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41)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41화(41/275)
청랑호법 후보 선출 모의전 시험.
사파전이 일어난 청랑단 숲속 어딘가.
휘익! 채엥!
화살 소리와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숲속을 메아리쳤다.
그곳에 있는 것은 서리스와 아카펠이었다.
각자의 무기를 들고 치열하게 맞서는 두 사람이었지만.
누가 보아도 우세해 보이는 것은 서리스였다.
짐승과도 같은 맹렬한 검격을 휘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앞으로 날아온 화살들을 모조리 피하는 괴물 같은 반사 신경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아카펠도 만만치 않았다.
선록화를 이용해 중간중간 서리스의 시야에서 사라짐과 함께.
활을 쏘는 직전에 나타나 다음 행동을 예측 못 하게 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해도 아카펠은 강해졌다.
‘그런데도 아쉬워 미치겠네.’
아카펠 본인도 스스로 강해졌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왜일까.
방금 전 서발광의 싸움을 봐서인지.
아카펠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 너무 아쉬웠다.
‘서리스, 나는 너도 그렇지만 서발광도 부러워.’
서리스를 따라 단 한 번의 넘어짐 없이 우직하게 달려갈 수 있는 서발광은.
아카펠에게 있어서도 여러 의미로 다가왔다.
그런 그를 제하고도, 다들 자신만의 길을 계속해서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겠지.
아카펠의 부름에 칸빌레의 별이 응답했다.
그가 나아갈 길을 위해 비추는 별빛과 함께 아카펠의 주위에 나무뿌리와 같은 활들이 나타났다.
하나하나 별의 의지를 지니고 있는 활에는 모두 화살이 장전되어 있었다.
그걸 본 서리스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건데.”
“아직 미완성이지만!”
그 외침과 함께 아카펠이 바닥을 박찼다.
어느새 활에서 봉 형태로 무기를 바꾼 그가 발돋움하는 걸 신호로.
그의 등 뒤에서 대량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그와 함께 아카펠의 봉도 서리스를 향해 맹렬하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폭풍우와 같은 화살 비는 교묘하게 아카펠을 피해 가며 오로지 서리스만을 노렸다.
아카펠이 봉을 내지름과 함께 빈 공간 사이로 화살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채엥챙!
화살을 쳐 내면 아카펠의 봉이.
봉을 받아치면 화살이 쏟아지는 상황.
‘사고가 몇 개로 나누어져 있지 않고서야 이런 게 쉬울 리 없는데.’
지금 활들은 전부 아카펠의 의지로 발사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봉술까지 더하며 쏟아내고 있으니, 상대하는 서리스로서는 실로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별도 정신력도, 가진바 전부 쏟아부으며 아카펠은 서리스에게 이기고자 하였다.
하지만 상대는 서리스다.
서리스의 그림자 검이 번뜩임과 함께 속도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며 점차 아카펠과 그의 화살까지 모조리 베어 나가기 시작했다.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삼식(三式)
귀영난무(晷影亂舞)
서리스의 난무가 시작되었다.
아카펠의 화살 비 속에서도 그를 몰아세우는 강렬한 난무였다.
아카펠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에 힘이 들어갔다.
이건 분명 미완성인 기술이다.
하지만 미완성이면 어떠하랴.
‘지금 완성하면 그만이야.’
아카펠이 마치 지휘자와 같이 봉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쏟아져 내리던 화살 비가 그의 지휘에 맞추어 서서히 그 기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을 다루듯.
아카펠은 이 순간 화살의 지휘자가 되었다.
선록화우(仙鹿花雨)
아카펠 오리지널
천록화음(千鹿和音)
화살은 그의 연주를 따라 마치 어류처럼 하늘을 부유하기 시작했다.
큰 물고기를 상대하기 위해 송사리가 떼를 짓듯이.
수천 개의 화살이 또 다른 거대한 화살이 되어 의지를 품은 채 서리스를 덮쳤다.
