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2)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2화(22/275)
“서리스.”
서리스는 귀 안에서 이명이 울리는 와중에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윌리엄이 있었고,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 원, 정신이 너무 고조됐군.”
짝!
그 순간 멍한 서리스 앞에서 윌리엄이 박수를 내쳤다.
“윽?!”
별을 담은 그의 박수 앞에 서리스가 흠칫한 순간.
서리스의 멍했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보아하니 동급의 상대와 맞서 본 건 처음인가 보지?”
“아.”
서리스는 정신이 겨우 돌아왔음을 느끼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겼구나 하는 떨떠름한 감정이 이제야 느껴졌다.
“서발광은?”
“청랑단원 한 녀석이 옮기는 중이다. 네가 오늘부터 53기 기수 대표다. 이해했나?”
1등, 했구나.
청랑단 입단 시험에서 1등을 했다는 걸 실감한 서리스의 마음속에 드디어 기쁨이 샘솟기 시작했다.
소드란 가문의 가주로서 멸시밖에 받은 적 없는 서리스다.
언제나 1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서리스가 1등을 한 것이었다.
당연히 기쁠 수밖에.
덤으로 드웨이진과의 약속도 지킨 셈이었다.
“그럼 이제 뽑혔으니 따라와라. 아카펠, 도로시, 너희 둘도.”
윌리엄이 몸을 빙글 돌려 나가기 시작하자, 세 사람은 서둘러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기자 어느새 뉘엿뉘엿 지고 있는 저녁노을이 보였다.
이번 시험이 꽤나 오래 걸렸다는 것을 생각하며 복도를 걷고 있으려니 윌리엄이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곤 처음으로 풀어 헤쳤던 옷을 똑바로 고쳐 입었다.
그가 멈춘 곳 앞에는 청랑단주 집무실이라 적힌 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똑똑.
“단주님, 53기 합격생 세 명을 데려왔습니다.”
“들어오게.”
하다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윌리엄은 문을 열었다.
그러곤 세 사람에게 들어가라고 눈짓했고, 셋은 그 사인을 알아채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왜 드웨이진 그 인간이 하다크를 탐내는지 알겠네.’
그리고 서리스는 보자마자 짧게 감탄을 했다.
소드란 가주 시절 서리스는 하다크를 제대로 마주해 본 적이 없다.
능력도 뛰어나지 않은 몰락한 소가문 가주였으니.
끝없는 초롱 최전선에서 싸우는 하다크와 마주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일까.
눈앞에서 이렇게 보고 나니 새삼 그가 다른 이들에게 칭송받는 이유를 알았다.
‘저런 몸은.’
금강잔월이 있다고 해도 몇 년 동안 수련에만 정진해야 만들 수 있는 육체였다.
지금도 펜타니엄 가문별을 새기지 않았다는데 저 정도였으니, 정말 괴물 같은 육체였다.
‘듣기론 청랑단원들을 가문별에 구애받지 않고 뽑기위해 일부러 가문별을 새기지 않았다는데.’
대단하다면 대단한 인간이다.
“반갑습니다. 53기 여러분. 단주 하다크입니다.”
이제는 자신보다 한참 아래인 말단 단원일 텐데도 그는 예의를 차려 말을 시작했다.
“이번 시험 통과하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을 부른 것은 얼굴을 보기 위함도 있지만, 한 가지 말해 드릴 게 있어서입니다.”
그 순간 하다크의 분위기가 변했다.
이것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하다크를 보고 아카펠과 도로시가 몸을 굳혔다.
“세계 침식에서 청랑단은 절대로 사상자가 나와서는 안 됩니다.”
세계 침식은 인류의 존속이 걸린 일.
거기에서 가장 많이 활약해야 할 청랑단임에도 사상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에 모두가 의아해했을 때.
하다크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자는 타인의 목숨도 소중히 여기지 못합니다. 의협심 하나로 목숨을 내던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큰 충고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말은 청랑단에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이었다.
서리스도 이것에는 동의했다.
비록 자신은 마지막에 이르러서 희생했지만.
제 목숨 지키지 못하는 놈은 세계 침식을 막는 데 필요 없었다.
“예.”
세 사람이 동시에 대답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윌리엄을 보았다.
“세 사람은 밖에서 기다리게나.”
그의 지시의 세 사람은 고개를 숙이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윌리엄.”
“예, 단주님.”
