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22)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22화(222/275)
2학년.
1학년 때와는 다르게 단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대외활동을 하는 시기를 말한다.
2학년 때는 단에 정식 인원으로서 적응해야 하는 만큼 꽤 험난한 스타트를 끊는다.
아무래도 단의 막내가 들어오는 것이다 보니 선배들의 텃세도 없잖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개인 시간도 보장이 된다.
원한다면 개인적으로 훈련도 가능하고.
거기에 원하는 날짜에 휴가 사용도 가능했다.
‘아카데미랄까.’
청랑단과 같은 형식에 더 비슷했다.
“서리스다.”
“검룡.”
서리스가 복도를 지나자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들 한 명 한 명을 다 신경 쓸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서리스는 조금 빠른 속도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곤 2학년 A반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이 많이 보였다.
과연 A반답게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 아는 녀석들이구만!”
“도로시, 뛰어가지 마.”
도로시가 신난 듯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서발광이 그녀를 만류하며 따라갔다.
그 사이 크라페는 어느샌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책상에 누웠다.
방학 동안 신왕과 은신사에게서 개인 훈련을 받고 어제 막 돌아온 그다.
훈련의 피로감이 하루가 지냈음에도 남아 있는 거겠지.
“서리스 님, 좋은 아침이에요.”
그러는 순간 그에게 발렌타인이 인사를 해왔다.
“오랜만이네요. 발렌타인 님.”
방학 동안 크라페와 마찬가지로 자리를 비웠었던 그녀다.
그런 만큼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기에 서리스는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훈련의 성과는 좀 있으셨나요?”
“네, 나중에 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그녀가 호언장담하다니.
확실히 서리스는 발렌타인이 성장했음이 느껴졌다.
“서리스.”
그때 뒤에서 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는 오늘도 여전히 주홍빛 사자 갈기 같은 스타일의 이바드라와 그의 연인인 셀린이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옆에는 못 보던 인물이 한 명 있었다.
옅은 푸른빛의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남성은 서리스를 향해 동경이 가득 담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바드라, 셀린 오랜만이야. 근데 이쪽은?”
그 눈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서리스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묻자 이바드라가 머리를 긁적였다.
“E반에서 올라온 로란이라는 놈이다.”
“반갑습니다! 로란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E반.
그 말을 듣고 서리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1년 사이에 거기서 A반까지 올라왔다는 게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인상인데, 서리스는 꽤 놀랐다.
“A반 꼴찌라 언제 다시 강등당할지 모르긴 하지만요! 하하, 그래도 무려 월하십인이신 검룡님이랑 같은 반이라니 황송하네요!”
“황송할 거까지야. 편하게 대하셔도 됩니다. 로란.”
“아, 저 평민입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럼 로란도 편하게 해.”
적극적인 그를 보며 서리스가 말하자 로란은 ‘오오! 대인배!’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감정 표현이 상당히 격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서리스는 그런 그의 행동이 다 꾸며낸 것이란 걸 잘 알았다.
윗사람에게 순전히 잘 보이기 위함인 것이다.
‘귀족 수가 더 많은 워너힐 아카데미에서 E반부터 A반까지 올라온 인물이니까.’
보통 인물이 아닐 것임은 분명했다.
‘로란, 로란이라.’
하나 그의 이름을 되새겨 봐도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흔한 이름이기도 했고, 이제는 과거로 되돌아오기 전, 기억을 떠올리기에는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뀐 탓이었다.
‘어디서 예상 못 한 인물이 튀어나와도 이상한 거 없으니.’
서리스는 적당히 인사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얼추 아는 얼굴들이 다 들어오자 앞 출입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서리스가 익히 아는 인물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천구?”
“어허, 교관 이름을 막 그렇게 부르면 쓰나요.”
천구 아리즈 아리온은 서리스의 의문에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반가워요. 여러분. 저는 오늘부터 2학년 A반을 담당하게 된 아리즈 아리온입니다.”
천구의 등장에 다른 A반 인원들도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아리즈 아리온은 마제 올스타드 스타린이 로렐라이 단장 자리를 내려놓은 후.
그 자리를 이어받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교장인 성위의 아들인 그다.
장차 워너힐 아카데미를 물려받은 인물인 것이다.
그가 A반 담당 교관이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생각이지?’
그리고 서리스는 그런 그를 보며 더더욱 깊은 의구심을 가졌다.
그가 보기에 아리온이라는 인물은 절대로 의미 없이 움직이는 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다.
“A반 교관이라고는 하나 사실 여러분과 제가 볼 일은 그렇게 많이 없을 거예요. 여러분은 이제 단에 소속될 테니 말이에요.”
그 말대로 2학년부터는 담당 교관이 그리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기껏해야 정기적으로 보고받아 담당 학생들의 상황 체크 정도였으니 말이다.
“A반은 황금 세대라 불리고 있죠. 그래서 저도 딱히 신경 쓸건 많이 없으리라 봐요. 그래도 고민이 있으면 들어주는 역할은 가능하니 편하게 찾아와주세요.”
그리 말한 아리온은 웃어 보인 채 조례를 마무리했다.
“이상, 각자 희망하는 단으로 가시면 되겠습니다. 아, 서리스는 잠시 저 좀 볼까요.”
아니나 다를까, 아리온이 호출을 해왔다.
“서리스, 있다가 저택에서 봐.”
손을 흔들며 가는 서발광과 도로시와 헤어진 서리스는 아리온에게 다가갔다.
