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63)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63화(263/275)
최흉의 마수들 위에 우뚝 서 있는 제파림.
재앙이라 칭해도 손색없는 그를 앞에 두고, 서리스는 가만히 상대를 노려볼 뿐이었다.
“딱 한 번만 기회를 주마.”
그런 서리스를 향해 제파림은 조용히 고했다.
“네가 내게 지금까지 모은 검은별을 모두 바친다면 마지막 자비로 목숨만은 살려주마.”
오만한 어투의 제파림은 이미 승리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그를 앞에 두고, 서리스는 질문을 던졌다.
“거절한다면?”
“지금 내 곁에 있는 마수들이 전 세계로 쏟아져 내릴 거다.”
이건 용제의 후계자인 서리스가 세계를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내뱉은 협박이라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제파림에게 있어서 서리스가 이 조건을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거절한다면 서리스를 죽이고, 힘을 빼앗아 가면 그만이었으니까.
그에게는 지금 이 순간 자체가 하나의 유희인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아챈 서리스의 악스판시온이 그림자로 휘감기기 시작했다.
“엿 먹어.”
대놓고 거절을 보인 서리스를 보며 제파림은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용제의 후계자라서 그런지 현실을 볼 줄 모른다.
“기회를 줘도 스스로 걷어차 버리다니.”
제파림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등 뒤로 새까만 공간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럼 이제, 내 제안을 거절한 대가를 치러야겠지.”
전 세계에 최흉의 마수를 투하하겠다.
제파림은 자신이 말한 것을 그대로 이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보자마자 서리스는 펜던트를 쥐고 외쳤다.
“흑마녀!”
이에 맞춰 펜던트가 새까만 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다급한 상황임에도 서리스의 두 눈은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부터 이 공간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오래 외부와 단절시켜 줘.”
“너도 휘말려.”
서리스의 말에 흑마녀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 안에는 저 수많은 마수에 더불어 제파림을 홀로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의 걱정이 담겨 있었다.
이를 들은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천천히 등 뒤로 당겼다.
“걱정하지 마. 제파림이 직접 눈앞에 만찬을 차려줬는데. 다른 곳에 뺏기기 싫어서 그러는 거니까.”
그 말을 듣고, 흑마녀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눈치를 채었다.
“5분이야.”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최대 5분이라는 말을 듣고 서리스는 한차례 웃었다.
“충분하다 못해. 넘쳐.”
그리고 그 말을 외친 그 순간이었다.
서리스의 펜던트를 시작으로 공간의 울림이 일대로 퍼져 나갔다.
쨍그랑!
방금까지 마수들을 이동시키려던 제파림의 포탈이 죄다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흑마녀의 능력이 분명했다.
그것을 본 제파림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지?”
제파림의 눈에 비친 서리스는 지금 자살 행위를 하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제파림이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는 듯이 바라보자 서리스의 발이 뒤로 빠졌다.
“너도 나한테 알려줬으니 나도 한 가지 알려줄까.”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제왕의 검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 앞에 마수를 데려온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이었는지 말이야.”
그와 동시에 제왕의 검 위로 무형의 기운이 서린 순간 서리스가 이를 휘둘렀다.
제왕신룡도(帝王神龍刀)
대기를 가르고 휘둘러진 검이 가장 앞에 있던 마수를 베었다.
이를 시작으로 마수들이 모두 서리스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태악룡 급의 마수들인 상황.
당연하지만 서리스라 할지라도 그들은 절대 쉬운 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의 눈동자 속 의지는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에게는 제파림이 모르고 있는 비장의 수가 아직 딱 하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파림은 아르마의 존재를 모른다.’
그 한 수가 승부의 향방을 가르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제왕신룡도가 또 한 번 대지를 갈랐다.
자신들보다 한참 작은 서리스를 개미와 같이 여길 마수들이었지만.
그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기세는 그러한 마수들을 압도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제파림의 명령을 받은 마수들은 오직 서리스를 죽이기 위해서만 움직였다.
하늘이나 땅, 모든 시야에서 오직 마수만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각양각색의 마수가 사방을 꽉 채운 탓에 제파림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리스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수 사이를 계속해서 종횡무진으로 누볐다.
‘제파림이라면 분명히 먼저 공격해 온다.’
그는 서리스가 아는 이들 중에서도 가장 자존심이 셌다.
