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338)
제338화
#338. 미라주여 영원하라!
‘블레이즈 필드’는 화염 마법 중에서도 손꼽히는 범위 마법이었다. 그만큼 비쌌다. 아니, 애초에 시장에 나오는 물량 자체가 없었다.
스킬북을 얻은 이들은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팔지 않았다. 남에게 주느니 어떻게든 마법사 하나 공들여서 키운 후 배우도록 하는 게 나았으니까. 그만큼 남 주기 아까운 값진 마법이라는 뜻이었다.
문제는 토마스가 이 마법을 습득한 적이 없다는 것.
‘내가 이걸 진짜 익혔다면, 이타카 길드에서 날 놔줬을 리가 없지.’
대신 토마스는 이 마법을 사용하는 ‘북미의 대마법사’를 본 적이 있었다.
S랭크인 대마법사는 멕시코 국경 지대에 있던 소노라 사막에서 생성된 ‘그레이 게이트’의 토벌전에 참여했었다.
레드 게이트보다 더욱 위험한 그레이 등급 게이트는 소전쟁 때 이후로 몇 번 등장하지 않은 게이트였다.
다시 미국 S랭크 대부분이 참전했었고, 그 뒤를 받치기 위해 평소엔 티격태격하는 대형 길드들도 모조리 투입됐다.
토마스는 게이트 외곽에서 대규모 몬스터가 공격해올 때 범위 마법으로 이를 끊는 임무를 맡았었는데, 그때 대마법사의 블레이즈 필드를 목격했었다.
그의 발길에서부터 시작된 불길이 사방으로 너울 치며 번져가는 광경은 공포를 넘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화면에선 화염의 대지 위에 서 있는 몬스터들이 불에 타 죽어갔다. 한 번 붙은 불은 범위 바깥으로 도망가서도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불을 옮기며 마법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키는 불씨가 되었다.
다른 헌터들이 블레이즈 필드의 시전 장면을 보면서 환호의 박수를 보낼 때, 토마스는 이 마법의 아쉬운 점을 생각했었다.
‘게임으로 치면 도트 데미지 같군. 치명적이긴 하지만, 단숨에 죽이는 파괴력이 부족해.’
그리고 S랭크가 된 지금.
‘지금이라면 할 만해.’
토마스는 이미 마나의 동반자 특성으로 블레이즈 필드 마법의 구조를 파악한 상태라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흉내는 흉내일 뿐.
스킬북이란 형태로 만들어진 마법의 효율성을 따르지 못하고 더욱 많은 마나를 쏟아부어야 했다.
‘그 문제는 이 팬디트 탈리스만이 해결해줬지.’
마법의 구조를 이해하고 스킬을 변형해서 쓸 수 있도록 보조하는 유니크 아이템.
토마스는 탈리스만 덕분에 마나를 최대한 적게 쓰는 효율성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거기서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아예 마법을 개량해버리고 말았다.
단발성 파괴력까지 겸비한 범위 마법으로.
【블레이즈 필드】
토마스의 양손에서 일어난 불덩이가 하늘로 솟구쳤다. 단발성 공격이 아닌 수십 발의 화구(火球)였다.
화구는 마치 천장을 보고 눕혀둔 샤워기처럼 불의 비를 뿌렸다.
펑! 퍼버벙! 퍼엉!
“산개! 산개해!”
“화염 저항 스킬을, 아니 아이템을…….”
“마나 끌어올려!”
토마스의 마법은 황룡과 천명 모두에게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양측 다 몬스터를 잡기 위한 공격대가 아니었기에 마법이나 특정 원소 계열 공격에 대해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오로지 가진 역량만으로 대항해야 했는데, 원소 저항 특성은 희귀한 능력이었다. 이중에선 그 능력을 가진 헌터가 없었다.
‘범상치 않은 것 같긴 했는데, 이 정도라고? 동맹의 리시엔도 이건 불가능해!’
장쉐량은 같은 산둥성을 본거지로 삼고 있는 구동존이 동맹의 마룡방 마법사인 리시엔과 상대를 비교했다.
리시엔은 산둥성 최강의 마법사로 불리는 자였다. 그런 만큼 그의 힘이 어떠한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괴물은 리시엔을 아득히 뛰어넘는 파괴력을 선보였다.
천샤오위 역시 장쉐량과 마찬가지로 황룡 길드의 마법사들을 떠올리며 토마스의 힘을 가늠했다.
다만, 장쉐량과 다르게 좀 더 본질적인 의심을 하고 있었다.
‘A+랭크가 보일 수 있는 힘이 아니야. 그렇다면 S랭크?! 아니, 그럴 리가 없어. S랭크 마법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 이게 과연 S랭크가 아니고서 벌일 수 있는 일인가?’
