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55)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55화(255/275)
끝없는 초롱.
세계의 모든 마수들이 다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한 그곳에서 무자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숲을 뒤흔들 정도로 대량의 마수들이 한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서리스는 마수를 타고 넘으며 악스판시온을 거침없이 휘둘러 나갔다.
그럴 때마다 튀어 오른 핏물이 전신을 적셨지만.
서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휘둘러 나갔다.
그 순간 그의 앞에 끝없는 초롱의 나무보다도 큰 몸통을 지닌 뱀이 덤벼들었다.
그걸 보자마자 서리스의 검이 새까맣게 물들며 그 길이가 늘어났고, 이걸 휘두르다 보니 그의 몸이 자연스럽게 회전했다.
콰가가가가가각!
회전력과 함께 휘둘러진 검날이 뱀의 입부터 시작해 내장 기관과 몸통을 전부 갈라 버렸다.
그 속에서 뛰어나온 서리스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새까만 벌레 때를 마주했다.
자신을 잡아먹기 위해 바닥을 집어삼키며 몰려드는 벌레 떼를 보고 서리스는 그 즉시 검을 내려쳤다.
콰아아아아앙!
바닥이 박살 나며 튀어 오른 벌레 떼를 보고 악스판시온이 또 한 번 움직였다.
고속으로 움직인 검이 자그마한 벌레떼를 모조리 베어냈다.
“후우.”
숨을 들이 삼킨 서리스의 두눈이 빠르게 사방을 훑었다.
그 순간, 검은색 빛줄기와 화염이 동시에 서리스에게 몰아쳐 왔다.
이에 그가 악스판시온을 당겨 휘두르자 빛줄기와 푸른 화염이 그대로 검에 먹혀 사라졌다.
뒤이어 서리스는 무사히 착지하자마자 다시 도약하며 빛줄기를 쏘아 낸 마수의 머리를 베어 갈랐다.
퍼걱!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전신이 푸른색 화염으로 뒤덮여 있는 마수를 보고 또 한 번 공중에서 몸을 틀었다.
무형의 기운이 서리스의 검 위에 서렸다.
화르르륵!
푸른 화염의 마수는 그 즉시 불길을 내뿜었지만, 서리스의 검은 그보다 빨랐다.
서걱!
신룡월단의 기운을 담은 서리스의 검이 마수의 목을 가르자 그 거대한 육신이 무너져 내렸다.
‘벌써 몇 마리 째더라.’
이제는 세는 것도 잊어버렸다.
서리스는 폐부가 아플 정도로 거칠어진 호흡을 느끼며 앞을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많이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숲 저 너머에서 몰려오는 마수들이 느껴졌다.
아직 끝이 나려면 멀었다.
서리스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바닥을 박찼다.
* * *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빽빽한 나무 아래.
서리스는 자신의 앞에 가득 쌓인 마수 시체 더미를 보며 숨을 골랐다.
하루를 꼬박 전투만 해서일까.
어마어마한 체력을 자랑하던 서리스도 옅은 피로를 느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지금껏 상대한 마수들이 죄다 작은 주인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큰 주인들은 숲 안쪽에서 서리스가 힘이 빠지기를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도 쉽지 않네.”
예상하던 상황이긴 했지만, 서리스는 뻐근한 몸을 풀며 마수에게서 흡수한 검은별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아르마의 힘 또한 같이 느껴졌다.
큰 주인들을 상대하기 위해 아르마는 일부러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여유가 있는 서리스는 손에 들고 있던 육포를 입에 털어 넣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쪽이 먼저 안 오겠다면.”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늘어트린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쪽이 가면 그만이었다.
서리스가 이동을 시작하자 숲 쪽에서 여러 기척이 동시에 느껴졌다.
아무래도 큰 주인에게 보고하러 가는 것 같았다. 이를 알면서도 서리스는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작은 주인들을 더 이상 서리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 사실을 알기에 섣불리 덤비는 놈들은 더 없었다.
