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35)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35화(35/275)
청랑단 시험 1일 차가 지나고 다음 날이 왔다.
어제의 피로를 전부 푼 듯 응시생들은 생생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서 가장 달갑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바로 펜타니엄 제로였다.
‘썩을, 왜 내가 수발을 드냐고.’
지난밤 제로는 거의 하루 종일 샬롯의 수발을 들어야 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 기껏 수하들도 데려왔건만, 샬롯은 전부 자기한테만 일을 시켰던 것이다.
‘당장 도망가고 싶다.’
목줄이라도 묶인 듯한 기분인 제로가 스트레스로 목을 벅벅 긁고 있을 때.
샬롯은 잠을 잘 잔 듯 개운한 표정으로 양손을 허리 위에 올리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당차 보이는 그 모습은 그녀의 자신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왔다.’
그리고 곧바로 샬롯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문에서 걸어 나온 것은 이번 시험관 대표 서리스였다.
청랑단 시험 목적 자체가 서리스였던 샬롯은 입술로 혀를 훔쳤다.
재밌는 일이 곧 일어날 테니 말이다.
“그럼 지금부터 두 번째 시험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단상 위에 오른 서리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리스는 집중된 이목을 잠깐 둘러보곤 곧 미소와 함께 뚜벅뚜벅 단상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시험관 대표가 내려오는 모습에 모두가 의아해했을 때.
서리스의 발걸음은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두 번째 시험은 청랑단 선배분들과 결투한 뒤, 실력을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우뚝.
시험 설명을 마친 서리스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펜타니엄 샬롯 응시생.”
그의 발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샬롯.
서리스보다 머리 한 개는 작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가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제게 실력을 인정받아 보겠습니까?”
오로지 응시생으로만 대하겠다는 의미의 존댓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샬롯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위 모든 사람이 입을 쩌억 벌렸다.
설마 서리스가 먼저 대놓고 샬롯에게 결투를 신청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서리스면 분명히 몰락하고 게으른 삼남?”
“이제 아니래. 청랑단에서도 벌써 유명하잖아.”
“와, 지금 펜타니엄 직계끼리 싸우는 거야?”
때아닌 결투 신청의 주위가 난리가 났다.
그러나 서리스와 같은 시험관들은 이마를 감싸야만 했다.
‘서리스, 내 저럴 줄 알았다.’
아카펠은 한숨을 내쉬고.
‘내가 노리고 있었는데!’
도로시는 발을 동동 굴렀으며.
‘서리스 님이라면 괜찮아.’
서발광은 서리스를 믿었다.
하지만 그들 말고도 서리스의 돌발 행동을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샬롯을 상대할 수 있냐고 물으면 너 나 할 거 없이 고개를 저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 하하.”
샬롯이 웃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어린 즐거움이 가득 차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
또래 중 자기 앞에서 이 정도로 대담하게 나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물며 그 서리스다.
자신에게 재능으로 완전히 짓눌려 제 발로 검을 포기했던 몰락하고 게으른 삼남.
그 삼남이 지금 자신을 도발하고 있었다.
“서리스 오빠, 감당할 수 있지?”
샬롯은 옆머리를 쓸어 넘기며 여유롭게 웃었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표정.
오만이란 샬롯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였다.
그녀 또래 중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상대가 되지 못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당장 시험을 하면 되는 걸까. 시험관님.”
서리스가 응시생으로 대해 주겠다면, 자신도 응시생으로서 싸워 주겠다는 듯.
샬롯이 히죽 웃으며 농을 던졌다.
“얼마든지.”
서리스의 대답이 짧게 울린 그 순간.
채엥!
두 개의 검이 맞부딪쳤다.
사람들이 기겁하며 물러서는 동안 서리스와 샬롯의 검은 이미 맞닿아 있었다.
청운귀명으로 만들어진 서로의 그림자 검 속 별이 강렬히 타올랐다.
‘역시.’
서리스는 검을 맞부딪치자마자 확신했다.
샬롯은 괴물이다.
