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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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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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228. 그냥 넘어가기 힘들어졌네.
해밀턴은 부아가 치밀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강 단장님. 한국에선 최초의 일반인 단장이라 들었는데. 이제 30대시고. 그 나이에 거기까지 올라오시려면 멈추지 않고 올라와도 바쁜 길이었겠죠? 그래서 그러신가? 도통 멈출 줄을 모르시네.”
조금 전만 해도 신사 같던 해밀턴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말투마저 바뀌었다.
“내가 전직이 CIA야. 현장에서 뛰던. 그런데 첩보 기관 소속이 왜 백악관에서 책상물림 하고 있을까?”
“글쎄. 성질 죽이라고?”
강무혁 역시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하하, 재밌는 견해네. 내 앞에서 그런 헛소리 하는 놈 중에 지금 제명에 살고 있는 놈들이 없는데. 뭐, 전직 때 얘기니까 잡담은 이쯤하고. 여기서 문제. 헌터를 상대하는 게 헌터뿐일까?”
헌터를 상대하는 건 헌터.
이 바닥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말이니 해밀턴의 질문에 대한 답은 따로 있다고 봐야 했다.
강무혁은 고민도 없이 바로 얘기했다.
“시스템. 헌터를 상대한다기보단 제어한다고 봐야겠죠.”
“잘 아네.”
“매일 하는 일이니까.”
“하긴 일반인이 기 센 헌터들 다루려면 그 정도 선견지명은 있어야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CIA에서 일하면서 붕괴된 국가를 많이 봤어. 그런데 그걸 본 건 우리만이 아니야. 헌터들도 봤지. 아무리 초인이라도 현재 이 세계의 질서가 파괴되면, 자신들에게도 안식이 없다는 걸 알았다고.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헌터들은 질서를 파괴하는 존재인 것과 동시에 지키는 존재가 됐고. 즉, 한 국가의 시스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놈들이란 거야. 그런 자들을 상대하려면 공무원 마인드로 접근해선 오래 못 버텨. 내 전임자들이 그래서 단명한 거고. 그게 내가 헌터정책부서라는 관짝에 들어앉은 이유야.”
“여전히 못 알아듣겠는데. 장례식에 미리 초대장 날리는 건 아닐 거고.”
“남 죽는 자리에 초대장은 무슨…. 그냥 내가 말로 통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좀 장황하게 설명하고 싶어서. 보통 점잖게 말하면, 꼭 말을 안 듣는 사람이 있거든.”
“아? 진작 그렇게 말하시지. 그러니까 이건 협박이네요. 말 안 들으면 골로 간다고. 그래도 백악관 사람이니까 바로 대가리에 총알 박진 않을 거고. 좀 더 세련되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겁니까?”
“내가 지금 설득하러 온 것 같나? 백악관 명함을 팔긴 했는데. 오늘 나, 그쪽 자격으로 온 거 아니야. 어떻게? 내 말 알아들었나?”
강무혁은 그제야 해밀턴 뒤에 도사린 그림자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눈치챘다.
“대리인으로 오셨다는 거네? 동부에서 목축업 하시는 분들 대신.”
“로비스트가 그냥 있는 게 아닙니다. 정치권에 소문 돌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도 많으니까. 오늘만큼은 백악관 소속이 아니라 중개인으로 온 겁니다.”
해밀턴은 가면을 바꿔 끼듯 순식간에 원래의 표정과 말투로 돌아왔다.
강무혁은 이중인격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상대와 마찬가지로 태연하게 기어를 바꿨다.
“미스터 해밀턴. 저 헌터 변방국의 작은 길드를 운영하는 일반인입니다. 늑대 말고 가진 패도 없어요. 그렇게 힘주고 몰아붙일 만한 사람이 아니란 거죠.”
“글쎄요. 평범한 일반인은 아니시던데. S랭크 일도 그렇고.”
“주세아 길드장님은 길드장님이 잘나서 S랭크가 되신 거지, 제가 잘해서 된 게 아닙니다.”
“아니요. 주세아 헌터 말고. 심월.”
“심, 누구요?”
“그 있잖습니까? 중국 낙일 길드 S랭크.”
“아아, 그 심월?”
“일반인이 S랭크 잡아먹을 생각을 했다는 거.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해냈다는 거.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죠.”
“오해입니다.”
강무혁은 시치미를 뗐다. 증거 따윈 안 남겼다. 결국, 짐작일 뿐.
‘아니. 진짜 짐작만일까?’
주세아가 S랭크가 됐으니 헌터 패권국인 미국으로선 그녀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조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심월에 대한 공작을 포착했을 수도 있었다.