그는 ‘잠시 자리를 옮길까요?’ 하고 말하였고, 서리스도 그 뒤를 따랐다.
얼마 후 빈 교실에 들어선 아리온은 서리스를 보곤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그야 요즘 일들이 바쁘니까요.”
애초에 아리온과 개인적으로 연락할 사이가 아니기도 했고 말이다.
서리스를 보고 아리온은 한 차례 더 웃어 보이다가 말했다.
“제가 이렇게 개인적으로 불러낸 이유가 아마 얼추 예상될 거로 생각합니다.”
“세계 침식자와 관련된 건입니까?”
아리온은 서리스의 검은별에 관한 사실을 아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서리스 또한 그가 찾아올 일이라면 그것밖에 없다는 생각 들었다.
“네, 정확히는 성위, 저희 아버지 일입니다.”
성위와 관련된 일이라…….
그 말을 듣고 서리스의 눈동자 속에 의문이 깃들었다.
갑자기 성위가 관련된 거라고는 생각 못 했었기 때문이었다.
“성위께서 뭔가 점치시기라도 하셨습니까?”
“서리스 님, 그거 아십니까. 별을 보는 천체관측자들은 다른 수많은 이의 운명의 별을 관찰할 수 있지만 딱 하나 관찰 못 하는 게 있습니다.”
그리 말한 아리온은 창가에 등을 기대었다.
창문을 타고 내리쬐는 태양이 그의 등을 타고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의 얼굴 앞에 생겨난 음영은 어째선지 마치 그의 운명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별의 운명입니다.”
천체관측자들은 사람들이 저마다 각자의 별을 가지고 있다고 매일 같이 말한다.
그들의 삶이 제각기 다른 것처럼 별 또한 그 삶에 따라 달라지고.
가문별은 그러한 개인이 지닌 별을 품에 안는 커다란 별이라고들 말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딱 하나 볼 수 없는 별.
그것이 자신의 별이다.
“얼마 전 제가 아버지의 별을 점쳤습니다.”
서리스는 어쩐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저희 아버지의 별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하였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온 아리온의 발언은 서리스의 그 예상을 적중시켰다.
성위가 곧 죽는다.
아리온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성위께서 건강에 이상이 있으십니까?”
“매일 같이 별을 보느라 정신이 조금 오락가락하시긴 하나 육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건 서리스도 잘 아는 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게 서리스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까지도 성위는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
건강 때문이 아니라면 그건 사고 혹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는 소리였다.
어디선가 미래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내가 원인이고.’
서리스는 자신이 세상에 끼친 영향을 한둘씩 더듬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과거로 돌아오며 끼친 영향이 한둘이 아니라서 짐작 가는 게 너무 많았다.
‘당장 아카데미에서 떠오르는 건 칼릭스다.’
최근 일이 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도 아카데미를 비우고 있는 사촌 형인 칼릭스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도 문제를 일으키던 그였으니.
서리스는 그를 떠올리며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칼릭스가 굳이 성위에게 손을 댈 이유가 있을까.’
솔직히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무슨 사건만 있으면 칼릭스부터 연관 짓는 것도 안 좋은 버릇이긴 하다 마는.’
이건 개인적으로 좀 더 알아봐야 할 부분일 성싶었다.
“그런데 이걸 저한테 먼저 이야기하실 이유가 있습니까?”
그러던 중 서리스는 아리온이 자신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것에 의문을 가졌다.
서리스가 월하십인이라 해도 이번 일을 자신과 토의할 만한 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성위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를 보고 아리온은 창가에서 엉덩이를 떼었다.
“서리스 님의 별은 운명을 바꾸는 별이니까요.”
운명을 바꾸는 별.
어디선가 이 비슷한 걸 들어봤었다.
‘이건.’
흑마녀가 자신을 보며 하던 말들과 유사했기 때문이었다.
아리온은 자신에게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애초에 그는 어디까지 세상을 알고 있는 걸까.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단지, 서리스 또한 성위가 죽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했다.
“알겠습니다. 바꿔보죠.”
애초에 이쪽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혹시 뭔가 짐작 가는 게 생기시면 저한테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도 그리할 테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서리스는 아리온과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교실 밖을 나왔다.
아크단은 여전히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을 앞둔 만큼 개인 훈련 시간이 많다.
하물며 서리스는 월하십인까지 오른 마당이기에 더더욱 개인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사해 볼 시간은 있어.’
성위 쪽에 문제가 생기면 워너힐 아카데미 전체가 흔들린다.
전쟁을 앞두고 그런 일이 발생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서리스는 조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이었다.
그런 그의 앞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옅은 푸른색의 머리가 휘날렸다.
그 머리카락의 주인은 조금 전에 본 기억이 있는 인물이었다.
“로란?”
“아, 서리스, 하하, 드디어 다시 만났네!”
그는 기쁜 눈치로 그렇게 말해왔다.
그런 그를 보고 서리스가 고개를 기울이자 그는 함박웃음을 지은 채 다가왔다.
“명령이 내려왔어.”
그리고 이어진 말은 서리스에게 의문을 들게 했다.
로란은 마치 자신과 그가 함께하는 인물인 양 이야기하고 있었다.
“용신께서 성위를 죽이도록 하래.”
그 순간 그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어느새 그의 눈동자가 샛노란 금안으로 변해있음을 깨달은 서리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성위의 별을 떨어트릴 사람이.
다름 아닌 자신일 수도 있겠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