“그럼 직계끼리의 싸움이 어떤지 보여 주자.”
샬롯이 웃은 순간 그녀의 검이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꼬리를 물고 물 듯.
그녀의 검은 멈추지 않고 무한한 연격을 그리기 시작했다.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이식(二式)
청운귀검로(淸雲晷劍路)
그것은 하나의 춤사위와도 같았다.
꽃 위를 거닐 듯.
샬롯의 검무는 아름다운 살의를 지닌 채 끝없는 궤적을 그려 나갔다.
하지만 샬롯이 청운귀명도를 다루듯이 서리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샬롯의 검무를 따라 서리스의 검도 차츰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이식(二式)
청운귀검로(淸雲晷劍路)
샬롯의 검이 아름다운 춤사위라면.
서리스의 검은 무쇠같이 억세고 둔탁했다.
같은 검술식이건만, 너무도 다른 검무가 서로의 검을 맞부딪쳐 나갔다.
모든 사람들이 홀린 듯 둘의 연무를 보고 있었을 때.
먼저 방식을 바꾼 건 서리스였다.
‘청운귀명만으로는 안 된다.’
서리스가 강제로 펜타니엄의 별을 끌어왔다면.
샬롯은 반대로 펜타니엄별 자체에게 축복을 받은 케이스다.
서리스가 양으로는 밀리지 않지만, 질적으로는 밀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청운귀명도로만 싸울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쪽도 본격적으로 수를 써 주지.’
서리스의 검격 사이로 어딘가 다른 검술식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샬롯 또한 서리스의 검이 변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맞부딪쳐 오는 서리스의 검이 점차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점차 샬롯의 손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분명 별로 보호되고 있을 자신의 육체에 피해가 온 것이다.
‘통한다.’
기회를 잡은 서리스의 기세가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청랑단에서의 생활과 서발광과의 수련을 통해 서리스는 그동안 수많은 것을 경험했다.
서리스의 가장 큰 강점은 두 개의 별을 가졌다는 것.
청운귀명도와 금강잔월.
즉, 이 두 가지를 전부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뜻은.
‘청운귀검로에 반류를 섞는다.’
끝없는 그림자 검의 흐름 속.
상대의 힘을 고스란히 되돌려 주는 새로운 검술 식.
금강귀명도(金强晷銘刀)
일식(一式)
금강귀검로(金强晷劍路)
오래전 세계 침식을 상대로 딱 한 번 펼쳤었던 검술식.
그러나 이제는 청랑단을 겪으며 서리스가 직접 완성한 오리지널 검술 식이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샬롯이 응수를 멈추고 물러섰다.
새빨갛게 물든 그녀의 손에는 잔떨림이 있었다.
서리스의 검은 물론 자신의 검이 휘두른 힘마저 고스란히 샬롯에게 돌아왔던 만큼.
샬롯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샬롯이 먼저 물러섰어?”
그리고 그걸 본 제로가 경악한 채 굳었다.
그녀가 밀리는 모습을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샬롯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뭐가 잘 안 풀리나 봐.”
그리고 그걸 놓칠 리 없는 서리스는 얼굴 위로 웃음을 그렸다.
“그러네. 놀랐어. 서리스 오빠가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으니까.”
그 말을 내뱉은 샬롯이 다시금 달려왔다.
그녀의 검술은 아까와 똑같은 청운귀검로였다.
서리스가 의아함을 품고 다시금 청운귀검로로 응수했을 때.
그는 곧 이상함을 느꼈다.
샬롯의 검의 흐름이 이전과는 다르다.
서리스가 샬롯의 검을 되돌리려 했을 때, 그녀의 검이 미끄러지듯 옆으로 휘둘러졌다.
촤악!
그 순간 서리스가 되돌린 힘이 공중으로 파훼되어 사라졌다.
‘설마.’
그저 한 번 맞부딪쳐 봤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샬롯은 금강귀검로의 파훼법을 깨달은 것이다.
‘하, 적당히 괴물 같아야지.’
