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52)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52화(252/275)
세계 침식자와의 대전쟁.
침공파들 대부분이 당하고, 살아남은 이들도 몇 남지 않은 상태.
그들이 마지막 카드로 사용한 마굴은 생각보다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천상사성과 천하오장성 그리고 월하십인이 힘을 합치며 이를 손쉽게 막아내었기 때문이었다.
‘마굴이 몇 개나 남았지?’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서리스는 여러 마굴을 돌아다니며 흡수하고 있었다.
“흑마녀.”
그리고 그걸 돕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흑마녀였다.
한창 밖에서 전쟁 중인 와중 서리스는 흑마녀의 도움을 받아 마굴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무도 모르게 마굴들을 흡수해나가고 있던 것이다.
“앞으로 몇 개 남았냐.”
“세 개 정도.”
그 말을 듣고 서리스는 기다랗게 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림자로 가득 채워진 검은별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림자는 마치 끝없는 탐욕과 같이 검은별을 집어삼켰다.
흘러넘치는 검은별의 힘이 고지가 눈앞임을 말해주는 듯했다.
‘얼마 안 남았다.’
그렇게 말한 서리스는 검은 개구리를 돌아보았다.
“다음으로 간다.”
서리스가 그리 말하자마자 그의 시야가 뒤바뀌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대해였다.
익숙한 장소를 마주한 서리스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함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래도 아직도 한창 전투가 진행 중인 듯하였다.
‘그렇다면.’
서리스는 지금이 바로 대해를 흡수할 기회임을 깨닫고 바로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서리스를 중심으로 검은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몰려드는 검은별 사이에서 서리스가 한 존재의 기척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서리스는 고개를 들어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에는 한 마수가 있었다.
흰색의 토끼는 빨간 망토를 하나 두르고 있었다.
그 토끼를 보고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들려다가 말았다.
빨간 망토 토끼에게서는 싸우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서리스는 상대를 경계하면서도 의문을 품은 채, 토끼를 노려보았다.
빨간 망토의 토끼는 서리스의 앞으로 통통 뛰어왔다.
그의 앞에 앉은 토끼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마수의 기이한 행동에 서리스가 눈살을 찌푸린 순간 상대가 자그마한 입을 열었다.
“안녕, 열쇠.”
“오로보스야.”
토끼가 입을 열자마자 흑마녀가 따라 말해주었다.
오로보스.
설마하니 그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던 서리스가 토끼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오로보스, 넌 침공파 세계 침식자들에게 잡혀 있다고 들었는데.”
“맞아. 내 육체는 이제 거의 남지 않았어.”
토끼의 얼굴에 씁쓸함이 올라왔다.
최흉과 마굴의 폭주를 위해 써먹어 져야 했던 그의 육체가 이제 전부 소실된 것이었다.
“네가 흑마녀와 함께 있다는 건, 용신을 막고 싶다는 거겠지.”
아무래도 오로보스는 이미 흑마녀의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흑마녀도 별말 안 하는 걸 보면 확실하겠지.
“그래, 막고 싶다.”
내가 그 말을 전하자 오로보스는 귀를 쫑긋 세웠다.
“정말로 가능해?”
“가능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가 멸망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무조건 해내야만 하는 것이다.
서리스의 굳센 표정을 보고, 오로보스는 침묵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내 마지막 힘도 가져가 줘.”
오로보스가 말한 마지막 힘을 가져가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서리스는 잘 알고 있었다.
“죽고 싶다는 거냐.”
“어차피 이제 내 몸은 거의 남지 않았으니까. 네가 나를 흡수하면 마굴의 폭주도 더 이상 없을 거야.”
더 이상 일을 만들지 않고, 생을 마감시켜달라는 말이었다.
육체가 사라진 오로보스는 침공파 세계 침식자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죽을 운명일 것이다.
“알았다.”
“부탁할게.”
그렇게 말한 토끼는 빨간 망토를 들어 올려 목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검은별이 박혀 있었고, 서리스는 오로보스의 뜻에 따라 거기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서리스의 손아귀로 오로보스의 검은별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간에 시간이 지난 후, 오로보스가 고개를 투욱 떨어트렸다.
그러더니 이내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다.
세계 침식자의 끝을 알려주듯 생을 마감한 그를 보고, 서리스는 천천히 손을 떼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오로보스를 거두는 건 썩 달가운 기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로보스가 죽은 덕분에 각 마굴들이 점차 잠잠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하겠지만 더 이상의 폭주는 이어지지 않으리라.
이로써 침공파 세계 침식자가 지닌 마지막 카드가 사라졌다.
서리스는 그 사실을 느끼며 다시 바닥에 자리 잡고 앉았다.
자신이 할 일은 이제 마굴을 흡수하는 것뿐.
그렇기에 서리스는 대해를 흡수하고, 흑마녀를 통해 또 다음 마굴로 넘어가는 것을 반복하며 검은별을 흡수했다.
점차 쌓여가 그림자를 가득 메운 검은별이 몸 전체를 휘감은 순간 서리스는 멈추어 섰다.
마지막 문턱에 도착하였기 때문이었다.
“흑마녀, 부탁 좀 하자.”
“알았어.”
서리스는 숨을 한차례 내쉬곤 자리를 잡아 앉았다.
그러자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서리스를 잠식하듯 서서히 그의 몸을 뒤덮었다.
그러다 이내 그림자는 구체 모양이 되며 서리스를 집어삼켰다.
