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5)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5화(5/275)
펜타니엄 제로.
그는 누군가?
펜타니엄 가의 막내 쌍둥이 중 한 명이자 14살에 3성 이류의 경지에 이른 검사이다.
나름 괜찮은 검술을 지녔으나 쌍둥이 누이인 펜타니엄 샬롯이라는 천재에 묻혀 있는 제로.
그런 그에게 있어서 펜타니엄 서리스는 어떤 존재인가.
‘쓰레기가 감히 나한테 덤벼?’
다름 아닌 펜타니엄의 직계 중 자신이 유일하게 무시할 수 있는 자다.
제로에게 있어 서리스는 안도감이자 위안이었다.
평생토록 샬롯에게 비교당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난 그지만.
서리스의 존재가 있었기에 제로는 당당해질 수 있었다.
비록 샬롯은 이기지 못할지라도.
자신의 바로 위에 자리한 형인 서리스는 몰락한 게으른 삼남이었으니까!
“여기서 지는 놈은 앞으로 무슨 명령이든 듣고 알아서 설설 기는 거야. 알겠어?”
제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표독스레 외쳤다.
그럼에도 태평한 서리스를 보고 제로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겁이라도 먹었어? 빨리 검을 뽑아!”
“아, 그렇지.”
제로의 재촉에 서리스는 깜빡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냐하면 서리스는 이전에 천랑후에게 한 소리 들은 후.
청운귀명도는 명상으로만 수련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드드드득!
서리스가 그림자 아래로 손을 뻗은 순간, 갑자기 바닥이 울리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이 땅의 울림에 당황하는 동안 천랑후만이 손으로 이마를 감쌀 뿐이었다.
저게 바로 천랑후가 서리스에게 청운귀명도를 자제시켰던 이유.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일식(一式)
청운귀명(淸雲鬼銘)
불쑥 튀어나온 건 투박한 모습의 검 한 자루였다.
제대로 휘두를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검의 등장에 제로의 눈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너 장난치는 거냐? 그딴 검으로 나와 싸우겠다고? 제대로 된 걸 뽑아!”
아무래도 제로는 자신을 놀리는 것으로 오인한 듯하였다.
서리스는 제로의 검과 자신의 검을 돌아보았다.
청운귀명으로 뽑아낸 제로의 검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반면 서리스의 검은 검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할 정도로 마치 둔기 같은 모습이었으니.
‘쯧, 나도 화려한 거 좋아한다고.’
천랑후의 말에 의하면 청운귀명은 내면에 쌓인 별의 힘을 바탕으로 그에 걸맞은 무기를 준다고 한다.
서리스는 운성조식을 통해 매일같이 내면에 별의 힘을 쌓고 있다.
그 결과 서리스는 남들보다 훨씬 더 쌓인 별의 힘이 많다.
별을 다루는 게 아직 미숙한 서리스와 넘치도록 많은 별.
둘이 만나 대환장 시너지를 일으킨 덕분에.
청운귀명은 이런 만들다 만 검을 꺼내고 마는 것이다.
‘한 시간씩 천랑후랑 조절법을 배우고 있기는 한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서 말이지.
“당장 제대로 된 검을 뽑아! 펜타니엄 직계가 그딴 꼴사나운 검으로 싸우겠단 거냐!”
꼴사납지는 않다만.
‘바라는 것도 많기는.’
그래도 이런 몽둥이 같은 검으로 대련 같은 걸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
서리스는 하는 수 없이 검을 내려놓고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다시금 천천히 검의 형상을 내면에서 조절해 나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검의 모습이 되도록 최대한 다듬어서.’
청운귀명이란 그림자를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검술이다.
서리스가 바란다면 무엇이든 되어 주리라.
스스스스슥―
스산함을 머금은 기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제로가 영문모를 스산한 감각에 팔을 잠시 비빈 순간, 서리스의 검이 수욱 하고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검이 올라왔을 때.
거기에는 여전히 투박하지만, 적어도 형태는 갖춘 검 한 자루가 있었다.
