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324)
제324화
#324. 이거 왜 이러십니까? 선수끼리.
관홍을 데려오는 일에는 두 사람이 동원됐다.
고을지와 토마스였다.
사건의 개요와 작전에 대해 전해 들은 고을지는 강무혁에게 의문을 던졌다.
“음음, 그러니까 저더러 그 나쁜 놈을 데려오라는 거죠? 왜요?”
“필요해서요.”
“나쁜 놈인데?”
“나쁜 놈이 필요해서요.”
“마경 사건을 일으킨 놈이잖아요.”
“마경 사건을 일으킨 놈이 필요해서요.”
“단장님, 내 말은 안 듣는구나?”
“말 안 듣는 고을지 헌터가 필요한 일입니다.”
“뭐래? 나 말고 단장님이 말을 안 듣는다고요. 글구 나 요새 말 잘 들어요. 길마한테 물어봐요.”
“말 잘 들으니까 이 작전도 잘할 수 있겠죠?”
“당연히… 잉? 뭔가 말린 것 같은데?”
문득 고을지는 근래 부쩍 강무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를 가는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입만 산 놈이라느니, 사기꾼이라느니, 고을지의 상관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그러면서 강무혁과 절대 말을 섞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됐어요. 그냥 할게요.”
고을지는 지금까지의 경험상 빠르게 포기하는 게 그나마 낫다는 걸 깨우쳤기에 더는 문제 삼지 않고 임무를 받아들였다.
그때 지금껏 얌전히 듣고 있던 토마스가 문제를 제기했다.
“솔직히 이번 일은 고을지 헌터만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만.”
“뭐야? 나한테 일 떠넘기고 튀려는 거야, 토마스? 우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고을지가 배신당했다며 펄쩍 뛰었다. 강무혁은 그녀를 제지하며 말했다.
“토마스 헌터의 말대로입니다. 원래 계획은 고을지 헌터만 가는 게 맞았습니다.”
“진짜? 나만?”
고을지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강무혁을 돌아봤다.
토마스가 말했다.
“변수가 발생한 겁니까?”
“관홍 헌터가 생각보다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더군요.”
강무혁은 두 신장 위구르 출신 헌터들에게 들었던 산둥성의 세력 관계를 정리해 설명했다.
다 듣고 나서 토마스는 생각에 잠겼고, 고을지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그리며 나름대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황룡 하고 동맹 하고 사이가 나쁘고, 동맹 하고 천명도 사이가 나쁘고, 천명하고 황룡은 사이가 더 나쁘고. 그거 그냥 개판 아닌가?”
“고을지 헌터가 요약한 그대로입니다. 중국 내 길드 간 다툼이 격렬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타국에서 보는 시선 이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죠.”
마침 생각을 끝냈는지 토마스가 입을 열었다.
“혹 산둥 반도를 접선지로 정한 건 단장님이십니까?”
“제가 제안하고 관홍 헌터가 받아들였습니다. 참고로 제안 당시에는 산둥 반도의 사정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관홍이 알고서 받은 거겠군요. 중국 최대 길드인 황룡의 두뇌라고 불릴 정도의 사람이 그걸 모른다는 게 말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역시 바로 요점을 짚는군요. 그렇다면 혹시 관홍 헌터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감이 옵니까?”
강무혁이 빙긋 웃으며 묻자 토마스 역시 마주 웃었다.
둘 다 감정이 담긴 미소라기보단 속내를 감추는 듯한 표정이었다.
“먼저 생각해 볼 건 추격을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구동존이 동맹이나 천명을 이용하려는 속셈인 것 같습니다. 혹은 둘 다일 수도 있고요.”
“다른 부분은 짐작 가시는 게 있습니까?”
“솔직히 정보가 부족해서 그 부분까진 파악하지 못하겠군요. 다만 관홍이 단장님께 망명을 요청한 이유와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물어도 될까요?”
“미안하지만, 거기까진 아직 극비입니다. 길드 내에서도 저와 길드장님만 아는 정보라서요. 참고로 토마스 헌터의 생각이 맞습니다. 그 밝힐 수 없는 망명 이유 때문에 관홍이 황룡 길드를 흔들 목적으로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더군요. 물론 현재로썬 추측일 뿐입니다.”
토마스는 상황을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한테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럼, 제가 이번 작전에 합류하게 된 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 배치입니까?”
“최악의 경우? 그게 뭔데요?”