잠시 후, 서리스는 어느 강가에 도착하였다.
끝없는 초롱은 여전히 나무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 하늘은 보이지 않았고.
강 위에도 나무들이 솟아나 있었다.
‘여기까지 들어오는 건 나도 처음인가.’
끝없는 초롱은 총 세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주로 작은 주인들이 서식하는 첫 번째 구역인 지천의 땅.
두 번째는 본격적으로 큰 주인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대천의 땅.
마지막으로 천상사성인 검황 펜타니엄 락로드조차 끝까지 가본 적이 없다는 옥천의 땅이었다.
서리스가 지금 넘어가려는 곳이 바로 대천의 땅이었다.
슬슬 큰 주인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장소.
강을 뛰어넘은 서리스는 더욱 어두워진 주변을 바라보았다.
슬슬 빛이 들지 않기 때문인지 발아래 그림자의 힘도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작은 주인들도 넘어오지 않기 시작했나.’
강 너머에서 멈춰 서 있는 작은 주인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잠시 이쪽을 바라보다가 하나둘 숲속으로 되돌아갔다.
마치 영역이 다르다는 양 그들은 강 근처로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서리스는 다시금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거진 숲속.
초롱들의 빛이 더 강해짐을 느끼며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쥔 손에 힘을 더 주기 시작했다.
‘코앞이다.’
거대한 기척이 저 너머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수수하고 솜털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서리스조차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강렬한 기운이었다.
‘이 거리에서 이 정도라고?’
최흉이라는 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찍찌지직!
그러는 순간 박쥐 마수들이 날아오르며 하늘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러한 박쥐들을 힐끗 본 서리스는 한 공터에 도착했다.
그래 봤자 여전히 나무들이 빽빽이 들이차 있어서 하늘도 보기 힘든 지경이었지만.
거대한 나무 위에 박쥐 마수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풍성한 갈기와 흰 눈을 가진 박쥐 마수는 주홍색의 피막으로 자기 몸을 감싸고 있었다.
얼굴은 거의 인간에 가깝고, 신기하게도 등에는 검 두 자루까지 차고 있었다.
문제는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끔찍할 정도로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놈과 마주친 즉시 정신을 잃어버릴 만큼 강렬한 기운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과 함께 숨을 한차례 내쉰 서리스가 입을 열었다.
“사람 말은 할 수 있냐?”
“지익, 직.”
서리스가 질문하자 박쥐가 키득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큰 주인 중에서는 인간과 말이 통하는 개체도 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저놈은 아닌 모양이었다.
“직, 지익.”
그 순간 놈이 날개를 펼치며 내려왔다.
놈의 다리 쪽에는 어느샌가 두 개의 검이 쥐어져 있었다.
‘저렇게 쥐는군.’
양발에 검을 쥐고 있는 박쥐 마수를 보고, 서리스는 기억에 있는 큰 주인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조우(遭遇).
지천의 땅에서 바깥쪽에 밀려 있는 만큼, 큰 주인 중에서는 하위권에 속한 마수였다.
그러나 그래도 큰 주인인 만큼 상대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였다.
저놈 하나가 8성급에 달하는 괴물이었기 때문이었다.
‘펜타니엄이 계속해서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건 최흉 중에서도 강한 마수가 많기로 유명한 끝없는 초롱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다.’
그 순간, 눈앞에서 놈이 사라졌다.
서리스가 급하게 검을 들어 올린 순간, 거친 검명이 울려 퍼졌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인 조우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얼굴 전체에 새까만 털이 난 인간에 가까운 외형이라 더 기분 나쁘기 그지없었다.
조우의 두 번째 검이 서리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빠르다.’
서리스는 자신조차 눈으로 좇아가기 힘들 지경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용인화를 발동했다.
몸을 뒤덮은 용의 형상과 함께 서리스의 속도가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서리스가 검을 내지르기 시작하자, 둘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챙, 챙챙!
울려 퍼지는 검명 속에서 서리스와 조우 사이에 핏물이 튀어 올랐다.