챙챙챙챙챙챙챙챙!
아카펠이 쏟아낸 화살과 서리스가 그걸 받아치는 소리가 강렬하게 숲속에 울렸다.
아카펠의 지시에 따라 화살들은 더더욱 기세를 올렸고, 그건 서리스도 마찬가지였다.
둘의 강렬한 힘겨루기 속 아카펠의 봉이 하늘 높이 들어 올려졌다.
그 순간 화살은 서리스를 중심으로 마치 회오리바람같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화살의 회오리 속 서리스의 난무는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아카펠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 시야가 사라진 그 순간.
아카펠이 선록화와 함께 사라졌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서리스의 눈이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난무를 펼치면서도 서리스는 아카펠을 좇는 걸 멈추지 않았다.
‘큰 기술을 쓰려는 것인가.’
그대로 당해 줄 속셈은 없다.
화살의 회오리 속에 가둬 시간을 벌 생각이라면.
‘돌파해 주마.’
서리스의 그림자가 그의 발아래에서 치솟았다.
예전 세계 침식에 맞서 클로나와 했었던 연계를 떠올리며 그의 몸 위로 그림자가 둘러졌다.
마치 망토와 같이 그의 몸 전체를 감싼 그림자가 펄럭였을 때.
서리스의 다리 근육이 거칠게 부풀어 올랐다.
금강귀명도(金强晷銘刀)
삼식(三式)
귀영분신(晷影奮汛)
서리스가 바닥을 박찬 순간 소리가 뒤늦게 따라왔다.
콰앙!
그림자 망토와 함께 시작된 그의 돌진은 화살 회오리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회오리 중앙을 붕괴시키며 밖으로 빠져나온 서리스는 그대로 멈추지 않고 달렸다.
아카펠의 별이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 서리스의 눈동자 속 아카펠이 들어왔다.
그의 등 뒤에 펼쳐진 열 개의 활들에는 모두 칸빌레 공성 비기 극폭시가 장전되어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하나 쏘는 것을 버거워 했던 아카펠은.
이제는 열 발의 극폭시를 쏘아 내려 하고 있었다.
땀이 진득하게 흐르는 아카펠의 얼굴 위로 달뜬 미소가 그려졌다.
그걸 본 서리스의 돌진이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서리스의 그림자 망토가 휘날렸다.
동시에 아카펠의 모든 활들이 활시위를 놓았다.
“서리스으으으!”
아카펠의 피를 토하는 외침과 함께 서리스와 열 발의 극폭시가 부딪쳤다.
콰가가가가가각!
하지만 극폭시로도 서리스의 돌진을 막을 수 없었다.
극폭시를 파쇄하며 달려드는 서리스를 보고.
아카펠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봉을 휘두르는 것밖에 없었다.
그건 힘이 거의 담기지 있지 않은 휘두름이었다.
이미 천록화음과 극폭시라는 두 개의 비기로 인해 아카펠은 모든 걸 소모했고.
그 결과, 그에게는 더 이상 싸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서리스를 향해 휘두른 그 봉은 서리스의 어깨에 닿았다.
투욱.
그 무기력한 마지막 일격과 함께 아카펠이 무릎 꿇었다.
“하아, 하.”
아카펠이 힘겹게 숨을 골랐다.
“아카펠.”
“내, 최대, 는 지금, 은 여기야.”
“그래, 넌 더 강해질 거야. 분명히.”
서리스의 확신에 찬 말을 듣고 아카펠은 옅게 웃었다.
그러곤 바닥에 쓰러져 기절했다.
아카펠과 서발광을 들어 나무 옆에 앉혀 둔 서리스는 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 다 정말로 강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 강해질 게 분명했다.
‘내가 이런 걸로 웃는 성격이었나.’
어쩌면 청랑단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본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서리스는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대로 제로 쪽에 다시 합류할 속셈이었다.
