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ree Kingdoms, I became a general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동탁의 직감
영천군에서 장료군과 원소군의 대치가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사수관 동탁 치소.
“아닌 게 아니라 좀 이상하군.”
동탁도 그제야 장료의 행동에 의구심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한 달 정도 아무 일 없었을 때는 양측 모두 신중해서 그런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두 달째 접어들자 더는 가만히 앉아 지켜보기 힘들 정도였다.
“사람을 보내 알아보겠습니다.”
“만약 다른 생각을 품었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
“그럼 어찌할까요?”
이유는 눈을 반짝이며 동탁의 입을 바라보았다.
간절하게 대곡관에 병력을 충원하라는 명령이 내려오길 기다리며.
“낙양의 병력을 대곡관으로 보내. 그리고 전장군을 추궁해봐.”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유는 기쁨에 들떠 복명했다.
그가 물러나자, 동탁은 자리에서 일어나 치소를 나온 후, 남서쪽을 바라보았다.
‘기우이길 바란다. 만약 나를 배신했다면 누구든 절대 용서하지 않아. 그게 장료 자네라도.’
동탁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그의 머릿속은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늦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급박한 위기가 닥쳐왔을 때 발현되는 그의 직감이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빨리 도망가라고.
“아냐.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동탁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는 장제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현재 병력 상황은? 전투가 벌어지기 전과 비교하여 보고하라.”
“기병은 7할, 보병은 6할 정도 남았습니다.”
“으음.”
“전하. 우리의 피해가 큰 만큼 저들의 피해도 큽니다. 제일 강하다는 황보숭군도 요즘에는 전력이 떨어졌다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장제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열심히 싸웠고 비록 피해가 컸지만, 승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기에 움츠릴 이유가 없었다.
“전장군이 원소·도겸군을 격파하고 저들을 압박하면 무난하게 승리하겠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지당하신 판단입니다.”
“만약에 말이야.”
동탁은 굳이 이걸 말해야 하나 하는 갈등이 일었지만, 신중하고 입이 무거운 장제였기에 그를 믿고 속내를 드러냈다.
“만약 전장군이 배신한다면?”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전하와 혼인동맹을 맺었고, 이제까지 충실하게 협조했는데요.”
장제의 표정에는 당황이 스쳐 지나갔다.
“완벽한 건 없잖은가? 그래서 만약이라는 전제하에 물은 거야.”
“그렇다면 무조건 패배입니다.”
“그렇지.”
“전하.”
“말해봐.”
“만약 전장군이 배신했다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당장 군대를 추슬러 사수관을 떠나야 합니다.”
“어디로? 낙양으로?”
“낙양도 위험하지요. 낙양을 지나 홍농군 정도는 가야 안전합니다. 그가 만약 전하를 배신했다면 낙양과 낙양 분지 일대를 점령할 계획을 세웠을 게 분명합니다.”
장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의 대답을 들은 동탁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봤을 뿐이니, 절대 소문내지 말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 그리고. 장수기병 1천을 낙양으로 보내. 그리고 대곡관에 이르는 길과 홍농군에 이르는 길을 잘 살피고, 무조건 매일 정찰 결과를 보고하라고 하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장제는 급히 복명하고는 물러났다.
“문제없을 거야.”
동탁은 같은 말을 반복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 * *
낙양.
이곳에서 예비대 오천을 거느리고 주둔해 있던 단외는 ‘대곡관으로 즉시 이동하라’는 예상치 못한 명령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천군을 전장군이 막고 있거늘 어째서? 만약 낙양이 비었다는 걸 알면 불순한 세력이 난리 칠 가능성도 크다. 어째서 이 중요한 낙양을 비우라고 명령하시는가?’
단외는 명령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급히 대곡관으로 출병할 테니, 최대한 빨리 출병 준비를 마치라고 명령을 내렸다.
며칠 후.
단외는 낙양을 텅 비워둔 채, 오천의 장병을 이끌고 급히 대곡관으로 행군했다.
신속하게 행군을 이어가던 단외는 단 하루 만에 놀라운 상황에 직면했다.
“멈춰라.”
단외는 패잔병으로 보이는 십여 명의 병사를 발견하고는 진군을 멈추고, 그들을 불러오게 했다.
끌려온 자들을 훑어본 단외는 그들이 서량병임을 확인하고는 머릿속이 송연해졌다.
‘설마 대곡관이 원소·도겸에게 넘어갔단 말인가? 전장군이 영천군에서 그들을 막고 있을 텐데, 설마 그럴 리가?’
단외는 급히 고개를 흔들고는 엄정한 표정으로 그들을 추궁했다.
“어디서 오는 놈들이냐?”
“대곡관입니다.”
“대곡관? 그곳을 지켜야 할 네놈들이 어째서 여기에 있단 말이냐?”
