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55)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55화(55/275)
새벽이 지나고 다음 날.
서리스는 레투앙을 끌고 다니며 가주 집무실을 찾고 있었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해 엉망인 꼴인 레투앙.
그걸 본 하인들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아무리 오를레의 직계라고 한들 서리스는 무려 펜타니엄의 직계다.
그런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서, 서리스 님.”
그런 순간 그나마 안면이 있는 호베론이 놀라 달려왔다.
그는 레투앙을 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곧 그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레투앙 님이 왜.”
“날 암살하려고 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서리스의 말에 호베론은 그 자리에서 굳었다.
펜타니엄의 직계를 살해하려 했다.
이건 지금 당장 오를레가 펜타니엄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 사실이 위로 올라간다면 오를레가 입을 피해는 막심했다.
“걱정 마라. 오를레 쪽에 피해를 줄 생각은 없으니까.”
이쪽도 셀리앙이라는 카드가 있는 오를레를 날려 버릴 속셈은 없다.
단지, 늙은 할아범에게 한 번 경고해야겠다고 생각할 뿐.
“오를레 가주님은 집무실에 계시겠지.”
“예, 예.”
자신이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인지.
호베론은 조용히 물러섰다.
그런 그를 보고 서리스는 집무실 앞에 다가가서 그 문을 노크 없이 열었다.
무례하지만 이쪽이 열이 받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주는 행동이었다.
그곳에는 주름진 얼굴의 한 노인이 있었다.
곧 예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는 레투앙을 보고 눈을 크게 뜨더니 쓴 한숨을 내쉬었다.
올 게 왔다는 표정이었다.
가주 오를레 오벨리스크.
그가 바로 혈로노인(血路老人)이라 불리는 자였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겠지.’
혈로노인은 능력 있는 자다.
실제로 그의 약품은 끝없는 초롱을 막는 데 큰 기여를 했고.
그의 재능을 그대로 받아 태어난 것이 셀리앙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가족을 너무 아껴.’
그는 가족에 대한 정이 많았다.
가족을 너무 아끼기에 그들이 하는 행동을 제지하지 못했다.
그 결과 오를레는 이 사달이 나고 말았다.
오를레 내부가 고이고 썩어 가고 있음에도 가족들이 하는 행동이기에 막지 못했다.
‘능력은 있지만, 가주로서는 무능력한 사람.’
그게 바로 오벨리스크였다.
가주인 그는 레투앙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레투앙을 보고 기어코 일을 저질렀음을 깨달은 거겠지.
“오를레 오벨리스크님, 단 둘이서 뵙는 건 처음이군요.”
“예, 펜타니엄 직계를 뵙습니다.”
정중한 그의 인사말을 들으며 서리스는 레투앙을 끌고 걸어 들어왔다.
그러곤 집무실 소파에 털썩 앉고서는 그에게 물었다.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아십니까.”
“레투앙, 그 아이가 직계께 해코지한 것이겠지요.”
“잘 아시는 모양이니 다행입니다.”
서리스는 미소를 지었다.
“레투앙이 저를 독살하려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리스는 탁자 위에 그에게서 받아 두었던 약품을 꺼내 올렸다.
그리건의 독이 깃든 약품들이었다.
셀리앙보다도 수준 높은 오벨리스크다.
한눈에 약에 다른 게 섞여 있음을 눈치챈 그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독, 살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독살입니다.”
부릅떠진 오벨리스크의 눈동자가 레투앙에게 향했다.
레투앙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그러나 펜타니엄 직계를 살해하려 했다니.
그런 짓까지 할 거라곤 생각 못 했던 오벨리스크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침음을 내뱉었다.
“불터렉스와 무슨 연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독왕의 독을 썼더군요. 다른 이가 마셨으면 즉사했을 겁니다.”
물론 서리스도 제대로 마셨다면 즉사했을 테지만.
이쪽은 살짝 허세를 부렸다.
“그러니 펜타니엄으로 데려가 심문한 뒤, 즉시 처형하겠습니다.”
그 말이 울린 순간 오벨리스크의 몸이 움찔거렸다.
