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40)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40화(240/275)
태양이 떨어지고, 그 열기가 공간 전체를 달구었다.
호라이즌 또한 태양에 대항하고자 번개의 창을 내질렀지만.
이 순간 한 단계 성장한 이바드라의 멸화는 그걸로는 막아 낼 수가 없었다.
그 여파에 당한 호라이즌이 엉망이 된 채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꺼져 가는 태양 속에서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이바드라가 걸어왔다.
멸화의 열기가 얼마나 강했는지 이바드라의 팔 쪽 옷은 전부 새까맣게 타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바드라의 두 눈은 여전히 강한 열기를 띠고 있었다.
“호라이즌, 끝났다. 그만해라.”
쓰러진 호라이즌을 향해 이바드라가 그렇게 고했지만, 호라이즌은 창을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끝이라고?”
“그래, 너도 진심으로 세계 침식자를 따르는 게 아니잖아.”
호라이즌이 세계 침식자와 손을 잡은 건 어디까지나 그의 울분을 토하기 위함이다.
그가 진심으로 세계 침식자를 믿어서가 아닌 것이다.
“……이바드라 미안하지만, 끝은 진작에 나 있었다.”
하지만 이바드라의 말에도 호라이즌은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이 선택을 한 시점에서 나는 끝난 거다.”
호라이즌은 처음부터 세계 침식자가 승리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지금 자신이 하는 행위는 일종의 자해에 가까웠다.
“방금 걸로 너는 날 죽였어야 했다.”
그렇기에 호라이즌은 세계 침식자에게 받은 검은별의 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목에서 시작된 검은별이 먹물처럼 쏟아지며 그의 창에 스며들었다.
“호라이즌!”
두 눈을 부릅뜬 이바드라가 외쳤을 때, 호라이즌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색 번개가 쇄도하며 이바드라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가 뒤늦게 그 번개를 받아치려 했지만, 호라이즌은 그보다도 빨랐다.
“거봐.”
쩌저저적!
그러는 순간 한 목소리와 함께 치솟아 오른 얼음벽이 번개를 대신 막았다.
터져 나온 번개가 얼음벽 주위에서 흩날리는 걸 본 호라이즌의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그가 잘 아는 인물이 서 있었다.
“혼자 나서봤자 안된다니까.”
영성 마키나 뮤리널.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호라이즌의 두 눈 속에 짙은 분노가 깃들었다.
마키나를 향한 시기심과 분노가 가슴 속에서 동시에 솟아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몰락한 이유는 마키나 때문이었다.
그중에서 뮤리널은 그가 가장 미워하는 존재였다.
“뮤리널!”
“내가 널 처음부터 싫어한 이유가 뭔지 알아?”
거친 목소리로 소리친 호라이즌이 번개의 창을 휘두르며 뮤리널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호라이즌을 바라보며 뮤리널은 얼음으로 세공된 검을 쥐었다.
“소가문이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둬, 거기서 빠져나오려 하지도 않는 주제에 대가문을 시기한 꼴이 열 받아서야.”
챙!
얼음 검과 번개의 창이 맞부딪치며 스파크와 냉기가 터져 나왔다.
호라이즌과 검을 맞댄 뮤리널은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검은별의 힘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염성, 똑바로 해. 조력자로 넘어간 놈을 상대로 대체 뭘 망설여?”
“……미안하다.”
이바드라는 검을 꽈악 쥔 채 호라이즌을 노려보았다.
호라이즌의 두 눈 가득히 깃든 검은별의 기운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알던 호라이즌이 아니다.
세계 침식 조력자이자 적이었다.
“저도 돕겠습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셀링까지 걸어 나오게 되자, 이바드라는 그를 정말로 죽여야만 함을 깨달았다.
“다른 쪽에도 적이 있어. 끝내고 빨리 합류할 거니까.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절대영도를 끌어 올린 뮤리널의 말을 듣고 다시금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때아닌 전쟁터가 된 마왕의 저택.
그 내부에서도 유달리 조용한 곳이 있었다.
정확히는 검은색 그림자의 공간에 뒤덮여 아무런 소리도 새어 나오지 않는 장소였다.
그러나 그 속은.
모든 소리를 흡수하며 맞부딪치는 그림자 속은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그림자의 공격과 화려한 마법들이 그 안을 수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붕대로 얼굴을 가린 남자.