심지어 자신은 그가 그렇게 증오하는 용제의 후계자.
십중팔구 제 손으로 죽이고 싶을 것이 분명했다.
‘그놈이라면 분명 흑마녀가 말한 5분조차도 길다고 느낄 거다.’
천재가 되고 싶어서 천재의 오만함마저도 따라 하는 그였으니까.
콰직!
그 순간 날아든 거미 마수를 지르밟으며 서리스가 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사방에 마수가 들어차 있는 만큼 뛰어오른 서리스를 향해 또 다른 놈이 달려들었다.
그렇게 늑대 마수를 서리스가 검으로 내쳤을 때였다.
마수 사이로 검은색 깃털 하나가 엄청난 속도로 서리스에게 날아들었다.
채엥!
반사적으로 끌어 올린 검으로 겨우 이를 튕겨냈지만, 깃털은 다시 마수의 틈 사이로 사라졌다.
한낱 깃털이 검은별을 두른 악스판시온과 비슷한 강도였다.
‘얍삽하게 굴기는.’
그가 자신이 마수와 싸우는 틈을 노리기 시작했음을 알아챈 서리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수들은 엎치락뒤치락하며 덤벼들었다.
동시에 검은색 깃털들 또한 그런 마수들 사이를 유영하듯 날아들었다.
이에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비틀어 쥐었다.
챙챙챙챙챙챙!
난잡하게 휘둘러진 검이 일정 반경 내의 모든 것을 도륙했다.
중간중간 섞인 최흉의 세계 침식을 머금은 각각의 깃털들은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검은 깃털에 마수까지 쏟아지니 서리스라 해도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체력이 점점 떨어지며 호흡도 조금씩 거칠어져 갔다.
과도하게 힘이 들어간 근육이 잘게 떨려왔다.
언제까지고 밝을 것 같았던 서리스의 두 별조차 그 힘이 조금씩 한계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중간중간 놓친 공격들이 하나둘씩 서리스의 몸에 상처를 남기기 시작했다.
금강잔월이 없었더라면 세계 침식을 머금은 깃털에 의해 서리스의 몸이 진작 파괴됐을 지경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마수들과 검은 깃털들은 서리스를 더더욱 거세게 압박하고 있었다.
마수와 검은 깃털에 뒤덮인 전장의 모습은 마치 그림자 속과 같았다.
많은 수로 사방을 에워싼 만큼 하늘의 빛이 조금도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수를 죽이고.
검은 깃털을 쳐낸다.
그러한 행위가 고작 1분간 수천 번이나 이루어졌다.
마수의 시체가 계속해서 바닥에 쌓여 나갔다.
그에 따라 서리스의 몸에도 상처가 늘어나고 있었다.
파지지직!
마수 중 한 놈이 쏘아낸 번개가 서리스의 왼쪽 팔을 꿰뚫고 지나갔다.
살짝 반응이 느렸던 서리스는 급히 그림자로 팔에 생긴 구멍을 메꾸며 놈의 목을 꿰뚫었다.
그사이 날아든 검은 깃털이 그의 목가를 베며 스쳐 지나갔다.
거기에 닿자마자 거품이 일어나는 것을 보니 최흉 밑이 보이지 않는 바다의 거품 가옥에서 얻은 기운이 분명했다.
그것을 금강잔월로 찍어 누른 서리스의 검이 지네 마수의 다리를 가르곤, 놈의 배를 찢었다.
사방이 적이기 때문일까, 극도로 올라간 정신력에 어느샌가 몸이 지쳤다는 사실조차도 잊었다.
하지만 그런 서리스의 감각만큼은 더없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이토록 한계치에 내몰린 정신과 육체는 오랜만이라서인지.
서리스는 때아닌 각성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9성에 오른 뒤, 서리스는 두 개나 되는 최흉을 흡수했음에도 다음 걸음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검은별에 힘을 쌓고, 또 쌓는다고 하여도 그것이 서리스를 다음 경지로 옮겨주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서리스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이 순간.
그의 몸이 조금이지만 앞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한으로 내몰린 육체와 정신력이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 번 더 서리스를 각성시켰기 때문이었다.
반짝―
분명 계속된 전투에 점차 그 빛이 약해져 가던 서리스의 별이었다.
하지만 그러했던 별빛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점차 더 강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검은별에 짓눌려 그 빛을 제대로 내지 못하던 한을 풀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런데 그 순간 자신들도 별임을 주장하듯 용제의 별과 펜타니엄의 별이 동시에 강한 빛을 토해내었다.
