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Son of the Pentanium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9)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9화(9/275)
서걱!
달려들던 인면호(人面虎)를 서리스의 검이 가른 순간 청림단원 한 명이 털썩 주저앉았다.
“괜찮습니까.”
“예, 예.”
서리스의 물음에 위험에 처했던 청림단원은 그에게 존경 섞인 눈빛을 보냈다.
“다들 조금 쉬고 간다.”
인면호와의 싸움이 마무리되자 몬드로가 입을 열었고, 그의 외침에 지친 청림단원들이 곧장 휴식을 시작하였다.
“경계는 제가 서겠습니다. 아직 체력이 남았으니까요.”
“그래 주시겠습니까?”
서리스가 경계를 자처하자 몬드로는 감사 인사를 하곤 청림단원들을 쉬게 하였다.
벌써 세계 침식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몬드로는 서리스가 없었다면 이번 세계 침식 정화가 훨씬 길어졌으리라 확신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나.’
서리스는 경계와 함께 남은 지역을 생각했다.
가장 최전선에서 싸웠음에도 쌩쌩한 그의 모습은 사람들을 감탄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와, 괴물이다. 괴물.”
“진짜 직계는 다른 건가.”
그리고 그런 서리스를 보며 청림단원들은 신기하다는 듯 말을 늘어놓았다.
그들 머릿속에서 몰락한 게으른 삼남이라는 이미지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서리스가 보여 준 활약은 이들 중 어느 누구 보다도 뛰어났으니까.
‘시선이 확 달라진 게 체감되는구만.’
평생 멸시와 무시를 받아서인지.
저러한 관심은 서리스, 아니 울드렌에게 있어서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짝!
그 순간 뺨을 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흠칫한 모두가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이들의 시선은 곧 제로와 그와 마주 선 집사에게로 몰렸다.
“제로 님, 이만 쉬셔야.”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예민해진 제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좋았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망쳐 버린 제로는 집사를 노려보았다.
그러곤 경계를 서는 장소로 걸어가 버렸다.
아무래도 경계를 서겠다고 오기를 부린 모양이었다.
‘완전 애구만.’
제로가 왜 저러는지는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평생 무시해 오던 상대가 세계 침식에서 모든 활약을 빼앗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겠지.
‘조만간 돌발 행동하겠는데.’
그때는 가차 없이 버려야지.
동생에 대한 정은 하나도 없는 서리스는 제로를 흥미 없이 보며 목 뒤로 손을 옮겼다.
‘그나저나 검은별은 반응이 전혀 없네.’
세계 침식 속에 들어오면 무언가 변화가 있을 줄 알았더니 전혀 반응 없는 검은별이었다.
‘이쪽으로는 그다지 성과가 없구만.’
그냥 세계 침식에서도 힘이 통한다는 걸 확인한 걸 감사해야 할 것 같았다.
이대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간다면 끝없는 초롱에서도 문제없이 활동할 수 있겠지.
‘나도 참 적응력 하나는 빠르단 말이지.’
서리스의 몸으로 산지도 몇 개월.
곧 있으면 한 해가 바뀐다.
금강잔월과 청운귀명도에 홀려 수련에 매진하긴 했다만.
슬슬 확실한 목적을 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보를 모으려면 우선 한 가지를 정하고 움직이는 게 좋으니까.
‘워너힐 아카데미라.’
출발하기 직전 천랑후와 나눴던 이야기 속에서 워너힐 아카데미를 떠올린 서리스는 잠시 고민했다.
서리스는 워너힐 아카데미에 입학한 적이 없다.
아는 거라곤 입학시험이 무척이나 까다롭다는 점뿐.
‘일단 목표는 그쪽으로 잡아 둬야 할 거 같고.’
펜타니엄의 직계로 태어났으니, 이대로 계속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아카데미 이야기가 나오겠지.
“서리스 님, 슬슬 출발하고자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그러지.”
몬드로의 물음에 서리스는 생각을 마치고 청림단에 합류했다.
다들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듯 괜찮아 보였다.
휴식을 전혀 취하지 못했던 제로만 제외하고 말이다.
“다음 지역은 절벽이라 사실상 마지막 수색 지역이라 봐야 할 거 같습니다.”
몬드로의 설명과 함께 숲을 나아가자 잠시 후 그의 말대로 절벽이 펼쳐졌다.
세계 침식의 끝자락임을 보여 주듯 능선 너머에는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그리고 절벽 아래로 졸졸졸 흐르는 물들도 보였다.
“까아악!”
그러는 사이 절벽 사이로 몇 마리의 인면조(人面鳥)가 날아갔다.
“단장님! 저기!”
몇 번을 봐도 기분 나쁘기 그지없는 새들이 날아가던 찰나, 무언가 발견한 청림단원 한 명이 외쳤다.
“저게 뭐야.”
“징그럽게.”
절벽 끝자락에 사람의 몇 배는 될 법한 거대한 얼굴 하나가 달라붙어 있었다.
머리카락 한 톨 없이 새하얀 피부에 눈을 감고 있는 그 얼굴은 한눈에 보아도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딱 봐도 저게 주인이네.”
서리스의 혼잣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보기만 해도 왠지 모르게 속을 뒤틀게 만드는 그 존재는 이번 세계 침식의 주인이 맞았다.
“어쩌시겠습니까.”
“끌어내야겠군. 날 수 있거나 벽에 붙을 수 있는 녀석은 있나?”
“그런 자는…….”
몬드로는 고개를 저었다.
하긴, 청림단원들이 새긴 별문신은 가문별의 힘을 미약하게 빌릴 수 있을 뿐.