살룡은 그 마법 속에서도 유유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세계 침식자 살룡을 상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샬롯과 스타리즈였다.
일곱별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두 사람이었지만.
지금 두 사람은 공격을 퍼부으면서도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살랑살랑 움직이는데, 이걸 다 피하면 내보고 우짜란 말이고.”
스타리즈가 살룡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외쳤고, 샬롯도 그와 같은 심정이었다.
그림자 세계 속에서 샬롯의 검격은 피할 수 없는 성질의 공격이다.
그런데도 살룡은 그런 샬롯의 상식을 깨듯 모든 검격을 피하고 있었다.
“어쩔 거야.”
또 한 번 손을 휘둘렀지만, 이를 손쉽게 피해버린 살룡을 보고 샬롯이 묻자 스타리즈는 양팔을 내렸다.
“다 피하는데, 그냥 여길 다 뒤덮을 정도로 큰 걸 한방 던지는 게 안 좋겠나?”
“맞는 말이네.”
샬롯도 가볍게 동의했다.
“준비 시간은.”
“3분.”
“길기도 하네.”
그 말은 스타리즈가 마법을 준비하는 3분 동안 살룡을 자신 혼자서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가능 여부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못하면 끝장이었으니까.
“할 거면 확실히 해.”
“이미 준비 들어갔다.”
스타리즈의 말을 듣자마자 샬롯이 한 자루의 검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스타리즈를 두고 바닥을 박찬 샬롯이 살룡 앞에 도달했다.
그녀를 보고 이제야 왔냐는 듯, 살룡의 손아귀에서 나타난 검은색의 단검 두 개가 빙그르르 돌았다.
“그림자라. 펜타니엄이랑은 부딪쳐 본 적이 없는데.”
“그럼 얌전히 당해주던가.”
샬롯은 여유롭게 말을 받아치면서도 살룡의 몸 주위를 빠르게 훑었다.
세계 침식자라서일까, 가까이서 보니 그 존재감이 생각 이상이었다.
샬롯의 손과 검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에 따라 살룡의 가슴팍을 따라 생겨난 그림자가 순식간에 검격이 되었다.
동시에 샬롯의 검 또한 검로를 그려나가며 살룡의 옆구리를 갈랐다.
즈걱!
하지만 그 순간 샬롯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분명 샬롯의 그림자와 검은 살룡을 베었다.
그러나 그 공격당한 부위에서 새어 나온 것은 핏물이 아닌 새까만 액체였다.
그의 몸은 마치 액체로 이루어져 있는 거 같았다.
그는 그동안 공격을 피한 게 아니었다.
공격을 상쇄하고 있음에도 피한 척 몸을 그저 비튼 것뿐이었다.
‘영악한 놈.’
상성이 나빠도 너무 나빴다.
“너, 인간은 맞아?”
“실례되는 질문을 하는군.”
그리 말한 살룡의 주먹은 어느샌가 샬롯의 배 바로 앞에 겨누어져 있었다.
빠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샬롯의 배에서 이미 발경의 극치가 시전되고 있었다.
투쾅!
샬롯이 하늘을 날았다.
그대로 머리를 박고 쓰러지기 직전 샬롯은 가까스로 바닥을 끌며 멈춰 섰고, 그런 그녀의 배에서는 그림자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공격당한다고 판단한 그 순간 그림자로 급하게나마 방어한 것이다.
“커흑.”
그러나 그랬음에도 그녀의 입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방금 일격 한 번으로 배에 구멍이 나버린 기분이었다.
“시간을 벌려는 모양인데. 쉴 틈이 있나?”
그 순간 샬롯은 머리 앞에 놓인 주먹을 급히 피했다.
그러자 일어난 폭풍이 그녀를 휘감아 날려 버렸다.
하지만 계속 당할 생각은 없었다.
넘어지기 직전 그림자의 탄성을 이용해 자신을 받음과 함께 그녀는 그 즉시 몸을 크게 튕겨 올리며 검을 내려그었다.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칠식(七式)
귀령참(晷靈斬)
내려그은 검격이 살룡의 목에 닿았다.
그대로 절단해 버릴 속셈으로 별을 모두 끌어모아 내려친 일격이었다.
거기에 그녀는 그림자의 세계를 가르는 백귀명의 묘리를 더했다.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일격.