눈앞에 불지옥이 강림했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크하아악!”
방금 옆에 있던 장쉐량이 화구를 뒤집어썼다. 다리에 옮겨붙은 불에 시선을 뺏긴 틈에 연이어 한 방, 두 방, 세 방…. 마법이 작렬했다.
천샤오위는 공포에 휩싸였다. 주변에 들리던 비명이 잦아들고 있었다. 거센 불길이 나무와 풀을 태우고, 바위를 녹였다. 화마가 벽에 되어 사방을 둘러쌌다. 그는 모든 마나를 쥐어짜 몸을 방어했다.
“당신 혼자 남았어.”
불지옥의 악마가 속삭였다.
그와 동시에 수십 발씩 떨어져 내리던 화구가 한데 보였다. 모여든 불덩이는 그 크기를 더욱 불려가더니 이내 숲에 있던 불길마저 빨아들여 덩치를 키웠다.
그 모습은 마치 산등성이 너머로 떠오르고 있는 태양과 쌍둥이처럼 보였다.
어느덧 숲은 불길이 사라지고 잿더미만 남아있었다.
그 한가운데서 여기저기 화상을 입어 눌은 피부가 된 천샤오위는 녹아내린 입술 사이로 바람 소리를 냈다.
“에, 에쑤… 랭…. 대마퍼업스아…….”
토마스가 그를 보며 말했다.
“힘 조절에 실패했군. 신나서 너무 큰 걸 만들었어.”
“너, 너언…. 누규……?”
“미안하지만, 증인은 남길 수 없어서.”
토마스의 손이 땅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거대한 불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헬파이어】
* * *
쿠와아아앙!
관홍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곳으로 향하던 고을지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폭음에 고개를 돌렸다.
숲이, 작은 언덕이, 이어지는 능선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토마스는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힘자랑도 정도가 있지.”
만약 고을지의 말을 노송린이 들었다면, 그는 기가 막혀 했을 터였다. 길드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과격한 게 바로 그녀였으니까.
물론 고을지는 강무혁이 토마스에게 내린 지령을 완전히 알진 못했기에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강무혁은 그 어떠한 증거도, 증인도 남기지 않길 원했다.
토마스 역시 아직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 밝혀지는 건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S랭크의 힘을 사용하는 데 제한이 많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마나중독증이 완치된 후에야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을 터였다.
“여긴가?”
고을지가 현장에 도착한 것과 동시에 아래 있던 리시엔은 갑자기 등장한 적의 존재를 눈치챘다. 토마스의 마법이 남긴 폭발음에 시선을 돌린 덕이었다.
리시엔은 날고 있는 고을지를 보며 경계했다.
‘마법사?’
그가 고을지를 마법사라고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고을지의 특성인 텔레키네시스트 자체가 그리 흔한 것도 아니거니와 그녀처럼 자유롭게 비행하는 것은 어지간한 염동력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리시엔은 흘끔 백귀의 잔당 쪽을 확인했다. 얼마 남지 않은 숫자로 분전하던 적들이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도망칠 틈을 보는 게 분명했다.
그런 그들을 위샤오광은 절대 놔주지 않으려는 듯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 도망치는 적을 쫓는 데에는 마법사의 원거리 지원이 제격이었다.
리시엔은 마룡방에서 데려온 마법사들을 불러오지 않고 옷소매를 거둬붙였ㄷ.
“그럼, 저 자는 내 몫이겠군.”
리시엔이 다시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
분명 조금 전까지 하늘에 떠 있던 마법사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이고야, 피 흘린 것 좀 봐. 이러다가 죽겠네.”
앳된 여자애 목소리.
분명 중국어였다.
‘내 이목을 속이고 이렇게 가까이?’
리시엔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이 어린 수준급의 여자 마법사.
순간 상황에 맞는 단서들이 머릿속에 끼워 맞춰졌다.
그것이 그의 경계심을 부추겼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선 없는 인물이다!’
리시엔이 무방비한 상태로 접근한 상대를 경계하는 동안, 당사자인 고을지는 그를 신경 쓰지 않고 관홍 앞에 쪼그려 앉아 말을 걸고 있었다.
“관홍 씨 맞죠? 제 말 들려요?”
“드, 들린다.”
“이거 몇 개?”
“세 개…. 그런데 몇 개인지 물으면서 왜 손을 빠르게 흔드는 거지?”
“제정신인가 해서요. 오케이. 동체 시력 이상 무. 그럼, 다음은?”
“무릎은 왜 때리는 거지?”
“힘 좀 빼봐요. 다리 올라오나 보게.”
“의사인가?”
“아니요.”
“그럼, 왜?”
“TV에서 이러던데요?”
“…….”
