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254)
제254화
#254. 골치 아픈 건 사양하겠습니다.
여왕벌의 날개와 독침이 바로 유니크 아이템이 되는 건 아니었다. 완제품 아이템은 대개 인간형 몬스터나 지능을 지닌 특수종 혹은 게이트 내 유적 등지에서 발굴되었다.
동물형, 곤충형 등의 몬스터의 경우엔 보통 그 부산물이 제작 재료가 됐다. 강한 몬스터일수록 제작했을 때 높은 등급의 아이템으로 완성됐다.
“아프리카의 보물이라 불리는 두 가지 유니크 템. ‘만드릴의 로브’와 ‘녹터널 소드(nocturnal sword)’. 일각에선 5세대 여왕벌의 더듬이를 확보했다면, 세 개의 유니크 아이템을 만들었을 거라는 소문도 돌았었죠. 그만큼 특수 능력이나 희귀 재질의 재료 템들이었습니다. 저흰 이 세 개의 템을 모두 노리는 쪽으로 레이드 방향을 잡겠습니다.”
강무혁의 발언에 드와이트는 화들짝 놀랐다.
‘아차! 그게 있었구나?!’
실수였다. 벌집 레이드의 위험성 평가에만 골몰하느라 그 반대급부에 대해선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길드 분석관들이 레이드시 헌텅 손실 규모를 공격대 전력의 34%로 추정했기 때문이었다. 10명이 나서면 3, 4명은 죽는단 뜻이었다.
LA 도심에 넓게 펼쳐진 벌집이라면 10명으론 어림도 없었다. 입구를 막는 전력을 제외하고도 최심부를 공략하는 인원만 정예로 최소 30명은 필요하다는 계산이었다.
말벌 새끼 한 마리 놓치지 않는 완전 토벌을 위해선 내부 청소조 인원만 150~200명이었다.
이 중 3할을 잃는다는 건 길드 문 닫으라는 소리였다.
길드의 존폐가 달린 마당에 아이템에 욕심부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물론 보츠나와 규모로 산정했을 때 숫자긴 하지만. 5세대 여왕벌과 수만 마리의 병력 규모일 때를 기준으로 한 거지.’
LA의 도시 크기가 상당하다지만, 여태껏 들키지 않고 진화한 점을 봤을 때, 숫자가 그만큼 많진 않으리란 게 드와이트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세대 이상의 벌집 공략이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S랭크가 나타났다? 이건 해볼만한 장사야.’
주세아에게 당했단 억하심정 탓에 그녀의 가치를 잠시 잊고 있었다. 드와이트는 냉정하게 길드 마스터의 자세로 말을 꺼냈다.
“만약 건파우더가 하이브 최심부 공략에 공격대를 파견한다면, 전리품 분배 비율은 어떻게 할 겁니까?”
“왜요? 끼시게요?”
“일부러 유니크 아이템을 언급해 꼬셔놓곤 이제 와 시치미 떼십니까?”
“저흰 솔직히 단독 공략해도 상관없습니다. 저희 길드장님 랭크에 맞게 장비도 싹 다 장만해야 하고요. S랭크면 유니크로 도배하는 게 당연하니까요.”
“주세아 길마는 탱커 아닙니까? 로브는 안 어울릴 텐데요?”
“법사용 유니크 템은 구하기가 어렵죠. 어디든 탱커용으로 교환하겠다고 하면 벌떼처럼 몰려들 겁니다.”
드와이트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강무혁이 주지 않자 조바심이 들었다.
그렇다고 마냥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 레이드를 꺼리던 건 자신이었으니까.
LA를 대표하는 대형 길드의 주인이라는 위치는 단순히 단순히 길드 하나만 대표하는 게 아니었다.
도시를 넘어 주 전체, 조금 더 나아가선 동부에 밀리고 있는 서부의 자존심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그런 자존심이 아니었으면, 동부에 그렇게 당하면서도 여태껏 견딜 수 없었을 터였다.
그는 적당한 선에서 양보를 받고 못 이기는 척 넘어가 주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만, 강무혁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굴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머리 숙이고 들어오라는 건가? 젠장! S랭크 대단한 건 인정하지만, 너무 막무가내로군. 그렇다고 단독 공략에 나설 수도 없고. 괜히 나서서 총알받이만 하는 격이야.’
드와이트의 갈등이 깊어질 즈음, 주세아가 나서서 중재했다.