합격생들이 나간 뒤, 하다크가 윌리엄을 부르자 그는 바로 차렷 자세로 섰다.
“이번 53기는 어떤가?”
“재미있는 녀석들이 들어왔습니다.”
재미있다는 말의 하다크가 눈을 살짝 치켜떴다.
윌리엄은 재능이 있으나, 게으르고 뭐든 흥미를 금방 잃는 성격이다.
하다크 앞에서는 그나마 예의를 차리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엉망인 그가 재밌다, 라.
“세 사람 다 말인가?”
“예, 직계도 포함이죠.”
서리스를 잠깐 떠올린 하다크는 턱을 매만졌다.
청랑단은 펜타니엄에서 가장 주요한 군사 조직이다.
당연히 가주가 되고자 한다면 청랑단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
어떤 직계는 청랑단의 신임까지 얻어 승승장구하는 반면.
다른 직계는 청랑단의 외면을 받아 펜타니엄 가주 자리를 영영 놓치고 말기도 한다.
그렇기에 직계들 입장에서 청랑단은 계륵과 같았다.
삼키자니 잘못될 수도 있고,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그래서 직계들 대부분은 청랑단에 들어오기를 꺼리지.’
펜타니엄 직계로 자라 온 이상 청랑단의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청랑단은 기수제.
펜타니엄 가주가 직접 인정한 청랑단이기에 직계라는 이름이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곳이다.
그러니 적응 못 할 바에야 괜한 불씨를 쑤시지 않는 게 여태까지 직계들이었는데.
서리스는 제 발로 찾아와 시험을 치렀다.
“그리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보이거든요. 싹수가.”
“자네가 그리 말한다면 괜찮겠다만.”
직계라도 청랑단으로 들어온 이상 자기 사람이다.
믿어줘야겠지.
“애초에 네 명 다 청랑단 시험 최소 요건인 16살이라는 것부터가 재밌다고 봅니다.”
청랑단의 최소 요건인 16살.
말이 그렇지 16살에 청랑단 입단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무슨 일인지 동갑내기 4명이 시험의 붙은 것이다.
“알겠네. 합격생들을 부탁하네.”
“예.”
고개를 숙인 윌리엄의 대답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 * *
같은 시각 집무실 밖으로 나온 세 사람은 침묵하고 있었다.
아카펠은 서리스에게 졌다는 사실에 침울해져 있었고.
도로시는 검집에서 검을 뽑지도 않은 서발광에게 처참하게 당했다는 것을 신경 쓰고 있었다.
‘우중충하구만.’
그 때문에 옆에서 보고 있는 서리스도 자연스레 기분이 다운되는 느낌이었다.
“역시 나쁜 사람이야.”
그 순간 도로시가 갑자기 혼잣말을 외치고, 서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붉은색의 머리카락과 같은 눈이 인상적인 그녀.
제나디아 도로시.
펜타니엄 남쪽 영지 제나디아 영주의 막내딸인 그녀는 특이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어느 날 갑자기 멧돼지를 잡아 오는가 하면.
또 어느 날은 탑 위에 올라가 하루 종일 마을 경치를 구경하는 등.
그녀는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한량 같았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무예만큼은 진심이었다.
실제로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청랑단 시험을 통과했지만.
서발광이라는 이름도 없는 녀석에게 당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무예만큼은 진심이었던 그녀였기에, 상대가 자신을 몇 수나 봐줬다는 사실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펜타니엄 직계님, 그 사람을 어떻게 이겼어?”
그 때문인지 그녀는 서리스에게 서발광을 쓰러트린 방법을 물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당장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였다.
“그냥.”
하지만 서리스는 그냥 귀찮은 듯 대답했다.
어떤 의미로 이런 대접은 또 처음이었던 도로시가 충격을 먹었다.
“직계님, 지금 1등 했다고 기고만장한 거야?”
“1등이면 기고만장할 만하잖아. 4등.”
“내가 왜 4등이야. 4등은 얘야.”
그녀는 아카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서리스에게 패배해 침울해져 있던 아카펠이었지만, 그도 4등 취급당하자 표정이 확 변했다.
“그건 그냥 못 들어주겠는데. 내가 너한테 진 것도 아니고.”
“그럼 지금 여기서 4등 결정전이라도 해 볼래?”
아직 몸이 덜 풀렸다는 양 그녀가 팔을 빙빙 둘렀다.
어느샌가 두 사람의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시끄럽다. 이놈들아.”