‘이대로 제로 쪽을 데리고 클로나 선배한테 가서…….’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서리스가 향하는 방향으로 갑작스레 한 집단이 수풀에서 튀어 나왔다.
긴 머리카락에 안경을 쓴 체격 좋은 남자.
허공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서리스가 허어 하고 작게 소리를 내었다.
하필 이 타이밍에 이렇게 만날 줄은.
“뭐에요. 서리스네요.”
반가운 눈과 함께 바닥을 지르밟은 델리티드가 튀어 올랐다.
탄성 좋은 그의 육체는 순식간에 전투태세로 돌입했고.
델리티드의 대검은 서리스의 검과 맞부딪쳤다.
콰앙!
검 대 검이라고는 생각도 안들 정도로 강렬한 소리의 울림.
그 울림과 함께 델리티드가 씨익 하니 웃었다.
“반갑네요. 어디서 벌써 한바탕한 모양이죠?”
라파즐리의 의도와는 달리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인 델리티드가 그곳에 나타난 것이다.
갑작스럽게 어긋난 상황.
서리스의 두 눈이 빠르게 상대를 훑었다.
델리티드를 포함한 인원수는 고작 5명.
다른 이들과 달리 지지도가 높지 않지만, 그의 멤버는 전원 실력 좋은 고참들이었다.
더불어 한 명 서리스도 잘 아는 사람이 있었다.
후웅!
날아든 다리가 서리스의 옆구리를 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림자를 잔뜩 머금은 다리.
한때 서리스에게 무참히 패배한 시험관 엑포드였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서리스, 운이 나빴군.”
이를 으득 간 엑포드와 함께 나머지 멤버 전원이 그를 에워쌌다.
서리스의 실력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서리스, 단원들은 어디 갔어요?”
“그러게요. 어디 마실이라도 나갔을려나요.”
델리티드의 질문에 서리스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여유로운 척하고 있지만, 이 수를 상대로는 혼자서 무리다.
더군다나 서발광과 아카펠을 상대로 전력으로 해 준 답시고 별을 꽤 썼다.
델리티드와 일대일이라면 모를까, 이 정도 수를 상대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수 있냐고 물으면 그것도 확신 못 했다.
“바로 끝내죠.”
그 순간 서리스의 여유로움을 꿰뚫어 본 델리티드가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대검을 마치 나뭇가지처럼 쉽게 휘두르는 델리티드의 맹공은 서리스도 버거웠다.
후웅! 쉬익!
거기다가 호흡을 오랫동안 맞춘 듯 델리티드를 필두로 그의 팀원이 공격해 들어왔다.
한 공격을 막으면 다음 공격이.
또 그다음 공격을 막으면 다음 공격이 이어지자, 서리스의 육체가 금세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연계 때문에 서리스는 기술 한 번 제대로 쓸 수 없었다.
이대로는 당한다.
‘그렇다면.’
서리스는 검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큰 소음은 냈다가는 다른 팀까지 꼬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팀이 먼저 오기를 바랄 수밖에.
‘박살로.’
주변을 붕괴시키겠다는 생각을 한 그 순간.
뚜벅뚜벅.
누군가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발소리를 듣고 서리스는 박살을 사용하려던 걸 멈췄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참, 정말로 참여할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림과 함께 델리티드 팀원 한 명 중 누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어, 저분이 왜?”
제복의 텅 빈 소매가 바람에 휘날렸다.
그 순간 델리티드를 포함한 팀원 전원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튕겨 날아간 그들이 바닥을 나뒹굴었을 때 그가 서리스를 돌아보았다.
“위기인 거 같아서 딱 한 번 도와주는 거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위기였거든요.”
청랑호법 아만다.
그가 와 준 것이다.
“공평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외팔이지만 눈빛은 여전한 그가 검 한 자루를 홀연히 쥐었다.
“델리티드 말고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해줄테니 잘해봐라.”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아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