그립조차 아직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검이었으나.
뒤에 있던 천랑후의 눈이 한 차례 흔들렸다.
“됐다. 처음으로 제대로 들어 줬네.”
서리스는 그동안의 명상이 효과가 있었다며 만족스럽게 검을 쥐었다.
그런 와중 제로가 처음이라는 말이 거슬렸는지 눈썹을 꿈틀거렸다.
“……서리스, 오늘 네 장례를 치를 줄 알아라.”
“호기롭네. 준비됐으니 그만 쫑알거리고 덤벼.”
완전히 하수로 보는 태도에 제로는 열이 뻗쳤다.
“서리스 님.”
그 순간 천랑후가 서리스 옆에 빠르게 다가와 섰다.
“이걸 전력으로 휘두르시면 안 됩니다.”
“응? 아아, 걱정 마. 그런 짓 안 해.”
천랑후는 걱정이 되었지만, 서리스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런 순간 제로의 기색이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등장부터 지금까지 쭈욱 화만 내고 있는 제로이나 그는 펜타니엄의 직계다.
펜타니엄의 기초적인 가르침은 평정심.
그림자는 주인이 아무리 감정적이라도 언제나 평온하다.
그리고 그건 서리스도 마찬가지여야 할 텐데.
어째서인지 그는 어깨 위로 검을 탁탁 부딪치며 집중이라고는 전혀 안 하는 기색이었다.
‘개자식이.’
평정심이 깨진 만큼 더더욱 열이 뻗친 제로가 바닥을 박찼다.
지금 당장 저 여유로움을 박살 내줘야 할 듯싶었다.
펜타니엄 가문별의 힘이 본격적으로 제로에게 깃들기 시작했다.
제로의 검이 횡으로 휘며 서리스의 검과 맞부딪쳤다.
채엥!
금속음이 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한 마리의 표범과 같이 제로는 재빠르게 서리스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제로의 눈동자는 재빠르게 서리스의 약한 부분을 쫓았다.
짧은 순간 서리스의 팔 각도, 발재간, 눈동자의 움직임 모든 것을 쫓았다.
제로의 검이 선로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꼬리를 물 듯 따라가며 단 한 호흡도 끊이지 않았다.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이식(二式)
청운귀검로(淸雲晷劍路)
청운귀명도의 두 번째 검술이 제로에 의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고요한 그림자 폭풍은 서리스를 집어삼킬 듯.
새까만 이빨을 연거푸 그에게 박아 넣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분명 몰아치고 있는 것은 제로일 터인데 제로는 맞부딪칠 때마다 검을 쥔 손이 터질 듯이 아팠다.
“큭?!”
결국 통증에 이기지 못한 제로가 청운귀검로를 그만두고 물러섰다.
시야를 손으로 옮기니 새빨갛게 물들어 핏줄이 선 손이 들어왔다.
‘내 손이 왜.’
제로의 눈동자에 의문이 깃들었다.
서리스는 그런 제로를 보고 눈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서리스, 이 자식, 뭐한 거야!”
확실히 제로는 서리스를 몰아쳤다.
그러나 서리스 또한 제로와 같았다.
제로의 검로를 따라 똑같이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그것도 부딪치는 모든 힘을 상대에게 그대로 되돌려주는 금강잔월의 비기를 여실 없이 담아.
‘금강잔월 반류(反流)’
금강잔월의 기본 모태는 방어이자 흐름이다.
청운귀검도가 어느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가시를 지닌 새까만 장미라면.
금강잔월은 뽑아도 다시 자라나는 억센 잡초다.
눈에 띄지는 않을지언정 그곳에 항상 존재하는 잡초.
‘그리고 나는 잡초만이 아니라.’
서리스의 그림자 검 위로 펜타니엄 가문별의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펜타니엄이 자랑하는 장미 님도 될 수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이번에는 서리스의 검이 검로를 그리기 시작했다.
