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298)
제298화
#298. 이게 왜 여기 있을까요?
아일린은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했다.
강무혁의 커맨더 시험도 마무리 지었고, LA 사건도 더는 큰 이슈 없이 끝났다는 데 안도했다.
천리안의 경고가 있긴 했으나 예언이라는 능력 자체가 모호한 경우가 많기에 해석이 실제와 달라지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아일라는 이번에도 예언에 관한 해석에서 오류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 황금빛은 신성과 관련되어 있어. 불길하다는 말은 함께 붙었을 때 어울리지 않는 말이야. 뭔가 다른 뜻이 있을 거야. 어쩌면 좋은 방향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 일단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자.’
그렇게 의욕적으로 일과를 보냈으나 오후에 알렉스가 가져온 보고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먼저 아일라 님께 보고해야 할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드네요.”
“우선 첫 번째는 그토록 기다리시던 내용입니다.”
“한두 개가 아닌데. 어떤 거죠?
“히르밧 종족의 위치를 포착했습니다.”
“정말요? 어떻게요? 어디서?!”
아일라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수십 년 동안 찾지 못한 이세계의 동지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알렉스는 아일라가 질문을 던진 순서대로 대답했다.
“아시겠지만, 히르밧 종족은 뛰어난 결계술을 가지고 있어서 일반적인 수색 작업과 위성 탐색이나 마법 감지로도 찾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좀 썼습니다.”
“어떤 편법이요?”
“그들이 예전에 특허로 내놓은 특수 포션 관련 비술에 대해서 추적을 걸어뒀습니다. 잠적한 이후 오랫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기에 일단 조처만 취해둔 상황이었죠.”
“그건 그렇죠. 돈이나 권력 같은 이권에 크게 신경쓰는 종족이 아니니까. 술이라면 또 모를까.”
“그래서 이 특허에 접근하는 곳을 대상으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뒀었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특허에 대한 특수조항에 의거해 의결권을 사용한 곳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가 어딘데요?”
“한국입니다.”
“한국?”
“정확한 신상명세는 접근하지 못했지만, 전세계에서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로 좁힌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히르밧 종족의 또다른 특성인 약초학 관련 지리를 확인해서 그곳을 중심으로 팀을 파견해 수색 범위를 좁혀나가는 게 제 계획입니다.”
“아니요. 그렇게 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알 것 같거든요.”
아일라는 알렉스의 계획을 제지했다. 그녀는 히르밧이 어딨는지, 아니 누구의 도움으로 숨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한병구…….’
예전부터 히르밧 종족은 이상할 정도로 한국 헌터들과 죽이 잘 맞았다는 걸 기억해냈다.
대전쟁 때도 헌팅 중에 시간을 내서 함께 술을 마실 정도였다. 죽은 이들의 장례에서도 추모한다며 술을 마셨다. 전쟁의 승리를 핑계로도 마셨고, 패배의 아픔을 달랜다면서도 마셨다.
한국 헌터들과 히르밧들은 술만 있으면 수백 년 나이 차도 극복하고 친구가 됐었다.
‘그러고 나서 사고 쳐서 문제였지. 내가 왜 이걸 생각 못 했을까? 어떻게 보면 의심하고도 남을 사이였는데.’
아일라가 한국 쪽을 전혀 의심하지 못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대전쟁 말미에 완전히 몰락해버린 한국 헌터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고, 그런 인간들의 행태와 점차 그들을 닮아가는 다른 이종족들의 이권 다툼에 히르밧 종족 역시 질려버린 터였다.
히르밧들이 어떠한 말도 없이 더는 속세와 연관되기 싫다며 은둔해버린 탓에 설득하거나 붙잡을 여유도 없었다.
일의 윤곽이 잡히자 아일라는 지금 그들의 위치를 알아낸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히르밧은 연맹을 탐탁지 않아 해. 그런데 지금 한국을 건드려서 찾으려 들면, 한병구 공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협회가 나서면 자연스레 강무혁 단장과 주세아 길마가 엮일 거고. 그렇게 되면 강무혁 단장이 커맨더의 권리를 쓸지도 몰라. 이건 원탁이나 어머니 나무회와 충돌을 빚게 될 소지가 있어.’
아일라는 한숨을 쉬며 알렉스에게 물었다.
“이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죠?”
“연맹 내에선 아직 저 뿐입니다. 제가 따로 신설한 라인이었거든요.”
“잘됐네요. 일단 한국 관련 일은 건드리지 마시고 지켜만 보세요.”
“어머니 나무회에서 오랫동안 찾던 종족 아닙니까?”
“한국 C004가 있어요. 제 추측이지만, 지금에서야 히르밧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그와 관련이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허술하게 나올 종족이 아니거든요. 자칫 이제 막 연맹에 들어온 C004와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어요.”
알렉스는 아일라의 말뜻을 이해했다.
밖에서 봤을 때 연맹은 하나의 단단한 조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연맹이란 말 그대로 여러 세력의 협의체였다.