청운귀명도는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천랑후쯤은 되어야 인위적인 별문신으로 청운귀명도를 쓸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하지.”
한 차례 머리를 긁적인 서리스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하였다.
집사들이 나서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상황이 급박해질 때 나설 뿐 대부분은 직계의 경험을 위해 잠자코 기다린다.
그렇기에 여기서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청운귀명도를 쓸 수 있는 서리스밖에 없었다.
“서리스, 비켜! 그건 내가 할 테니까!”
그런 순간 갑자기 제로가 청림단원 사이를 해치며 외쳤다.
마지막까지 뺏길 생각은 없다는 듯 오기를 부려 온 것이다.
서리스의 눈이 꿈틀거렸다.
“야, 어린애. 투정 좀 적당히 해.”
“뭐어?”
“여기가 무슨 네 놀이터인 줄 알아? 네가 혹시나 실수했을 때 잘못되면 누가 책임질 거냐.”
세계 침식은 다른 세계에게 우리가 살 땅을 빼앗기는 것이다.
비록 3성급이라고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재앙 그 자체.
직계라는 놈이 주인 앞에서까지 이러니 서리스는 슬슬 정말로 열 받기 시작한 것이다.
“맞긴 하지. 그래도 주인인데.”
“사실 제로 님은 활약한 것도 없잖아.”
서리스의 일침의 주위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제로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말들이었다.
‘제로, 너 같은 게 내 쌍둥이라니 참, 세상이 비웃을 거야.’
‘구석에 처박혀서 나오지 마. 너 때문에 괜히 나까지 깎아내려질 거 같잖아.’
지독할 정도로 샬롯에게 존재를 부정당했던 제로는 이 순간.
몰락한 게으른 삼남이라는 완충제가 완전히 박살 났음을 깨달았다.
‘없어.’
자신의 아래에는 이제 어느 누구도 없고, 오직 세상은 제로라는 존재를 비웃을 뿐이다.
제로가 감정을 견디지 못하고 이성을 잃은 채 바닥을 박찼다.
그의 울분을 담은 주먹이 서리스를 향해 휘둘러졌다.
그러나 서리스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한 발자국 물러섰다.
처음부터 제로의 공격을 눈치챈 서리스였다.
“아악!”
결국 텅 빈 허공에 주먹질을 한 제로가 짧은 단말마와 함께 그대로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제로 님!”
놀란 제니가 절벽으로 뛰어갔을 때.
서리스는 이미 바닥을 박차고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하, 저 머저리.”
추락하고 있는 제로의 옷을 텁 하니 낚아챈 서리스는 발아래에 청운귀명을 일으켰다.
드드드득.
절벽 일부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그의 발을 붙잡았다.
잠시 후 서리스가 절벽 중간에 우뚝 멈춰 섰다.
‘릴리스가 형제 싸움 일으키지 말라고 주의 줬으니.’
만약 이걸로 제로가 죽으면 뒷일이 귀찮아진다.
대롱대롱 매달린 제로를 내려다보며 서리스는 그가 혹여나 또 돌발 행동을 할까 싶어 기절시키려다 손을 멈췄다.
“우욱, 흑.”
제로가 눈 가득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한테, 나한테 다 왜 그러는데. 나도, 나도 열심히 하려고 한 건데.”
감정이 터진 걸까.
이제는 엉엉 울고 있는 제로를 보며 서리스는 미간을 좁혔다.
“울지 마라. 내 뒤통수치려는 놈은 위로 안 해 준다.”
앞에서 몇 번이고 말했듯이 서리스는 성깔이 더러웠다.
그렇기에 서리스는 제로가 울든 말든 이놈을 위로 던져 버리고, 주인을 상대할 속셈이었다.
“……서리스, 너라고 다를 거 같아? 네가 아무리 노력해 봤자 샬롯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 녀석은 괴물이라고. 평생 따라잡을 수 없는 괴물.”
그런 순간 제로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샬롯에게 비교만 당하며 사는 삶이 어떤 건 줄 아냐고.
그리고 너도 곧 그 꼴 날 거라며 말하는 제로를 보고 서리스는 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악!”
“어쩌라고, 콱 씨. 나한테 화풀이하고 염병이야.”
제로는 황당함의 화를 내는 것도 잊었다.
“너, 너, 사람이냐? 감정이라는 게 없어?!”
“너 보니까 화딱지는 난다.”
그러면서 서리스는 그냥 제로를 들어 올려 스스로 절벽에 설 수 있게 두었다.
제로가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자 서리스는 그런 제로를 보고 한숨과 함께 말을 했다.
“평생 따라잡을 수 없을 거 같으면 그냥 너대로 납득하고 살아. 세상사 꼭 정상에 선 자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누구는 평생 무시 받고, 지원금까지 깎여 나가면서 살았는데 이딴 걸로 투정은.
“등신같이 남한테 얽매여서만 살아서는 인생이 아깝다.”
“……네가 뭘 안다고.”
“그건 네가 제일 잘 알지 않냐?”
제로의 어깨가 한 차례 흠칫 떨렸다.
몰락한 게으른 삼남.
제로보다도 심하게 비웃음당했던 것이 서리스이지 않는가.
서리스만이 할 수 있는 말에 제로가 입을 우물거렸다.
저릿!
그 순간 서리스의 위기를 감지하는 감각이 번뜩였다.
그의 고개가 획하고 돌아가 절벽 위를 바라보자 거기에는 세계 침식의 주인이 있었다.
문제는 녀석이 커다란 두 눈을 뜬 채 서리스와 제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젠장, 방금 걸로 주인을 깨워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