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226)
제226화
226. 서프라이즈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강무혁은 토마스를 데리고 호텔로 돌아왔다.
토마스가 실신해 있었기에 이목을 피하려고 지하 주차장을 통했다.
“그 엘리베이터 말고. 직원용으로 갑시다.”
강무혁은 장득구를 이끌고 구석진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도중에 탑승하려던 호텔 직원이 있었으나 강무혁이 손바닥을 들어 탑승을 저지하고 장득구가 뒤에서 인상을 쓰자 모두 다음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열이 심합니다.”
토마스를 양손에 받쳐 안아 들고 있던 장득구가 말했다.
강무혁은 토마스의 이마와 볼을 만져 확인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인간의 몸이라곤 할 수 없는 고열이 펄펄 끓고 있었다. 한여름 땡볕 아래 달궈진 차의 보닛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장득구가 헌터였기에 망정이지 일반인이었으면 손에 화상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강무혁은 바로 스마트폰으로 호텔 프런트에 연락했다.
“4701호입니다. 혹시 호텔에 얼음도 판매합니까? 상업용 알얼음? 판매는 아니고. 음료에 서비스로 제공한다고요? 그럼, 그것 좀 서비스 받읍시다. 300봉지. 비용이 필요하면 청구하세요.”
통화가 끝날 즈음 47층에 도착했다.
그들은 재빨리 한 층에 4개만 있는 호화 룸 중 첫 번째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욕실로. 욕조 안에 넣고 찬물 틀어요.”
장득구는 욕조에 토마스를 누이고 찬물을 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뿌연 김이 욕실 거울을 뿌옇게 만들었다.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따라 들어온 강무혁은 처음에 뜨거운 물을 틀었나 싶어 깜짝 놀랐다.
“단장님. 이건 사람 몸이 낼 수 있는 열기가 아닙니다. 화염 특성의 헌터가 아닌 이상은요.”
“아까 전엔 바람이더니. 이번엔 불이군요.“
“예. 깨어있을 땐 바깥으로 발현되던 힘이 안에서 들끓고 있습니다.”
“제어하려면 깨워야 합니까?”
“깨워봤는데 일어나질 않습니다. 깨도 제어한다는 보장이 없고요. 아무래도 마나 폭주 현상인 것 같습니다.”
간혹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는 헌터들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이 담지 못하는 재능은 도리어 화를 가져오기 마련이었다. 너무나 빠른 발전을 신체가 따라가지 못해 마나가 폭주하는 경우였다.
장득구도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 확신하지 못했다.
토마스의 증상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룸서비스로 얼음이 올라왔다. 장득구는 호텔 직원을 방에 들이지 않은 채 홀로 수백 봉지의 얼음을 날라 욕조에 부었다.
얼음은 삽시간에 녹았고, 온탕처럼 끓어올랐다. 절반이 넘는 얼음을 토마스 머리 위로 들이부었음에도 여전히 차도가 없었다.
강무혁은 바로 아버지인 강창수에게 전화했다. 얼음 투입 작업을 하느라 스마트폰은 스피커폰으로 둔 채 말했다.
-한밤중에 무슨 일이냐? 왜? 교섭이 잘 안 된 거냐?
“토마스 헌터가 억제제를 사용했습니다. 마나가 폭주했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열이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열은 아니고 화염 성질의 마나가 체내에서 머물며 체온을 올리고 있는 듯합니다. 아버지가 함께 준 부작용 완화제는 억제제 사용 후 17분 뒤에 사용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해결방법이 있습니까?”
전후 사정 설명 없이 물었지만, 강창수는 바로 답을 냈다.
-완화제는 약성이 가져오는 불편한 부작용을 줄여주는 거고. 이건 그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억제제가 문제면 그 약효를 없애야지.
“안정제로군요.”
강무혁 역시 바로 알아듣고 말했다.
-주사 맞은 지 얼마나 됐지?
“47분. 방금 48분이 됐습니다.”
-한 시간 내외라…….
“제 안정제도 주사제에 맞춰 희석된 약으로 알고 있는데, 원액을 맞은 토마스 헌터에겐 몇 알을 먹여야 합니까?”
-정확히는 원액이 아니야. 헌터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몰라서 약효를 반의 반절로 줄여둔 녀석이지. 물론 네 녀석은 0.08%로 조정해둔 주사제를 사용하는 거고. 그마저도 안정제가 없으면 오래 버티지 못할 비율이지만, 약효를 볼 최소한의 용량이니까.
강무혁은 아버지의 선택에 감사함을 느꼈다. 원액이 아닌 억제제로도 이런 사달이 났는데 혹여 원액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토마스는 그대로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안정제가 몇 알이냐?