밝게 빛나는 별빛 때문인지 금색으로 빛나는 서리스의 눈동자가 어느 때보다도 강한 의지로 선명하게 타올랐다.
하늘 방향으로 서리스의 고개가 똑바로 고정되었다.
‘찾았다.’
서리스의 속마음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그는 그 즉시 바닥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전투 속에서 서리스의 검에 찢겨 나간 수없이 많은 마수의 시체들.
그리고 그런 마수의 시체 위에 쌓아 올려진 세계 침식의 힘이 이 순간 서리스를 향해 모조리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두근―
심장 소리가 서리스의 귓가에 커다랗게 들려왔다.
그것이 자신이 다음 경지의 초입에 발을 올린 소리임을 자각한 서리스의 용인화 외피 색깔이 바뀌었다.
반은 검은별이 그 반은 아르마가.
세계의 의지와 세계를 저버리는 의지가 서로 뒤섞인 그 순간 서리스의 등 뒤로 커다란 날개가 생겨나며 활짝 펼쳐졌다.
그 순간. 서리스의 검이 하늘을 향해 겨누어 짐과 함께 그의 인영이 흐려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서리스를 뒤따르는 소리가 울려 퍼진 그 순간, 하늘을 가득 메웠던 마수들이 모조리 찢겨 나갔다.
이윽고, 하늘을 뚫어낸 서리스와 제파림의 눈이 마주쳤다.
제파림의 검은 깃털 하나에 묻어 있는 그림자가 엿보였다.
잠시 상황 파악을 못 하던 제파림의 두 눈이 점차 커져갔다.
서리스에게서 느껴지는 아르마의 기운이 무엇인지 뒤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자신을 막는 모든 마수를 찢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서리스의 검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서리스의 검 위로 무형의 기운이 뒤섞였다.
그가 이날을 위해 용제의 의지를 이었음을 증명하듯.
강렬하게 타오른 별빛 속에서 그는 이미 하나의 유성이 되어 있었다.
콰직!
이윽고 서리스의 검이 제파림의 심장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콰가가가가가가각!
이를 막기 위해 몰려든 검은 깃털들은 모조리 찢겨 나갔고, 서리스와 제파림은 이 대치 상태를 유지하며 하늘 위로 끝없이 솟구쳤다.
“아아아아악!”
그 속에서 제파림은 상황을 타파하고자 자신의 등 뒤 모든 날개를 서리스를 향해 쏟아 냈으나.
서리스의 몸에 휘감긴 신룡월단의 기운이 이를 모조리 찢어 놓았다.
제파림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서리스의 검은 계속해서 제파림의 깃털을 찢어 나가고 있었고,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제파림의 눈이 서리스를 보았다.
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그의 눈동자는 용제를 떠올리게 만들어 그를 더욱 분노케 하였다.
“그딴 눈으로 나를……!”
평생을 노력해도 형들에게 닿지 못해 용신의 열쇠까지 되며 아득바득 버텨온 자신이다.
그런 자신을 저런 눈으로 본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제파림은 절규하며 깃털을 재차 휘둘렀다.
핏!
내려쳐 진 깃털이 서리스의 이마를 가르며 핏물이 튀어 올랐다.
하지만 그 핏물 아래로 드러난 금광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 사실이 제파림에게 공포감을 일으켰다.
“제파림.”
짧게 울려 퍼진 서리스의 목소리에 그가 발작하듯 비명을 내지르며 남은 깃털을 사용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윽고 깨달았다.
자신의 등 뒤에는 이제 단 하나의 깃털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서리스의 검이 그의 심장을 파고든 뒤였다.
콰아아아아앙!
하늘 위, 흑마녀가 쳐놓은 공간 결계의 끝에 다다른 서리스와 제파림은 드디어 상승하던 것을 멈췄다.
쩌적―
그리고 그러한 서리스의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흑마녀가 쳐놓은 공간 결계에 금이 갔다.
그리고 그러한 결계 아래, 제파림의 심장은 서리스의 검에 선명하게 꿰뚫려 있었다.
부릅뜬 눈과 함께 제파림의 입술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그러한 핏물은 아래로 떨어져 휘날렸다.
별을 동경한 까마귀가 별빛에 눈이 멀어 추락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