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278)
제278화
#278. 선배로서 교육해주마.
“머리 잘 썼네.”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요?”
강무혁의 감탄에 주세아가 버럭 했다. 지금 칭찬이나 하고 있을 때냐고. 하지만 여유만만한 그의 표정을 보곤 생각을 고쳤다.
“혹시 예상하고 있었어요?”
“제가 신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다 예상합니까? 뭔가 낌새라도 보여야 대비를 하죠. 물론 의심은 좀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의심이요?
“길드장님이 미국 비자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쉽게 왔다고 생각했거든요.”
“하긴 저도 그게 좀 이상하긴 했어요. 일단 찔러보긴 했는데, 설마 그렇게 빨리 허가가 날 줄 몰랐거든요. 안되면 다른 직원이라도 보내려고 했는데.”
강무혁은 말을 이으려다 멈추고 범죄국 요원의 눈치를 살폈다. 요원은 강무혁의 낌새를 눈치채고 자리를 피했다.
강무혁은 주세아에게 눈짓했다.
“산책이라도 나가시죠.”
“안 그래도 답답했는데. 바람이나 쐬죠.”
강무혁과 주세아는 범죄국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한참 길을 걷다가 커피 한 잔이 생각나 카페를 찾았으나 아직 영업은 하지 않은 상태.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다시 도로를 따라 걸었다. 도로는 차가 거의 없이 한적했다.
“미행은요?”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나와서 얘기할 정도예요?”
“S랭크가 미국에 들어왔는데, 당연히 도청을 할 겁니다. 그게 그들 일이니까요.”
“내가 무슨 범죄자도 아니고.”
“범죄자보다 더 위험하죠.”
“그렇게 말하면 상처받는데.”
주세아가 뾰로통한 볼을 크게 부풀렸다.
강무혁은 주세아의 불만을 달래거나 받아 주지 않고 제 할 말만 했다.
“같은 맥락입니다만, 아까 하던 얘기를 이어서 하자면. 보통 S랭크의 국가 간 이동은 전략 핵무기가 움직이는 것에 준하는 안보 이슈입니다. 그런데 입국 허가가 이렇게 쉽게 나왔다는 건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만한 이득을 챙기겠다는 속셈일 겁니다.”
“어떤 속셈이요?”
“길드장님은 베르트랑 르페브르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알죠. 미국을 대표하는 S랭크인데.”
“그가 원래 프랑스 출신인 것도 알고 계시죠?”
“그것도 당연히…. 설마 날?”
“설마가 사람 잡습니다. 헌터계에서 그만큼 자주 쓰이는 말이 없죠. 미국에선 베르트랑의 사례를 들어 길드장님을 회유할 계획이었을 겁니다.”
“참나, 어이가 없네. 내가 지들 문제 해결해 준 건 알고 하는 수작이래요?”
주세아는 진심으로 화난 듯 이를 갈았다.
‘길드장님의 분노를 사다니. 미국의 음모는 빠이빠이군.’
강무혁은 미 정부가 주세아의 성격을 너무 모르고 덤벼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정치가들은 육식말벌 건을 운 나쁘게 발생한 해프닝으로 볼 겁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하지만 이용해먹기 좋은 재료이기도 하죠.”
“이용이요?”
“자신들이 처신을 잘해서 주세아가 미국에 왔고, 그녀가 이를 해결했으니 금상첨화라고 말입니다. 저라면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미디어에 대대적으로 홍보할 겁니다. 그 자체로 정권의 치적이 될 일이니까요.”
“얼굴에 철판을 깐 것도 아니고…….”
“타이틀부터가 폼나잖습니까. ‘미국을 구한 한국의 S랭크 헌터. 주세아 미국에 귀화하나?’라는 내용의 머리기사만 써도 조회 수가 엄청날 테죠. 동시에 여론몰이해서 한국과 길드장님의 거리를 멀게 만드는 효과도 있을 거고요.”
“에이, 그건 너무 나갔다? 한국에서 내 인기가 얼만데? 인기 헌터 투표 부동의 1위가 저라고요. 그리고 S랭크 홀대하는 나라 봤어요? 아니, 난 랭크도 필요 없어. 나 정도면 미모만으로도 프리패스라고요.”
“…….”
“알았어요. 그만할 테니까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진 마시고…….”
주세아의 너스레에 강무혁은 정색하고 말했다.
