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16)
제16화
16. 가망이 없어요.
강무혁은 주세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주세아 역시 말없이 노려보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다리를 꼰 채로.
반면에 강무혁은 느긋하게 커피잔을 입가에 대며 사위를 둘러봤다.
그 여유에 왠지 모르게 이마에 핏대가 선 주세아가 한마디 던지려다가 만다.
‘무슨 각설이도 아니고. 죽지도 않고 온 사람이 뭐 이리 여유로워? 게다가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길드앱으로 이력서까지 보내? 이거 은근 먹이는 거지?’
면접이라고 불러 놓고서 아무런 진전이 없자 강무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빌딩이 참 좋네요. 규모 면에선 A급 못지않겠습니다.”
“길드는 개판이라도 명색이 대기업 길드니까요. 남아도는 빌딩 쓰는 거죠.”
“그런데 여기 터가 안 좋아요. 이사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이사요?”
“예. 풍수지리적으로 안 좋거든요.”
“풍수지리이~?”
주세아는 어이가 없어 눈살을 찌푸렸다.
반년 만에 부길마하겠다고 나타난 사람이 대뜸 한다는 소리가 이사하란다.
아직 부길마가 된 것도 아닌데.
아니, 부길마라 하더라도 길드 이전은 선을 넘는 발언이었다.
마치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서울 진입이 얼마나 힘들고, 지방 텃세가 얼마나 고단한지 모르는 듯 지껄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무혁은 주세아의 불편한 심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우선 서울 도심 안에 자리 잡은 것이 약점입니다. 지금 수준으로 서울 안에 있는 톱 길드들과 경쟁하는 건 어렵습니다. 타이탄도 그랬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된 기반을 세우려면 지방이 낫죠. 그렇다고 아예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 힘드니까. 수도권 정도가 어떠십니까?”
“아니, 무슨 서울 다시 들어오기가 쉬운 것처럼 말하는데, 작은 길드라면 몰라도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길드들이 왜 ‘인 서울’을 못하는지 몰라서 그래요? 하물며 프로 야구도 새 팀이 서울 들어온다면 난리인데. 아실 만한 분이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세요. 그리고 그건 풍수지리도 뭣도 아니잖아요.”
“그 부분으로 다시 돌아가서 말씀드리자면. 여긴 그룹 본사에서 너무 가깝습니다. 길드 운영에 간섭을 많이 받을 겁니다. 지금 길드장님이 가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길드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 아닙니까?”
“뭐, 그건 그렇지만…. 혹시 어디 산에 들어가서 도라도 닦고 왔어요?”
갑자기 얘기가 삼천포로 빠지자 강무혁이 되물었다.
“무슨 엉뚱한 소리입니까?”
“불치병 걸린 사람들 그러잖아요. 막 산에 들어가서 자연의 기로 치료한다, 같은 거. 최후의 수단으로요. 그러다가 득도해서 독심술도 하고. 지리산에서 10년, 계룡산에서 10년 하는 식으로요. ……내 속에 들어가 봤냐는 말이에요.”
“아아! 그런 건 아니고. 뉴스나 헌터 커뮤니티 검색 몇 번 해 보면 다 나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병은 걱정 마십시오. 당분간 죽을 일은 없게 됐으니까. 걱정 접어 두셔도 됩니다.”
확실히 안색이 좋아 보였다.
전보다 더 무뚝뚝해진 것만 빼면, 전혀 건강에 문제가 없는 듯했다.
주세아는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뭐예요? 시한부라면서? 아니었어요?”
“세상에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더군요. 그 문제는 대충 해결됐습니다.”
“정말 괜찮은 거예요?”
“아팠으면 제가 이렇게 이력서 넣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 자린 아픈 것 자체가 민폐 아닙니까?”
“그렇죠. 그렇긴 하죠.”
강무혁은 산만해진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길드명도 바꿔야 합니다. 태성과 전혀 상관이 없는…….”
“잠깐만요. 지금 면접하는 거 아니에요?”
“맞습니다.”
“그런데 왜 그쪽이 질문하죠? 아니, 아직 합격도 아닌데, 뭘 그렇게 마음대로 말하고 있는 거예요?”
“면접자가 길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만큼 확실한 어필이 또 있습니까?”
