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34)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34화(34/275)
“제가 왜 대표를 합니까. 전 53기인데요.”
시험관 대표는 어느 정도 기수가 찬 사람들이 하는 게 보통이다.
서리스 시험 당시 50기였던 엑포드가 그 증거고.
53기인 서리스가 시험관 대표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게 이번 시험에 펜타니엄 직계 두 명이 참가한다고 했거든.”
하지만 이어진 말을 듣고 서리스의 표정이 변했다.
두 명의 펜타니엄 직계라고 하면 서리스의 쌍둥이 동생밖에 없었다.
‘제로와.’
검성 펜타니엄 샬롯.
그 둘이 청랑단 시험을 치르러 온다는 것이다.
‘왜?’
서리스는 고개를 기울였다.
청랑단은 가주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카드다.
서리스야 예외적으로 잘 적응한 편이라지만.
오히려 청랑단에 안 좋은 인상을 심어 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마 이유는.’
샬롯은 본래도 본인이 흥미 있는 것에만 관심 가지는 걸로 유명하다.
‘분명 나다.’
몰락했던 삼남.
그러나 최근 행보는 몰락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흥미를 돋우기에는 충분하겠지.
“그래서 시험관 대표를 서리스에게 맡기려는 거야.”
라파즐리의 말을 듣고 서리스도 납득했다.
펜타니엄 직계를 상대하는 데 가장 적합한 건 같은 직계니까.
괜히 직계랑 부딪치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납득한 서리스는 시험관 대표를 맡기로 했다.
무엇보다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었다.
‘지금에 나는 샬롯을 상대할 수 있을까.’
펜타니엄 직계 중에서도 주목받는 사람 중 한 명.
어린 나이에도 호칭으로 불릴 정도로 천재 중의 천재다.
서리스도 순전한 호기심이 들었던 것이다.
“날짜는요?”
“내일이야.”
적당히 해줬으면 좋겠는데.
* * *
화창한 봄날.
두 명의 소년, 소녀가 레일로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소녀는 이마를 다 덮은 칠흑 같은 흑발이 허리춤에서 찰랑였고.
소년은 소녀와 같은 색을 품긴 했으나, 짧은 스포츠 느낌의 머리 스타일이었다.
“제로, 빨리 따라와. 느리잖아.”
“가, 가고 있다고.”
샬롯과 제로.
올해로 16살이 된 두 사람은 성장기를 거쳐 훌쩍 커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샬롯이 옆에 있기 때문일까.
제로의 어깨는 위축되어 있었다.
‘대체 왜 나까지 끌고 와서는.’
뒤를 따라가면서도 제로는 속으로 툴툴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서리스에게 한 번 된통 깨진 적 있는 제로는 서리스와 마주치기를 꺼려 했었다.
그래서 서리스가 청랑단을 입단하고 사라지자 본가에서 마음 편히 살던 제로였건만.
‘갑자기 돌아와서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
집돌이 제로와는 달리 거의 모든 시간을 밖에서 보내는 샬롯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제로를 끌고 청랑단 입단 시험을 치르러 온 것이었다.
‘젠장, 서리스 형이랑 다시 마주치기 싫은데. 나는 왜 굳이 끌고 오는 거야.’
툴툴거리던 제로는 샬롯이 멈춰 서자 반사적으로 움찔거렸다.
자신의 속마음이 들켰을까 노심초사하며 샬롯을 보고 있자 그녀의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여긴가 보네.”
거기에는 청랑단이라고 문패가 적힌 건물이 있었다.
입학시험이기 때문일까.
사람이 잔뜩 몰린 입구를 보고 샬롯은 눈살을 찌푸렸다.
입구가 너무 북적거려 지나가기가 영 불편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제로, 어떻게 좀 해 볼래.”
“어떻게 하라고 해도.”
“쓸모없네.”
샬롯은 한숨을 내쉬곤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주위 모든 그림자가 제멋대로 일렁거렸다.
마치 자의를 지니기라도 한 듯.
샬롯의 발아래에서 일렁거리는 그림자는 점차 하나의 형상이 되었다.
“하하핫! 청랑단 시험을 치를거면 나부터 쓰러트려라! 탈락자는 돌아가라고!”
입구 앞에는 웬 덩치 큰 남자 한 명이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수염이 덥수룩해 나이가 꽤나 있어 보이는 그는 입구를 막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밀려 있었던 것은 그 남성 때문이었던 것이었다.
“허억.”
“억, 뭐, 뭐가.”
“으억.”
그 순간 뒤쪽에서 사람들의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털썩, 털썩.
남성은 멀리서부터 들려오던 사람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점차 이곳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어, 어?”
처음 보는 광경에 그의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바람 빠진 소리를 내뱉었을 때.
그의 앞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아니, 그건 소녀의 탈을 뒤집어쓴 괴물이었다.
자신보다 작지만, 훨씬 크게 느껴지는 작은 거인이.
조용하게.
지그시.
남성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심연이 느껴졌다.
깊은 공포가 그의 목을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토끼는 호랑이를 마주하면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것밖에 할 수 없다.
피식자는 평생을 노력해도 포식자를 이길 수 없으니까.
“아아아아악!”
남성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조용해진 입구 앞.
그 길을 샬롯은 치마 사이로 드러난 긴 다리로 도도하게 걸어 나갔다.
샬롯이 한 것은 그저 별을 흘려 내보낸 것뿐.
압도.
지금 이 순간 그 장소에 모든 이들이 너무도 거대한 별 앞에 압도당했다.
홍해가 갈라지듯 추풍낙엽처럼 쓰러진 사람들만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검성의 이름에 걸맞은 품격이었다.
‘괴물 같으니.’
