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74)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74화(274/275)
뒤덮인 섬광이 꺼졌을 때쯤.
쩌적―
어디선가 금이 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균열은 사방팔방에서 생겨났고, 그것은 곧 용신의 세계가 모조리 박살 나고 있다는 소리와 같았다.
꺼진 빛 앞에 서리스와 용신이 마주하고 있었다.
용신은 깨져 나가는 자신에 세계를 바라보며 기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표정에 깃든 감정은 절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깊디깊은 귀찮음이 담겨 있었다.
“내가 이런 표정을 짓는 게 의아스럽나?”
용신이 서리스를 향해 물어봤지만, 그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서리스는 용신이 무슨 생각인지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모으면 그만이라 그거냐?”
자신이 세계 침식과 최흉을 하나하나 삼켰듯이 용신 또한 그걸 못할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서리스가 되묻자 용신은 한차례 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 말대로다.”
경지에 도달한 서리스가 몇 년 만에 해낸 일이다.
이미 같은 행동을 몇 번이고 해봤을 그다.
그렇기에 용신에게 있어서는 그게 귀찮을지언정 어려운 건 전혀 아니었다.
쨍그랑!
그사이 깨져 나간 세계의 조각들이 저마다 흩어져 세계 이곳저곳에 떨어져 내렸다.
마치 유성우처럼 밤하늘 위로 수많은 세계가 조각조각 나서 흩어져 가고 있었다.
새까만 하늘을 수놓는 색색의 유성우는 어찌 보면 무척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으나.
그것은 재앙의 씨앗들이었다.
분명 언젠가 땅에 닿는 그 순간을 시점으로 새로운 최흉을 낳을 테니까.
하지만 그 유성우의 아래에서도 서리스의 두 눈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눈에 담긴 의지는 그것까지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굳센 다짐이었다.
용신의 두 눈썹이 찌푸려졌다.
서리스의 두 눈은 자신을 꺾은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에게 다음이 있을 거라 보는 것이냐?”
용신의 세계 침식을 산산조각내기 위해 서리스는 모든 힘을 쏟았다.
분명 더 이상 몸에 남은 것 하나 없을 텐데, 서리스의 눈에 의지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용신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한 번도 없다.”
식은땀으로 전신을 적신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들어 용신을 향해 겨누었다.
평생토록, 미래를 그리기보다는 현재를 살아온 자신이다.
미래를 그리든 현재를 그리든 어느 삶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서리스는 지금 주어진 자신의 삶을 관철할 뿐이었다.
“그러니 용소리 좀 그만 지껄이고.”
서리스의 별이 새하얗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덤벼.”
그 말이 끝이었다.
용신의 인기척이 사라진 순간 서리스의 몸이 기역 자 형태로 꺾였다.
하늘 위 구름을 꿰뚫으며 튕겨 나간 서리스의 입에서 왈칵하고 핏물이 쏟아 나왔다.
용신의 권이 자신의 별의 근원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썩을.’
서리스의 두 눈살이 팍 일그러졌다.
용신의 말만큼 서리스는 사실상 조금 전에 모든 힘을 거의 다 쏟아 냈다.
검을 쥐고 있는 것마저 지칠 정도로 팔이 떨리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물론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용신은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서 무한한 힘을 빌려왔었다.
한도 없는 무한한 힘.
그것은 재앙 그 자체였다.
‘그래서 용제도 이길 수 없었어.’
무한대로 힘을 사용하는 용신의 앞에 검은별이 없었던 용제는 패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무한한 세계를 깨기를 바라고, 자신에게 모든 의지를 이어 담은 거겠지.
하지만 이제는 그런 세계가 부서진 만큼 용신 또한 자신의 세계에게 힘을 빌리지 못한다.
지금에 그는 본연의 힘만 쓸 수 있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서리스는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서 느껴진 감각에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쩌엉!
그리고 서리스가 또 한 번 하늘로 솟구쳤다.
어느샌가 다가온 용신이 서리스를 걷어차 버린 것이었다.
눈으로도 쫓아가기 힘들 정도의 속도.
거의 평생을 쌓아온 감각만으로 움직이고 있는 서리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세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용신은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었다.
전심전력으로 덤벼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그인데.
모든 힘을 다 소진한 자신이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서리스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호언장담했지만, 지금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은 서리스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놈에게 이대로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죽지 직전까지도 끝까지 발버둥 치던 게 바로 자신이지 않은가.
그 사이 몇 번의 공방이 더 이어졌다.
그야말로 용이 사람을 죽이듯이.
용신의 맹공격 앞에 서리스는 막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의 몸에 계속해서 상처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위험한 공격은 아슬하게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로감과 통증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의지만으로 버티는 것에도 점차 그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서리스가 악착같이 이를 깨물며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는 사이에 놈의 주먹이 다시 한번 날아왔다.
콰앙!
날아간 서리스의 시선이 하늘에 닿았다.
아직까지도 유성우가 되어 세계 여기저기로 퍼져 나가고 있는 하늘이 보였다.
쿠웅!
이를 보면서 서리스는 더 이상 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이제 한 줌의 별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끝났군.”
저 멀리서 용신이 혼잣말을 내뱉으며 이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리스는 그런 그를 보지도 않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깐.’
밤하늘에서 쏟아지고 있는 유성우.
