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142)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Chapter
****************************************************
제142화
142. 그걸 알려주고 싶었어.
“자, 이쪽으로! 이쪽입니다, 어서!”
“다친 사람 중에 거동이 가능한 분은 서로 부축해서 움직이고. 심하게 다친 사람은 들것을 만들어서 이동하세요. 중태이신 분은 수레에 눕혀요.”
“포션 더 없어? 다친 사람이 너무 많아. 보유분을 다 썼다고.”
“일반인에겐 희석액에 섞어서 써요. 희석액이 뭔지 모른다고? 그럼, 급한 대로 물에다가 섞어. 비율은 10대 1로. 체력이 약한 노인에겐 쓰지 말고. 쇼크 오니까. 아이들은 15대 1. 눈대중 말고, 제가 준 앰플킷에 스포이드 있으니까 방울로 재서 써요.”
슬레이어 길드의 원정대는 성선제가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능숙하게 사람들의 대피를 이끌었다.
티어 길드의 최정예 헌터라고 해서 싸움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정예이고, 한국 최고인 것은 어떤 임무이든 완벽하게 해내기 때문이었다.
‘진짜 편하군. 세세하게 명령할 필요가 없어서.’
강무혁은 감탄했다. 현재의 아이언윌 길드는 꿈도 꾸지 못할 조직력이었기에.
이 정도는 전 직장인 타이탄 길드의 정예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긴 했지만, 슬레이어 길드는 조금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그리고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해나갔다.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 이 적극성이야말로 티어와 A급을 가르는 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들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공격대는 충분히 이끌 수 있는 예비 지휘관이기도 했다.
“이거 어쩐지 자존심 상하네. 우리 길드하고 너무 비교돼서. 몇 명 되지도 않는 말이죠.”
노송린의 말마따나 이곳에 있는 슬레이어 원정대 헌터는 단 네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다른 작전을 위해 자릴 비운 상태. 이 네 명이 교도소촌 헌터들을 부려서 대피를 지휘하는 셈이었다.
말로만 듣던 슬레이어 길드의 힘을 일부 엿본 것 같아 그는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강 단장님, 진짜 그 작전 쓰려는 겁니까?”
“예. 그게 가장 희생이 적으니까요.”
“그렇긴 한데…. 이 도시에서 그걸요?”
“여기가 아니면 쓰질 못합니다.”
노송린은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얼굴로 강무혁을 쳐다봤다.
‘평소엔 얌전한 양반이 몬스터 잡을 땐 과격해진다니까. 어째 몬스터가 다 불쌍해질 지경이군. 응? 메시지?’
노송린은 새롭게 들어온 소식을 강무혁에게 알렸다.
“슬레이어 팀장이 방어선 다 쳤다네요. 몬스터들이 마을 경계에 들어섰답니다. 지연전 펼치겠다는데, 언제까지 버티면 됩니까?”
“최대한 오래. 미스터 조가 길잡이들과 출구 쪽 길을 탐색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네요. 다친 사람도 꽤 되고.”
“하긴 거긴 저도 들어갔다가 길을 헤맬 정도였으니. 무슨 지하도가 미궁도 아니고 길이 그리 복잡한지, 원.”
“그래도 덕분에 살았습니다. 탈출로로 쓰게 돼서.”
강무혁의 작전이었지만, 노송린은 염려된다는 듯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중국 놈들이 그냥 빠져나가게 내버려 둘까요? 입구라도 막고 있으면 큰일인데.”
“안 막을 겁니다. 막고 싶어도 못 막고. 특히 ‘밀수로’는 아는 이가 극히 드물다고 하더군요. 통로가 좁고 복잡해서 대규모 인원이 빠져나가는 데 오래 걸리긴 해도, 없는 것보단 훨씬 낫습니다.”
강무혁은 과거 김병주를 죽게 했던 밀수 사건 때 이용됐던 길에 주목했다.
마을의 지도자 격인 남자를 죽인 계기가 현재는 역으로 마을 사람들이 살길을 마련해준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생각됐다.
그는 처음 중국 헌터들이 공격해왔을 때 이 밀수로로 마을 사람들을 피신시킬 계획도 생각했었다.
문제는 적이 지하도 길목을 막고 있어서 밀수로까지 갈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포위를 푼 지금은 길잡이만 있다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게 됐다.
노송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른 이유를 덧붙였다.
“하긴 슬레이어도 있으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이 노리는 건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 이 도시니까요. 교도소촌에 먼저 몬스터를 보낸 건 분풀이에 불과합니다. 진짜는 이후 몬스터들이 신의주 전역에 퍼져 도시를 파괴하는 것이죠. 덕분에 그 선택이 역으로 신의주를 살릴 기회가 됐고요.”