레투앙이 아무리 서리스를 살해하려 했다고 한들 오벨리스크에게는 자식이다.
“서리스 님!”
레투앙이 이렇게 죽게 둘 수는 없었다.
털썩!
그 순간 자리에서 일어난 오벨리스크가 서리스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만큼은, 그것만큼은 정말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아들의 목숨을 위해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그는, 가족 사랑 만큼은 정말로 끔찍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오벨리스크를 보고도 서리스는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저를 죽이려 했던 녀석을 살려 두라는 겁니까.”
오벨리스크의 어깨가 흠칫하고 떨렸다.
서리스는 헛소리하지 말라는 듯 차갑게 웃었다.
“자식이라고 해서 제멋대로 두신 건 오를레 가주님이시지 않습니까.”
오벨리스크의 눈이 레투앙으로 향했다.
그를 보고 있는 그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그, 렇다면 직위를 박탈하고 감옥에 가두겠습니다. 이걸로 안 되겠습니까.”
어떻게든 살려라도 보고 싶은 건가.
자식에 대한 정이 대체 얼마나 깊은 건지.
서리스는 그를 보고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서리스의 대답을 듣고 오벨리스크의 얼굴 위로 안도가 깃들어졌다.
“대신 조건을 걸죠.”
“조건이라 하면.”
“나중에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시는 겁니다. 간단한 일이죠.”
부탁이라는 두루뭉술한 말을 듣고 오벨리스크는 살짝 걱정이 깃든 표정을 지었다.
“걱정 마세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오를레는 서리스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카드다.
가주인 그에게 빚을 져 두는 것만으로도 서리스 입장에서는 득이 있었다.
서리스 입장으로서는 레투앙을 죽여 봤자 오벨리스크의 원한 말고는 얻을 게 하나도 없었기도 하고.
‘레투앙은 살아 있는 게 이득이거든.’
정신이 파괴된 레투앙은 더 이상 서리스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한다.
하지만 반대로 칼릭스 입장에서는 살려 두기에는 꺼림칙한 카드가 되겠지.
그렇기에 서리스는 처음부터 그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럼 레투앙의 처분은 맡기겠습니다.”
레투앙을 내버려 두고 서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밖으로 걸어 나가려는 도중 오벨리스크를 힐끔 돌아보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길 바라시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자식을 똑바로 가르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정이라는 이유로 무책임하게 던져 두지 말아라.
그렇게 서리스는 경고하고 밖으로 나왔다.
서리스가 집무실을 걸어 나오자 거기에는 아카펠과, 도로시 그리고 제로가 뛰어오고 있었다.
그가 쓰러진 이후 걱정을 했던 그들은 서리스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온 것이었다.
“서리스!”
“서리스 형!”
“직계님, 진짜!”
셋이 뛰어오자 서리스는 뒤편에 쫓아 오던 서발광을 힐끔 보았다.
그의 시선을 알아챈 서발광은 입 모양으로 ‘잘했어.’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서리스의 명령대로 그가 쓰러진 이유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서발광이었다.
“미안, 다들 걱정했지.”
달려오는 모두를 반겨 주며 서리스가 웃었다.
다음부터는 이런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 * *
그로부터 하루 뒤.
오를레에서의 모든 일을 끝마친 서리스는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셀리앙의 약품을 몇 개 챙긴 것 말고는 올 때와 짐이 크게 다르지 않은 서리스는 마차에 무사히 짐을 실었다.
“꽤 머물렀네.”
“실제 임무 난이도에 비하면 엄청 짧게 머무른 거지만 말이야.”
아카펠의 말의 서리스는 마차에 짐을 넣으며 대답했다.
실질적인 일은 하루 만에 끝마쳐 버린 서리스 내였으니 말이다.
“아쉬우면 더 있어도 되는데.”
“그러지 않아도 칸빌레로 돌아가면 계속 있게 될 거야.”
아카펠은 쓰게 웃었다.
그러곤 문뜩 떠오른 게 있다는 듯 아카펠은 서리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서리스 나중에 칸빌레로 한 번 오지 않을래? 한번 대접하고 싶은데.”
