깃든 그림자만을 믿고 제로가 달리기 시작하자 샬롯은 그의 무모함을 보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오만함.
그것은 여전히 샬롯을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오만함을 지닐 실력과 재능을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
그 증거로 제로의 돌진은 샬롯의 생각만큼 그저 무모함일 뿐이었다.
샬롯의 손이 가볍게 휘둘러졌다.
그럴 때마다 제로의 몸에 있는 그림자가 갈라지며 핏물이 튀어 올랐다.
고작해야 손짓 몇 번으로 제로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으랴아아!”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제로는 기합을 터트리며 샬롯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고작 이 한 번의 휘두름을 위해 그의 전신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채엥!
부딪친 제로의 검이 뒤흔들렸다.
샬롯의 그림자 선포 아래 그의 별의 세기가 약해진 탓이었다.
몸만큼이나 검조차 엉망인 상태.
그에게는 조금의 승산도 없었다.
그러나 제로는 샬롯에게 계속 검을 휘둘렀다.
마치 빛에 불타서 사라질 불나방같이.
제로는 싸웠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럴 때마다 그의 검은 더더욱 또렷한 형체를 이뤄 나가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샬롯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그림자가 뭔지 깨닫기 시작한 모양이네.’
샬롯은 이를 말하지 않았지만, 그림자 세계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펜타니엄의 직계인 이상 자신의 그림자를 지니고 있고.
그것을 대부분 깨우치지 못할 뿐이지 그림자는 고유의 세계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 자신의 그림자 세계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백귀명이라는 검황 락로드가 창안해낸 비기다.
제로는 거기에 무의식적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내 쌍둥이 동생이라 이거지.’
쌍둥이라서 그런지 그림자 세계도 엇비슷한 듯, 제로에게는 그림자 선포의 영향이 좀 약하게 적용된 모양이었다.
‘내가 일깨워준 모양인데.’
지금은 눈치채지 못한 듯하지만 백귀명의 기초를 깨닫기 시작한 제로였다.
‘금방 끝내줘야겠네.’
오랜만에 만난 쌍둥이 남동생이라고 쉬엄쉬엄 해줬건만 아무래도 안 되겠다.
그 순간 샬롯의 검이 제로에게 쇄도했다.
노리는 건 목.
일정 충격 이상이 들어가면 어차피 팻말이 깨져 나가며 역소환될거다.
그 사실을 알기에 샬롯은 이 한 방에 그를 끝장낼 작정이었다.
그러는 순간 샬롯은 제로의 검이 자신과 똑같이 휘둘러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안 그래도 불안한 그의 그림자 검이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검과 맞부딪쳐 아까 단검과 똑같은 꼴이 날 텐데 제로는 검을 내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포자기.’
항상, 포기를 하며 살던 제로다.
이게 마지막 발악임을 눈치챈 샬롯은 그 그걸 그대로 부숴주겠다며 검을 내질렀다.
그렇게 제로와 샬롯의 검이 닿기 직전.
제로의 검이 갑자기 수욱하니 무너지며 사라져 버렸다.
한순간에 사라진 제로의 검을 보고 샬롯이 눈을 조금 치켜떴을 때.
그녀의 검을 지나치며 내질러진 제로의 손에서 다시금 그림자 검이 치솟았다.
같잖은 수다.
그래 봤자 자신의 검이 그에게 먼저 닿을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제로는 샬롯의 검을 피하기는커녕 그대로 검을 내지르고 있었다.
늘 서리스가 했던 것처럼.
살을 주고 뼈를 취하고자 그는 멈추지 않고 검을 계속 휘두르고 있었다.
제로에게 깃든 열망을 본 샬롯은 헛웃음을 흘렸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바꿨는지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서리스.’
정말, 자기 쌍둥이 동생을 이렇게 바꿔 놓다니.
그러나 샬롯은 그런 제로가 닿기에는 아직 너무 위에 있었다.
그 증거로 샬롯의 검이 한 번 더 가속했기 때문이다.
서걱! 쨍그랑!
샬롯의 검이 제로의 목을 파고들고 그 순간 제로의 팻말이 박살 나며 그는 역소환 당했다.
아슬하게 샬롯의 목 직전에 멈춘 제로의 검은 결국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평생토록 샬롯에게 반항조차 못 했던 제로는.
적어도 이제 그녀에게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다음은.”
샬롯은 그런 제로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그림자 선포 바깥에 서 있는 한 여성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너겠지. 뮤리널.”
일곱별에 속하는 두 별이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