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30)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30화(230/275)
워너힐 아카데미 여기저기에서 소란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천장이 무너진 천구의 저택에는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연기 사이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내려그은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여전히 용인화 상태를 유지하며 흉흉한 살기를 띤 그의 아래.
마수화를 한 로란이 이를 부드득 갈고 있었다.
그의 팔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한쪽 팔은 거의 회생 불가 상태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잘려나가 있었다.
제왕월영도를 직접 막았던 만큼,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가 남은 것이다.
“본인들을 세계 침식자 급이라 했었지.”
그 순간 서리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만?”
“개자식이!”
서리스의 도발을 듣고 로란의 눈이 뒤집혔다.
그는 한쪽 팔 대신 다른 쪽 팔에서 치솟은 검은색 칼날을 휘둘러 왔다.
그러나 서리스는 그걸 비껴쳐 내며 로란의 복부를 걷어찼다.
푸욱!
그 순간 서리스의 발 쪽에서 지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걷어차려던 로란의 가슴팍에서 솟은 칼날이 그의 발에 상처를 내었다.
금강잔월과 강기수식으로 단련된 그의 발에 상처를 낼 정도인 것을 보면.
확실히 지닌 별의 양만큼은 세계 침식자 급 같았다.
“인간이길 포기한 놈답군.”
서리스는 즉시 발을 뺌과 함께 악스판시온을 로란에게 휘둘러 물러나게 했다.
그 사이 그림자가 서리스의 발 쪽 상처를 재빨리 메꾸었다.
그걸 본 로란의 눈썹이 팍 일그러졌다.
원래라면 발을 작살낼 속셈이었는데, 대체 어떻게 되먹은 몸뚱어리인지 고작 생채기에 그쳤다.
“그 팔, 안 고쳐지지?”
그러는 순간 로란은 서리스의 말을 듣고 몸을 움찔했다.
서리스의 말대로 로란의 팔은 현재도 복구되고 있지 않았다.
그는 마수를 직접 몸에 심은 만큼,
그 재생력은 인간을 아득하게 초월했다.
그런데도 마치 무언가에 걸려 방해라도 받는 듯 복구가 되고 있지 않음에 로란은 침음을 삼켰다.
“뭔지를 알려줄 생각은 없고.”
서리스는 그에게 악스판시온을 겨누매 재차 자세를 잡았다.
“그걸로 네 멱을 딸 거란 건, 확실할 테니 잘 알아둬라.”
그 말을 끝으로 서리스가 바닥을 박찼다.
순식간에 둘의 거리가 좁아 들기 시작했다.
로란은 그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남은 팔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상처가 깊숙이 난 팔에서 시작된 통증과 출혈이 그를 지속해서 괴롭혔다.
서리스 또한 그 사실을 알고,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 자식, 시간 싸움이 본인한테 유리하단 걸 알고 있다.’
로란이 성이나 이빨을 뿌드득 부딪쳤다.
워너힐 아카데미는 서리스 쪽 무대다.
자신들은 소란이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손해지만 저쪽은 오히려 사람을 불러들이기 좋다.
몰려올 이들이 어중이떠중이라면 로란도 신경 쓰지 않겠으나.
이곳은 워너힐 아카데미.
세계 최고의 아카데미인 만큼 실력자들도 무수히 많았다.
개인이라면 모를까, 그런 놈들이 다수로 몰려오면.
아무리 사상지평이라도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안 좋다.’
상황을 파악 못 한 탓에 너무 많은 상처를 입은 로란은 이대로는 싸울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자기 생각보다 서리스가 더 강했다.
그 사실을 알고 로란은 아주 짧은 틈을 타 서리스를 향해 손톱을 전력으로 휘둘렀다.
화악!
마치 잔상을 남기듯 쫓아온 손톱이 검은색 빛을 흩뿌리며 서리스의 검과 맞부딪쳤다.
그 힘이 생각보다 강하여 서리스가 몇 걸음 물러나자.
로란은 주먹으로 있는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
콰앙!
땅이 붕괴하며 먼지가 일어난 틈을 노려 로란이 바닥을 박차며 뛰어나갔다.
‘이대로 본대에 합류한다.’
워너힐 아카데미에는 리리뿐만 아니라 사상지평 고위 사제 지오스까지 있다.
차라리 그쪽에 힘을 빌리는 게 옳았다.
‘그리고 소란이 너무 커졌다.’
지금도 뭔가 일이 발생했음을 깨달은 이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서리스 또한 분명 그 사실을 노리고 일부러 제왕월영도를 써서 폭발을 일으킨 거겠지.
‘저놈이 무슨 목적인지는 결국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열쇠가 용신을 배반했다.
그것만큼은 무엇보다도 확신할 수 있었다.
그의 검은별에서 사상지평의 힘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상지평은 세상에서 일어난 일을 직접 조작하는 힘이다.
그러니 로란은 지금 세상 자체에서 자신이 한 일을 지우고자 하였다.
서리스가 있다곤 하나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이쪽에 이목을 돌리지 못하게 조작해둘 속셈이었다.
한 놈씩은 별거 아니라도 괜히 길을 막은 놈들을 처리하다 서리스에게 따라 잡히면 곤란하니 말이다.
그러는 순간 그는 뒤에서 오싹한 기운을 느꼈다.
달려 나가던 로란이 뒤늦게 고개를 돌린 순간, 거기에는 악스판시온을 겨눈 채 가만히 서있는 서리스가 있었다.
그걸 본 로란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그의 등 뒤로 마치 검은별과 별이 압축되듯 모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대체 뭘?
그런 의문을 품었던 순간.
서리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센 소음과 함께 바람이 자신에게로 휘몰아쳤을 때.