주세아는 말문이 막혔다. 맞는 말이긴 한데, 또 동의할 순 없는 미묘한 심정이었다.
주도권을 뺏긴 것 같아 언짢으면서도 저도 모르게 귀가 솔깃해졌다.
분하지만, 뒷얘길 마저 듣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
강무혁은 이번에도 주세아가 하려는 말을 선수 쳤다.
“그럼, 질문하십시오.”
“에, 그러니까…. 으음, 우리 길드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에잇! 그냥 뒤에 말 이어서 해 봐요. 길드명을 바꾸라고요? 그건 좀 그런데? 아마 안 될걸요?”
“길드명 바꾸는 게 왜요? 금지돼 있습니까? 길드 내규에 있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룹 홍보라든지…. 어쨌든 지분이나 자금 지원도 그쪽에서 밀어주는 게 많은데, 태성이란 이름을 빼 버리는 건 싫어하지 않겠어요?”
“해 봤습니까?”
“예?”
“시도해 보진 않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생각조차 못 했고요.”
“…….”
이번엔 강무혁이 소파에 몸을 기대며 팔짱을 꼈다. 처음과 다르게 앞으로 몸을 쭉 뺀 주세아와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그는 저 혼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이로써 확실해졌네요.”
“뭘요?”
“주세아 길드장님이 그 자리에 있는 이상, 몇 년이 지나도 태성 길드는 그대로일 겁니다. 가망이 없어요.”
“야!”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원하신다면 지금부터 그 방법을 말씀드리죠.”
* * *
“뭘 그렇게 고민하십니까? 안 뽑으면 그만입니다. 강무혁 그 친구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경우가 없군요. 그 제안은 길마님 권한을 죄다 내놓으란 소리 아닙니까. 아주 혀로 강도질을 하는군요. 괜히 전략팀장 자릴 꿰찬 친구가 아니었어요.”
강무혁과의 면접 내용을 들은 장득구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주세아는 책상에 걸터앉아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런데 저한테 내놓을 권한이 있던가요?”
“예?”
“어차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끝내 회장님한테 최종 권고까지 들었어요. 반년 안에 길드 정상화하라고요. 안 그러면 손 털고 나가야 해요.”
“길마님은 S급을 코앞에 둔 헌터입니다. 아직 공인받지만 않았지, 어떤 면에선 이미 S급이라 할 수 있고요. 어디든 가려면 마음대로 갈 수 있으시죠. 길드 운영에 실패하더라도 그게 끝은 아닙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 난리를 치면서까지 슬레이어 길드와 손절했어요. 되돌아가기 어려워졌죠. 솔직히 그쪽하고 맞지도 않고요. 10년을 어떻게 버텼나 몰라?”
주세아는 학을 뗀다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말을 이었다.
“다른 길드에 간다 해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길드를 이끌 순 없을 거예요. 그들에겐 길드 이익이 먼저거든요. 그 꼬라지 보기 싫어서 티어 길드를 나왔죠. 영입 제안도 다 거절했고요. 아마 한국에선 제 요구대로 절 받아 줄 길드가 아예 없을걸요? 그건 외국 길드도 마찬가지겠죠.”
주세아 사정을 꿰뚫고 있는 장득구도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주세아가 머릴 숙이고 들어가면 어딘들 못 가겠느냐마는.
차세대 S랭크, 20대 S랭크가 유력한 그녀가 굳이 양보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 업계는 몬스터 잡는 실력과 길드 키우는 능력이 엄연히 다르게 굴러가고 있었다.
주세아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려면, 기존 길드 체계 아래에선 절대 이룰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예 밑바닥부터 시작하려니 그 한계가 명확했다. 티어 길드들의 견제를 뚫고 올라가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는 수없이 주세아는 그렇게도 싫어하던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고 태성 길드를 손아귀에 넣었다.
자금과 그룹의 인프라를 이용하면 빠르게 안착할 수 있으리란 계산으로.
‘그것도 그룹 내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줬을 때 얘기지만. 길드를 미끼로만 쓰고, 길마님을 가문에 들어앉히려는 회장이나. 후계 구도에 문제가 생길까, 자신들이 물려받을 유산이 줄어들진 않을까, 걱정하는 형제들의 방해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
장득구가 현 상황을 고려하고, 강무혁의 면접을 곱씹은 후 여러모로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은 딱히 안 나왔다.