“미국에 오기 전에 받은 거라 두 달 치 가까이 가지고 있습니다.”
-다 먹여.
“예.”
강무혁은 통화를 끊지 않은 채 자신이 복용할 안정제를 가져왔다. 액체가 들어있는 캡슐 약이었다.
“장득구 헌터. 머리 받쳐 들고 입 좀 벌려주세요.”
“이거 단장님 약 아닙니까?”
토마스의 입가로 가져가던 강무혁의 손을 장득구가 붙들었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신의주 때처럼 약 때문에 단장님을 위험에 빠트릴 순 없습니다. 이 마법사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건 알겠지만, 우리 길드 입장에선 강 단장님이 더 중요한 사람입니다.”
“괜찮으니 놓으십시오. 안정제 없이 주사제만으로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습니다. 일단 살려놓고 봅시다.”
“그 어느 정도가 얼마나 가는 겁니까?”
-일주일.
강무혁이 대답하지 못할 때 스피커폰에서 답변이 흘러나왔다.
-길면. 짧으면 닷새도 겨우 가겠지.
강창수의 말에 장득구가 강무혁의 손목을 더욱 세게 잡았다. 통증을 줄 정도는 아니었으나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거 보십시오. 강 단장님 아버님이 길어야 일주일이라지 않습니까? 저분이 아니었다면, 아마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거짓말을 하셨겠죠.”
“저만큼 진실 된 사람이 어딨다고요. 저 거짓말 싫어합니다.”
“사기가 전매특허지 않습니까?”
“공적인 일에만 약간의 블러핑을 쓰는 편이죠.”
“공적인 기준이 모호하니 그 변명은 기각합니다.”
“그냥 놔주면 안 됩니까?”
“길마님이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위험한 짓 하려고 하면 말리라고.”
장득구는 길드 업무에선 고지식한 면이 있었다. 빌런을 잡는 데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주세아의 명령이란 전제가 붙으면, 철두철미하게 지켰다.
장득구는 강무혁이 가장 설득하기 어려운 유형이었다.
딱히 욕심도 없고, 이해관계라곤 주세아나 한병구 협회장 정도가 전부였다.
헌터가 아닌 강무혁의 무기가 통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적이었다면 곤란했을 거야.’
반대로 말해 아군이면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잠시 기 싸움을 하고 있자 스피커폰에서 중재안이 나왔다.
-항공편으로 안정제 추가분을 보내주마.
그런 간단한 방법이?!
강창수의 말에 한순간에 강무혁과 장득구 사이의 분위기가 뻘쭘해졌다.
“바로 보내준다니까. 시작하죠. 토마스 헌터 입 좀 벌려보세요.”
장득구는 이번엔 아무런 반론 없이 명령에 따랐다.
* * *
강창수의 진단은 정확했다. 수십 개의 캡슐 액을 삼킨 토마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열이 가라앉았다. 정상 체온을 확인한 강무혁은 그를 침대에 눕혀놓고 강창수와 다시 통화했다.
그는 카페에서 있었던 현상과 토마스의 상태를 세세하게 설명했다.
-무혁이 네가 말한 증상은 내가 예상한 부작용과는 거리가 먼 것 같구나.
“그러면 어째서 이런 증상이 발생한 겁니까?”
-글쎄. 일단 헌터라는 것부터가 문제겠지. 좀 더 정확히는 네가 말한 토마스 헌터의 특성이 한몫했을 테고.
마나에 민감한 마나중독증 현상과 마나에 관련한 특성, 거기에 억제제의 효능까지 더해져 폭주했다고 보는 게 이치에 맞았다.
강창수가 덧붙여 말했다.
-게이트가 생성되고 헌터가 등장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인류는 헌터의 각성 메커니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
“마나학에선 상당히 체계적인 학설이 있던데요?”
-지금 학계에 밝혀진 건 전부 추정에 불과할 뿐이야. 증명된 적이 없어. 증명된 부분이 있더라도 여전히 빈칸이 많은 학문이고.
“결국,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는 거군요.”
-솔직히 마나중독증 자체가 워낙 미지의 병이라서 솔직히 나도 요즘 들어 마나중독증을 과연 병이라 불러야 하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예전에 설명했던 걸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마나중독증은 의학 지식이나 일반적인 과학만으로는 접근하기 까다로운 녀석이야.
강무혁은 예전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치료에 앞서 마나중독증에 대해 강창수에게서 세미나 발표 수준의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게이트 생성 이후 대기 중에 퍼진 마나 미립자가 호흡과 함께 인간의 몸을 변화시킨다는 간단한 설명을 무려 세 시간에 걸쳐 들었었다.
그 과정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게 헌터였고, 최악의 결과가 마나중독증이라고도 했다.
