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85)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85화(85/275)
어느 한 마을 여관에서 채비를 마친 한 남성이 밖으로 걸어 나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 추워지기 시작했네. 두꺼운 거 챙겨 입어야겠다.”
그의 이름은 칸빌레 아카펠.
1년 사이 머리를 길러 꽁지처럼 묶고 다니기 시작한 그였다.
그는 어제 발생한 세계 침식을 해결하고 돌아가고자 여관을 나오는 길이었다.
“아카펠, 커피야. 따뜻한 거니 가기 전에 한잔 마셔.”
“오, 땡큐.”
그런 도중 아카펠은 자신에게 내민 커피를 받았다.
커피를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서발광이었다.
스무 살을 코앞에 두어서일까.
이제는 애티를 많이 벗고, 귀공자 느낌이 나기 시작한 서발광은 아카펠이 보기에도 잘생겨졌다.
“위 지방은 눈 오기 시작했다던데?”
“벌써? 눈 한 번 빨리 오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아카펠은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리스가 수련하고자 떠난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럼에도 아직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수련이 고된 걸까.
‘연락이라도 한 번쯤 해 줬으면 하는데.’
“뭐야. 착쁜놈, 활쟁이. 왜 둘만 뭐 마시고 있어.”
아카펠은 그런 생각을 품던 도중 여관 문을 벌컥 열고 나온 도로시를 보고 생각을 멈췄다.
53기는 우연히도 전부 나이가 같다.
어느덧 도로시도 내년이면 성인.
성장기를 끝마친 그녀는 굴곡진 몸매와 어딘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미모가 돋보이게 되었다.
한쪽으로 땋은 붉은색 머리카락은 예나 지금이나 같았지만.
그렇게 한층 어른스러워진 그녀는 어째서인지 여자들한테 인기가 있었다.
물론 남자들한테도 호평 일색인 얼굴이었지만 말이다.
실제로 천하오장성인 마왕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남녀를 모두 휘어잡기로 유명했다.
그 핏줄을 이은 도로시도 알게 모르게 특유의 카리스마가 묻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거 커피야.”
“으으, 그렇게 쓴 걸 왜 먹어. 나는 코코아 줘.”
“여관 주인한테 달라고 해.”
“돈은?”
“여기.”
아카펠이 동전을 던져 주자 도로시가 냉큼 동전을 받고 안으로 쪼르르 달려들어 갔다.
저런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니 아무리 커도 도로시는 도로시인지라.
아카펠과 서발광은 도로시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조금도 생기지 않았었다.
오히려 동갑이지만, 여동생같이 느껴지는 두 사람이었다.
“도로시는 언제쯤 어른이 될까.”
“커피 마시는 걸로 어른이 되지는 않잖냐.”
서발광의 걱정스러운 말에 아카펠은 어깨를 으쓱이었다.
아카펠이 보기에 스무 살이 된다 한들 한순간에 성인으로 탈바꿈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른이라. 그러고 보니 올해만 지나면 스무 살이구나.”
“그렇지.”
“그러고 보니 연락하던 불터렉스 여성분이랑은 어떻게 됐어?”
아카펠이 묻자 서발광은 윽 하고 소리를 내었다.
서리스의 명령 때문에 불터렉스 루이지와 줄곧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서발광은 옅게 한숨을 쉬었다.
‘서리스는 루이지 오빠인 하운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이지만.’
혹시나 그녀가 보내는 편지에 하운리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라 했던 서리스다.
하지만 그가 경고한 것에 비해 하운리 쪽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듯하였다.
“남의 연애사에 너무 파고들었나?”
“아냐. 그것보다 우리 이제 스무 살이니 서리스도 내년에 워너힐 아카데미에 가려 하겠다.”
워너힐 아카데미라는 말이 들린 순간 아카펠의 몸이 멈칫하였다.
그렇겠지, 분명.
서리스와 같이 도로시와 서발광도 그를 따라 워너힐 아카데미를 가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어떤가.
‘천재들만 모이는 곳.’
한때는 실력에 자신 있던 적도 있었다.
아니, 청랑단에 입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카펠은 자신의 실력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을 차츰 깨달아 가고 있었다.
서리스는 물론.
도로시와 서발광에게도 차츰차츰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 한계점을 깨달아 버렸어.’