원탁이 조직에서 가장 강력한 의사 결정 기구로서 동작하지만, 이종족에 관련된 일일 경우엔 ‘어머니 나무회’가 움직였다.
또한, 평소엔 연맹의 일에 절대 나서지 않고 장비 개발에만 집중하는 ‘검은 바위회’도 가만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이종족 관련 사안에 대해선 양보라는 걸 모르는 이들이었다.
“알겠습니다. 무슨 뜻인지. 그건 당분간 비밀로 두겠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 안건은 어떻게 할까요? 이것도 한국 쪽 일인데…….”
“한국? 또 뭔데요?”
“C004가 대여한 장비를 반납하지 않고 출국했습니다.”
“아? 앵거바딜이라면, 독정과 같은 방식으로 주세아 헌터에게 대여했어요. S랭크가 가진 물건이니 잃어버린다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아니요. 앵거바딜이 아니라 다른 겁니다.”
“다른 거?”
“육식말벌의 하이브에서 사용했던 통신 장비를 C004가 그대로 가지고 튀었습니다.”
“…….”
“그것도 최신형 장비랍니다. LA 지부에서 시험 중이던 건데, 그걸 왜 가져다 쓰냐고, 기술개발부에서 반납을 독촉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커맨더라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화를 내더군요. 어떻게 할까요?”
순간 아일라는 당장 내일이라도 엘프 장로회 일원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0년쯤 늙는 것 같단 뜻이었다.
“이, 일단 장기 장비 사용 신청서부터 작성할까요?”
“시리얼 등록도 안 된 시제품이라 카테고리가 없습니다.”
아일라는 길쭉이 솟은 귀 끝을 꼬옥 움켜쥐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엘프들이 자주 하는 행동이었다. 그 모습에 알렉스는 대신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먼저 C004에겐 반납 요청 넣어두겠습니다. 기술개발부 쪽은…. 사용자 리뷰 형태로 C004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뒤 시간을 끌어보도록 하죠.”
“그걸로 될까요? 개발부서 분들 장비 애착이 정말 심하던데…….”
“시제품의 문제점이나 개선점 보고서를 쥐여주면 한동안은 조용할 겁니다. 원래 주무를 일거리를 주면 얌전해지거든요. C004가 그런 쪽에 능숙하니까, 아마 알아서 잘 만들어 줄 겁니다.”
“그럼, 부탁 좀 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너무 늦지 않게 꼭 반납하라고 강조하고요.”
* * *
아이언윌 길드 장비실 부속 C 창고.
강무혁은 뒤따라온 노송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송린은 흔히 쓰이는 여행용 트렁크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렸다.
장비실 책임자 안지일 팀장은 가방과 강무혁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단장, 이게 뭐야?”
“세계헌터연맹에서 가져온 물건입니다.”
“에이, 연맹 쪽 물건은 내 능력으론 안 된다니까. 그때 가져온 번역기는 아예 손도 못 댔다고. 적어도 게이트 소재학, 기계공학, 마법진 구조학 등등 각종 분야에서 날고 기는 애들 죄다 모아야 건드릴 수 있어.”
안지일은 손을 내저으며 한발 물러섰다.
강무혁은 트렁크를 열어 물건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번엔 좀 다른 겁니다.”
“통신기?”
“저희가 만든 것보다 발전한 형태입니다. 기본적인 사용법도 비슷하고, 마법적인 처리보다 기계적인 접근을 우선시한 구조입니다. 연맹 쪽에서도 비용 부담 없이 폭넓게 사용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더군요.”
“어디 함 볼까?”
안지일은 언제 거부했냐며 물건을 들더니 유심히 살폈다. 조금 뒤엔 노송린에게 작동법을 물어 직접 사용해보기까지 했다. 심지어 각종 분석 장비까지 붙여서 데이터를 측정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참을 만지작거리고 나서야 감탄성을 흘리며 물건을 내려놨다.
“어떻습니까?”
“와아, 이거 진짜 물건인데? 마나 소비가 이렇게 적다고? 마나 파장도 왜곡이 거의 없어.”
“복제 가능할까요?”
“그런 해봐야 알지. 예산 좀 늘려줘.”
“얼마만큼 필요합니까?”
“일단 한 장. 양산을 염두에 둬서 그런지 구조가 단순하긴 한데, 죄다 게이트 소재들이야. 자세한 건 뜯어봐야 알겠지만.”
“100억 정도면 싸게 먹히는 거네요.”
“무슨 소리야? 1,000억이 시작인데.”
“…….”
강무혁의 입이 달라붙자 안지일이 손가락 두 개를 흔들었다.
“한 장이 두 장 되는 건 금방이야. 그런데 정말 시작할 거야?”
“알겠습니다. 예산 넣어드리죠.”
“정말?”
“C창고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지 않습니까. 없는 돈 어떻게든 긁어모아서 지원했었죠.”
“그러다가 강 단장 팀장에서 쫓겨날 뻔했었지. 그 탓에 마태수 부길마한테 빌미를 주었고.