그 구체 속에서 서리스는 이곳을 가득 메운 검은별의 기척을 느꼈다.
마굴을 몇 개나 잡아먹어 비대해진 검은별은 제멋대로 그림자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지금 저것을 서리스는 전부 받아들여야만 했다.
신룡월단으로 시작된 태화조식이 검은별을 전부 흡수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룡월단 속 금강잔월이 그 흐름을 이어받으며 서리스의 몸을 채웠다.
드득하고 몸속 내부 어딘가가 뜯겨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전신의 뼈 또한 하나둘 뒤바뀌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혈관 안쪽을 별들이 모조리 꿰뚫어 나가며 육체가 변해갔다.
서리스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 바로 깨달았다.
9성,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영역에 이르렀을 때 겪는 느낌이었다.
내부에서 흘러나온 검은색 진물이 피부 위에 묻어 나왔다.
모든 노폐물을 토해낸 서리스가 천천히 눈을 뜬 그 순간.
서리스를 두르고 있던 그림자 공간이 무너져 내렸다.
이전과 달리 전신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활기와 내부에 축적된 별의 힘이 느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서리스는 주먹을 천천히 쥐어 보았다.
그러자 금강잔월과 검은별 그리고 청운귀명의 힘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 생생한 느낌은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9성.’
천하오장성, 그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많은 마굴을 흡수한 끝에 한 단계 성장한 자신을 느끼며 서리스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앞으로 남은 것은 천상사성이라는 하늘뿐.
서리스의 눈동자 속에 스산한 기운이 깃들었다.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으로 마굴을 흡수하게 되었다.
그런 자신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최흉.’
인류가 성벽을 세워나가며 맞서야 했던,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세계 침식이자.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세계 침식이었다.
* * *
전쟁도 슬슬 마무리되었다. 침공파 세계 침식자들은 전부 잡히거나 죽었다.
오로보스의 육체로 마굴을 폭주시키려 해도 폭주가 안 되니.
그들로서도 더 이상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길고 길었던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이 끝나고, 계절은 어느새 따스한 봄이 되었다.
인류는 전쟁으로 전사한 이들을 위한 추모 기간을 가졌다.
그중에서는 가주가 죽은 가문도 아예 없지는 않았다.
천상사성과 천하오장성이라는 위치에서야 세계 침식자들과 문제없이 싸울 수 있을 정도지.
월하십인만 돼도 세계 침식자와의 일대일 전투는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여러 영웅의 죽음에 세계는 한동안 침울함에 빠졌다.
하지만 그래도 세계는 점차 제 일상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변해가는 것은 다름 아닌 그라말테였다.
전쟁을 도왔던 반대파 세계 침식자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살 터전을 새로 찾으며 그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고자 하였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그 주된 이유는 그녀의 남편인 은신사 때문이었다.
그렇게 변해가는 세상 속, 워너힐 아카데미에 들릴 새도 없이 어느새 3학년이 된 서리스는.
마왕이 다시 복구해준 저택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9성에 오른 후, 전쟁이 정리된 뒤로 서리스는 워너힐 아카데미에서 아주 짧게 휴식을 취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만큼 숨을 돌릴 시간이 한 번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게 자기 마음대로 안 될 거란 건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어이, 서리스, 너도 나와라.”
멍하니 앉아 있던 서리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다름 아닌 강혼이 서 있었다.
문 옆에 서 있는 그를 보고 서리스는 한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말입니까?”
“천사사성에게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흔한 줄 아냐?”
서리스는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빅토르가 정식 제자가 된 이후로 매일 같이 자신도 덩달아 그의 훈련에 데려가는 무혼 탓에 서리스는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었다.
‘한 달 정도만 내부 별을 정리하면서 편히 있으려 했더니.’
워낙 커진 별이다 보니 몸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강혼은 그런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예, 뭐, 그렇습니다.”
그래도 나름 쉬긴 쉬었으니 몸을 슬슬 제 상태로 돌릴 필요도 있긴 했다.
서리스가 터덜터덜 걸어 나오자 거기에는 빅토르가 있었다.
“빅토르 선배, 또 보네요.”
“서리스, 저 아저씨 미쳤어. 지금 우리를 죽일 작정이라고!”
“예예, 선배는 오늘도 죽겠네요.”
무자비한 강혼의 훈련 앞에는 빅토르라도 별수 없었는지.
그는 앓는 소리를 내며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서리스라고 해서 별다른 방법은 없었기에 그도 따라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쪽도 강혼에게 끌려가서 훈련을 하는 통에 쉴 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이, 헛소리하지 말고 어서 이동하지?”
그러는 순간 어느새 나타난 강혼이 빅토르를 뻐엉 차버리며 말했다.
“아악! 이 망할 아저씨야 나랑 다시 한번 붙어!”
바닥을 나뒹굴며 소리치는 빅토르를 보고 강혼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때, 그가 서리스를 힐끗 보며 말했다.
“서리스, 불러내자마자 이런 말을 하기는 좀 미안하지만, 네 훈련은 오늘 없을 거 같다.”
그의 말에 서리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강혼은 턱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네 손님이 온 모양이다.”
손님이라는 말을 따라 옮겨진 서리스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닿았다.
그리고 서리스의 두 눈이 순식간에 커다랗게 변했다.
천상사성 중 하나.
마황, 올스타드 스타로드.
그가 서리스를 만나러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