아카펠은 활과 봉을 휘두르느라 물집 잡힌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곤 주먹을 꽈악 쥐었다.
뒤숭숭한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질투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같이 지내 온 시간이 그러한 감정을 덮을 정도로 아카펠은 53기가 좋았다.
‘조금 더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아직은 좀 더 두고 보자.
그런 생각과 함께 아카펠은 코코아를 들고 뛰어오다 쏟은 도로시를 보며 박장대소를 터트리다 한 대 맞았다.
이후 셋은 곧바로 귀환길에 올랐다.
애초에 청랑단 본부와 그리 먼 곳의 위치한 마을은 아니었기에 하루 정도 걸려서 도착할 수 있었다.
“집이다!”
청랑단에서 오래 생활한 덕택일까.
청랑단이 보이자마자 도로시가 반가워하며 뛰어갔다.
언제나 활기찬 그녀다운 모습에 서발광과 아카펠도 웃으면서 들어간 찰나.
둘은 입구 앞에 우뚝 서 있는 도로시를 보곤 고개를 기울였다.
“도로시? 안 들어가고 뭐 해.”
“냄새가 나.”
“냄새?”
서발광이 의아함과 함께 코를 씰룩이었다.
그러나 눈이 안 보이기에 다른 감각이 훨씬 뛰어난 서발광의 코에도 딱히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그런 둘을 두고 도로시는 마치 야생 동물이 먹잇감을 발견한 듯한 표정과 함께 어딘가로 쪼르르 달려가기 시작했다.
“도로시가 왜 저럴까?”
“저러는 거 하루 이틀 본 거 아니잖아.”
아카펠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오, 너네 왔구나.”
그러자 때마침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그는 한 기수 선배인 프레만이었다.
“그건 그렇고 너희 태평하다?”
그에게 인사를 하던 도중 서발광과 아카펠은 의아함을 보였다.
갑자기 태평하다니?
“누가 돌아왔는지 알면 이러고는 못 있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두 사람이 재차 의문을 품은 그 순간.
둘은 동시에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가 뜻하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알아차린 것이었다.
“지금쯤 기숙사에 있을 테니. 가 봐.”
둘의 표정을 보고 프레만이 웃으며 말한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뛰었다.
그러면서 아까 전 도로시가 어째서 그런 표정으로 어딘가로 갔던 것인지도 깨달았다.
“그 녀석은 알아차렸으면 말이라도 해 주지!”
아카펠은 헛웃음을 흘리며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아니나 다를까, 방문 앞에 인파가 몰려들어 있었다.
서발광과 아카펠을 발견한 선배들은 미소를 지으며 둘에게 길을 내주었고, 두 사람이 서둘러 안으로 가자 거기에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둘 다 오랜만.”
보자마자 달려든 것인지 도로시의 머리를 손으로 누른 채 웃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서리스였기 때문이다.
“자자, 다들 서리스 청랑호법님이 온 게 반가운 건 알겠는데. 방금 막 돌아왔잖아. 동기끼리 있게 두자.”
그러는 사이 클로나가 인파를 정리해 주기 시작했다.
다들 아쉬운 듯 서리스를 보긴 했지만, 그녀의 말이 지당했기에 물러가 주었다.
실제로 청랑호법인 서리스의 방은 단원들이 쓰는 방과는 다르게 다른 곳에 있었으니.
그가 구태여 기숙사에 온건 동기들과 만나기 위함인 게 뻔했다.
“클로나, 고마워.”
“별말씀을.”
청랑호법이 된 뒤로 말을 놓게 된 서리스는 그녀의 윙크를 보곤 웃었다.
역시 든든한 선배님다웠다.
모두가 떠나고 방에 서리스와 세 명만 남게 되었다.
다들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았지만, 무엇부터 이야기할지 망설이는 듯하였다.
“다들 보기 전보다 꽤 강해진 거 같은데? 시험해 볼까.”
그러다가 서리스가 서두를 연 순간 모두의 표정이 바뀌었다.
“직계님, 후회할걸. 도로시는 이제 천하무적이 아니라 천상무적이야.”
“나, 나도 엄청 노력했어. 서리스를 따라가려고. 봐봐, 키도 더 컸어.”
“우리가 널 시험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서리스.”
다들 자신감 넘치게 말하자 서리스는 킥킥거렸다.