같은 직계에다가 심지어 쌍둥이건만.
샬롯과의 너무도 큰 격차를 다시금 느낀 제로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평생을 노력한다 한들 샬롯은 그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으리라.
‘덕분에 진작 가주 같은 건 생각도 안 하게 해 줬지만.’
샬롯이 있는 한 제로는 헛된 꿈은 꾸지 않는다.
그렇기에 제로는 자신이 갈 길을 마음대로 정하고 나아갈 수 있었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제 좀 조용하네.”
샬롯 덕분에 시험 회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져 있었다.
회장 안 모든 이목이 샬롯에게 쏠려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그녀를 바라볼 수는 없었다.
모든 이가 확신했다.
십중팔구 이번 청랑단 시험 1등은 펜타니엄 샬롯이라고.
뚜벅뚜벅.
그 순간 단상 위로 누군가 오르는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샬롯 덕분에 회장이 조용해진 탓에 발소리는 유달리 크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단상 위로 이어졌을 때.
거기에는 소년에서 어른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미형의 남성이 서 있었다.
청랑단 제복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그는 주변을 슥 둘러보곤 샬롯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 다 꽤나 오랫동안 본 적 없지만, 서로를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샬롯.’
‘서리스.’
남매의 상봉이었다.
“시험을 치르러 온 응시자들, 주목.”
시험관 대표로 올라온 서리스는 단상 위에서 목소리를 내었다.
입구 쪽에서 소란이 있던 것은 보았다.
‘저게 아직 성장 중이라는 게 두렵네.’
서리스는 샬롯을 솔직하게 평가했다.
지금도 저런데 미래의 샬롯은 지금이 귀여운 수준으로 성장해 버린다.
참 무서울 따름이다.
그러는 사이 서리스의 뒤에 다른 단원들도 따라 올라왔다.
“청랑단주 하다크님께서 시험 전 말씀하실 테니 잘 듣도록.”
그리 말한 서리스가 단상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자 하다크가 걸어 올라왔다.
시험 진행 자체는 서리스 때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서리스가 뒤로 물러서도 샬롯의 시선은 오로지 그에게만 꽂혀 있었다.
과거 몰락한 게으른 삼남이라는 오명이 붙어 있던 서리스.
그러나 어느 날을 기점으로 서리스는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바깥 생활이 잦은 샬롯조차도 듣게 될 만큼 그에 관한 소식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가 청랑단 1위로 입단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샬롯을 결정했다.
한 번 직접 두 눈으로 봐야겠다고.
‘보러 오길 잘했네.’
그리고 샬롯은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서리스는 바뀌었다.
그것도 사람 자체가 바뀐 것처럼.
형편없던 예전 그때와 달리 지닌 별의 크기 자체가 다른 사람과 같이 달랐다.
이제 그는 샬롯이 기억하는 서리스가 아니었다.
‘어떻게 한 걸까.’
서리스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정말 못 봐줄 수준이었다.
펜타니엄의 오점이라 할 수 있는 그였으니 오죽할까.
하지만 지금의 서리스는.
‘별만 본다면 나랑 비슷할지도 모르겠는데.’
금강잔월과 검은별의 힘까지 사용해 여기까지 온 서리스 입장에서는.
별 하나만 지닌 샬롯과 비슷하다는 게 환장할 노릇이지만.
샬롯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호기심이 돌게 만들었다.
설마하니 또래에 자신만큼 별을 지닌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까.
“쟤구나. 네 유명한 동생이.”
하다크의 연설 도중 아카펠이 말을 걸어왔다.
“관심은 안 가지는 게 좋을 거야. 성격이 썩 좋은 편은 아니거든.”
“동생에 대한 평이 야박하네.”
후하게 해 준 거다.
샬롯은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매우 오만하기도 하니까.
그러는 사이 하다크의 연설이 끝났다.
하다크가 단상을 내려가고 서리스는 다시금 단상 앞에 섰다.
1차 시험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번 54기 입단 시험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시험 설명은 간단했다.
청랑단이 준비한 장소에서 개인전을 펼칠 것.
그중 살아남은 50명을 1차 시험 통과자로 한다.
그게 이번 1차 시험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50명이 통과할 거라 생각했던 시험은.
고작해야 24명 정도가 살아남았을 뿐이었다.
시험관들이 막을 새도 없이 샬롯이 전부 쓸어 버렸던 것이다.
“직계님, 쟤 뭐야?”
“내 동생.”
화면을 보고 도로시가 눈을 크게 뜬 채 말하자 서리스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시험은 샬롯의 학살극이었다.
시험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이곳저곳에서 응시자들을 찾아다니며 쓰러트리고 다닌 것이다.
“직계님 동생이면 그 검성이지?”
그러는 사이 도로시가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우리 또래 중 가장 유명한 건 누가 봐도 샬롯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도로시가 관심을 가진 모양이다만.
“혹시나라도 말하지만 싸울 생각 하지 마. 너 진짜로 죽어.”
“흐으으응.”
서리스의 경고에도 그러거나 말거나 도로시는 몸이 간질간질한 모양이었다.
청랑단에서 생활하며 강자와의 싸움의 재미를 알았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다들 나온다.”
서발광이 중얼거리자 설치해둔 포탈을 타고 통과자들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대부분 샬롯의 곁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시험장 안에서 샬롯의 학살극을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 샬롯의 눈이 다시금 이쪽으로 향했다.
마치 다음 시험 내용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기대를 품은 그녀의 눈이 반달로 휘어졌다.
그래서일까, 서리스도 오랜만에 기대감을 품기 시작했다.
5성에 오른 현재 자신의 힘을 전력으로 부딪칠 수 있는 상대가.
‘제 발로 와 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