“단장님이 보내서 왔어요.”
관홍이 별 반응이 없자 고을지는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소속을 밝혔다.
물론 관홍은 처음부터 이 여자애가 강무혁이 보낸 구출팀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왜 쓸데없는 짓을 하나 궁금할 뿐.
게다가 여러 세력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강무혁이 꼴랑 한 명만 보낸 것엔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또한 아무런 긴장감 없이 홀로 적진에 내려온 모습에 뭔가 특출난 능력이 있는 헌터인가 싶은 기대감이 생겼다. 아니면 그냥 미쳤거나?
‘아무래도 후자인가 보군.’
고을지의 장난기 어린 행동은 관홍으로 하여금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돌연 강무혁이 원망스러워졌다.
“이봐!”
관홍이 고을지에게 따지려는 찰나.
“누구냐, 넌?!”
리시엔이 다가왔다. 그는 차가운 눈길로 고을지를 훑었다. 그의 전신에서 마나가 요동쳤다. 당장에라도 마법을 쏟아부을 기세였다.
“이 아저씨가 웃겨. 초면에 반말? 넌 누군데?”
고을지는 대답 대신 질문으로 되돌려줬다.
리시엔은 황당하다면 헛바람을 뱉더니 이내 정색하며 답했다.
“리시엔. 구동존이 동맹의 십룡회 일원이자 마룡방에 적을 둔 마법사다.”
“동맹? 쓉룡? 마룡방? 어디 동호회라도 든 거야?”
리시엔은 마룡방이 동호회 따위 취미 활동 단체로 취급당하는 것보다 ‘쓉룡’이라는 단어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쩐지 상대가 욕을 한 듯한 느낌이었다.
“날 모르나? 중국 헌터라면 날 모를 리 없을 텐데? 혹시 중국인이 아닌가?”
리시엔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자 고을지는 그제야 강무혁의 당부가 떠올랐다.
‘아차!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정체를 들키지 말랬지?’
고을지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머리를 팽팽 돌려 변명거리를 생각해냈다.
이내 그녀는 웃음기를 지우고 무게를 잡으며 일어섰다.
“역시 리시엔! 동맹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라더니. 금방 눈치챘군?”
고을지의 말은 뇌를 거치지 않고 입으로 나오고 있었다.
‘리시엔이 누군진 몰라도 관홍을 잡은 걸 보면, 꽤 하는 놈이겠지? 에라, 모르겠다. 내가 거짓말하는지 누가 알겠어?’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리시엔은 긴장해서 물었다.
“진짜로 넌 누구지? 중국인은 아닌 것 같은데. 한국? 일본?”
“국적은 중요한 게 아니야.”
‘한국이란 걸 말해줄 순 없지.’
고을지는 뜨끔한 속내를 숨기며 무심하게 말했다.
“국적이 중요하지 않아? 설마 네놈! 미라주?!”
리시엔이 화들짝 놀라 외치자 고을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서 미라주가 왜 나와?’
그녀가 아무리 철부지처럼 굴어도 고랭크 헌터였다. 외할아버지는 헌터 협회 회장이고.
당연히 미라주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단지, 강무혁이 이번 관홍 구출 임무에 대해 제공한 정보 중에서 미라주에 관련된 내용만 빠져 있었을 뿐.
그러니 고을지로서는 미라주를 언급하는 리시엔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듣는 바람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지만, 리시엔은 고을지가 인상 쓰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긍정의 표현이라고 여겼다.
‘관홍이 미라주에 대해 말한 게 거짓이 아니란 거군. 황룡 길드가 일을 수습하지 못하니 미라주가 직접 나선 건가?’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서 오해하자 고을지는 이쯤에서 쐐기를 박고 더는 한국에서 왔다는 의심을 지우려 했다.
“반헌터주의 만세! 일루전님 만세! 미라주여 영원하라!”
그녀는 미라주에 알고 있는 단편적인 상식을 모조리 끌어와 만세삼창을 했다.
그 모습에 당황한 리시엔이 이를 갈며 동맹의 헌터들을 향해 외쳤다.
“미라주의 악적이닷! 모두 저 마법사를 공격해!”
그의 고함에 깜짝 놀란 동맹의 헌터들은 거의 잡히기 직전에 몰린 백귀의 잔당들을 내버려 두고 빠르게 합류해왔다. 덕분에 백귀의 수하인 이한철은 사지에서 살아 돌아갈 수 있었다.
동맹의 헌터들이 몰려들고 있는 광경을 보면서 관홍은 생각했다.
‘역시 강무현 단장이 보낸 인물이란 건가? 대단하군. 이런 식으로 미라주한테 모조리 덤터기 씌울 줄이야.’
관홍도 고을지를 오해해 버렸다.