강무혁은 노송린에게 말하고 있었으나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안색은 창백해서 당장 쓰러질 듯 비틀거렸지만, 눈에서는 시퍼런 광망이 빛났다.
그는 보이지 않는 몬스터 떼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몬스터…. 오늘 이곳에서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
* * *
“와아, 원정대장님도 아니고. 성 팀장님이 지휘권을 남한테 넘기는 건 처음 보는데요? 그것도 길드원이 아닌 사람한테.”
감우영은 성선제가 보인 뜻밖의 결단에 휘파람을 불며 감탄했다.
강무혁에 대해선 일전에 성선제로부터 익히 들은 바 있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상대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니 느낌이 달랐다.
주세아가 어째서 강무혁에게 전권을 맡겼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랄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하혜성은 이 단순한 후배에게 눈치를 줬다.
“말조심해.”
타박하며 하혜성이 조심스럽게 턱짓으로 가리킨 방향엔 슬레이어 길드의 원정대장이 있었다.
“아압!”
감우영은 뒤늦게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존경하는 세 명의 헌터 중 한 명에게 실례를 범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슬레이어 길드 최연소 원정대장 소상엽.
성선제가 원정대장이었던 당시 그가 있었기에 미련 없이 전략팀장을 맡을 수 있다고 칭찬했던 슬레이어 길드 굴지의 수완가.
개인의 실력도, 리더로서의 카리스마와 인격도, 더해서 원정대장으로서의 지휘력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헌터라 할 수 있는 자였다.
그만큼 자존심도 셌기에 눈앞에서 자신의 지휘권을 남에게 넘긴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처사로 보일 만했다.
평소 레드 게이트에서도 농담 따먹기가 일상인 원정대원들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원들의 우려와 다르게 소상엽은 평온했다. 오히려 무언가 기대된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나도 처음 보는군. 전략팀장님이 재밌어하는 표정 말이야. 솔직히 이 작전 듣고서 기가 막히긴 했지. 강무혁. 듣던 대로 파격적인 사람이야.”
예상과 다르게 소상엽도 감우영의 말에 동감을 표했다. 그 역시 강무혁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성선제. 주세아. 이 두 사람이 선택하려 했거나 선택한 사람. 이들이 한국 헌터계에서 차지하는 지분을 생각하면, 강무혁에 대해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지. 모르긴 몰라도 티어 길드 일부는 예전부터 주목하고 있을걸?’
그래서 성선제도 원정대 오더를 강무혁에게 맡겨봤으리라. 원정대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역량을 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엄청 궁금했고.’
원정대원들의 우려와 다르게 성선제는 강무혁에게 일시적으로 원정대의 지휘권을 넘기는 것에 대해 소상엽과 미리 합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성선제라도 소상엽의 권한을 넘는 결정을 마음대로 내리진 않았을 터였다.
“대장님. 몹들 오는데요?”
짤막한 보고가 들려왔다.
소상엽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원정대 전원에게 명령했다.
“신난다고 앞으로 튀어 나가는 놈 없겠지? 스트레스는 딴 데서 풀어. 자리 잘 지키고. 우리 목적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후퇴하는 걸 돕는 거다. 괜히 저지선에 구멍 내서 망신당하지 마라.”
소상엽이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이자 원정대원들도 한결 편해진 얼굴들로 대꾸했다.
“대장님이나 꼴 받는다고 도시 박살 내지 마십쇼.”
“어차피 부서질 곳, 신경 쓸 필요 있나?”
“주세아한테 우리 길드 나간 거 후회하게 하자고.”
“쓰읍!”
“쟤는 여기서 왜 주세아 얘길 해?”
“하여간 눈치 없는 새끼.”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원정대원들은 민감한 주세아 얘기를 입에 담은 헌터에게 핀잔을 주며 전투 준비를 끝마쳤다.
소상엽이 명령했다.
“작전 준비가 끝났다는 오더가 떨어지기 전까지 몬스터 애들하고 적당히 어울려줘라. 어디 오늘 우리 강무혁 대장님 작전 감상이나 해볼까?”
“쿠와아아!”
전투의 시작은 오우거부터였다.
* * *
“쿨럭!”
샤오잔은 역류하는 핏물을 억지로 삼키며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악문 이빨 사이가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충혈된 눈은 당장 실핏줄이 터질 듯했다.
‘무리했어.’