알 수 없는 대화에 눈이 빙글빙글 돌고 있던 고을지가 귀를 쫑긋 세웠다.
강무혁이 답했다.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소수 정예로 움직이려면 최강의 카드를 준비해야죠.”
“길드장님은 너무 잘 알려져 있으니 제가 나서야 한다는 거군요.”
“아직 중국과 한국 어디에서도 마크당하지 않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싸우게 된다면, 어디 선까지 손을 써야 할까요?”
“중상 정도가 최대치이길 바라지만, 현장의 일이란 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토마스 헌터의 몸 상태도 베스트라고 할 순 없으니…. 봐주면서 상대하기 어려워지면 죽여도 무방합니다.”
순간 집무실에 정적이 돌았다.
고을지는 양손을 교차해 자기 몸을 감쌌다.
“저 아직 미성년자예요. 이거 19세 관람가 아니었어요? 구출 작전이라며?”
“고을지 헌터, 예전에 빌런 몇 명 잡은 적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잡은 게 연쇄 살인마라고 들었는데. 할아버님 말씀으로는 그 빌런의 사지를…….”
“삐― 삐익! 삐삐삐!”
“뭐하는 겁니까?”
“자체 검열이요.”
“……아? 요즘 유행하는 개그 같은 겁니까? 제가 이해를 못 해서인지 재미는 없네요?”
“재, 재미가 없어? 내가? 단장님한테 그런 소릴……?”
강무혁은 충격받은 고을지를 내버려 두고 최종 오더를 내렸다.
“아무튼, 별문제 없는 것으로 보고. 다시 한번 작전을 점검하겠습니다. 어려울 건 없습니다. 산둥 반도까지 왕복 약 500㎞에 달하는 거리를 두 사람이 교대로 날아가면서 체력과 마력을 유지. 미리 알려준 최종 접선지를 파악한 뒤 관홍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부근에 배를 준비해두겠습니다. 그 외 제반 사항은 여기 드리는 파일을 읽고 숙지해두시기 바랍니다. 작전은 명일 새벽 2시에 시작될 겁니다. 그때까지 점검 부탁드리겠습니다.”
강무혁은 작전의 세부 지침과 산둥 반도 해안선 지도 등의 내용이 담긴 자료를 넘겼다.
자료를 받는 순간 고을지와 토마스의 눈빛이 바뀌었다.
장난기 어렸던 고을지는 진지하게, 만사에 관심이 없다는 듯 흐리멍덩했던 토마스는 날카롭게.
여러 가지 의미로 아이언윌의 언터처블인 두 사람의 합작이 막을 올렸다.
* * *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최고층 빌딩의 펜트하우스의 창가에서 전 역천 길드의 공동 마스터이자 현 한국 국적의 헌터인 백귀 표해주가 도시 전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본래 백귀는 북한 쿠데타 헌터의 후손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중국에서 떠돌다가 마경 사건 때 강무혁과의 거래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어 고향에 돌아왔다.
하지만 국적만 바뀌었을 뿐, 그는 여전히 중국 내에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똑똑.
“도대철입네다.”
“들어와.”
방문이 열리며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역천 길드 때부터 백귀의 심복으로 활약했던 도대철이었다.
도대철은 삼두의 악룡 즈메이 고리니치를 깨운 장본인이었으나 이를 아는 사람은 백귀 외엔 없었다.
도대철과 함께 갔던 동료들이 모조리 목숨을 잃은 까닭이었다.
그때의 일로 도대철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백귀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그래, 알아본 일은 어찌 됐고? 소문대로 관홍의 행방에 묘연하던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네다. 황룡 아들이 정보를 통제하고 있습네다. 그래도 확실한 건 그들이 관홍을 쫓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합네다.”
“재밌군. 어제만 해도 관홍은 황룡 길드의 3인자. 아니지. 거기까진 힘들고 적어도 5위 서열은 됐을 텐데. 오늘은 쫓기는 신세라니.”
백귀는 클클 혀를 차며 비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관홍이 마음에 들지 않던 터였다. 강무혁과 한패가 되어 자신을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관홍은 백귀가 한국으로 갔어도 여전히 역천 길드와 연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역천 길드 자체가 황룡 길드에 대항해서 만들어진 길드였기에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분류하고 있었다.
덕분에 백귀는 알게 모르게 견제를 받으며 운신의 폭이 좁아졌던 상황.
그런 와중에 관홍이 실각하게 됐으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까.