보기에는 유성우와 같지만, 저것은 엄연히 세계 침식이었다.
서리스가 평생 싸워온 세계 침식과 똑같은 세계 침식.
그리고 서리스의 검은별은 그런 세계 침식을 수없이 많이 잡아먹었다.
그의 머릿속에 작은 가능성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의문이 든 순간, 서리스가 부들거리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힘이 다한 듯 서리스의 무릎이 털썩 꿇려졌다.
어느샌가 용신은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분명, 다음 공격이 자신의 마지막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서리스가 한 줌의 별을 모았다.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세계 침식으로 만들어진 새까만 날개가 돋아났다.
하지만 그 날개는 힘이 모자란 탓인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이걸로는 하늘까지 닿을 수 없다.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서리스는 별을 더 쥐어짜 내려 했지만, 이것이 한계였다.
이 날개로 날아야만 한다.
“마지막 발버둥인가?”
용신의 비웃음이 귓가에 한차례 들려왔다.
우웅―
그러는 순간 악스판시온 쪽에서 작은 울림이 느껴졌다.
서리스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곤 한차례 헛웃음을 흘렸다.
“네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말한 서리스의 얼굴 위에는 다시금 의지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 순간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부탁 좀 하자.”
서리스가 그리 말한 순간 악스판시온에게서 힘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리스의 등 뒤 날개의 색이 선명하게 변했다.
촤락!
서리스는 그 즉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도망이라도 칠 속셈이냐?”
그런 서리스의 뒤를 용신이 바로 뒤쫓았다.
하지만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날아오르는 속도를 멈추지 않았다.
하늘 위로 치솟아 오른 서리스의 목 뒤에서 새까만 어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 한가지가 더 더해졌고.
이에 주위 흐름이 기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마치 공간이 서리스를 향해 말려들 듯, 모든 흐름이 그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용신의 눈이 커졌다.
서리스가 파편이 된 자기 세계를 흡수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용신이 급히 서리스의 흡수를 막고자 자신의 검은별을 열었다.
“뭣?”
하지만 그런 용신에게 흘러들어 오는 세계 침식은 단 하나도 없었다.
서리스의 검은별로 집중된 흐름이 탐욕스럽게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용신의 뜻조차 전부 무시할 지경이었다.
안 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서리스에게 모든 세계가 잡아 먹힐 것임을 짐작한 용신의 두 눈이 이제껏 중에서 가장 크게 부릅떠졌다.
“감히!”
용신의 주먹이 서리스를 향해 휘둘러졌다.
쩌엉!
그러나 휘둘러진 그의 주먹은 투명한 막에 막혔다.
용신의 접근을 거부하듯 흐름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태껏 악스판시온이 잡아먹었던 그 힘은 잠시뿐이지만 서리스의 힘과 버금갈 정도였다.
지금 서리스가 택한 것은 오로지 흡수와 방어.
모든 흐름을 차단하는 신룡월단의 기운이 이 순간 서리스를 중심으로 둥근 막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세계의 흐름조차 절단해버린 신룡월단이다.
이제는 본인의 힘밖에 남지 않은 용신의 권이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
“내 세계를!”
그 외침과 함께 용신은 계속해서 그의 주먹을 서리스를 향해 휘둘렀다.
그때마다 주위 공간에 균열이 가고, 그 여파로 구름과 하늘이 흩어져 폭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런데도 용신의 권은 서리스에게 닿지 못하고 있었다.
“탐해!”
피를 토하듯 뱉어낸 용신의 외침이 쩌렁쩌렁하게 주위로 울려 퍼졌다.
그러나 서리스의 앞에 흐르는 신룡월단의 힘은 더 강해질 뿐이었다.
세계의 파편을 흡수할 때마다 서리스의 흐름이 더더욱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느낀 용신의 두 눈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그의 얼굴이 뒤죽박죽으로 바뀌어 갔다.
자기 세계의 힘을 직접 사용해 봤기에 용신은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안다.
지금, 이 순간 서리스가 그걸 전부 흡수해버린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쯤은 그도 손쉽게 알 수 있었다.
“안돼!”
용신이 더더욱 필사적으로 그를 향해 권을 휘둘렀다.
쩌엉! 쩌엉! 쩌엉!
“안돼, 안돼, 안 된다!”
휘둘러진 그의 권이 계속해서 서리스를 두드렸지만, 서리스의 흐름은 깨질 줄을 몰랐다.
파각!
그 순간 휘둘러진 용신의 주먹에서 상처와 함께 핏물이 튀어 올랐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용신이 다음 주먹을 휘두른 그 순간이었다.
터업―
용신의 주먹이 무언가에 잡혔다.
그 사실을 깨달은 용신의 고개가 서서히 위로 올라갔을 때, 서리스가 그의 주먹을 쥐고 있었다.
서리스가 산산조각이 난 세계의 파편 모두를 흡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흐름의 방어막을 해제한 건 지금 이 자리에서 용신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한 힘이 모였음을 의미했다.
서리스와 용신의 얼굴 위에 희비가 교차한 그 순간.
그의 머리 위에서 그림자와 빛이 뒤섞인 검 한 자루가 선명하게 빛났다.
“안 되긴 뭐가 안돼.”
용을 죽이기 위한 검이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