“우리 기 싸움하지 맙시다. 유니크 템? 좋죠. 그런데 사람 목숨만큼은 아니에요. 육식 말벌 토벌은 늦어질수록 그 화가 크게 미칠 거예요. 1세대를 내보냈다는 건 벌집을 비우겠다는 뜻이고, 그만큼 새로운 세대로 채우겠다는 신호죠. 벌집이 5세대 종 이상으로 가득 차기 전에 빠르게 사냥해야 해요. 강무혁 단장님, 이번 협상은 제가 하겠습니다. 템 하나 더 먹겠다고 고집부리긴 싫어요. 잠시 빠져 계세요.”
“길드장님, 길드장님은 분명 제게 전권을 맡기셨습니다. 지금 그걸 무시하겠다는 겁니까?”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 건에 한해선 제 말에 따라주세요. 어차피 S랭크인 제 존재가 아니고선 성립하지 않는 레이드잖아요?”
강무혁은 기분 나쁜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주세아는 전혀 동요 없이 차분하게 그를 마주 봤다.
강무혁은 이내 도리질 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곤란합니다. 이런 식으로 제 권한을 침해하시는 건…….”
“미안해요. 대신 무조건 양보하진 않을게요. 그건 약속할게요.”
강무혁은 말없이 손만 내저으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멀뚱히 분위기를 살피던 노송린이 그를 쫓아갔다.
구석에 있던 고을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망설이다가 방에서 탈출할 때를 놓쳐 남아버렸다. 한쪽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장득구가 주세아에게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길마님. 강 단장은 제가 잘 달래보겠습니다.”
“그럼, 부탁할게요.”
그렇게 장득구가 자릴 비우자 고을지는 졸지에 홀로 남았다. 그녀는 한발 늦게 뭔가를 깨닫곤 이마를 탁 쳤다.
‘역시 왕 사부. 고인물 헌터다워. 저런 식으로 도망치다니.’
고을지는 이런 임기응변은 자신도 배워야겠다며 다짐하며 슬며시 손을 들었다.
“기, 길마님. 저도 단장님이 걱정돼서…….”
“응. 넌 안 가는 게 돕는 거야.”
“예…….”
단호한 명령에 고을지는 풀이 죽어 구석에 찌그러졌다.
상황이 정리되자 주세아는 드와이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협상. 본격적으로 해보실까요?”
* * *
노송린은 강무혁 뒤에 따라붙으며 불안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단장님, 길마님께 사과를 하시는 게…….”
“제가요? 왜요?”
“단장님이 길드에 공이 많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명색이 길마고, S랭크인데…. 제가 보기엔 아이언윌은 두 분 중 한 분만 없어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곳입니다. 두 분이 틀어져서 좋을 게 없습니다.”
“아니요. 애초에 싸우질 않았는데 왜 사과가 필요하냐는 겁니다.”
“예? 방금 전 싸운 게 아니…. 음, 그냥 단순한 의견충돌로 보시는 겁니까?”
“그것도 아닌데요? 오히려 충돌이 아니라 이견 조율 정도로 보는 게 맞겠네요. 아니, 합을 맞춘 거라고 해야겠군요.”
“합을 맞췄다는 게 무슨…….”
노송린의 의문에 답한 건 장득구였다.
“딱 보면 모르나? 꿍짝이 맞은 거지.”
“꿍짝?”
“어르고 달래기. 드와이트가 삐딱선 탄 게 길마님께 얻어터져서잖아. 길마님이 달래서 그쪽 면도 좀 살려주고 양보해서 명분도 주고. 단장님은 애초에 유니크 템 다 먹을 생각이 없었던 거지. 안 그렇습니까?”
장득구가 강무혁에게 되물었다. 강무혁의 입가에 미소가 맺혀 있었다. 그제야 노송린은 졸였던 마음을 풀었다.
‘또 속았네?’
저 음흉한 속을 알고 있음에도 매번 속아 넘어갔다. 이번엔 길마와 단장 사이에 어떠한 신호도 없었기에 사기 친다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노송린은 뭔가 억울해졌다.
“둘이 입은 또 언제 맞춘 겁니까? 난 또 진짜 라인 타야 하나 고민했다고요.”
“노송린 헌터는 제 라인 아니었습니까?”
“누가 S랭크하고 척을 지고 싶겠습니까?”
“저하고는요?”
“강 단장님하고는…. 에이씨, 또 엮으신다. 말 한 번 잘못하면 바로 길마한테 꼰지르려고 한 거죠?”
“우리 사이가 아직 믿음을 줄 정도는 아니었나 보네요. 제 라인에 서지 않으시겠다니.”
“아, 진짜 사람 미치게 하시네.”
노송린은 처음 따지려 했던 부분은 입에 담지도 못하고 아예 묵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 틈에 장득구가 말했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언제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만드셨습니까?”
“짜고 친 거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분위기를 몰고 간 것뿐이죠. 나머진 길드장님이 알아서 나서신 거고요.”