셋을 보고 있으니 고향에 돌아온 듯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좋아. 우리 서로서로 시험해 보자고. 밖으로 가보실까?”
의자에서 일어난 서리스가 밖으로 걸어 나가자 세 사람 다 웃으면서 따라갔다.
“누구부터 하게?”
그러면서 서발광이 질문을 던지자 서리스는 물어볼 필요가 뭐가 있냐는 듯 셋을 돌아보았다.
“셋 다 덤벼.”
세 사람이 서로를 동시에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직계님, 자신감 너무 넘치는데?”
“내가 자신감 빼면 시체라서 말이야.”
도발적인 미소와 함께 서리스의 발이 수련장에서 우뚝 멈춰 섰다.
지나가는 네 사람을 보고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는지, 어느샌가 인파가 다시금 몰려들고 있었다.
“오자마자 서열 관리냐?”
“서리스 청랑호법 씨! 문제아 놈들 좀 혼내 줘라! 너 없다고 기강 해이해졌다고!”
“저분이 서리스 청랑호법님이에요?”
구경을 온 단원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못 보던 사이 새로운 단원이 는 건지 서리스를 알아보지 못하는 인원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서리스는 바닥을 한두 번 툭툭 차고는 씨익 하니 웃었다.
“자, 그럼 선공은 양보해 줄까 하는데.”
서발광이 아카펠과 도로시에게 눈짓했다.
어차피 셋 다 자신들의 성장을 서리스에게 보여 주고 싶어 한다.
그렇담 전력으로 응수한다.
눈짓을 마친 순간 도로시와 서발광이 동시에 바닥을 박찼다.
빠르다.
성장한 체격은 거짓이 아니라는 듯 도로시와 서발광의 도약은 서리스가 보기에도 재빨랐다.
동시에 별을 이용한 이단 가속까지.
이전에 봤을 때보다도 훨씬 별을 능숙하게 다루는 두 사람이었다.
날아드는 검들을 맞받아치며 서리스가 물러서자.
그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서리스가 고개를 비틀자 화살이 스쳐 지나갔다.
선록화를 발동한 아카펠이 초근접 해서 활을 쏜 것이다.
서리스가 화살을 피하는 순간, 서발광과 도로시가 한 단계 더 속도를 끌어 올렸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검날과 화살은 셋의 호흡이 확실하게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세 선배가 몰아치고 있어요!”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구경꾼 중 올해 들어온 막내 기수 한 명이 외쳤다.
그리고 그 막내 기수의 외침을 듣고 구경하던 한 남성이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입, 그렇게 보이면 넌 큰일 난 거다.”
“네?”
그는 다름 아닌 50기 엑포드였다.
착잡한 눈으로 서리스와 세 사람의 공방을 지켜보던 그는 막내 기수의 의문에 답해 주었다.
“서리스 청랑호법은 아직 별도 쓰지 않았으니까.”
그의 말대로 서리스는 세 사람을 상대로 단 한 번도 별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가 쓴 건 그림자 검 단 하나.
셋이서 미친 듯이 몰아치고 있지만, 서리스는 별을 제대로 쓰지 않고 모든 공격을 막거나 피하고 있었다.
“수련했다더니 괴물이 되어서 돌아왔군.”
“푸흐흣, 이제 엑포드가 서리스 청랑호법님에게 패배해도 별문제 없겠다. 그치.”
그러는 사이 그의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클로나.”
엑포드가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막내 기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빙그레 웃는 클로나가 있었다.
“서리스 청랑호법님, 예전에는 검을 써도 육체에 더 의존하는 느낌이 강했었는데 말이야.”
“그래, 맞아. 저 녀석 누구한테 배웠는지 몰라도. 검에 조예가 깊은 사람한테 배워 온 거다.”
그 말대로 서리스는 지금 오로지 검술로만 세 사람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제는 단순히 육체 강화로만 할 수 있는 기행을 넘어섰다.
수만, 수십만 번 이상의 연습으로 몸을 혹사해 완성된 검이 지금 서리스에게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괴물 같은 놈이었지만.’
저건 이제 규격을 넘어 버렸다.
펜타니엄의 핏줄은 다 저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제로를 기억하는 엑포드는 고개를 저었다.
저놈이 그냥 난 놈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