그러다 보니 강무혁의 제안에 자꾸 눈이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주세아는 장득구에게 결정을 미룬 건지도 몰랐다.
‘갈등 되겠지. 이성과 감성 모두 자꾸 그쪽으로 눈길이 가는데, 고집이 똥고집이거든. 그 고집 덕분에 험난한 헌터길을 걸어온 거겠지만. 어찌 보면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고. 이건 뭐 ‘답정너’도 아니고, 원.’
장득구는 그녀가 원하던, 속이 후련해질 답을 알고 있었다.
“확실히 강무혁 씨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 헌터로서 용납하기 어렵긴 합니다.”
“역시 그렇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안 될 건 뭐랍니까?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는데.”
“정말… 그럴까요?”
“길마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게 길마님의 권한 아닙니까. 앞으로 더는 그 권한을 쓰지 못할 거라면, 마지막 권한이라도 원하는 대로 쓰십시오.”
주세아가 눈을 반짝였다. 장득구는 그녀가 들뜨지 않게 경고했다.
“대신 이것 하나는 알아 두십시오. 강무혁 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순간, 길드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반발하고 적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겁니다. 그들 모두와 싸울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
주세아는 망설이던 조금 전과 다르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어디 가서 싸움 못 한다는 소린 안 들으니까. 대신 머리로 싸우는 건 강무혁 씨한테 맡기죠. 그 사람도 어디 가서 꿀리진 않을 것 같거든요.”
* * *
“그렇습니까? 결정하셨군요. 예. 알겠습니다. 부탁드린 자료는 지금 이메일로 보내 주시고요. 그럼, 내일부터 바로 출근하도록 하죠.”
스마트폰을 책상에 내려 둔 강무혁은 노트북에 몇 자 더 적어 넣으며 작업을 마무리했다.
파일을 클라우드에 저장한 후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때마침 강창수가 방에 들어왔다.
“그래서 내일부터 그 길드에 나가는 거냐?”
“예. 그렇게 됐네요. 될 것 같긴 했지만요.”
“준비는 잘했고? 만만치 않은 동네던데, 오래 준비했잖냐?”
“알아볼 만큼 알아봤고. 승산이 아예 없진 않을 것 같아서 들어가는 겁니다. 다른 대안도 없고요.”
한 번도 한 적 없는 평범한 부자의 대화를 하려니 강창수는 금세 레퍼토리가 떨어졌다.
고작 찾을 수 있는 공통의 주제란 게 병에 대한 얘기뿐이었다.
“약은?”
“잘 챙겨 먹고 있습니다. 죽지 않으려면 꼬박꼬박 먹어야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완치는 아니다. 약과 주사제를 주기에 맞춰 처방해야 해.”
“불편하지만, 그게 대수겠습니까? 당뇨병이라고 생각하죠, 뭐. 관리 잘해야 하는.”
“이 약도 언제 내성이 생길진 모른다. 그전까진 내 어떻게든 네 몸에 맞는 시술을 완성시키마.”
“다음번엔 좀 미리 실험해 두세요. 처음에 그 시술 받다가 죽을 뻔한 거 생각하면. 음……. 제 평생 그렇게 아픈 건 처음이었습니다.”
“실험체 구하기 힘들어. 아니 불가능하지. 그러니 처음 해 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 헌터라면 모를까, 나도 일반인 몸으로 시술을 버티질 못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생사를 오갔죠. 재활도 오래 걸렸고. 뭐 어쨌든 살려 주신 건 감사합니다. 앞으로 완치하는 방법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전 준비할 게 많아서 집에 좀 들려야겠네요.”
“그래. 다음번 검사 잊지 말고.”
강무혁을 보내고 윤일도가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걸었다.
“매형, 저놈 시술 뒤에 어째 더 냉랭해졌네요.”
“시술 부작용이지, 뭐.”
“부작용도 꼭 지 같은 것만 걸리네. 솔직히 저걸 부작용이라고 하기도 뭣하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 감정 기복이 적고, 두뇌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한 건 확실히 좋은 거야. 물론 두통 같은 디메리트도 함께 하지만.”
예전보다 더욱 날카로운 통찰력과 관찰력, 상대의 감정을 읽어 내고 이용하는 교활함.
