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29)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29화(229/275)
천구 아리즈 아리온이 있는 저택에 숨어든 로란과 사상지평의 한 일원은 느긋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별다른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그들은 어느 한 방 앞에 도착하곤 자신의 볼을 두드렸다.
“리리, 벌레는?”
“여기.”
로란이 뒤에 사람에게 물음을 던지자 리리라 불린 여성이 유리통 하나를 꺼내 보였다.
거기에는 머리가 거의 없는 사람의 얼굴이 달린 자그마한 애벌레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녀석은 유리통 속에서 꿈틀거리며 로란을 바라봤고, 로란은 그런 벌레를 보며 키득거렸다.
“참, 못생겼다.”
“내가 키우는 애한테 함부로 말하지 마.”
“못생긴 걸 못생겼다 하지 어떡해? 그보다 주술은 잘 걸어 놓은 거지?”
“응, 천구는 자신이 성위를 죽였다고 말할 거야.”
사유는 이미 적당히 붙여 놨다.
사상지평 벌레는 심어 넣는 순간 몸 전체에 퍼져 어느 누구도 무슨 수작을 벌였는지 알아내지 못한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로란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난 이때가 제일 즐겁더라.”
“로란, 네 변태적인 성향은 이해를 못 하겠어.”
“그러는 리리도 그 벌레를 키울 때 제일 즐거워하잖아? 서로 마찬가지야.”
두 사람은 친숙한 듯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벽에 몸을 붙였고, 곧이어 자연스럽게 그걸 뚫으며 지나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두 사람에게는 일말의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서로의 말소리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둘은 마치 단절된 세계 너머에 있는 것 같았다.
사상지평의 힘을 다루는 두 사람의 존재는 그곳에 있으면서도 없었다.
기척도 없이 나타난 두 사람은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곧 자신에게 닥쳐올 미래도 모른 채 천구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색색 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잘 자네.”
“천구, 잘생겼다고 들었는데.”
로란이 말하자 리리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방금까지 벌레에게 못생겼다 하지 말라는 녀석이 다른 이의 외모를 거론하는 게 웃기긴 했지만.
로란은 늘 있던 일이라 신경 쓰지 않고, 리리에게 턱짓했다.
그러자 리리가 유리병 안에 손을 쑥 하고 넣었다.
그녀는 징그러운 벌레를 아무렇지 않게 손에 쥐고는 아리온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그녀가 이불 사이로 그 벌레를 넣는 순간이었다.
불쑥 튀어나온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음과 동시에 리리가 순식간에 이불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 모습을 목격한 로란의 사고가 한순간 정지했다.
리리가 끌려 들어간 이불은 한차례 들썩이더니 이내 전과 똑같이 조용해졌다.
상황을 파악한 로란의 손에는 어느샌가 검 한 자루가 쥐어졌다.
침실은 여전히 조용했다.
사상지평끼리는 서로의 기척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 방금 걸로 리리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천구.’
아니, 천구는 별들 덕분에 눈에 보이는 건 많은 모양이지만.
기습이라곤 하나 리리를 한 번에 제압할 수준은 아니다.
리리가 사상지평 벌레를 만드는데 능력이 특화된 만큼 전투력은 모자라나 그렇다 해서 절대 약한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저 안에 있는 건 지금 다른 이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이불이 거세게 들어 올려짐과 함께 거기서 검을 쥔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
그는 그 즉시 침대를 부술 듯이 박차며 로란에게로 달려들었다.
거구의 남자가 갑자기 달려들자 로란은 검을 들어 올림과 함께 검은별을 끌어 올렸다.
로란의 팔이 순식간에 먹물 같은 어둠으로 뒤덮였다.
채엥!
로란과 남성의 검이 맞부딪혔다.
찌푸려진 로란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검은색의 머리카락이었다.
그리고 흩날리는 머리카락 아래로 보이는 것은 로란에게도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서리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곧 죽을 녀석이 다 알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그 말을 한 서리스와 로란의 검이 두 차례 더 부딪쳤다.
‘서리스.’
그가 자신이 조사했을 때보다 더 강해졌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로란의 눈이 아주 짧게 리리에게로 향했다.
리리의 목은 이미 그림자로 절단되어 거기서 흐른 핏물로 침대를 적시고 있었다.
벌레 또한 그 옆에 으깨져 있었다.
로란의 눈살이 팍 일그러졌다.
“대체 무슨 목적이야? 서리스. 너에게 무슨 득이 있다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로란은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서리스가 왜 자신들을 방해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열쇠다.
그분에게 선택받은 열쇠가 배신을 할 수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리스는 그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사고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고자 서리스는 더욱 집요하게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역시 이놈, 강해.’
자신의 검을 맞받아 치는 로란을 보며 서리스는 그가 자기한테 호언장담했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깨달았다.
로란은 세계 침식자들과 거의 동급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서리스가 그를 쓰러트리는 것도 쉽지 않다는 소리였다.
‘성위 쪽은 강혼 님에게 맡겼어.’
무려 천상사성인 그다.
그쪽에 간 사상지평들은 그가 모조리 처리해 주겠지.
게다가 강혼에게는 미리 말해놨다.
혹시 가능하다면 사상지평을 제압해 추후에 심문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그러니 나는 심문을 하기 위해 놈들을 잡거나 할 필요 없어.’
처음부터 전심전력으로 싸우면 그만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서리스의 몸 위로 검은별이 휘감겨 가기 시작했다.
로란에게는 사상지평이라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그걸로 그가 도주를 택하기 전에 서리스는 단기간에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
“쯧, 열쇠를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무슨 뜻이 있어 이렇게 우리를 방해하는지는 몰라도.”