로란은 보고 말았다.
자신의 코앞에서 전력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서리스를 말이다.
“뭣.”
아주 짧은 틈.
로란의 검은별이 일순간 그의 목에 한계치까지 몰아넣어 졌다.
그러자 그의 목에 마치 새까만 뼈로 된 갑옷이 생겨났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도약력인지는 몰라도 피하는 것은 이미 늦었다.
그 사실을 알았기에 로란은 목을 지키고자 전력을 다한 것이었다.
스거억!
뒤이어 로란의 목에서 살점이 일부 잘려나감과 함께 핏물이 튀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의 목이 완전히 잘려 나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로란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목에 검은별을 욱여넣어 강제로 근육을 증폭시켰다.
그러곤 잘린 혈관을 근육으로 억지로 지혈하며 손에 기운을 모았다.
그가 수도를 세워 팔을 휘두른 순간, 거기 맺혀 있던 예기가 서리스를 덮쳤다.
하지만 그 공격은 서리스의 검에 맞닿자마자 마치 증발하듯 후욱하고 거기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악스판시온의 효과였다.
서리스의 발아래로 그림자가 맺힘과 함께 그가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
이미 그의 다리 근육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한계치까지 부풀어 있었다.
그 모습을 목격한 로란은 도망치려던 마음을 접었다.
조금 전의 도약력을 보건대 그가 자신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의 몸 전신에서 치솟아 오른 검은색의 뼈가 마치 그를 뼈로 된 갑옷에 휩싸인 것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그와 대비되듯 서리스는 용인화가 거의 다 사라져 그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방금까지 서리스에게 느껴지던 폭발적인 기운도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다.
그가 용인화를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지한 로란은 그 즉시 바닥을 지르밟았다.
콰앙!
로란이 오히려 먼저 선수를 치고자 바닥을 박찼다.
그의 용인화가 꺼진 지금이 기회임을 깨달은 그는 서리스를 그대로 으스러트려 버리고자 달려들었다.
마치 뼈로 된 거대한 마수가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서리스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가 쥔 악스판시온이 서서히 바닥을 향해 내려왔다.
그곳에 서린 무형의 기운은 대기마저 단절시키며 섬찟한 기운을 흩뿌렸다.
동시에 흩날린 서리스의 앞 머리카락 아래로 그의 눈동자가 스산하게 빛났다.
용을 죽이기 위한 힘이 그의 검에 다시금 깃들었다.
‘신룡월단. 이식.’
서리스는 조용히 검에 서린 기운을 응집시킴과 함께.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괴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신룡월단(神龍狘斷)
이식(二式)
천룡(天龍)
용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솟구쳐 오른 검은 로란에게 닿음과 함께 그를 감싼 모든 뼈를 단번에 갈랐다.
그리고 그 검은 로란의 살과 근육, 뼈에 이르러 마지막에는 심장에 닿았다.
뚝, 뚝
서리스가 내지른 검에 몸 절반이 갈라져 나간 로란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차가운 눈빛의 서리스를 보고, 그는 마지막까지 물었다.
“대, 체 왜…….”
쿠웅!
마지막까지 서리스가 자신들을 배신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로란이 쓰러지자.
서리스는 참았던 숨을 겨우 내쉬었다.
“힘들게 하기는.”
쓰러진 로란을 보고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그림자에 넣었다.
진득한 땀방울이 그의 손과 이마에서 느껴졌다.
로란은 자신이 처음부터 방심 없이 전력을 다했기에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일부러 도발하여 그를 얕잡아 보듯 말하긴 했으나.
처음에 리리라는 녀석을 제외하고, 만약 사상지평이 전부 로란과 같은 놈들이라면 서리스도 아찔할 지경이었다.
“기껏 월하십인까지 겨우 올라왔더니.”
세상에는 아직까지도 위험한 놈들투성이였다.
그러나 저 멀리 올라오는 연기와 소란들을 보건대 저쪽도 정리가 어느 정도 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워너힐 아카데미는 자신만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로란의 이야기를 보면.’
역시 사상지평은 열쇠가 배신할 거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하는 듯싶었다.
“용신을 너무 믿으니까 이 꼴이 난 거다.”
용신을 신봉하는 그들이기에 자신이 그가 선택한 열쇠라서 자신들을 배신하지 못할 거라 판단해.
로란이 더욱 혼란스러워 한 덕에 생각보다 손쉽게 승리를 쟁취했다.
맺힌 땀방울을 털어낸 서리스는 로란의 몸 위에 서린 세계 침식의 기운을 보았다.
거기에 손을 뻗어 흡수하자 자신의 검은별이 보다 강해진 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로란에게서 흘러나온 세계 침식의 힘은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전력을 세계 침식자 급이라 말한 이유가 충분할 지경이었다.
“마수화였나.”
서리스는 로란의 시체를 두고, 리리 쪽에서도 세계 침식을 흡수한 뒤 고개를 들었다.
강혼의 말대로라면 마황 올스타드 스타로드가 사상지평에 관해 알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서리스는 그의 아들인 스타리즈에게 이야기를 대신 좀 전해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었지만.
그에게서 전혀 뜻밖의 답변을 들었다.
그건 다름 아닌 스타로드가 최근 종적을 감추었다는 소리였다.
스타리즈도 정확한 상황을 잘 몰라, 다른 이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서리스는 스타로드가 사라진 것이 마음에 걸렸다.
“대체 뭐가 일어나려고 이러는 건지.”
세계 침식자와의 대전쟁이 코앞인데 사건 사고가 끊이지를 않는다며 서리스는 몸을 돌렸다.
그렇게 달이 가득 차오른 그날, 사상지평과의 첫 전투가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