그렇게 믿고 내려친 일격이었다.
즈걱!
또 한 번 아까와 같은 검은색의 액체가 살룡의 목에서 튀었다.
미끄러지듯 휘둘러진 검을 본 순간 샬롯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그 액체가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검이 가볍군.”
쩌엉!
살룡의 주먹이 또 한 번 샬롯에게 닿았다.
하늘을 난 그녀가 텅텅 소리와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갈비뼈가 몇 대 부서진 듯,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림자로 몇 번인가 자신을 받치려 했음에도 그게 불가능했다.
“한 녀석은 해치웠고.”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샬롯을 두고 살룡이 몸을 돌렸다.
이렇게 되기까지 고작해야 1분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증거로 저 멀리 스타리즈가 아직까지 마법을 준비 중이었다.
“어, 디가.”
그렇게 살룡이 발을 데려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발 앞에서 불쑥 솟아난 그림자가 살룡의 앞을 막았다.
살룡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자기 몸을 팔로 감싼 샬롯이 서 있었다.
“누구 마음대로 끝내.”
“갈비뼈가 폐부를 찌르고 있을 텐데? 더 움직이면 죽는다.”
“너희, 한테 끌려가도 죽어.”
“틀린 말은 아니군.”
잘 납득해준 살룡이 바닥을 쿵 구른 순간, 그의 발아래로 새까만 물이 후둑 떨어졌다.
“그럼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주면 되겠지.”
그런데 그 순간, 샬롯이 사라졌다.
살룡이 한차례 눈을 꿈틀거렸을 때, 그의 발아래에서 수십 개의 검이 동시에 치솟았다.
그림자 선포로 샬롯이 움직인 것이었다.
살룡은 처음부터 이를 피할 생각도 없다는 양, 그 검을 빗겨 쳐내며 바닥 아래에 있는 샬롯을 끌어내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서걱!
살룡의 발과 팔에서 핏물이 솟았다.
처음으로 붕대 너머 살롱의 두 눈이 놀람으로 커졌고, 샬롯의 검의 연무가 이어졌다.
한 번 공격을 당한 이상 살룡도 대놓고 상대의 공격을 맞아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샬롯의 공격을 받아쳐 내며 살룡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눈치챘군.”
살룡의 검은색 물은 사실 물이 아니라 자그마한 생물체였다.
무척이나 작은 용의 형상을 한 녀석들은 살룡의 몸 전체를 계속 돌아다니며 그를 지킨다.
그들의 특이점은 별을 먹는다는 점.
전원 검은별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마수인 놈들은 그동안 샬롯과 스타리즈의 마법을 모조리 먹어 치웠던 것이다.
샬롯의 그림자 검이 흐릿하게 변하며 그 속에서 새하얀 검신이 드러났다.
샬롯은 지금 살룡을 상대로 오직 별로 인한 육체 강화만 한 채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검성이라더니. 과연.”
하지만 그걸 알았음에도 변하는 건 없었다.
샬롯도 악착같이 살룡의 주먹을 피하며 검을 내지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검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부상이 너무 누적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쩌억!
그 순간 살룡의 주먹이 또 한 번 샬롯에게 닿고 말았다.
샬롯이 피를 흩뿌리며 날아가기 직전 살룡이 그녀의 목을 콱하고 틀어쥐었다.
그녀의 검은 이미 튕겨 날아가고 없었다.
“끝이군.”
“윽, 극.”
조여지는 숨통에 샬롯이 몸을 버둥거리자 살룡은 더 힘을 가했다.
이대로 그녀를 기절시켜 버릴 속셈이었다.
이제 2분 30초.
스타리즈는 앞으로 30초가 더 필요했다.
샬롯의 두 눈이 아득하게 변해 가던 그 순간이었다.
콰앙!
그림자 선포를 누군가 깨부숨과 함께 살룡을 바닥에 꽂고는 자연스럽게 샬롯을 한 팔로 받았다.
“그윽!”
짓밟힌 살룡이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마치 태산이 짓누르는 듯한 감각에 그는 일어설 수가 없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본 검은색 머리의 남성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다름 아닌 서리스였다.
“스타리즈, 조져.”
그 한마디와 함께 스타리즈의 얼굴 위로 미소가 생겨났고, 그의 두 손에서 생겨난 섬광이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