“한국엔 아직 길드장님의 존재를 껄끄러워하는 세력이 많습니다. 티어 길드가 한때 함께 싸웠다고 같은 편으로 생각하시진 않을 것 아닙니까? 그건 길드장님이 더 잘 아실 텐데요?”
“윽.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네요.”
“게다가 일본도 있습니다.”
“아, 걔들을 까먹고 있었네? 요새 너무 얌전해서.”
“뒷공작은 그들 전문이죠. 한국 헌터계에 암약하고 있는 세력도 적지 않고, 여러모로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티어 길드들이 가만히 있어도 정치권이든 언론에서든 의심을 부추길 겁니다.”
한참을 걸은 끝에 타코를 파는 푸드트럭을 발견했다. 아직 도시가 정상화되지 않은 터라 귀중하기 짝이 없는 먹거리였다.
마침 출출하던 차라 강무혁은 주세아에게 타코를 권했다.
“타코 어떠십니까?”
“전 열 개 정도.”
“그걸로 배나 차겠습니까? 적어도 스무 개는 드셔야지.”
“다이어트 중이요. 이 몸매가 다 관리해서 나오는…. 알았으니까 그렇게 좀 보지 마요. 내가 잘못했어요.”
“아무래도 길드장님은 제게 고급 조크가 무엇인지 좀 배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거 농담?”
“진담입니다.”
“…….”
“보기 거북한 표정이시군요.”
“아까 단장님이 지었던 표정이 딱 이랬거든요.”
“그렇다는 건… 아? 이해했습니다.”
“아, 이. 해. 했. 습. 니. 다. 뭐에요? 이 딱딱한 반응은? 하여간 재미없다니까.”
타코 트럭 근처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둘은 이런저런 잡담으로 시간을 때우며 줄을 섰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인내를 갖고 기다렸다. 다른 데 가봤자 이만한 음식을 먹기 어려운 탓이었다.
타코와 음료수를 한 아름 싸 들고 근처 빈 벤치에 앉은 둘은 마저 대화를 이어갔다.
“자, 이제 상황은 대충 알겠고.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요? 이대로 미국에 잡혀 있을 수도 없는데.”
“출국 금지 이유를 듣고 나니 방법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오, 역시 단장님. 어떤 방법이요?”
주세아는 기대된다며 눈을 반짝거렸다.
“전략물자불법반출 건이라지 않습니까? 여왕에게서 얻은 유니크 재료. 그걸 들고 나가지 않으면 될 일입니다.”
“미쳤어요? 그걸 두고 가게?”
“두고 간다고는 안 했습니다. 들고 가지 않는다고 했지.”
“그게 그거잖아요.”
“배달시키면 되죠.”
“어디 페덱스 박스에라도 넣어서 보내게요? 유니크 템을?”
“항공 택배도 세관에 걸립니다.”
“그럼, 어디에 부탁하게요? 설마 다크 사이드?”
“미국까지 와서 그런 범죄 조직을 이용할 정도로 전 막 나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막 나간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단장님께 알려드리고 싶네요. 지금까지 저지른 일은 막 나간 게 아닌가 봐요?”
“정도를 지키는 선에서 일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어휴, 말이나 못 하면. 그래서 어디 택배인데요?”
“연맹.”
“연맹? 그런 택배도 있… 헌터연맹이요?!”
주세아가 기겁하며 소리 질렀다.
아무리 아이언윌과 연맹이 모종의 계약을 맺었다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에 협조할까?
애초에 계약 내용에도 없는 일이니 들어주지 않아도 뭐라 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을 사람이 저리 말하니 주세아는 강무혁이 또 무슨 약점을 잡아 협박하려는 건가 싶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여기 우리나라 아니에요. 사고 치면 제가 커버 못 친다고요.”
“이번엔 그리 문제 될 게 없는 방법입니다.”
“드, 들어보긴 할게요.”
“연맹 소속의 항공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함부로 뒤질 수 없다는 걸 알고 계시죠? 외교 행낭보다 더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하니까요.”
“그건 알지만…. 연맹에서 부탁을 들어주진 않을 것 같은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 길드장님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연맹으로부터 커…….”
갑자기 주세아가 팔을 뻗어 강무혁 앞을 막았다. 보호하려는 자세라기보단 경계의 표시였다.
강무혁은 입을 꾹 닫고 주세아가 노려보고 있는 곳을 쳐다봤다.
“안 돼에~! 솔드 아웃이라니이~!”
타코 트럭 앞에서 한 남자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여자 하나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진짜 창피해 죽겠네. 저 이 사람 일행 아니에요.”