제로가 했듯이 그의 그림자가 꼬리를 물고 쫓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이식(二式)
청운귀검로(淸雲晷劍路)
이번에는 서리스의 검이 제로를 몰아세웠다.
순식간에 상황이 반전되고 이번에는 제로가 서리스의 검을 막기 급급해졌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서리스의 검은 무거워도 너무도 무거웠다.
한 번의 막을 때마다 제로의 체력이 한 움큼씩 빠져나갔다.
식은땀이 맺혔다.
검을 쥔 손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힘을 푸는 순간 그 즉시 검을 놓칠 것이란 걸 제로는 알고 있었다.
제로의 시선이 서리스에게 닿았다.
거기에는 수라가 있었다.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한 마리의 수라가 제로를 집어삼키고자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귀기 어린 살기가 느껴졌다.
제로의 마음속이 공포심으로 술렁였다.
죽는다.
저 수라의 손에 죽는다.
한순간 공포심이 물들었던 제로의 눈동자 속에 서리스의 얼굴이 들어온 순간.
‘내가 서리스 따위에게 겁먹어?’
그는 지독하리만큼 깊은 수치심을 느꼈다.
“으, 아아아아아!”
무심코 내지른 비명과 함께 제로의 발아래에서 그림자가 솟구쳤다.
그의 목 뒤에 새겨진 별문신이 후광처럼 빛을 토해 내었다.
제로의 검과 그의 청운귀명으로 탄생한 먹물 같은 검이 난무를 펼쳤다.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삼식(三式)
귀영난무(晷影亂舞)
그림자 검이 폭우가 쏟아지듯 서리스를 향해 휘둘러온 순간.
서리스의 검은 하늘 높이 들어 올려졌다.
콰과각!
참혹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기가 내지른 비명.
압도적인 힘 앞에 일어난 광풍.
저 멀리 하찮게 나뒹굴고 있는 제로가 보였다.
“서리스 님.”
광풍이 사라진 자리에는 검을 막은 천랑후가 있었다.
만약 조금만 늦었다면 대참사가 났을 거라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천랑후 만큼이나 서리스도 꽤나 많이 놀란 눈치였다.
설마 운성조식으로 쌓인 청운귀명의 힘이 이 정도일 거라고는 예상 못 했기 때문이다.
‘천랑후가 왜 조절하라 했더니.’
자칫했다간 제로가 죽었을 거다.
천만다행이 굴러가다 벽에 부딪힌 제로는 희미하게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죽은 건 아니란 소리다.
“제, 제로 님!”
“우아아!”
놀란 추종자들이 제로에게 뛰어들었다.
눈이 풀린 제로는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서리스는 그런 제로를 보고 검을 그림자 속으로 되돌린 뒤 저벅저벅 걸어갔다.
“제로.”
서리스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제로의 어깨가 한 차례 떨렸다.
시야 아래로 보이는 서리스의 발에서 자신을 비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차마 고개를 못 드는 그가 바닥만을 응시하고 있었을 때.
두둑 하고 무언가 주먹 푸는 소리가 들려왔다.
흠칫한 제로가 고개를 들었다.
안 좋은 예감이 그를 스쳤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어느샌가 모조 검을 쥐고 손을 푸는 서리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뭐랬더라. 앞으로 명령을 듣고 설설 긴다고 했던가.”
그리고 서리스의 눈이 반달 형태로 휘었다.
“그건 좀 너무하긴 했으니까. 취소해 줄게. 대신 교육 좀 받자.”
“어, 어어, 뭐, 뭔 헛소리를.”
“오늘부로 이 형님을 잘 모시게 될 거다.”
추종자들이 스리슬쩍 발을 빼기 시작했다.
여기 있다간 어떤 꼴을 당할지 어렴풋이 예상했기 때문이다.
“자, 잠깐, 서리스.”
“어허, 서리스 형님이지.”
앞에서 말했듯이 서리스는 성격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는 아우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모조 검을 휘둘렀다.
그날 훈련장에는 자리를 비운 제로의 집사가 소식을 듣고 뛰어올 때까지.
제로의 피눈물 나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