그의 제안을 듣고 서리스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서리스도 칸빌레는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소드란의 옛 영지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소드란은 없어도 혹시나 그와 관련된 것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이 사달을 낸 태악룡을 한 번 보고 싶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지금 만나면 죽기밖에 더하겠어.
또 빙의 당할라.
“서리스 형! 이것 봐! 나 실력 많이 늘지 않았어? 곧 형을 따라잡을 거 같은데.”
“미니 직계, 나도 아직 못했는데 어떻게 직계님을 따라잡아.”
그러는 사이 서리스를 더욱 따르게 된 제로와 그를 놀리는 도로시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느샌가 또 말싸움하는 둘을 보고 서리스와 아카펠은 서로를 돌아본 뒤 어깨를 으쓱이었다.
덜컹덜컹.
그 뒤 오를레에서 출발한 마차는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청랑단으로 귀환했다.
오는 동안 결국 도로시와 제로 녀석이 한 번 부딪치긴 했다만.
딱히 큰일은 아니었다.
며칠 만에 돌아온 청랑단은 여전한 풍경이었다.
어느새 이곳을 집이라고 인식하게 된 서리스는 옅게 웃음 지으며 걸어 들어왔다.
“오, 서리스! 너희들 돌아왔구나!”
“예, 다녀왔습니다.”
그런 순간 그를 알아본 선배들 몇 명이 인사해 왔다.
“야야, 서리스 이제 곧 청랑호법 될 거잖아. 지금부터라도 존댓말 써야지.”
“지는.”
장난치며 킥킥거리는 선배들을 보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아, 맞다. 어, 근데 그러고 보니 그 사람 돌아오지 않았어?”
“헐, 그러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 순간 선배들 사이에서 의아한 말이 들려왔다.
“선배들 그게 무슨 소리죠?”
“아, 서리스는 그동안 임무 다녀오느라 모르지.”
서리스가 의아함을 품고 다가서자 선배들은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우리 위 기수인 선배 한 명이 살아 돌아왔거든. 예전에 행방불명된 사람인데…….”
“서리스, 단주님이 부르신다. 나머지 애들은 짐 풀고 가서 쉬어.”
선배가 설명을 해 주려는 순간, 서리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윌리엄이 있었고, 그는 귀찮은 표정으로 서리스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아, 죄송해요. 이따가 들을게요.”
“그래, 어서 가봐.”
괜찮다는 듯 웃은 선배를 두고 서리스는 청랑단주 집무실로 향했다.
선배들 말이 신경 쓰였지만, 임무에서 돌아왔으면 결과 보고가 먼저였다.
똑똑.
“단주님, 서리스입니다.”
단주실을 찾은 서리스가 노크를 하자 안쪽에서 하다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일을 보고 있던 하다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잘 다녀왔군요.”
“예, 임무 무사히 마쳤습니다.”
서리스는 돌아오기 전 작성해 두었던 보고서를 하다크에게 건넸다.
하다크는 보고서를 눈으로 훑고는 고생했다며 칭찬해 줬다.
“끝없는 초롱에 가는 건 처음이었을 텐데 대단하군요. 서리스를 후보로 올린 건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저야말로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인사치레 같은 말을 하고, 서리스는 보고를 마쳤으니 그만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서리스는 하다크의 표정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그게.”
하다크는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표정을 보고 의아함을 품은 서리스는 순간 아까 전 선배들 말을 떠올렸다.
“혹시 줄곧 행방불명이었다가 최근 복귀했다는 선배에 대한 건입니까?”
“오기 전에 들으신 모양이군요. 맞습니다.”
하다크는 근심 섞인 표정을 지었다.
“서리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는 행방불명 되기 전 청랑호법 후보였습니다.”
이런, 그래서였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정식으로 청랑호법이 될 예정이었죠.”
그런 거라면 하다크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갑자기 후보가 두 명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제가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해 보죠. 그 선배분 성함은 어떻게 되나요.”
같은 후보이니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할 듯싶었다.
그러나 곧 서리스는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고 몸이 굳었다.
“용천입니다.”
용천.
과거로 돌아오기 전 세계 침식자에게 잠식된 인물 중 하나.
그의 이름이 하다크의 입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