포션을 물처럼 들이키며 마나를 쏟아부은 탓에 생긴 부작용이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실수. 하지만 지금은 평소가 아니었다.
‘괴물 같은 년. 진짜 같은 랭크에선 적수가 없는 건가? 마법사 킬러, 마법사 킬러 하더니 나한텐 진짜 제대로 카운터로군. 아무리 특성이 사기라지만, 이건 숫제 S랭크를 상대하는 것 같잖아?’
저도 모르게 진실에 다가간 샤오잔.
안타깝게도 상대가 진짜 S랭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A+랭크와 S랭크 사이는 겨우 벽 하나 차이였지만, 그 높이가 아득히 높은 탓이었다.
그 벽을 뛰어넘는 게 쉬웠다면, S랭크는 발에 차일 듯 넘쳐났을 터였다.
“차륜진도 좋고, 집단 버프도 괜찮았고, 아주 집요하게 급소만 노리는 공격도 제법이었는데. 상대가 나인 게 나빴어.”
주세아는 양손에 헌터 하나씩 쥐고 서 있었다. 왼손에 덜미를 잡힌 헌터는 안면에서부터 대지의 갑옷이 부서져 바닥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른손에 머리채를 잡힌 헌터는 팔이 기이한 각도로 꺾여 신음을 흘렸다.
“괴물 같은 년…….”
주세아 주변으로 수십 명의 헌터가 널브러져 있었다. 부러진 무기가 땅에 박혀 있었고, 병마용의 전마들은 모래로 되돌아갔다. 수룡이 난폭하게 날뛴 강변 모래사장엔 이리저리 물길이 나 강물이 흘러들었다.
“내가 괴물처럼 보여? 그건 네가 약해서가 아닐까?”
주세아는 잡았던 헌터들을 던져버리고 무릎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며 뭍으로 걸어 나왔다.
마침내 마지막 남은 단둥 공격대 헌터, 샤오잔 앞에 선 주세아.
그녀라고 해서 멀쩡한 건 아니었다.
“확실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 넌…. 아머 코트 찢어진 게 전부니까.”
“그래서 곤란해. 얘 비싼 앤데. 아직 우리 길드가 좀 가난하거든. 길마가 되니까 몹 잡는 거보다 숫자하고 싸우는 게 더 겁난다니까. 그나마 유능한 단장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이 상황에서 무슨 개소릴 하는 거냐?”
“그 유능한 단장이 아니었으면, 오늘 너흰 다 죽었어. 대가리 붙여둔 것에 감사해 하도록 해.”
순간 샤오잔은 쓰러져있는 헌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죽은 녀석이 없어?’
그제야 주세아와의 격차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같은 랭크라도 특성과 재능에 따라 수준이 갈리는 게 이 바닥 정설이라지만.
‘이건 너무 차이가 크잖아? 설마… 아니야. 그럴리─ 큽!’
샤오잔의 복부에 주세아의 주먹이 박혔다.
“넋 놓고 있지 마. 때리고 싶어지게.”
“쿨럭! 버, 벌써…. 때려놓고선…….”
“아, 미안. 내가 손이 좀 빨라서.”
털썩,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샤오잔은 모래에 얼굴을 묻었다.
의식을 잃진 않았지만, 이미 전투 불능 상태였다.
주세아가 그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애들 챙겨서 왔던 길 그대로 돌아가렴. 또 넘어오면 죽일 거야. 진짜루.”
이어지는 주세아의 비웃음이 샤오잔에겐 마녀의 웃음처럼 아득히 들려왔다.
* * *
[장 대장님. 우리 문은 모두 열었습니다. 이제 곧 신의주는 쑥대밭이 될 겁니다.] [좋아. 집합 장소에서 보자. 모두 모이라고 전해라. [예.]원하오에게 명령을 내린 장중쉰은 지하 통로를 통해 신의주를 빠져나가려 움직였다. 게이트 보스급도 아닌 몬스터들로 슬레이어 길드를 막을 순 없었다. 고작해야 발목을 잡는 정도.
‘일이 정리되면 날 쫓겠지.’
몰락한 한국 헌터계라도 슬레이어 길드만큼은 예외였다. 특히 성선제는 미국 길드에서도 영입을 타진했을 만큼 우수한 헌터였다. 비록 지금은 전선에서 물러나 책상에 앉았다곤 하지만, 중국에서조차 성선제는 주세아와 함께 요주의 인물로 분류하고 있었다.
장중쉰이 슬레이어를 상대하길 꺼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감에도 그의 발걸음은 더뎠다.
“젠장! 아까 당한 게 그냥 칼침이 아니었군.”