“마리아, 여기 음식점이 죄다 문 닫았다고. 나 뱃가죽이 등에 닿기 직전이야.”
“당신 몇 시간 전에 핫도그 서른 개 먹은 건 뭔데?”
“그건 점심.”
“지금은 저녁 시간도 아니라고.”
“지금은 간식.”
“뱃속에 블랙홀이 들었나?”
“억울해. 헌터의 위장은 일반인과 다르다고.”
“나도 헌터야, 이 자식아.”
“쪼렙과 고렙은 위장의 스케일부터가 다른 법이지.”
“아, 예. 아주 높으신 분이라서 좋으시겠어요. 어이구, 내가 어쩌자고 이 인간이랑 얽혀서는.”
“마리아, 네 의뢰 때문에 여기 온 거잖아?”
“그래서 일은 언제 할 건데?!”
겉으로는 만담 커플처럼 보였지만, 주세아는 지나칠 정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으로 두 사람에 대해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강무혁이 그들 정체에 대해 조심스레 물으려 할 때였다.
“일하면 되잖아. 당장 하면 되지? 어이, 거기 미스 주 맞지? 하긴 미국에서 동양인 S랭크가 흔한 건 아니니까. 딱 봐도 주세아네. 어이, 우리 얘기 좀 하자.”
갑자기 남자가 주세아 쪽을 가리키며 말을 걸어왔다.
주세아는 삐딱선을 그리며 물었다.
“일부러 접근했으면서 우연인 것처럼 말하지 마. 당신은 뭔데 기세를 다 죽이고 가까이 온 건대? 싸우자는 건가?”
“설마 싸우자고 왔을까? 싸울 거면 선제공격부터 날리고 봤지.”
“누군지부터 말해.”
“나? 굳이 이름이 필요하나? 우리 같은 사람들이. 딱 봐도 감 오잖아.”
“그쪽 말대로 뱃속에 거지새끼 든 S랭크가 흔한 건 아니지.”
“어? 그건 좀 색다른 표현이네. 거지새끼라…. 마리아 외에 이런 식으로 무시당한 건 오랜만이야. 어째 기분 나쁜데?”
“뭐, 맞는 소리구만?”
“마리아, 넌 대체 누구 편이야?”
좀처럼 대화에 진척 없이 경계 상태가 이어지자 강무혁이 끼어들었다.
“이쯤에서 본론에 들어가시죠, 드웨인 딕스 헌터.”
“잉? 너 뭐야? 날 알아?”
“북미 S랭크 신상명세도 모르고 여길 왔을까요?”
주세아가 강무혁의 귓가에 소곤거리며 물었다.
“단장님, S랭크 중에 저런 놈이 있었어요?”
“번외자라 불리는 헌터입니다. 슈퍼S에 속하지 않은 S랭크죠. 그래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강자입니다.”
드웨인은 강무혁을 보는 눈길을 달리했다.
“미스 주 옆에 약삭빠른 놈 하나 붙어 있다더니. 그쪽이 미스터 캉인가?”
“강무혁이라고 합니다.”
“헌터도 아닌 놈 이름을 다 알 필욘 없고.”
“너 지금 우리 단장 무시하니?”
“햐, 이것 봐라. 꼴에 S랭크라고 사사건건 시비조네. 대화 좀 하자니까 왜 이렇게 적대적으로 나오실까?”
“대화하려면 약속 시간 잡고 다시 와.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접근하지 말고.”
“S랭크 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이 배짱 하난 좋네. 어디 배짱만큼 주먹도 센지… 쿠학!”
쾅!
드웨인은 주세아의 주먹에 볼을 맞고 수십 미터를 튕겨 나갔다.
주변에서 타코를 먹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삽시간에 거리가 텅 비었다.
강무혁은 한숨을 쉬며 한 손으로 머리를 싸맸다.
“하아, 길드장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선빵필숭.”
“사고는 제가 아니라 길드장님이 치는군요.”
그때 옆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굿 스트레이트. 와우, 막힌 속이 뻥 뚫리네.”
“당신 저놈하고 같은 편 아니었어?”
“주세아 길마님, 전 드웨인 딕스 씨의 법률 대리인인 마리아 로렌스라고 합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화하려면 약속을 잡고…….”
“저 자식 한 대 더 때려주면 안 될까요?”
“??”
“이봐, 마리아! 그러니까 너 누구 편이냐고?!”
나가떨어졌던 드웨인이 씩씩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너 이 자식 오늘 죽었어. S랭크 선배로서 교육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