“성과도 나오지 않아서 곤란했었습니다.”
“내가 나가는 선에서 정리했지. 아, 지금 생각하니 열 받네. 일을 벌인 건 강 단장인데 내가 실직하다니.”
안지일이 노려보자 강무혁은 시치미를 떼고 말을 돌렸다.
“중요한 건 미래입니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돈 때문에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좋아. 예산 필요하면 팍팍 신청한다? 반려하면 알아서 해.”
“예.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스펙은 어느 선까지 생각하는데?”
“당연히 게이트 내 사용이 목표죠. 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건 가능하잖아. 통신 시차가 발생하지만.”
안지일의 말에 강무혁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게이트 안과 바깥의 시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도록 개발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다시는 그때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말이죠.”
“아직도 그때 일을 신경 쓰는 거야?”
안지일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도 눈앞에 선한 과거의 사건을 떠올렸다.
그 사건이 시작점이었다.
C창고 프로젝트.
강무혁과 자신이 꿈꾼 새로운 게이트 공략의 형태.
안지일은 그 사건에 매몰돼 있는 강무혁을 염려했다. 다행히 강무혁의 어두운 낯빛은 금세 돌아왔다.
“지나간 일에 마음 쓰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잊지 않고 되새김질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뿐입니다.”
“강 단장은 초심 좀 잃어도 돼. 인간이 그렇게 고삐 죄고 채찍질하면서 어떻게 사냐?”
“몬스터하고 씨름하는 헌터들보다는 낫죠. 적어도 앉아있는 책상이 절 잡아먹진 않으니까요.”
“내가 장비실에서 잠잔 지 얼마나 됐는지 알아? 조금만 더 야근했다간 내가 강 단장을 잡아먹을걸?”
안지일이 이를 뿌득 갈았다. 강무혁은 헛기침하며 시선을 피했다.
안지일은 더는 추궁하지 않고 연맹의 통신기를 들면서 말했다.
“앞으로 더 험난해지겠네. 사람 더 써도 돼? 예전 놈들 다 끌어와야 해. 아니지. 플러스, 연구부서 확장해야 해.”
“얼마든지요.”
“내가 아는 대학 랩이 몇 개 있는데. 일부는 산학 협력 형태로 MOU 맺어서 가자. 길드에서 다 소화 못 해. 괜찮은 석박사들 스카웃도 진행해주고.”
“기획조정실에 말해두겠습니다. 명단 뽑아주세요.”
“차라리 연구 전문 기업을 하나 차릴까? 본격적으로 나서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대기업 투자 유치하고, 제조 공장도 건설하고.”
“그건 4단계 계획쯤 됩니다.”
“뭐야? 벌써 거기까지 생각해뒀어? 하여간 빠르다니까.”
“최종 7단계까지 수립되어 있습니다. 도중에 방해가 들어오거나 기술 탈취 위험에 대한 대응책도 세웠는데…. 이건 뭐 나중 일이니까.”
강무혁이 뒷말을 흐리자 안지일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지금 C창고는 몇 단계야?”
“알고 싶으세요?”
“아니야. 이미 들은 것 같아. 진짜 갈 길이 멀겠군. 하아!”
안지일은 담배가 생각난다며 주머니를 뒤졌다가 이내 자신이 금연한 지 오래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웠던 때가 타이탄 그만둘 때니까…….’
그는 흡연의 원흉이 강무혁 때문임을 상기하자마자 울컥 화가 치밀었다.
“에잇! 어여 나가! 이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참, 그리고 일 더 가져오지 마! 가져오면 다 뒤집어엎을 거야!”
“왜 갑자기 화를…. 아? 혹시 갱년기? 인터넷에서 본 적 있습니다. 느닷없이 열이 오르고 화가 치민다거나…….”
“아직 그럴 나이 아니…. 으윽! 내가 과로로 죽으면 널 범인으로 지목할 거다.”
“약간의 오류가 있는 것 같은데. 죽은 사람이 어떻게 범인을…….”
“야! 나가!”
강무혁은 뒷말을 삼키고 바로 장비실에서 도망치듯 나갔다. 안지일이 소리를 지를 땐 더는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쪽은 왜 안 나가슈?”
안지일은 강무혁 없이 홀로 남겨진 노송린을 향해 물었다.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뭡니까, 궁금한 게?”
“아까 말한 그때 일이란 게 뭡니까? 강 단장님이 초심 어쩌고 하면서 말하던 사건이?”
“하아, 그건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게 아니고. 정 궁금하면 단장한테 물어봐요.”
“물어보기엔 분위기가 좀…….”
안지일은 자기 눈 밑을 가리켰다.
“이게 뭐로 보입니까?”
“다크서클?”
“이게 왜 여기 있을까요?”
“피곤해서?”
“그럼, 내가 무슨 말 할지 알겠죠?”
“나갈까요?”
“예. 제발 좀 문 닫고 나.가.주.시.죠.”
“문 닫으면 나가질 못 하…….”
“야! 나가!”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