그 순간 문을 열고 윌리엄이 걸어 나왔다.
주춤한 둘을 두고 곧바로 옷을 푼 그는 후줄근한 표정이 되었다.
“후우, 귀찮구만.”
방금까지 예의 차리던 모습은 어디 간 건지, 다시 전처럼 돌아온 윌리엄은 때마침 앞에 지나가는 사람을 발견했다.
“어이, 거기 라파즐리, 이리 와라.”
“아, 윌리엄 님, 또 일 맡기시려는 거 아닙니까?”
그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 윌리엄에게 다가왔다.
그런 그를 보고 서리스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그는 1차 시험 때 서리스 앞에 나타나 로디오라고 가장하여 그를 속이려 했던 청랑단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리스와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어 보였다.
“세 녀석, 숙소로 데려가. 난 쉬러 갈련다. 오늘 할당 끝났어.”
“네네, 그러십죠.”
윌리엄은 라파즐리에게 맡겨 버리곤 터벅터벅 가 버렸다.
정말 끝까지 대충대충 하는 인간이었다.
“자, 그럼 갈까. 새내기들.”
그는 신입 안내가 신난다는 듯이 당찬 발걸음을 옮겼다.
도로시와 아카펠은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았지만, 곧 라파즐리를 따르기 시작했다.
“서리스, 대표가 됐지?”
그런 순간 라파즐리가 서리스에게 친한 척 말을 걸어왔다.
“예, 선배님.”
“하핫, 그럴 줄 알았어. 직계이기 이전에 서리스는 느낌이 남달랐거든.”
싱글벙글 웃던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슥 가리켰다.
“참고로 나도 대표, 앞으로 자주 얼굴 보게 될 거야. 라파즐리 선배님이라고 불러줘.”
이쪽도 대표였나.
‘어쩐지 강하더라니.’
솔직하게 말해 2차 시험 때 맞섰던 엑포드보다 그가 위였다.
“알겠습니다.”
서리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히죽 웃더니 이것저것 말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대표는 차라리 안 되는 게 좋았을 거야. 여러모로 귀찮거든.”
“귀찮다는 건.”
“뭐,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고 생각해줘. 위에서 좀 귀찮게 구는 놈들이 있거든.”
두 사람만이 대화하는 사이 넷은 입구 앞에 도착했다.
“도로시는 6호실. 거기 여자 단원들이 있어. 아카펠과 서리스는 5호실로 가면 돼.”
그는 그걸로 자기 일은 끝났다는 양 손을 흔들고 갔다.
“셋 다 잘해 봐.”
도로시가 제일 먼저 붉게 땋은 머리를 휘날리며 가 버렸다.
“서리스.”
그러는 사이 이번에는 아카펠 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어.”
“대표 자리는 내가 다시 빼앗을 거야.”
그 말을 듣고 서리스는 눈을 깜빡였다.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아무래도 아카펠 나름대로 서리스와의 관계를 다시 이으려는 모양이다.
“그래, 언제든 덤벼라.”
그렇다면 이쪽도 받아 줘야겠지.
애초에 서리스는 칸빌레와 척을 질 생각 없었다.
소드란과 가장 가까운 게 바로 그 칸빌레였으니까.
서리스의 대답을 듣고 아카펠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그렇다면 이 틈에 조금 더 관계를 개선해 놓는 게 좋겠지.
“그리고 내가 널 기억 못 한 건 암살당할 뻔했던 일 때문에 기억이 일부분 날아가서야.”
“암살당할 뻔했다고?”
“펜타니엄 내에 나름 사정이 있거든.”
거짓말과 진실을 교묘하게 섞은 서리스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럼 네가 이렇게나 바뀐 것도.”
“그때부터다.”
아카펠은 이제야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잘 속아 넘겼군.
“우선 들어가자고. 오늘 고생했으니 쉬어야지.”
아카펠과의 일을 잘 마무리 한 서리스가 문을 열려던 그 순간이었다.
쨍그랑!
6호실 쪽에서 도로시가 창문을 깨며 밖으로 데굴데굴 굴러 나왔다.
안쪽에서는 여자들의 거친 욕설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도로시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곤 벌떡 일어난 뒤, 능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터벅터벅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개판이군.
벌써부터 난리라며 서리스가 문을 연 순간 자신의 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을 깜빡였다.
선배 기수로 보이는 청랑단원 전원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도 반갑지 않은 표정으로.
그렇군.
아무래도 이쪽도 개판일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