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21)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21화(221/275)
한순간에 바뀐 샬롯의 분위기를 보며 서리스의 입에서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샬롯은 역시 난놈이라 불릴만했다.
자신이 지닌 감정이 시기심이라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그걸 받아들이고 거기에 순응했다.
그리고 그녀의 기세가 바뀌었다.
오만함을 누르고 약자가 강자를 상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것이다.
‘천재란 이런 녀석들이겠지.’
그들은 무슨 상황이 오더라도 순식간에 적응하며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아 버리니까.
그렇기에 다른 직계 중 오직 샬롯만이 락스카를 좇을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손이 또 한 번 움직였다.
아까와 같은 그림자를 베는 검격이었다.
방금처럼 그 걸 받아치려 했던 서리스가 순간 멈칫하였다.
왜냐하면, 그의 감각에 잡힌 검격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마치 수십 명의 검사가 한 번에 공격하는 검의 폭풍 같았다.
서리스는 자신에게 생긴 모든 그림자가 그녀의 검격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터무니없는 짓을.’
서리스는 곧바로 금강잔월을 끌어올렸다.
샬롯의 그림자 선포는 상대의 별의 힘을 약하게 만든다.
그러나 서리스는 내부에 깃든 별의 양만 해도 남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금강잔월은 흐름.’
서리스는 베어지는 그림자 아래로 금강잔월의 흐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전신을 난도질해야 할 검격이 모두 서리스의 기운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가가가가각!
그리고 모든 흐름이 검 끝으로 몰린 순간 서리스의 검을 타고 거센 울림이 퍼졌다.
그를 베어야 했던 검격이 모두 검에 치우쳐진 탓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임시로 가져온 검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리고 이때를 노렸는지, 샬롯이 어느샌가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녀의 손짓 한 번마다 검의 폭풍이 연이어 몰아쳤다.
그림자 선포 안에서라면 그녀는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검의 폭풍을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서리스를 이길 수 없었다.
더, 더 거세게 몰아쳐야 한다.
조금의 틈이라도 만들어 내기 위해.
강자를 꺾기 위해서 약자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쳐야 하는 법이다.
샬롯의 손에 그림자 검이 쥐어졌다.
왼손으로는 검의 폭풍을 일으키면서 다른 손으로는 서리스를 향해 검을 휘둘러왔다.
검의 폭풍을 일으키는 것도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할 텐데.
샬롯은 그 와중에도 완벽에 가까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집중력이 최고조로 치솟아 올랐다.
이 순간, 그녀는 오로지 서리스를 쓰러트리기 위해 온 정신을 쏟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집중력을 따라 그녀의 별도 빠르게 소모되었다.
그림자 선포는 그녀에게 있어서도 부담스러운 기술이었다.
하물며 그림자 베기를 동시에 몇 번이고 사용하고 있는데.
샬롯이라도 이걸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주룩―
샬롯의 코를 타고 핏물이 흘러내렸다.
숨조차 쉬지 않고 서리스에게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눈은 단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검의 여제 같았다.
그녀를 제외한 단체전으로 올라온 모두는 일순간 샬롯의 검무를 눈조차 떼지 못하고 바라봐야 했다.
천재는 그런 법이었다.
범인의 시선을 빼앗고, 그 위에 우뚝 서는.
그것이 바로 천재들이었다.
쨍강!
그리고 그 천재의 빛이 겨우 상대에게 닿았다.
결국, 한계에 내몰린 서리스의 검이 부러지고 만 것이다.
최고의 검사가 쥐는 검은 어느 것이든 명검이 된다고는 하나.
내구력만큼은 해결할 수 없는 법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일순간 그 틈을 노린 샬롯의 별이 재차 거세게 빛났다.
그녀의 검과 그림자 베기가 득달같이 서리스에게 달려들었다.
오직 그를 쓰러트리기 위한 전심전력의 일격이 그에게 쇄도한 것이었다.
“역시 샬롯이네.”
그러나 세상에는 천재가 있듯이.
그런 천재를 잡아먹는 괴물도 있는 법이다.
쩌억!
샬롯이 하늘을 날았다.
그녀가 쥐고 있던 그림자 검은 으스러져 있었고.
하늘을 감싼 그림자 선포조차 그 일격 앞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런 샬롯을 날린 서리스는 검 한 자루를 쥐고 있었다.
마치 은하수를 담아 놓은 듯한 검.
악스판시온.
최강의 검사가 기어코 명검을 꺼내고 말았다.
전투 내내 숨죽이고 있던 그의 그림자가 드디어 이빨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샬롯!”
샬롯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 제로가 달려들어 그녀를 받았다.
그 덕에 바닥을 구르는 건 면한 샬롯은 가쁜 숨을 내쉬며 이를 부딪쳤다.
제로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샬롯의 표정은 처음이었다.
이건 마치 자신과 같지 않은가.
자신이 샬롯을 볼 때처럼 그녀는 서리스를 보며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켜.”
