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79)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79화(79/275)
워너힐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사건.
그 끔찍한 일을 벌인 범인은 3학년 펜타니엄 알리즈.
그는 학년 실습 당시 교수들의 눈을 피해 같은 학년의 모든 학생들을 학살했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 침식자와의 거래를 통해 힘을 나눠 받았기 때문.
그렇게 끔찍한 학살극을 벌인 그는 세계 전체가 뒤쫓는 범죄자가 되고.
펜타니엄은 그 일로 인해 막심한 피해 보상을 해야만 했다.
그냥 인명 피해도 아닌 가문에서 내로라하는 자제들 즉, 미래를 위한 새싹들을 모조리 죽여 버린 탓이다.
그때 당시 펜타니엄이 휘청이던 걸 두 눈으로 목격했던 서리스는 헛웃음을 흘려야 했다.
‘내가 소드란 가주로 올라간 것도 그맘때였으니까.’
그의 아버지가 때마침 돌아가신 그때.
가주에 오르자마자 터진 펜타니엄 직계의 대사건.
그 배상을 위해 소드란으로 오던 지원금이 절반 가까이 깎여 나가던 시절의 일은 아직도 치가 떨리는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 원인의 제공자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그런 짓을 벌인 이유에 대한 추측은.’
알리즈는 소위 말해서 재능이 없는 인물이었다.
몰락한 서리스가 입방아에 워낙 올라 그랬지.
펜타니엄 직계 중 다른 직계들과 가장 비교되던 사람은 다름 아닌 알리즈였으니까.
소드란이었던 시절에도 흔히들 들려왔다.
첫째는 천재고.
둘째는 범재며.
셋째는 몰락했고.
막내 쌍둥이 중 누나는 신성(新星)이다.
몰락한 자는 그저 손가락질받을 뿐이지만.
범재는 노력이 무의미할 정도로 천재들과 비교당한다.
그걸 통해 서리스는 알리즈가 왜 세계 침식자와 거래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서리스의 시선이 알리즈에게로 향했다.
펜타니엄 사람치고 무척이나 순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이런 사람이 그런 끔찍한 참상을 만들어 내었다는 게 언뜻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가문 내에서 왜 알리즈가 전혀 안 보이나 했더니.’
설마 요치아의 밑에서 검을 배우고 있었을 줄이야.
이해는 간다.
펜타니엄 내에서는 어느 사람이든 샬롯과 첫째 형을 그와 비교하려 했을 테니까.
입 밖에 내뱉지 않아도 눈은 정직한 법이다.
그 사실이 여실히 느껴졌겠지.
그렇기에 어디선가 검제의 존재를 듣고 그를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리라.
은퇴한 검제는 현 직계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르고 있을 게 분명하니까.
‘그간 일이 많아 알리즈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는데.’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니 그가 벌인 일이 확실하게 떠올랐다.
‘막을 수 있을까.’
그 참상을 또 만들어 내고 싶지는 않다.
그렇담 지금의 그는 어떨까.
‘나는 알리즈에 대해 거의 몰라.’
서리스는 알리즈와 면식이 없다.
그저 그가 왜 그런 사건을 일으켰을까 하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이 추측 또한 전해 들은 상황에 따른 유추일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그가 왜 그런 학살극을 일으켰는지 관해서는 확실하게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늦어.’
알리즈가 3학년이 되는 시기는 서리스가 막 워너힐 아카데미에 입학할 때이다.
그때 가서 그를 막으려 한다 한들 늦는다.
‘알리즈는 올해 스무 살이야. 그럼 워너힐 아카데미는 이번 봄에 입학할 거다. 그럼 그와 지낼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며칠.’
서리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알리즈는 아마 직계 간에 경쟁을 이겨 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을 것인데.
과연 그런 그를 같은 직계인 서리스가 설득할 수 있을까.
하물며 샬롯까지 꺾어 버린 서리스가 말이다.
“정말 서리스야?”
서리스가 생각에 잠겼을 때 알리즈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모습이 많이 변했으니 오랜만에 본 그가 확인차 물은 듯하였다.
“예, 형님.”