물론 백귀는 단순히 기분 전환용으로 도대철에게 관홍의 상황을 알아오라고 명한 게 아니었다.
“쫓기는 이유는?”
“아직 거까진 파악하지 못했습네다.”
“흑수 길마에게선 별말 없고?”
백귀가 공동 길마로 역천을 경영했던 옛 동료를 언급하자 도대철은 불편한 기색이 되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했던가.
이는 비단 연인 간에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백귀가 역천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흑수의 관심이 예전만 못했다.
이번 관홍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을 때에도 마지못해 주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쩌면 주요 정보를 입수해놓고도 넘기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를 감히 백귀에게 말할 순 없었다. 아니 말하지 않아도 백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백귀는 흑수의 푸대접을 방관하고 있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주인의 행동에 도대철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딱히 다른 말은 없고…. 되레 백귀 님은 이번 일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 물었습네다.”
“나? 흑수가 내 의견을 물었다고?”
“예.”
백귀는 갑자기 앙천대소를 터트렸다.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도대철을 향해 그가 말했다.
“하? 내가 따로 개입하지 않아도 되겠군.”
“무슨 말씀입네까?”
“흑수는 이미 이번 일에 끼어들기로 작정한 게야. 관홍을 잡을 생각이겠지. 그에게 황룡 길드의 기밀들이 잔뜩 있을 테니까. 어차피 황룡에서 버린 패라면, 자신이 주워도 상관없다는 계산을 하면서. 마침 비원쥔도 게이트에 들어가 있다지?”
“지금 알려지기론 그렇습네다.”
“천재일우로군.”
백귀는 뭔가 생각에 잠긴 듯 턱을 쓰다듬더니 곧이어 도대철에게 명령했다.
“흑수가 관홍을 확보하면 내가 귀찮아진다. 관홍은 숨 쉬는 것 자체가 위험한 놈이야. 내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거든. 치명상을 입히진 못해도 내 발목을 잡는 데는 귀신 같은 녀석이지. 흑수가 황룡 길드를 명분으로 삼아 관홍을 노리는 게 아니야. 기실 나를 타겟으로 삼은 거지.”
“그럼, 바로 제거하겠습네다.”
“중국에 남은 부대 몇 개 있지? 산둥은 누구였지?”
“이한철입네다.”
“사냥개? 마침 잘됐군. 물어뜯기 딱 좋은 먹잇감이니까. 이한철에게 전해. 내일 날이 새기 전에 관홍을 없애라고.”
* * *
관홍의 일에 신경 쓰고 있던 강무혁은 슬레이어의 성선제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경계하며 물었다.
“어쩐 일로 전화 주셨습니까?”
-단장님, 표해주 알고 계시죠? 백귀.
“…….”
-당연히 알고 계시겠죠? 단장님이 직접 위험인물이라며 저한테 항상 감시해야 한다고 하셨으니까.
“예. 기억합니다. 제가 직접 감시를 부탁드렸었죠.”
-저도 중국에 붙었던 헌터들을 믿는 편이 아니라 블랙리스트에 넣고 두고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움직임이 바빠지던데요? 중국 쪽 라인에 접촉하더군요. 그 수하인 도대철을 통해서요.
강무혁은 일이 기이하게 꼬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관홍이로군.’
그는 단번에 여태껏 조용히 있던 백귀가 왜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눈치챘다.
‘역천과 황룡의 관계. 관홍과 백귀의 악연까지. 둘 사이에 정리해야 할 게 있었더랬지?’
강무혁은 태연하게 말했다.
“성 팀장님, 혹시 백귀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알아내셨습니까?”
-저보다는 강 단장님이 더 잘 알 것 같아서 전화한 건데요?
“제가요?”
-이거 왜 이러십니까? 선수끼리.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마경 사태 이후 슬레이어에선 중국에도 몇 개 정보 라인을 신설했습니다. 다른 데는 몰라도 황룡 길드만큼은 주시하고 있죠. 거기 지금 난리던 데요?
“글쎄요. 저흰 그쪽에 라인을 둘 만큼 여유가 없어서요.”
-라인을 둘 필요가 없으시겠죠. 관홍이 있으니까. 아? 이젠 거기 이용 못 하시겠네. 그 사람 쫓겨난 것 같던데요?
강무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화기 건너편에 있는 성선제의 표정이 보이는 듯했다. 그의 상상 속에서 성선제는 재밌다며 웃고 있었다.
“만나서 얘기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