제로를 밀어낸 샬롯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코와 입가를 적신 핏물을 손으로 훔친 그녀의 몸은 후들거리고 있었다.
한계치까지 별을 쓴 여파와 서리스가 휘두른 검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탓에.
몸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안쪽이 잘못됐나.’
내부가 뒤틀린 듯 아린 고통이 몸 전체로 퍼져왔다.
고작 공격 한 번을 허용했다고 이 꼴이 되다니.
저쪽은 아직 여유롭다 못해 꺼낼 게 잔뜩 있음에도 말이다.
‘더 할 수 있어.’
패배는 자신과 거리가 먼 단어다.
아직 더 할 수 있다.
샬롯이 걸어 나가려 하자 그녀의 앞을 제로가 막아 섰다.
그런 그를 보며 샬롯이 무슨 짓이냐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비키라 했잖아.”
“시끄러.”
시끄럽다고?
샬롯의 두 눈이 커졌다.
설마 제로에게 저런 말을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거 단체전이야. 100명이나 있으니 분명 치료 관련으로 비기를 배운 놈도 있을 거야. 그러니 그놈을 찾아서 회복한 후 기회를 엿봐.”
단체전.
그 말을 들은 샬롯의 눈이 뒤로 향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98명의 인원이 그곳에 있었다.
이 시험은 그녀 혼자만의 시험이 아니다.
세계 침식자를 단체로 상대하는 것.
그것이 이번 시험의 주제였다.
“화나지만 너 말고는 서리스 형한테 한 방 먹여볼 녀석은 없다고. 그러니 얼른 회복해.”
그러면서 제로가 단검과 검을 각각 손에 쥐었다.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해.”
그리고 그사이 뮤리널이 제로의 옆에 따라 섰다.
여전히 서리스만 보아도 몸이 움츠러드는 그녀였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우리가 시간을 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줘.”
제로와 뮤리널이 동시에 말함과 함께 두 사람이 바닥을 박찼다.
그런 두 사람을 멍하니 보던 샬롯은 천천히 자기 이마를 가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새하얀 이마를 드러낸 샬롯은 잠시동안 헛웃음을 흘렸다.
“젠장, 우리도!”
“탈락하기 싫으면 싸워!”
그 순간 나머지 인원들도 기세를 탄 듯, 서리스에게 몰려가기 시작했다.
제로가 말한 단체전이라는 말이 그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었다.
“하아.”
그 모습을 보며 샬롯의 입에서 옅은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서리스가 자신에게 무얼 가르치려 한 건지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진짜 짓궂게 구네.”
친오빠 아니랄까 봐, 동생 한번 억세게 챙긴다고 생각하며 샬롯은 팔을 늘어트렸다.
“거기.”
그리고 샬롯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치료 능력 있는 녀석 있으면 당장 나 좀 도와줘.”
서리스가 바란 대로 단체전에 어울려줄 시간이었다.
* * *
다음날, 시험이 끝나고 서리스는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 쉬는 거 좋았는데 끝나버렸네.”
옆에 선 도로시가 투덜거리듯 말해왔다.
그 말대로 오늘부로 길었던 방학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아카데미 학사일정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물론 아크단은 여전히 개인 훈련 시간이긴 하지만.
서리스도 오늘은 2학년에 오른 만큼 아카데미에 가야 했다.
“A반도 조금 바뀌었데.”
그때, 서발광이 들은 게 있는 듯 말해왔다.
B반에서 치고 올라온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옆에 있던 크라페만이 관심 없다는 듯 기다랗게 하품하였다.
“그것보다 직계님, 어제 혼자 몰래 재밌는 거 했더라!”
“재밌는 거긴 했지.”
서리스는 그 말을 듣고 한차례 피식 웃었다.
시험 결과만 놓고 보면 당연하지만 패배한 건 수험생들 쪽이었다.
이건 비단 서리스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학생 단장들도 대부분 압도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단체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막 시험을 치러온 시험생과 워너힐 아카데미 학생 중에서 정점을 찍은 학생 단장들의 차이는.
메꿀 수 없는 아득한 영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리스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다른 거로 기분이 좋았다.
그건 다름 아닌, 마지막 순간에 선보인 뮤리널과 제로 그리고 샬롯의 합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 세 사람만이 마지막까지 악착같이 버티고 남아 서리스에게 대항했다.
물론 서리스가 청운귀명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서 세 사람이 이길 방법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지만 말이다.
‘분명히 앞으로도 쫓아 오려 하겠지.’
어제 본 샬롯은 분명 앞으로 더 빠르게 강해질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어제 대결 와중에도 성장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는 순간 서리스의 눈에 이번 합격자 명단이 들어왔다.
시선을 저 앞으로 옮기자 선두에 걸어가고 있는 샬롯과 함께 그 뒤를 따라가고 있는 뮤리널과 제로가 보였다.
아침에 먼저 나가더니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러 갔던 모양이다.
합격자 명단에 적힌 셋의 반은 전원 A.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며 서리스는 한차례 웃곤 2학년 교실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오늘부터 2학년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