“와, 많이 컸구나. 그런데 여기까지 네가 어쩐 일이야. 혹시 펜타니엄 쪽에서 날 불렀어?”
알리즈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리스가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자, 알리즈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서리스를 살폈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고생했구나. 꼴이 이만저만이 아니네.”
고생하기야 했다.
요치아를 따라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세계 침식을 막고 방금까지 전력으로 달려왔으니.
온몸에 흐른 땀이 말라 소금기를 머금은 옷과 먼지가 묻은 얼굴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엉망이었다.
그러나 서리스는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알리즈의 태도는 뭐랄까.
‘내가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는 모습이잖아.’
18살이 되기까지 3년간, 서리스가 해 왔던 일을 전혀 모르는 듯.
알리즈의 눈에는 아직도 오래전 몰락한 삼남만이 비치는 듯했다.
형으로서 느끼는 동정, 그리고 그 뒷면에 은근하게 깔린 동질감.
그러한 것이 여실히 느껴져 왔다.
‘제로도 그렇고, 몸 전주인도 그렇고. 이놈의 직계들은.’
경쟁이 일상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져 나온다.
제로는 타협했고.
서리스는 몰락했으며.
알리즈는 폭주했다.
그러나 펜타니엄은 희대의 천재를 둘이나 낳았다.
‘마치 작물이 무럭무럭 자라게 하고자 주변에 덜자란 작물들을 솎아 내는 것처럼.’
이것이 펜타니엄이라는 가문이었다.
“알리즈 형님, 여기 올라 오신지 몇 년이나 되셨습니까?”
“응? 한 3년 정도였나.”
역시나.
알리즈는 요치아를 따라 산에 틀어박힌 탓에 세상 물정이 매우 어두웠다.
더군다나 서리스는 별을 조절함과 동시에 새 나오던 별을 조금 전 부적으로 막았다.
알리즈의 눈에 서리스는 전혀 힘을 품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왜 검제가 나를 보고도 익숙하게 대하나 했더니.’
알리즈가 이미 찾아왔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열 받네.’
알리즈를 이미 제자로 받아 놓고 자신은 이렇게나 휘둘렀다는 건 처음부터 골릴 속셈이었다는 것이었다.
서리스가 요치아를 힐끔 보자 그는 ‘뭐 불만이라도 있느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꼽지만 요치아에게 대들어서 좋을 건 없었다.
“그래도 곧 내려갈 생각이야. 워너힐 아카데미에 입학할 생각이거든. 서리스 너도 그걸 알려 주려고 온 거지? 형이 바보는 아니야.”
차라리 바보였다면 좋겠건만.
그가 이대로 워너힐 아카데미에 간다면 어떤 꼴이 되는지 아는 서리스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알리즈, 저놈은 노부에게 검을 배우러 온 것이니라.”
“예? 정말입니까?”
요치아가 말하자 알리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어딘가 감동한 듯 그의 눈망울이 반짝이었다.
“서리스, 다행이다. 이제 괜찮아진 거구나.”
“예, 뭐.”
“어쩐지 몸이 많이 좋아졌더라니. 노력했구나. 형이 몰라줘서 미안하다.”
서리스가 몰락한 모습만 기억하는 알리즈.
그를 보고 서리스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형이 도와줬어야 했는데. 형도 바빠서 그만…….”
그의 눈에는 미안함과 자책감이 깃들어 있었다.
“돕긴 누굴 돕느냐?”
그런 순간 요치아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네가 이놈에게 도움받아야 할 판…….”
“요치아 님!”
아무렇지 않게 사실로 두드려 패려는 요치아의 입을 서리스가 소리를 내지르며 막았다.
알리즈를 회유할 수 있는 상황인데.
애 기죽이기 전문 요치아가 망치기 전에 말려야 했다.
“고얀 놈이 어른 말은 왜 끊어 먹어?”
“하하, 그러게요. 뛰어오느라 배가 고파서 아무거나 먹고 싶은 모양입니다.”
“……돌았느냐?”
요치아가 미친놈 보듯 했지만, 서리스는 상관없었다.
혹시나 눈치챘을까 싶어 그를 돌아봤는데, 알리즈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다행히 눈치는 없는 모양이다.