이쪽이 고심해서 준비해 온 것을 아무렇지 않게 파훼해서 쓰나.
그러나 서리스는 왜인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샬롯도 웃고 있었다.
가진 걸 전부 다 부딪쳐 봐라.
둘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발재간, 숨소리, 서로의 수를 읽기 위한 눈 움직임.
수많은 것들이 맞부딪치며 둘의 전투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샬롯과 서리스의 별이 동시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로가 가진 5개의 별.
서리스와 샬롯은 둘 다 같은 숫자의 별을 지니고 있었다.
“서리스!”
기쁨으로 가득 차 샬롯이 서리스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지금 이 부름은 샬롯이 전력을 쏟아 부어 주겠다는 외침이었다.
이내 검을 휘두르던 샬롯의 동작이 바뀌었다.
그 순간 그녀의 발아래 그림자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사라진 샬롯의 그림자가 그녀에게 깃들었다.
뒤이어 백색의 검이 휘둘러졌다.
세상을 조용히 가르듯.
그 일격 속, 모든 것이 갈라졌다.
그리고 그것은 서리스도 같았다.
금강잔월로 만들어진 최강의 육체가 백색의 검격에 당해 피가 흩뿌려졌다.
‘쫓아가지 못했어.’
분명 눈으로 샬롯이 검을 휘두르는 자세를 보았다.
그러나 왜인지 그 검격을 막으려 해도 몸이 따라가지를 못했다.
마치 샬롯과 자신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듯한 그 감각.
‘펜타니엄 락로드.’
이건 분명 그 괴물의 검이었다.
펜타니엄 가주 검황 락로드.
샬롯이 그의 검을 휘둘렀다는 건 락로드에게 직접 전수받았다는 뜻이었다.
‘괜히 유망주가 아니라 이거지.’
얼굴까지 자신의 핏물이 튄 서리스가 입술이 짓씹었다.
서리스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그러자 그의 상처가 근육에 묻혀 핏물이 멈췄다.
경악스러운 짓과 함께 서리스의 검이 들어 올려진 순간.
샬롯의 검도 다시금 백색으로 물들어졌다.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이건 못 따라와. 서리스.’
펜타니엄 락로드의 검술.
백귀명(白晷銘)
백귀명은 시전자를 그림자 세계에 깃들게 만든다.
현실과는 시간선이 다른 그림자의 세계.
그렇기에 보이는 것과 다르게 모든 것이 다르다.
그림자는 베어지지도 사라지지도 않으니까.
동작은 보이나 따라갈 수 없는 불공평한 검격이 또 한 번 샬롯의 검에 깃들었다.
샬롯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왜일까.
서리스의 등 뒤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태양 같은 별빛이 샬롯의 눈을 어지럽혔다.
서리스의 별 출력이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걸 본 샬롯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불안하게 흔들렸다.
서리스에게 별 출력이 밀린다.
그 사실을 샬롯이 인지한 것이다.
문제는 그 출력이 점점.
더욱더 올라가고 있었단 것이다.
‘어떻게 아직도 이렇게 별이 쏟아져 나와?’
서리스가 마치 거대한 거목과도 같이 느껴졌다.
하늘 높이 우뚝 선 거목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샬롯은 그 순간 자신의 검이 무척이나 작은 바늘처럼 보였다.
거목을 바늘로 찌른다고 한들 흠집이라도 새길까.
이건, 위험하겠는데.
샬롯은 서리스보다 분명 먼저 검을 휘두를 수 있다.
그러나 그다음은.
“하!”
당찬 웃음소리와 함께 샬롯의 정신이 고조되었다.
자신이 자신의 검을 믿지 않으면 누가 믿으랴.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백귀명(白晷銘)
다시금 불공평한 검격이 서리스의 목을 먼저 가른 그 순간.
서리스는 별과 육체로 모든 걸 짓이겼다.
금강귀명도(金强晷銘刀)
이식(二式)
반월박살(半月撲殺)
곧 시험장 전체가 빛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