-아무튼, 내 가설 중 하나는 맞았구나.
“억제된 랭크의 상한이 풀린다는 거 말이죠?”
-정확히는 랭크의 경계가 풀리는 거지. 상한이 풀린다는 건 따로 랭크업을 해야 한다는 거니까. 어쨌든 당분간은 억제제 복용을 하지 못하게 하고. 조만간 항공편으로 안정제 보낼 때, 토마스 헌터에게 맞춘 약도 함께 보내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스마트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강무혁은 조심스레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한국 아이언윌 길드의 강무혁 단장님이시죠? 전 HCF의 마틴 맥기치 1급 에이전트입니다.
“노송린 헌터 문제입니까?”
-위쪽에 아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더군요.
“내세울 정도는 아닙니다.”
강무혁은 연맹에서 벌써 손을 쓴 것이라 생각했지만, 마틴으로부터 나온 발언은 예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백악관을 내세울 정도가 아니라니. 상당히 거물이신가 봅니다?
“!!”
강무혁은 갑자기 튀어나온 백악관이란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아무리 헌터범죄국이 국가 기관이라지만, 토마스의 폭주 사건은 백안관까지 올라갈 사건은 아니었다.
연맹의 영향력이라면 범죄국에 직접 혹은 유력 정치인을 통해서 어필하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백악관이? 그렇다면 이건 연맹에서 사주한 일이 아니란 거로군. 일단 겉으로 드러내진 말자.’
강무혁이 더는 말을 잇지 않자 오히려 애가 타는 건 마틴 쪽이었다. 그는 조금 전 비꼬았던 말을 수습했다.
-아, 오해하진 마십시오. 불만이 있다는 게 아니라 확인차 연락드린 것뿐이니까요.
“그럼, 노송린 헌터를 풀어주는 겁니까?”
-그건 직접 오셔서 인계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미스터 노는 한국의 악당들을 가두는 교도소 출신 아닙니까? 아무래도 평범한 절차로는 풀어주기 어려운 헌터죠.
강무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가도록 하죠.”
강무혁이 전화를 끊자 심상치 않은 통화 내용을 들은 장득구가 물었다.
“제가 수사국에 있을 때 HCF와 공조해 본 적이 있어서 아는데, 저런 절차는 그냥 형식적인 겁니다.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위에서 풀어주라고 했는데 굳이 얼굴 보면서 확인할 필요는 없죠. 어쩐지 좀 구린내가 나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가면 서프라이즈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서프라이즈요?”
“백악관 사람이겠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쪽에서 나설 일이 하나 있긴 하더군요.”
“뭡니까?”
“라이더 늑대.”
“늑대요?”
“워싱턴 정계의 정치자금 상당액이 동부의 길드에게서 나옵니다. 예전 방산업체들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드래곤 홀스 목장을 운영하는 동부의 두 길드와 백악관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죠.”
“설마요. 저희가 일을 벌인 지 얼마나 됐다고 그게 벌써…….”
“저도 그렇게 빠를 줄은 몰랐습니다. 그만큼 동부 길드가 애가 탔다는 건데…. 가서 얘길 좀 나눠봐야겠습니다.”
* * *
“이거 어째 느낌이 싸하군.”
이타카 길드의 부길마 파월은 스키드 로우의 비밀 양조장에서 기이한 흔적을 발견했다.
그는 오른팔인 그랜트에게 물었다.
“여기에 몇 명이 있었다고?”
“밤엔 두 명이 지킨다더군요.”
“술 많은 곳이니 술을 처먹는 건 이해가 가는데… 갑자기 둘이 사라졌다? 그것도 이런 찝찝한 현장을 남기고?”
바닥에 길게 늘어진 핏자국이 보였다. 무언가에 끌려간 흔적이었다.
“피는 사람이 흘린 거고. 그런데 이 진득한 액체는 사람 게 아니네?”
“몬스터로군요.”
“그냥 몬스터가 아니야.”
파월은 단검을 뽑아 바닥에 묻은 액체를 긁어냈다. 액체와 반응한 칼날의 색이 검게 변했다.
“독입니까?”
“독을 쓰는 몬스터 중에 그 자리에서 먹이를 먹지 않고 끌고 가는 놈들 데이터 찾아봐. 이런 놈들은 보통 새끼를 친다. 자기 새끼를 먹이려고 사냥감을 가져가는 거야.”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현장은 어떻게 할까요?”
“태워. 몬스터가 개입한 이상 언제고 여긴 들킬 수밖에 없어.”
파월은 핏자국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흔적은 맨홀 뚜껑이 없어진 하수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 처리하고, 우린 이놈을 쫓는다.”
“바로 쫓습니까?”
“적어도 정체는 파악해둬야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계산이 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