“원소·도겸이 대군을 이끌고 대곡관을 공격했기에 급히 도망쳤습니다. 그곳의 경계 병력이 겨우 일백에 불과한데 수만에 달하는 그들을 어찌 막습니까?”
“그럼, 대곡관이 넘어갔단 말이냐?”
“공격하는 걸 보고 급히 도주했는지라….”
“이런 죽일 놈들. 여봐라. 당장 이자들을 참하라.”
“사, 살려주십시오.”
그들은 그제야 실수를 깨닫고 목숨을 구걸했지만, 단외의 명을 받은 서량병들은 가차 없이 그들의 목을 날렸다.
단외는 급히 대곡관이 함락되었다는 서신을 작성한 후, 전령을 호출했다.
원소·도겸이 수만의 대군으로 대곡관을 공격했다면 겨우 백 명으로 지키는 건 불가능했다.
“최대한 빨리 전하께 전달하라. 늦으면 모두 죽는다.”
“예.”
전령은 서신을 품에 넣고는 말을 몰아 동북쪽으로 달려갔다.
단외는 기병 십여 기를 차출하여 대곡관으로 보내 실체를 확인하라 명하고는 급히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대곡관이 점령당했다면 원소·도겸군이 물밀듯이 낙양으로 밀려올 게 뻔했다.
‘전하께서 몸을 뺄 최소한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저들의 군대가 수만이더라도 5천이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단외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방어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명령을 재차 하달했다.
* * *
영천군 양책현.
장료는 장수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홍농왕을 데려오기 위해 결사대를 이끌고 출전한 서황을 제외한 장수들이 모두 자리에 참석하여 비장한 표정으로 장료를 바라봤다.
“이제 우리는 양책현 떠난다.”
양책현을 떠난다는 장료의 말에 장수들의 얼굴에 궁금증이 떠올랐다.
“우리가 갈 곳은 바로 여기다.”
장료가 단호하게 소리치며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었다.
그곳은 남양군 북서쪽으로 남양군에서 관중으로 유일하게 연결된 통로 무관이었다.
무관을 통과하여 관중으로 진입하면 장안이 지척이었다.
장료가 가후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가후는 앞으로 나와 군례를 올리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이제 우린 한중왕부와 적대관계입니다. 이제까지 우린 한중왕부와 친밀하게 지냈지만, 더는 장래를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 예주자사부와 서주자사부가 대곡관을 통과하여 낙양으로 진군 중이며 사수관에서 기주·연주자사부 등의 세력과 전투 중인 한중왕은 그곳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린 낙양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관중으로 진군하여 장안을 점령해야 합니다. 이후 관중을 완전히 장악한 후 서량, 익주를 아우르면 어떤 세력도 우리 전장군부를 넘보지 못할 겁니다.”
실로 충격적인 설명에 장수들은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이제까지 든든한 우군이라 생각했던 한중왕부에게 칼을 들이미는 형국이었기 때문에 장수들의 머릿속은 크게 혼란스러웠다.
가후는 그런 장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차분하게 지도를 짚어가며 세세하게 관중을 차지할 방안을 추가로 설명했다.
“수고하셨소. 자리에 앉으시오.”
장료는 가후를 자리에 앉히고는 엄정한 표정으로 장수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입술을 뗐다.
“모두 혼란스러울 것이오. 난 오래전부터 한중왕부와의 인연을 정리할 의지를 품었소. 제장들도 알겠지만, 낙양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고 연일 퇴보하고 있소. 이런 상황에서 계속 그와 동맹을 이어간다는 게 더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소. 하여 난 중원의 여러 제후와 손을 잡았고, 그들에게 낙양을 내주게 되었소. 그들이라면 침체한 낙양을 예전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그사이에 우리는 한중왕의 영토를 모두 손에 넣어야 하오.”
“예!”
장수들은 의문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곧장 복명했다.
“영천군이 공격당할 일은 없소. 하여 이곳에 오백의 병력을 남겨두고, 전군을 회군해 즉시 무관으로 진격하여 그곳을 점령하겠소. 질문 있으면 하시오.”
장료의 말이 끝나자, 조운이 일어섰다.
“그래도 영천군은 지켜야 합니다. 만약 영천군이 무너지면 남양군이 위협에 노출됩니다.”
“나 역시 영천군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중원 연합군과 한중왕부는 낙양에서 치열하게 싸울 테고, 설령 한중왕이 군대를 이끌고 도주한다고 하더라도 이곳 영천군이 아니라 관중일 테니 영천군이 전쟁터가 될 일은 없을 것이오. 안심하시오.”
단호하게 의견을 제시하자, 조운은 자리에 앉았다.
이후 여러 장수가 의견을 제시했고, 장료는 허심탄회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자기 입장을 피력하며 그들을 설득했다.
회의가 끝난 후.
유비의 치소에는 관우, 장비가 모였다.
“과연 이곳에 계속 남는 게 옳은 일인지 회의가 이는구나.”