검이 서로에게 닿은 것이었다.
‘용인화를 발동했는데.’
그걸 뚫고 생긴 팔의 상처에 서리스가 침음을 삼켰다.
조우의 검은 빠른 것도 빠른 것이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짐승 특유의 변칙성이었다.
공격이 집중되는 곳이 갑자기 급변하며 들어오는 일격이 치명타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마수 특유의 유연함과 육체적 우위를 이용해 그는 자유자재로 검을 휘둘렀다.
하늘을 날면서 검의 궤도가 제멋대로 바꾸는 게, 상상 이상으로 까다로웠다.
서리스가 밀려나자 하늘로 날아오른 조우가 날개를 퍼덕였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조우의 눈에서 느껴지는 투지가 놈을 검사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마수랑 검술로 대결하게 될 줄이야.’
순간, 어이가 없다고 생각하던 서리스였지만 이쪽도 검사다.
그는 요치아에게서 배웠던 검술을 떠올리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조우도 똑같이 검으로 자세를 잡아 보였다.
마수가 검에 상당히 조예가 있는 모습은 언뜻 보면 웃기기도 했지만.
서리스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조우와 마주했다.
찍― 찌직!
주변에서 박쥐 마수들이 날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직 단 하나의 수를 찾기 위해 서리스와 조우 사이에서 수읽기가 시작되었다.
서리스의 이마를 타고 땀방울 하나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타고 흐른 땀방울이 바닥을 톡하니 적신 그 순간.
조우가 양쪽 날개를 촤악 펼쳤다.
그 순간 몰아친 바람이 서리스의 몸을 휘청이게 하였다.
어찌나 강한 바람이었는지 주변 나무들이 거칠게 휘날리며 잎사귀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그리고 휘날리는 잎사귀 사이로 조우가 몸을 틀며 날개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그와 함께 회전하듯 양발에 쥔 검을 앞으로 겨눈 채, 마치 포탄과 같이 쏘아졌다.
그것을 보자마자 악스판시온이 그림자로 물들기 시작했다.
새까만 그림자가 악스판시온 위에 덧씌워짐과 함께 흑월이 드리웠다.
그사이 조우는 이미 서리스의 품 바로 안까지 파고들어 있었다.
마치 승기를 잡은 듯 조우의 검날이 서리스를 향해 드리운 그 순간.
서리스의 몸이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흐름이 서리스의 전신으로 뻗어 나갔고, 이와 동시에 조우와 서리스의 몸이 교차했다.
아주 미세한 간격으로 조우의 검이 서리스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조우의 새하얀 눈동자가 커다랗게 떠졌다.
조우가 이상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금강잔월과 합쳐진 후발선제의 묘리 속에 조우는 갇혀 버리고 만 것이었다.
서리스의 검 속에 압축된 그림자와 검은별의 힘이 동시에 움직였다.
흑월귀명도(黑月鬼銘刀)
팔식(八式)
락(落)
떨어진 검이 조우의 머리를 베어 갈랐다.
조우의 머릿속에서 핏물과 뇌수가 튀어 오르며 서리스는 검을 내려친 자세 그대로 멈추지 않고 다음 초식으로 검로를 이었다.
서리스의 검이 곡선으로 꺾였다.
흑월귀명도(黑月鬼銘刀)
구식(九式)
섬(殲)
꺾여진 서리스의 검이 조우에게 닿은 그 순간 놈의 몸에 닿은 그림자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림자에 갈가리 찢겨 나간 조우가 바닥을 뒹굴었다.
죽어가는 놈을 내려다보던 서리스가 고개를 들었다.
호흡을 정리한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들어 몸을 꿈틀거리고 있는 조우의 목에 박아 넣었다.
확실하게 숨통을 끊은 서리스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피로한 느낌이 들었지만 서리스는 이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냐하면, 여기저기서 이리로 다가오는 큰 주인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별을 흡수한 서리스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할 놈들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았다.
서리스의 두 눈동자가 새까맣게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