‘폭군과 공조한 일이니, 러시아 쪽에서 흘러나갔을 가능성도 있겠지.’
물론 그조차 말뿐인 정보겠지만, 허공에 헤딩하는 것보다야 나은 출처일 테니 이 기회를 빌려 떠보는 것일지도 몰랐다.
“심월 헌터는 드래곤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중국의 영웅입니다.”
“그런 시나리오였죠. 그 발표 봤을 때 정말 궁금했는데? 황룡 길드는 어떻게 구워삶으셨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 작은 길드 월급 사장입니다. S랭크가 어디 개 이름도 아니고, 제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들이에요.”
“역시 그런 노하우는 비싸게 팔겠죠? 좋습니다. 그건 나중의 여흥으로 넘기고.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이쯤에서 대화나 마무리합시다. 라이더 울프의 서부 진출은 자제해 주시죠.”
“중소길드 밥벌이나 빼앗으시고. 미국 인심이 참 야박하네요. 뭐, 좋습니다. 연맹이 끼면 껄끄러우신가 본데. 제가 양보하죠. 어떻게? 문서로 써드릴까요?”
“증거 잘 안 남기시는 분이 괜찮으시겠습니까? 됐습니다. 이 장사가 다 신용으로 하는 일인데 서로 믿고 일해야죠.”
“하긴 그런 종이쪼가리는 필요 없겠네요. 백악관 실세 성질 건드렸다간 뒤탈을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
“그럼, 얘기 잘 된 것으로 알고. 전 단장님 믿고 가보겠습니다.”
해밀턴이 자리에서 일어설 때였다. 강무혁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그냥 가시면 섭섭합니다. 새로운 판 한 번 잡으시죠.”
“새로운 판?”
“가끔 로비스트 일도 하신다면서요. 고객은 많을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하?”
“동부의 두 길드 플러스 드래곤 홀스. 세계헌터연맹 플러스 라이더 울프. 서부 패도 하나 몰래 쥐고 있으면 괜찮으실 것 같은데.”
“오랜만에 재밌네?”
해밀턴은 협상이 좀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 * *
“생각보다 굴이 많이 깊습니다.”
그랜트의 말에 파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주 길지.”
방향을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꼬이고 꼬인 굴이었다. 얼마나 걸었는진 모르지만, 적어도 스키드 로우를 벗어난 것만큼은 분명했다.
“이만한 굴을 파려면 몇십 마리로는 힘들어. 하루 이틀로 될 일도 아니고.”
“역시 개미일까요? 독을 사용하는 신종 말입니다.”
“개미하고는 좀 달라. 이렇게 굴로 도시 지하를 난도질해놨는데, 지반이 견디고 있잖아? 여기 벽면을 좀 봐. 뭔진 몰라도 딱딱하게 굳어있어. 시멘트를 바른 것처럼 말이지.”
“DB 돌릴 때 이런 특성도 추가해야겠군요.”
“어쩌면 도감에 없는 놈일 수도 있어. 되도록이면 한 마리 정도는 잡아가고 싶은데. 적어도 어떤 놈인지 면상을 좀 확인하고 싶군.”
헌터들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웠다.
언노운일 수도 있다는 추측 때문만이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서 엄청난 수의 군집 몬스터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실력의 헌터라도 S랭크가 아닌 이상 인해전술에 장사 없었다.
게다가 이런 좁은 굴속에서 포위라도 당한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군.’
그랜트는 차마 내색하지 못하고 수색을 이어나갔다.
파월에게 후퇴를 권하자니 고집 센 상관이 따를 것 같지도 않았다. 괜히 말해봤자 밉보이기만 할 뿐. 게다가 수하들을 독려한다고 구호까지 외치고 들어온 마당에 먼저 물러나자고 말하는 건 체면이 서지 않았다.
“쉿.”
선두에 섰던 파월이 입술에 검지를 붙였다.
대열의 중간에 섰던 헌터는 눈치껏 자신이 띄운 라이팅 스킬을 해제했다.
삽시간에 굴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 찼다. 헌터들의 눈에 암시 스킬이 걸렸다. 이내 헌터들은 녹광으로 사물을 구분했다.
굴 끝 쪽에서 무엇인가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기어가고 있었다. 형체만으로는 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헌터들은 자세를 낮추고 시력을 집중했다.
‘날개?’
희미하지만 등 뒤에 달린 건 분명 날개였다.
‘땅을 파는 놈들이 날개까지? 아니지. 개미류 몬스터도 일부는 날개를 달고 있긴 하지. 역시 개미인가?’