현정건, 정확히는 현정건으로 변신한 미스터 조에게 찔렸던 부위가 시큰거렸다.
포션으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단검에 무슨 짓을 해놨는지 몸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다.
‘해독 포션이 아예 효과가 없는 걸 보면 독은 아니고. 감각이 둔해져서 물속에서 걷는 기분이야.’
별것 아닌 일격임에도 장중쉰이 당분간 몸조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역시 굼뜨네.”
“큭!”
장중쉰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서야 자신이 공격받았다는 걸 느꼈다.
베인 허벅지로 무언인가가 꾸역꾸역 몸속에 들어왔다. 마나를 집중해 막아봤지만, 소용없었다. 재차 이어지는 공격만 겨우 피해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게 전부였다.
조금 전까지 어둠이었던 곳에 현정건이 서 있었다.
“현정건……!”
“조 씨가 약 좀 먹여 놨다더니 내가 접근하는지도 모르다니. 약빨 죽이는데?”
“뭔 소릴 하는 거냐?”
“아? 변신하고 찔렀나 보네? 하긴 그 정도는 돼야 신의주 바닥을 주름잡던 장 선생이 당하지. 그 사람 특성이 좀 재밌어 보이긴 해.”
여전히 현정건이 무슨 소릴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 장중쉰은 상대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도껏 해라. 내 패배를 비웃는 거냐?”
“비웃는 건 아니고, 그냥 인사차 왔어. 그동안 재밌었어. 그쪽이 조선족 헌터들 고용해서 괴롭히던 것도, 가끔 암살자 보내던 것도, 사무실 불태웠던 것도 전부.”
“그 목을 땄으면, 더 재밌었을 텐데.”
“하하. 그게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긴 한데. 넌 내 목을 벨 자격이 안 돼. 너무 스케일이 작아서.”
“역시 비웃으러 온 거잖나?”
“어? 그러네? 말하다 보니 그렇게 되네? 정정하지. 비웃으러 왔다. 어떠냐? 네놈 음모가 박살 난 게. 여기도 만만치 않지?”
기분 나쁘게 웃으며 비아냥대는 현정건의 모습에 장중쉰은 살기를 뿜었다. 그는 검을 뽑으며 마나 소드를 길게 뽑아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려는 심산이었다.
“네놈 낯짝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래? 그건 좀 섭섭하네. 난 그래도 그쪽이 좋았거든.”
현정건 역시 검은 칼날의 단검을 꺼내며 마나를 담았다.
“강 단장이 그러더군. 그쪽이 신의주를 다시 넘보지 못하게 하려면, 그 구심점을 없애야 한다고.”
“그놈이 나한테 그러더군. 난 용이 아닌 뱀 대가리라고. 구심점이라고 해주다니 이거 영광인걸?”
“신의주 사정을 빠삭하게 알고, 이 계획을 주도했던 게 너잖아? 여기 길드도 널 중심으로 뭉친 거고. 너만 없으면, 당분간 여긴 손대지 못하겠지. 대놓고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이상.”
“그 말은 반대로 내가 살아 돌아가면, 그쪽이 곤란해진다는 뜻일까?”
“그래. 살아 돌아간다면 말이야.”
“!!”
순간 기습을 노리려 했던 장중쉰의 몸이 무언가에 덜컥 걸리듯 멈칫했다. 그의 머릿속에 경보가 울렸다.
‘아차! 아까 당한 게 뭔가 있었구나?’
그의 얼굴 위로 떠오른 의문에 현정건이 답했다.
“지금 네놈 몸에 들어간 건 독이 아니야. 다른 약물도 아니고. 좀 다른 거지.”
“뭔 짓을 한 거냐?”
“그것까진 알 필요 없고. 이제 와서 밝히는 건데, 내 마지막 미션은 바로 네놈을 암살하는 거다, 장중쉰.”
“뭘 새삼스럽게? 지금 상황을 보면 모르는 게 병신이지!”
“그걸 알려주고 싶었어. 네놈이 병신이란 걸. 건드려도 한참 잘못 건드렸다는걸.”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장중쉰은 체념하지 않았다. 적어도 현중건과 함께 저승에 가리라.
그의 다짐을 비웃듯 현정건은 전력으로 상대하려 했다.
“너처럼 방심하진 않겠어. 암살자한테 자만은 금물이거든. 그래서 보여주는 거야. 강 단장한테도 숨겼던 밑천을 말이야.”
현정건의 몸이 부서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 형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남은 건 목소리뿐이었다.
“죽어라.”
장중쉰의 시야에 어둠이 들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