“미리 얘기해둔 게 아니라고요?”
“길드장님이 눈치껏 나서신 거죠. 전 멍석만 깔았고.”
“하?”
장득구는 헛웃음을 뱉었다. 주세아가 강무혁의 속내를 간파하고 장단을 맞출 줄이야. 심계를 쓰는 건 그녀와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느낀 거지만, 길마도 점점 자리에 맞게 그럴싸해지고 있군.’
장득구는 자신의 짐작을 강무혁이 확인시켜주자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부모가 된 적은 없지만,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내는 감정이 이럴까? 시원섭섭하면서도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길마님 속을 건파우더 길마가 눈치 못 챘을까요?”
그때 노송린이 걸리는 부분을 짚었다.
강무혁은 웃으며 답했다.
“눈치채도 상관없습니다. 아마 십중팔구는 알아챘겠죠.”
“알면 엿 되는 거 아닙니까? 기분 나빠서 판을 엎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정도로 판을 엎을 사람이면, 건파우더가 지금껏 동부의 방해를 막지 못했겠죠.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단장님이 누굴 칭찬하는 건 별로 본 적이 없는데. 건파우더 길마가 그렇게 대단합니까?”
“우리 길드장님에게 당해서 그렇지, 사실 동부와 맞선다는 건 보통 강단으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물며 그쪽 길드엔 S랭크도 있으니까요. 적당히 자존심 세울 명분도 줬고, 유니크 템이라는 실리도 충분하고. 못 이기는 척 협상할 겁니다.”
강무혁은 단호하게 확신했다. 노송린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뭐, 단장님이 된다고 하니 되겠죠. 전 이만 골치 아픈 건 사양하겠습니다. 협상 끝나면 결과만 알려주십쇼.”
해프닝이 일단락되자 강무혁은 또 다른 카드가 제때 맞춰지기를 바랐다.
‘자, 이젠 해밀턴 실장 연락만 오면 밑그림이 완성되겠군.’
* * *
캘리포니아 주의 주도(主都), 새크라멘토.
해밀턴은 새크라멘토 국제공항에 전용기가 착륙하기 무섭게 캘리포니아 주청사로 향했다.
미리 연락해두긴 했으나 주지사가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였기에 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현 정부에서 가장 신임을 받는 게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주지사님.”
“LA 사정이 많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공교롭게도 안 좋은 때에 서부에 오셨군요. 참 우연이란 게 이렇게 무섭습니다.”
주지사인 케빈 콕은 해밀턴의 인사를 받기 무섭게 의미심장한 뉘앙스로 안부를 물었다. 마치 이번 일이 백악관의 개입으로 일어난 음모는 아니냐는 투였다.
해밀턴은 무례할 수도 있는 발언에 발끈하지 않고 말했다.
“몬스터를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다면 오늘날 게이트에 사람들이 희생당할 일도 없었겠죠. 이번 사건은 이미 벌어진 일보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더 위험합니다. 이런저런 감정을 드러낼 때가 아닙니다.”
“너무 고깝게 생각하진 마세요. 동부 길드들 주변을 청소해주시는 분이 오자마자 일이 터지니 제가 민감해져서 그런 겁니다.”
“제가 뉴욕과 워싱턴, 양대 길드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사람 목숨을 걸고 장난치진 않습니다.”
“좋아요. 그렇다 치고. 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지원이 필요하면, 그냥 전화로 하면 될 일이지. 통신도 복구됐다면서.”
“새크라멘토를 우회하는 회선은 항시 감시당하니까요.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밀턴의 대답에 케빈은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놀란 듯 보이기도 했고, 어이없다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정확한 내막은 몰라도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인지했다.
“천하의 해밀턴 실장이 도청을 염려해서 비행기를 타고 직접 오셨다? 혹시 백악관하고 의견이 갈린 겁니까?”
“당장 벌집 레이드가 필요합니다. 대형 길드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이를 한데 모을 권한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의 비상명령이 아니라면, 주지사의 비상선언이 필요합니다.”
케빈은 해밀턴의 말에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었다.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일을 반대편 세력의 주요 인사가 짊어지겠다는 뜻이었다.
“여기 캘리포니아예요. 우리 텃밭이라고요. 그쪽이 아니라. 지금 해밀턴 실장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서 하는 겁니까? 스스로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짓인 건 알고 말하는 거죠? 재수 없으면 연방정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반역죄로 몰릴 수 있어요. 몬스터 관련한 사안은 군법으로 다뤄지는 거 알고 있죠?”
해밀턴은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그리곤 결의에 찬 눈으로 한 단어씩 강조해서 말했다.
“제가 백악관을 저버리고 주지사님께 요청하는 건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감옥? 무섭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는 것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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