전에도 그랬지만, 현재 강무혁의 모습은 사람보다 기계가 아닐까 싶은 면이 있었다.
무엇보다 강창수가 걱정하는 건 사람을 바라보는 저 눈이었다.
가끔 보고 있으면, 자기 아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선 시선이 몸을 휘감았다.
마치 자신을 탐색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MRI에선 뚜렷한 변화가 없었지만, 혹시나 이번 시술이 뇌에 어떤 영향을 준 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뇌 자체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영역이고, 마나 역시 미지의 존재였기에 강무혁이 겪은 변화에 대해 확신할 순 없었다.
앞으로 이 부분은 더욱 연구해야 할 게 많았다.
‘일단 아들이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자. 내 연구가 헛되지 않았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 * *
다음 날 아침.
강무혁은 약수동 태성 길드 본사로 출근했다.
29층 빌딩은 여느 대형 길드에 비해 손색이 없는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강무혁은 주차하기 위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길드 규모만큼 주차장도 넓었다.
하지만 주차할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주차선을 넘어 제멋대로 주차해 둔 차량들.
어떤 차는 아예 세 대가량 세울 수 있는 공간을 홀로 독식하고 있었다.
죄다 수억을 호가하는 외제 차들이었다.
“개판이로군.”
겨우 빈 곳을 찾아 주차하고 나니 클랙슨이 시끄럽게 울렸다.
앞을 보니 슈퍼카라 불릴 만한 외제 차가 쌍라이트를 켜고 있었다.
강무혁은 눈이 부신 걸 손으로 막으며 차에서 내렸다.
“거기 안 치워요? 차 치우라고!”
강무혁은 창문을 열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여자를 바라보곤, 주차 자리를 돌아봤다.
“옆에 비는 자리 있습니다.”
“아니, 그걸 누가 몰라서 그래?”
“혹시 주차가 미숙하면 대신해 드릴까요?”
“이 사람이 말귀를 못 알아먹네? 거기 두 자리가 전부 내 자리라고.”
강무혁이 대꾸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고 있자 여자는 아예 차에서 내렸다.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걷는 자세, 근육이 잘 다듬어진 체형, 특유의 분위기까지.
한눈에 보고 여자가 헌터임을 눈치챘다.
여자는 강무혁 앞에 서더니 위아래를 훑어보곤 말했다.
“딱 보니 길드 사람 아니네? 헌터도 아니고. 신입 사원? 음, 그건 아니겠네. 신입이라기엔 액면에 좀 됐어. 혹시 경력직인가? 아니면 손님?”
“제가 직원이든 아니든. 주차 자리에 영향을 미칩니까? 여긴 따로 직원 전용이란 표시도 없는데.”
“뭐 처음이면 모를 수도 있겠네요. 주차 자리는 우리 길드만의 룰이라고요.”
“그 룰이 헌터는 두, 세 자리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겁니까?”
“랭크에 따라서 대접이 달라진다는 거죠. 그건 어느 길드를 가나 같은 룰이에요. 이 아저씨가 일반인이라서 그런지 잘 모르네.”
“랭크요. 흠. 그런 걸 따지면, 최 헌터님은 여기 두 자리도 힘들 텐데요.”
“뭐라고요?!”
“최미란 헌터. 나이 27세. C+랭크. 서포터. 별명은 미친…. 음. 이건 나중에.”
“잠깐. 날 알아? 당신 뭐야?”
“첫 만남이니까 신상 파악은 이 정도로 하죠. 아무리 태성 길드가 바닥 신세라지만, C+로 주차장 두 자린, ‘오바’예요.”
“꽈, 꽉 찬 C+이라고!”
“그래요. 꽉 찬 C+. 덜 찬 B-가 된 다음에 주차 얘긴 다시 합시다.”
“이, 이봐. 어딜 가? 지금…. 하? 뭐야, 저 자식? 지금 날 개무시하고 간 거야?”
생각할수록 열 받았다. 자기가 뭔데? 일반인이 헌터를 평가하다니.
예전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드래프트, 영입 협상, 연봉 조정.
헌터 경력을 좌우할 순간마다 발목을 잡은 랭크.
오랜 시간 다음 단계로 올라가지 못한 아픔을 떠올리자 갑자기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오호라, 너 잘 만났다. 내가 왜 미친…. 그런 별명인지 확실히 보여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