“헛소리 그만하고 따라오너라. 네 녀석에게 시켜야 할 게 있으니. 알리즈, 너는 대충 집 안에서 쉬고 있거라.”
“예.”
고개를 숙이는 알리즈를 두고 요치아는 터벅터벅 걸어갔다.
“서리스, 요치아 님께서는 말은 저렇게 하셔도 좋은 분이야. 너도 요치아 님께 배우면 분명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예, 형님.”
서리스가 그런 요치아를 따라가려 하자, 알리즈가 선배로서 충고하듯 말해 왔다.
누가 누구를 격려하는지.
제일 걱정이 되는 놈이 저러니 서리스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두들겨 패 버리고 싶은데.’
알리즈 사건 때문에 소드란 가주로 오르자마자 잔뜩 고생했던 서리스 입장으로서는 알리즈가 고까웠다.
하지만 제로 때와 마찬가지로 두드려 팬다 한들 상황이 더 최악으로 치달을 뿐.
‘검이나 배우러 왔더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고민해야 할 판이다.
“잡생각이 많구나.”
그런 순간 앞서가던 요치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흠칫한 서리스가 고개를 세우자 요치아는 혀를 쯧쯧 찼다.
“내 인생 반의반도 못살아 본 놈이 생각은 뭐 그리 많으냐? 머리에 생각이 많으니 검이 그 꼴이지.”
그래도 반의반은 어떻게 살아 봤는데.
그렇게 서리스가 속으로 툴툴거리는 사이, 눈이 소복이 쌓인 들판 위에 선 요치아가 어디서 챙겨 온 건지 모를 목검을 꺼냈다.
“받거라.”
그가 던진 검을 서둘러 받은 순간 서리스는 휘청거려야만 했다.
검의 무게가 자신보다도 더 많이 나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도 천능선목이잖아.’
이 비싼 나무를 대체 어디서 이렇게 공수해 온 걸까.
서리스가 펜타니엄의 돈이 요치아의 호주머니로 다 들어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던 도중.
요치아는 그림자 검을 들고 있었다.
“청운귀명도는 어디까지 배웠느냐?”
“칠식까지 배웠습니다.”
딱 천랑후가 사용할 수 있는 검술까지였다.
“흐음, 기본은 알겠지만. 그건 지금은 잊어 두거라. 락로드 녀석이 쓰던 검술은 아느냐?”
“본 적만 있습니다.”
백귀명.
샬롯이 서리스를 상대로 펼쳤던 검술이다.
검황 락로드가 직접 고안한 검술이자, 서리스가 샬롯을 상대할 때 끝까지 볼 수 없었던 검술.
“혹시 그걸 배웁니까?”
“넌 가르쳐 줘도 못 쓰느니라.”
그럼 왜 말한 거람.
서리스가 요치아를 쏘아보자 요치아도 그를 쏘아보았고, 서리스는 시선을 피했다.
“대신 그 검술과 비견될 만한 걸 가르칠 수 있느니라.”
“백귀명과 말입니까?”
서리스가 놀란 눈초리를 띠었다.
설마 요치아가 그런 걸 가르쳐 줄 거라곤 생각 못 했기 때문이었다.
서리스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런 검을 자신이 휘두를 수 있다면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 백귀명이라는 건 그림자의 세계선에서 긋는 검술이다. 쓸 수만 있다면 압도적인 검술임은 분명하나 락로드 놈처럼 타고난 놈 중에서도 타고 나야 하지.”
“저는 덜 타고난 모양이군요.”
“당연하지. 네놈은 잡다한 게 너무 섞였어. 그건 순수할 정도로 정갈한 청운귀명을 지녔을 때야 쓸 수 있느니라.”
갑작스러운 잡종 취급.
하지만 서리스가 부정은 안 하자 요치아는 말을 계속 이었다.
“노부가 가르치려 하는 것은 그런 순수한 정기 같은 검술이 아니니라.”
그리고 요치아가 서리스의 앞에 한 발자국 다가왔다.
“제왕.”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패도적인 기운은 서리스가 무심코 침을 삼키게 했다.
“오직 그림자의 제왕만이 쓸 수 있는 검술이니라.”
요치아의 두 눈이 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