그러는 순간 로란의 모습도 덩달아 바뀌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인간의 모습이었던 그의 모습은 한순간에 일그러지며 뒤바뀌었다.
치솟은 이빨과 솟은 뿔, 거기에다 앞으로 튀어나온 주둥이와 돋아난 푸른색 털은 그를 마치 마수처럼 보이게 하였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던 검은별은 이전보다 배는 커졌으며 그와 동시에 덩치조차 인간의 것을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서리스의 동공이 커졌다.
‘내 용인화와 비슷한 걸 쓰잖아.’
아니, 이제야 알았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게 아니었다.
‘몸에 마수를 아예 직접 심어 넣은 거야.’
아라만과 도로시가 마수의 일부분에서 힘을 빌린 것이라면, 그는 자신에게 직접 마수를 심어 넣은 인물이었다.
그는 마인이었다.
“인간이길 포기한 거냐?”
“애초에 검은별을 받은 시점에서 우리는 인간이라 칭할 수 없다.”
서리스의 물음을 듣고, 마치 가래 끓는 듯한 목소리가 로란에게서 흘러나왔다.
그 말을 듣고는 서리스는 헛웃음을 흘렸다.
“로란, 세계 침식자의 검은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나 있냐.”
“하, 그놈들은 머저리다. 그분을 끝까지 못 믿어 자기 세계의 별을 저버린 것뿐이니까. 너야말로 대체 왜 그러지? 그분의 열쇠로서 사명을 다한다면 분명 구원받을 수 있을 텐데.”
서리스는 로란과 대화하기를 포기했다.
그가 용신에게 눈이 완전히 돌아가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 같았다.
용신을 너무 맹신하여 세계의 모든 게 그를 중점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듯했다.
서리스와 로란의 검이 맞부딪쳤다.
용인화를 발동한 서리스의 몸에서 검은별의 어둠이 한 줌 휘날렸다.
그런 서리스와 로란은 검을 맞댄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이었다.
“로란, 용신은 그저 침략자일 뿐이다.”
“……네놈이 정녕 미쳤구나. 열쇠라는 운명을 거역할 셈이냐!”
“그딴 운명 이미 애저녁에 다 박살 냈어.”
그리 고한 서리스의 검에서 그림자가 치솟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로란의 검이 서서히 힘 싸움에서 밀려 나갔다.
“오늘 명을 다할 네 운명이나 거역해 봐라.”
그때, 로란은 자기 머리 위로 무언가가 내려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황급히 서리스를 밀어내고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그는 더욱더 검에 힘을 주며 지금의 대치 상황을 이어가려 했다.
동시에 느껴지는 그 무게감이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서리스으!”
으드득 갈린 로란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런 로란을 보며 서리스는 수라 마냥 거친 웃음을 지었다.
“인간을 포기한 대가를 치러봐라.”
제왕월영도(帝王月影刀)
하늘 위 제왕의 검이 로란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 * *
쿠웅!
워너힐 아카데미 본관에서 거센 소음이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한 노인과 두 명의 남성은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들은 변수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 중인 이들이었다.
그러나 성위 쪽과 천구 쪽에서 동시에 소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조금 당황한 상태였다.
“허어, 이번 일이 이렇게 복잡하게 흘러갈 거였나?”
사상지평 중 한 노신사가 흰색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가뜩이나 일이 바쁜 마당에 무려 용신의 명이라 이 정도 인원수가 몰려왔더니.
설마 변수 발생으로 쩔쩔매고 있다는 것에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지오스 고위 사제, 어떻게 합니까?”
그런 그를 보고 옆에 서 있던 한 남성이 물음을 던졌다.
지오스라 불린 그는 사상지평의 고위 사제로 이번 일에 총괄 담당이었다.
그런데 설마 무황 강혼이 등장할 줄이야.
일이 상당히 골치 아프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빠진다. 강혼이 나타난 시점에서 다 무의미하다. 로란에게도 복귀하라 해라.”
“지금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 말을 한 남성 한 명이 모습을 감추었다.
“커헉!?”
그러던 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오스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거기에는 그림자 검으로 조금 전 사라진 사상지평 일원의 팔을 잘라버린 남성과.
금발의 이십 대 초반의 남성이 서 있었다.
검치 펜타니엄 락스카.
그리고 그라말테 세라 크라페였다.
“더 있나.”
“여기 밖에.”
락스카가 묻자 크라페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가 사전에 서리스와의 협력으로 코를 통해 사상지평의 나머지 일원 위치까지 알아낸 것이었다.
“……우리가 나타난다고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났나? 어이가 없군.”
팔이 잘린 인원이 지혈을 하며 뒤로 물러나는 동안.
락스카는 그림자 검을 겨누었다.
“워너힐 아카데미에 들어온 침입자가 말이 많군.”
지오스는 그 말을 듣고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는 신왕의 아들은 별 도움 안 될 테고. 월하십인 한 놈이 우리를 다 상대할 수 있을 거라 보나?”
그 순간 사상지평 셋의 모습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각자 이족 보행을 하는 마수와 같은 모습이 된 것을 보며 락스카의 그림자 검이 한차례 우웅하고 떨렸다.
“말했을 텐데. 워너힐 아카데미라고.”
그 순간 도끼 하나가 불쑥 날아들었다.
지오스가 그걸 받아친 순간 도끼는 되돌아가 누군가에게 텁하니 잡혔다.
그것을 본 지오스의 눈살이 다시금 찌푸려졌다.
또 다른 월하십인 중 한 명이자 아크 단장인 아바리안 힐로즈.
그까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침입한 걸 죽어서 후회해라.”
그 말을 시작으로 그림자와 폭발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