유비의 탄식에 장비가 걸걸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형님께서 한중왕을 그리 높이 평가하는 줄 몰랐소.”
“천만에. 한중왕은 세상을 살아갈 가치가 없는 놈이지.”
유비는 단호하게 속내를 내비치고는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
“내가 우려하는 건 전장군의 행동이다. 한중왕과 혼인동맹을 맺었는데, 그걸 너무 쉽게 깨뜨렸어.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그의 행동이 참으로 두렵게 느껴지는구나.”
유비의 탄식에 분위기는 급격히 어두워졌다.
“형님이 결정하시면 따르겠소.”
관우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하지만 장비는 갈등이 심한 듯 보였다.
이들은 장료군영에 합류한 후, 다른 길을 걸었는데 그게 크게 작용했다.
유비·관우는 조운의 통제를 받으며 기병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훈련에 매진한 데 반해, 장비는 장료의 호위대장으로 발탁되어 그를 수행했다.
장비는 장료를 수행하면서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의 담백하고 합리적인 성품과 행동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익덕(장비의 자).”
“예.”
“네 생각을 말해보거라.”
장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술을 뗐다.
“좀 더 전장군을 지켜보는 게 어떨까요? 한중왕을 배신하긴 했지만, 한중왕은 천하의 잡놈이오. 그런 자와 굳이 동맹을 이어갈 필요는 없지 않소이까?”
“한중왕이 천하의 잡놈인 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자기 이익을 위해 손바닥 뒤집듯 동맹을 깨뜨리는 행동은 잘못이라고 본다.”
유비는 아이를 달래듯 장비를 설득했다.
“형님. 그렇더라도 이렇게 전장군부를 떠날 수 없소.”
장비는 단호하게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비록 유비가 전장군부를 떠나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함께 고생했기에 유비의 마음을 짐작한 장비였다.
“형님. 그럼, 익주에 계신 스승님께 여쭤보는 건 어떻소?”
관우가 조심스럽게 익주에 있는 노식을 언급하자, 유비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가 펴졌다.
“익주는 너무 멀다. 과연 제대로 전령이 오고 갈지도 의문이로구나.”
“그럼, 형님의 진짜 생각은 무엇이오?”
장비가 냉정한 눈빛으로 유비에게 질문했고, 관우도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장비와 관우는 오랫동안 천하를 떠돌며 고생하다가 이제 안정되었는데, 또 고생길로 들어서야 하느냐는 우려가 들었다.
“솔직히 이곳을 떠나고 싶다.”
“그럼, 어디로 갈 생각이오?”
“아직 정하지 못했다. 오늘 전장군의 행동을 보고 매우 실망해서 내린 결정이니까.”
관우와 장비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유비는 그들의 절대적인 정신적 지주였다.
비록 장비가 서운한 감정을 비치긴 했지만, 그 역시 유비가 결정하면 뜻을 따를 생각이었다.
“그런데 형님.”
관우의 질문에 유비가 고개를 돌렸다.
“말해보거라.”
“만약 전장군께서 우릴 놓아주지 않으면 어쩔 생각입니까?”
“그를 만나 사정을 말하고 떠나겠다고 하면 놓아줄 것이다.”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그의 성품이 담백하니까. 적어도 부하에게 모질게 대하지 않는 자다. 우린 그의 부하라기보다는 객장의 위치에 있지만, 그렇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유비는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고는 장비를 바라보았다.
“익덕아. 넌 여기 남고 싶으냐?”
장비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남고 싶으면 남아라.”
“무슨 말을 그리하시오? 이제까지 아무리 힘들었어도 형님 곁은 떠난 적이 없었는데.”
“고맙다. 아무튼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너희들은 모른척하거라.”
“형님. 혹 잘못되면 어쩌시려고?”
“괜찮다. 그 정도 사람 보는 눈은 있다.”
유비는 관우, 장비를 달래놓고는 치소를 나왔다.
장료 치소.
지도를 보며 관중을 점령할 생각에 집중하고 있던 장료는 유비의 등장에 자리를 권했다.
“어인 일이시오?”
유비는 자리에 앉으며 왠지 장료가 자신을 견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하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전장군이 겨우 기병 수백 기를 이끄는 나를 어찌 견제하겠는가? 요즘 내가 예민해졌구나.’
“전장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오.”
“한중왕과의 동맹은 파기된 겁니까?”
이미 동맹파기를 공식화했는데, 유비가 그걸 되짚자 장료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가 입술을 뗐다.
“전장군부를 떠날 생각이시오?”
장료의 질문에 유비는 흠칫했다.
그리고 자신이 예민한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중대한 상황에서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리가 없다.
평소 유비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유비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가 전장군을 쉽게 봤구나. 그가 왜 나를 견제하고 있었단 말인가?’
장료와 유비의 눈이 공중에서 매섭게 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