좀 더 시간을 들여 자세히 살피자 몬스터의 꽁무니에 무언가를 달고 가는 게 보였다. 언뜻 보기엔 고치처럼 보였다.
‘먹이군. 역시 개미였나?’
파월은 조용히 메시지 스킬을 썼다.
「아무래도 개미 같지?」
「예. 그래 보입니다.」
「그래도 독을 쓰는 신종인 것 같으니까. 잡아서 가자. 저놈 확보해.」
그랜트는 파월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헌터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은밀하게 이동하는 스킬을 지닌 헌터가 몬스터에게 조심히 접근했다. 뒤이어 고속 이동 스킬을 가진 헌터가 대기했다.
은밀 기동의 헌터가 몬스터를 기습하는 순간 대기했던 헌터도 튀어 나갔다.
두 헌터의 동시 공격.
기합과 몬스터의 괴성이 어지럽게 뒤섞였다. 굴속의 단단한 벽에 소음이 부딪혀 메아리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투는 마무리됐다. 동시에 두 헌터의 기함성이 들려왔다.
“뭐야? 뭔데 그리 놀라? 불 켜 봐.”
파월은 축 늘어진 사냥감을 확인하려 접근했다.
이윽고 라이팅 스킬이 시전됐고, 몬스터를 확인한 파월 역시 신음을 흘렸다.
“개미가 아니군.”
사람보다 두 배는 큰 몸집에 날개가 달린 놈을 내려다봤다.
흑갈색의 몸 빛깔, 머리에 달린 더듬이, 톱날 같은 이빨이 돌출된 주둥이까지. 머리와 가슴, 배로 나뉜 몸은 곤충과 닮아있었다.
‘꼬리 부분에 침도 있군.’
파월은 이 몬스터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험 많은 그도 이 몬스터를 상대한 적은 없었다. 아니, 부미에서 이 몬스터 자체가 등장한 적이 없었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도 몇 차례 등장한 적이 있었으나 이 몬스터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지역은 아프리카였다.
그 피해가 얼마나 극심했는지 미 정부는 만약을 대비해 이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위험종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젠장. 이거…. 그냥 넘어가기 힘들어졌네.”
불법 양조장에서부터 쫓아왔으니 기관에 신고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
문제는 양조장이 아니라 이를 이용한 다른 사업에 있었다. 길드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는 일이니 함부로 이 몬스터를 발견한 경위를 밝힐 수도 없었다.
웨엥!
고민할 틈도 없이 미세하게 들리는 날갯짓 소리.
“이 머저리 자식들!”
파월은 화를 내며 땅에 처박힌 몬스터의 머리를 부쉈다. 그러자 귓가를 간지럽히던 소리가 사라졌다.
“숨통을 완전히 끊었어야지. 이 자식들아!”
“죄, 죄송합니다.”
“개미가 아니라서 당황하는 바람에…….”
당장 주먹을 내지를 듯 손을 들어 올린 파월을 향해 그랜트가 나섰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놈들 소리에 민감한 놈들입니다. 방금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냈으니 조만간…….”
그랜트는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먼 통로로부터 수많은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후퇴한다! 그랜트 선두 잡아라! 내가 후미에 서겠다!”
* * *
“BTA! BTA! BTA!”
콘서트는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프로그램 중반을 넘어 종반을 향해 치달린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이었다.
팬과 가수가 하나 되어 열광적으로 즐기고 있는 탓에 콘서트가 열리는 스타디움 바깥에서도 음악과 함성이 크게 들릴 정도였다.
공연이 잠시 토크로 넘어가는 순간 고을지는 현기증 나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김나리에게 소곤거렸다.
“나리야, 나 오늘 죽어도 좋아.”
“안돼. 내일 공연도 표 구했잖아. 죽으려면 내일까지 보고 죽어.”
“아참, 그랬지? 나 죽어서도 억울할 뻔.”
곧이어 가벼운 토크 타임이 끝나고 다음 무대로 넘어갔다.
-다음 곡은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포 유!
감미로운 피아노 전주가 깔리면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룹 멤버들이 각자 파트를 맡아 열창했고, 팬들은 떼창으로 보답했다.
달아올랐던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혀 냉각기를 가졌던 콘서트장은 다음 곡에서 다시 폭발했다.
신나는 댄스곡과 함께 무대 위에서 군무가 이어졌고, 팬들의 비명과 함성이 공간을 찢었다.
“와아아아!”
“BTA!”
“꺄아아악!”
!!
이때 고을지는 군중 사이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